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전체적으로 보면 어느 여고생이 공간 분리 절단 술에 당해 이세계로 전생하여 악착같이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생태계 서열에서 비교적 하위에 속하는 거미로 환생했다는 것이지만요. 이야기도 그에 맞게 상위 개체에 쫓겨 다니고, 죽을 위기도 숱하게 넘기죠. 한창 이세계 전생물이 꽃을 피울 때 등장하여 하다 하다 거미로 환생하냐는 말도 들었습니다만, 검(劍)이나 자판기 보다야 낫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이야기의 진행 방식은 여주인공의 1인칭 시각에서 독백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미지의 세계에 떨어졌다고 겁을 먹기보단 지금의 상황을 재빠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서 무엇을 해야 살아남는지 같은 직감적으로 알아 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주변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여 런(RUN) 함으로서 목숨을 보전하게 되죠. 자신이 거미라는 것에 놀랄 틈도 없이 많은 형제들이 동족 포식을 해대고, 어미로 보이는 성체는 자식을 잡아먹는 아비규환인 상황이었거든요.

이후 상황은, 엘로 대미궁이라는 엄청나게 큰 던전에서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유체(幼體)가 살아가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룹니다. 여주인공은 고등교육과 인간이라는 고등 생물의 지식을 이용해 상황을 분석하고 위험을 피하고, 거미줄로 집을 짓고 그걸로 지나가는 먹이를 사냥하며 살아갑니다. 당연히 이세계 전생물 답게 치트 스킬도 나오고요. 상황에 따른 스킬을 입수하고 고찰을 해가죠. 인간일 적 사고방식 때문에 벌레등 마물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보일 뻔도 하지만 굶어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되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죽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려는 모습들이 흥미롭죠. 주된 상황 설명은 여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며 여고생 특유의 하이 톤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듯해서 작가의 필력이 좋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300여 페이지를 읽는 데 3~4일은 걸림에도 본 작품은 반나절만에 주파할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어쩌면 필자가 단순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태어나자마자 동족 포식 당할 뻔한 인생 하드모드이고,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나 홈리스로 전락하고, 거미 인생(줄여서 거생)을 곱씹을 사이도 없이 제 몸 하나 지키기 위해 짱 박혀서 거미줄로 집을 만들었더니 글쎄 인간족이 홀랑 다 태워버리지 뭡니까. 거미줄은 불에 취약하다는 게 밝혀지죠. 인간과 조우했다는 기쁨을 표현하기도 전에 그들을 피해 혼비백산 도망가는 기구한 인생을 그립니다. 배가 고파 결국 남매인지 자매인지 모를 동족 포식을 해야 했고, 그리마(지네 사촌 돈벌레) 떼와 마주쳐 신체가 조각날 뻔도 하고, 뱀은 거미가 주식이 아닐 텐데도 쫓아옵니다. 말벌에 잡혀 등에 구멍이 나고, 죽을 만큼 아파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장면들이 여간 짠한 게 아닙니다. 그런 고통과 절망을 느끼면서도 조금씩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레벨을 올려 진화를 거쳐 가죠. 미궁을 벗어나기 위해 던전 입구를 찾지만 어째서인지 자꾸만 하층으로 내려가고, 결국 지능이 높은 원숭이 무리와 조우하면서 거생일대 위기를 맞는데...

한편 이세계에 전생한 사람은 여주인공만이 아니었습니다. 공간 분리 절단술은 여고 어느 반 하나를 통째로 잘라 버렸고 그 반에 있던 학생 25명과 선생이 말려들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인간으로 환생한 학생도 있지만 여주인공같이 마물로 환생한 학생도 있다는 것이군요. 이들도 다 치트 스킬을 보유했고 여주인공과 다르게 유복한 왕족이나 귀족으로 환생했다는 설정에서 조금은 불합리가 느껴지죠. 근데 여기서 문득 여주인공은 미궁에서 잡아먹는 마물 중에서 같은 반 학생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주인공은 학급 전체가 말려 들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걸로 퉁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것도 좀 넣어 줬으면 보다 시리어스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사실 이 생각이 든 연유가, 여주인공이 잡아먹으려 했던 커다란 알이 여주인공은 몰랐지만 사실은 같은 반 여학생이었거든요. 껍질이 깨지지 않아 버려둔 걸 마침 인간족 모험가들이 발견해 왕(王)에게 진상하면서 밝혀지죠.

맺으며: 이세계 전생 치트물 답게 한 1/4은 스킬에 관한 이야기로 덮여 있습니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작가는 이걸 고려했는지 여고생 특유의 말빨과 성향(聲響)을 적극 활용하고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듯이 진행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거기에 여주인공이 뿜어내는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가 분위기를 다운시키지 않는 효과를 보인다고 할까요. 그리고 미처 생각 못 한 실수를 겪으며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들도 인상적이죠. 다른 학생들의 성별 전환해서 환생했다든가, 여주인공처럼 마물로 환생한 학생도 있고, 유녀(幼女)로 환생한 선생님까지,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요소도 빠짐없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우려되는 건, 여느 치트물이 그렇듯 치트 스킬의 등장이라는 것은 곧 먼치킨으로 진화를 뜻하고 이후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루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번 1권에서 보여준 뱀에게 쫓길 때, 지룡(地龍)의 무섭디 무서운 브레스 공격, 소름 돋는 그리마(지네 사촌 돈벌레) 떼에게 쫓길 때, 마치 선사시대 불을 발견한 호모 사피엔스들처럼 약점인 불을 들고 쫓아오는 인간들의 공포 등을 이후에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이런 요소들 덕분에 1권은 더욱 몰입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합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7대 죄악이라는 욕망을 사람(마족)으로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욕망은 갈망이 되고 갈망이 깊어질수록 욕망이 강해져 서열이 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주인공은 이세계로 전생하기 전부터 최소한의 삶에 대한 활동만 하고 대부분을 자는 데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이세계로 전생하고 수십만 년을 침대에서 보내는 나태의 상징이 되었고, 더욱더 먹는 것과 배설조차 귀찮아하는 타락의 끝을 달린 결과 나태의 마왕이 되었습니다. '로나'는 수천 년 동안 그를 시중들며 색욕에 잠기고 싶은 갈망에 따라 밤마다 주인공을 덮치고 있죠. 대마왕 '카논'의 명령에 따라 주인공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리제'는 자신이 가진 분노라는 욕망에 따라 나태가 가지는 본질을 이해하기보단 마왕으로서 일을 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화가 치밀어 매일 불살라 버리려 하죠. 질투라는 욕망을 가진 '미디어'는 왜 하필 주인공에게 납치되었을까. 그저 자는데 무언가 안고 싶었던 주인공에게 납치되어 그녀는 그 길로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군(軍)을 이끄는 사령관의 위치까지 올라왔습니다.

폭식의 마왕의 침공으로 3군 중 두 개 군단이 궤멸되면서 사실상 주인공은 고립무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디어는 다른 사령관 데지와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총사령관 '하드'에 의해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곧 처형될 위기에 빠지죠. 그렇다면 하다못해 자신의 갈망인 질투를 충족하고자 무엇을 해야 충족할 수 있는지 생각해 갑니다. 그럴수록 주변에 대한 것들에 질투가 생기고, 그럴수록 갈망은 깊어만 가죠. 그러다 자신이 가진 질투라는 본질을 깨닫고 맙니다. 그리고 갈망을 충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에 따라 그녀는 주인공 방에 침입합니다. 오만은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우월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원죄입니다. 총사령관 하드는 수십만 년 동안 주인공을 보좌하며 자신이 가진 오만의 본질을 찾아다녔죠. 그리고 찾아냅니다. 자신이 가진 오만을 완성 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요. 그것은 바로 자신을 창조했던 주인공을 넘어서는 것. 자신보다 강한 자를 우월해야 비로소 오만이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이야기는 원죄라는 갈망에 따라 오만의 하드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주인공)를 제끼려는 폐륜을 다루고 있습니다.

1권이 개그였다면 2권은 시리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7대 죄악인 원죄에 충실하려는 캐릭터들이 그들의 욕망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 그 캐릭터 시각에서 조금은 처절하게 풀어 놓고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이 가진 나태는 지구에 있을 때부터 그가 가진 특성이었고, 이세계로 전생하면서 운이 따랐는지 자기의 갈망에 따라 잠만 자는 게 허락되면서 나태의 마왕으로 탄생하게 되죠. 미디어는 주인공에게 납치된 이후 자신이 가진 질투라는 욕망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찾게 되고 어이없는 해답에 이르게 되는 장면들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오만의 하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십만 년 동안 주인공을 위해 주변을 평정하면서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가죠. 그것은 강자를 우월하는 것, 결국 자신의 창조주까지 제끼고 자신이 창조주가 되려 하는, 마치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을 보는 듯했습니다. 이렇듯 악마(마족)는 마치 피를 갈구하는 흡혈귀처럼 갈망을 추구하고 그 끝이 설사 주인을 해치는 것이라도 멈추지 않는 폭주 기관차라는 거라고 역설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각 캐릭터 시각에서 자서전 형식으로 때론 처절하게 풀어놓고 있죠.

맺으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들라면 질투라는 원죄를 자진 '미디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추하다는 걸 알면서도 갈망을 충족하기 위해 총사령관 하드에 의해 처형될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주인공 곁에 남는, 목숨보다도 갈망을 우선시하고 결국 충족해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죠. 그리고 여느 히로인들은 감히 선을 넘지 못하는 부분을 과감히 넘기도 하는데, 적나라하게 표현은 못 하겠고 그냥 축복받지 못하는 19금 요소라고만 해두겠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나서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일이기도 했었죠. 미디어의 질투를 받아주고, 리제의 분노의 불길에 좀 타주고, 오만의 하드에게 힘의 차이를 알려 주었다면? 폭식의 마왕이 쳐들어 왔을 때 판타지에서 군주가 그러는 것처럼 제일 먼저 전장에 달려갔으면? 하지만 나태의 본질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게 인상적이죠. 나태의 본질은 이불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거니까요라고, 인간족 용사가 쳐들어 왔을 때 끝끝내 주인공에게 생채기 하나 못 낸 이유가 이불 속에서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니(움직이지 않을수록 방어력이 올라간다는 설정) 정말로 설정에 충실함에 있어서 본 작품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제대로 이해 못 한 부분도 있어서 리뷰가 자꾸 두루뭉술해졌군요. 양해 바랍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국가 권력급으로 성장한 주인공은 온갖 곳에서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국가가 내줄 수 있는 명예와 부를 마다하고 여전히 던전에만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욕심 없는, 서민적이고, 던전의 위협에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지내게 해준다는 친근한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받는 것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하죠. 낡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큰 집으로 이사 간다든지, 줄곧 병원에서 익면증으로 잠들어 있었던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대입 준비 중인 여동생을 학원에 보내준다든지, 집안 관련해서 할 일이 엄청 많음에도 주인공 시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죠. 관심이 없는지, 작가가 이런 쪽 표현에 약한지. 물론 호위로 그림자 병사를 붙여 놓긴 합니다만. 지금은 일단 아는 동생과 2인 길드를 만들어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면 과제는 레벨 업. 이게 좀 심해서 무엇이 그를 레벨 업에 내몰고 있는지, 던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에게 인간을 죽이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심어진다고 하는 거 보면 주인공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던전 시스템이 레벨 업하라고 내몰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죠.

근데 작가가 의식하고 집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던전이 생성되면서 여동생은 위기일발인 상황에 빠집니다. 좀 더 집안을 신경 쓰라는 작가의 배려일까요? 넷플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죠. 이렇다 할 메인 히로인이 없는 작품에서 여동생은 무엇보다 귀중한 존재. 몬스터들에 의해 학생들은 떼죽음 당하고 여동생도 위기일발. 이때 주인공은 부산에서 어느 길드의 초청으로 레이드를 뛰고 있습니다. 자, 주인공은 여동생의 위기를 알아채고 제시간에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이후 주인공의 레벨 업 당위성이 겨우 성립됩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것. 사실 초반에 이랬으면 개연성이 조금 더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군요.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던전이 생긴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듯, 세계적으로 던전 생성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에 주인공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죠. 아니 작가 양반,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동생을 휘말리게 했으면 더 챙겨야 되는 거 아님?

아무튼 레벨 업에 더욱 치중하던 주인공은 던전 시스템의 유도로 어느 이중 던전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예전 E급일때 만났던 석상과 재회하죠. 그에게서 던전 시스템 생상 과정과 왜 주인공만 선택해서 레벨 업 시스템을 주었는지에 대한 복선이 어느 정도 풀립니다. 하지만 호의적이지는 않군요. 주인공 뚜까 패면서 과거인지, 평행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되어야 할게 무엇인지 비추죠. 요컨대 의도적으로 이때까지의 레벨 업과 그가 얻었던 직업도 모두 인위적으로 주어졌었다는 것. 그러니까 석상은 어딘가에 써먹기 위해 주인공을 선택했고(뉘앙스로 보면 무언가의 환생체 같기도 하고), 그를 각성 시키려는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시험이라면서 궁지로 몰아넣는데...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주인공은 주인공. 이때까지 여느 작품이고 적이 시킨다고 고대로 되었던 주인공이 있었던가요. 그런데 내버려둬도 잘 빌어먹고 있는 주인공 구한답시고 애꿎은 헌터들을 몰살 시키는 건 좀 아니잖아 같은 일도 일어나서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제주도를 발판 삼아 제2의 을사조약을 꿈꿨던 일본에 초대형 S급 던전이 출몰하면서 멸망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군요. 제주도에서 S급 헌터를 대거 잃었던 일본은 대응 불가능하게 되었죠. 주인공 때문에 파워 인플레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사실 본 작품에서 몬스터는 굉장히 강하죠. 제주도에 발생했던 개미던전에서 출몰한 수컷 개미 한 마리가 일본으로 건너가 작은 도시 하나를 궤멸 시켰을 정도니까요. 그렇담 일본의 위기를 구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사실 이 부분에서 현실 국가가 아니라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좀 더 당당하게 역사적으로 반성할 거 있으면 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군요. 그러나 반대로 애니메이션 2기가 제작된다고 하던데 분명 이 부분도 애니화 될 테고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고 할까요. 주인공은 미국으로부터 모임에 초청받는 등 날로 입지를 굳혀가고 월드적인 유명인이 되어 갑니다. 이제 주인공의 다음 행동은?

맺으며: 그래도 여전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게 억지로 히로인을 만들지 않으며 엮으려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병원 간호사 등 그동안 썸 탈만한 캐릭터는 있었지만 연결된 건 없었죠. 너무 충실해서 김빠질 정도랄까요. 그래서 모 히로인이 조금씩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얘들 고등학생도 아닌데 좀 더 과감하게 행동시키면 안 될까요. 여동생에 대해서도 분량을 더 뽑을 수 있었을 텐데, 가정에 소홀히 하는 아빠처럼 그러지 말고 얘기도 좀 하고 그러자고요. 근데 완결되어 버렸으니 이런 말 해봐야 소용없겠지만요. 많은 게 아쉽습니다. 주인공 먼치킨이야 흔하니까 이건 넘어가더라도 주변과 좀 더 어울렸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일본 작품들에 흔히 나오는 아싸들도 주변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웠는데. 본 작품에서는 레벨업성애자가 되어서 던전만 싹쓸이하는 장면들만 있으니 조금은 불만족스러웠군요. 그만큼 진행이 빨라서 지루해지지 않는 장점은 있었습니다만.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art", "yap!! 거리며 한창 세상이 궁금한 생후 7개월 강아지처럼 쫑쫑 쫓아다니는 '가비지'와 주인공을 암살하려다 되레 당하고 굶어 죽을뻔한 '라라자'를 결국 거둬들인 주인공은 오늘도 던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타버린 커다란 시체를 발견하죠. 이 세계에서 시체는 딱히 드문 일도 아닙니다. 던전에서 모험에 실패하여도 시체가 쌓이고, 주점 뒷골목에서 신입 모험가가 질 나쁜 모험가에 걸려 다 빼앗기고 시체가 되거나 던전에 끌려가 고기 방패가 되는 세계거든요. 그래서 불타버린 시체가 발견된다 하여도 신기한 일이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왠지 마음에 걸렸던 '라라자'는 이 시체를 소생 시키려 하죠. 이번 이야기는 '라라자'와 불타버린 시체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그전에 이 시체를 태운 건 무엇인가가 더 궁금하겠죠. 이때 들려오는 커다란 울음소리. 그것은 모든 생물의 정점이고 모든 모험가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드래곤', 주인공의 행동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도망가야죠.

신장이 2미터나 되는 커다란 소녀가 있습니다. 머나먼 동방에서 찾아온 그녀는 막 모험가 등록을 마쳤죠. 할머니에게서 배운 불꽃 마법과 둔기라고 해도 좋을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미궁 도시로 왔습니다만. 무엇이 무서운지, 무엇이 그녀를 무섭게 하는지 그녀는 겁을 최대치로 먹고 2미터나 되는 신장을 사람들에게 최대한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숨긴다고 안 보일 키가 아닌 것입니다. 모험가 등록은 했지만 후열인 그녀로서는 단신으로 던전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주점에서 나 좀 데려가라는 듯 앉아 있지만 키가 키다 보니 마치 동물원의 판다를 보듯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이죠. 이때 주인공 일행과 만났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녀는 성장하지 못했을 테죠. 왜냐면 던전에서 불타 죽은 커다란 시체가 그녀거든요. 이거 스포일러 아니냐 하겠지만 이걸 언급 안 하면 리뷰 자체가 성립 안 되어 어쩔 수 없어요. '라라자'가 소생 시키려 한 시체가 그녀인 것이죠. 그리고 눈앞에 드래곤. 그녀는 드래곤 브레스에 타버린 것입니다.

소생 시키는데도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돈을 지불해도 소생은 확률성 가챠죠. 그녀는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됩니다. 드래곤 브레스에 타죽는 불운, 빚진다는 불운, 하지만 소생에 성공했다는 행운, 주인공을 만났다는 것도 행운. 주인공 신용 덕분에 외상 처리가 되어 살아났으니 그 빚을 갚아야만 하죠. 돈이든 복수든. 하지만 불꽃 마법이 특기라고 해도 성냥불 만한 실력과 덩치에 맞지 않게 저질 체력으로는 고블린 하나 잡는 것도 힘든 게 사실. 남은 이야기는 뻔해지죠. 그녀는 드래곤을 때려잡아 돈도 벌고 명예도 회복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후열이어서야 이야기가 성립 안 되니 강제로 전열로 잡체인지 시키고 '가비지'에게 먼지 나도록 교육받게 하자. 그리고 탄생한 게 어정쩡한 전사가 되겠습니다. 성격은 죽다 살아났음에도 고쳐지지 않아 여전히 쥐구멍만 찾아대는데 이것도 좀 어떻게 해야 될 판. 뭐, 던전에 던져놓고 죽을 만큼 고생 시키면 고쳐지겠죠.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 갑니다.

그리고 가비지, 새로운 게 보이면 개처럼 냄새 킁킁 맡고 앞에 있는 게 똥인지 된장인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닥돌하는 통에 언제나 라라자의 속을 썩이고, 보물 상자를 발로 차대서 라라자의 일(보물 상자 따는 것)을 방해하고, 으르렁 우짖기도 하고, 뭐라 하면 콧방귀 뀌듯 킁 거리며 쫄따구 주제에 잘 하라는 듯 뻐기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죠. 라라자에 이어 새로 들어온 커다란 소녀도 부하로 여기며 내가 잘 보살펴야지 하듯 배려해 주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런 그녀는 왜 노예가 되어 던전에서 죽다 살아났는가. 이 이야기가 서브 형식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를 없애기 위해 자객이 오고, 심층에 있어야 할 드래곤이 왜 상층에 와 있었는가도 그녀와 연관이 있죠. 이번 2권에서는 커다란 소녀가 드래곤을 잡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과 더블어 가비지도 참가하여 더 이상 노려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드래곤 슬레이어 타이틀은 대단한 것이거든요. 자, 이렇게 신전의 '아이네'도 참가하여 5인 파티가 결성되었습니다.

맺으며: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처럼 이 작품도 참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잿빛 우울함이 있죠. 여느 먼치킨 판타지처럼 삐까번쩍하는 여관이나 집은 고사하고 마구간에서 볏짚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고, 보리죽으로 끼니를 연명합니다. 뒷골목에 잘못 들어갔다간 탈탈 털리고 시체가 되는 일도 다반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던전에 들어간다 한들,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죠. 그만큼 내몰리는 삶을 살고 있다고 커다란 소녀를 통해 표현합니다. 양초 하나 허투루 쓸 수 없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커다란 소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역설합니다. 죽고 살아난 것만 해도 행운인데, 억만금은 더 나갈 무기를 던전에서 획득했음에도 주인공은 팔아서 나누자고 하지 않고 그녀에게 주었으니까요. 겁먹고 멈칫하는 그녀의 등을 때려주는 라라자와, 딴에는 선배랍시고 안 하면 물어줄 테야 같이 용기를 불어주는 가비지, 소심하게 행동해도 뭐라 하지 않는 주인공. 커다란 소녀는 내성적인 성격을 벗어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상적입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사활을 걸고 만든 로봇을 고철로 만들어 버린 주인공의 주가가 날로 치솟습니다. '셰릴'이 주인공에게서 받아 운영하던 유물 판매점을 털기 위해 인형 병기 제작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무력을 동원했던 슬럼가 양대 범죄 조직은 도시의 묵인(항쟁으로 슬럼가가 평탄화되길 바랐던) 하에 쳐들어 왔으나 주인공에 의해 보기 좋게 쓸려 나갔죠. 군에 납품하려 했는데,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그렇다면 자존심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주인공 암살? 될 리가 없죠. 그래서 나온 게 주인공의 헌터 레벨을 올려주자!! 고레벨 헌터에 당한 거면 어쩔 수 없지, 자신들의 역작을 뽀사버린 주인공이 쪼렙일리가 없다며, 사실 아직까지 주인공 실력에 비해 저평가 중이었죠. 그걸 원래 있을 자리로 되돌리겠다며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도시에 압력을 넣어 주인공의 헌터 레벨을 올리려 하는데, 문제는 판타지물에서처럼 금방 올려주는 것이 아닌 몇 달이나 걸쳐서 실력을 교차 검증 해나가야 한다는 아주 귀찮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6권의 상당 부분은 주인공의 헌터 레벨 올리기 작업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작업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고, 그냥 유적에 가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유물을 조사하는 등 지금과 별다르지 않은 상황만 펼쳐집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도시의 지시로 동행인이자 감시인으로 '유미나'가 따라붙었다는 것이지만요. 유미나는 주인공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의 파티원이자 카츠야가 주인공이었다면 메인 히로인이 되었을 인물이죠. 이 설정에 맞게 유미나는 '카츠야'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으며, 언제나 무리를 해대는 카츠야에 힘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셰릴의 유물점을 노리는 항쟁 때 경호원으로 고용되었음에도 별다른 활약을 못 했고, 그전에도 카츠야의 발목만 잡아대서 결국 파티에서 배재(추방물 판타지에서 그 추방이 맞음)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추방되었다고 아! 그래요? 할 인물이 아닌지라 강해지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마침 주인공의 동행자가 되면서 그에게 부탁하여 엄청난 수련을 받게 됩니다. 근데 주인공 시키 적당히를 몰라요. 자기가 할 수 있으면 남도 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유미나를 글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 시켜 버리죠. 주인공 왈: 괜찮아, 포션이 있으니까 안 죽어(약간 각색). 그렇게 두 달이 흐릅니다.

주인공의 헌터 레벨 올리기보다도 사실 이번 6권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카츠야에 대한 유미나의 사랑의 세레나데가 그것인데요. 주인공이 카츠야를 적대한다는 걸 알면서도 수련을 부탁하고, 그걸 주인공은 받아주고, 그에게 수련을 받으면서도 주인공을 적대(카츠야를 죽일 뻔했으니) 하기는커녕 지금의 상황을 거름으로 삼아 더욱 강해지려는 마음은 딱 그 나이대에 맞는 청순함과 애틋함을 보여줍니다. 그를 생각하기만 해도 즐겁고, 너무 올곧아서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쩌면 카츠야에 대한 마음은 사망 플래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진심이 되어 갑니다. 근데 정작 그 마음의 당사자인 카츠야는 셰릴에게 더 마음이 가 있고(그래서 주인공과 더 부딪힘), 유미나는 그저 내가 보호해야 될, 좀 속된 말로 표현하면 소중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 존재일 뿐이죠. 문제는 그런 그의 마음을 그녀는 모르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근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두어 달을 주인공과 같이 지내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카츠야와 있을 때는 보여주지 않던 감정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있을 곳은 주인공 곁이 아닐까 하는 그런 장면들을 연출하죠.

그리고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을 들라면 레이나(히로인) 일행의 합류를 들 수가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주인공 곁에 여자들이 자꾸 몰려드는데, 아싸도 구르는 제주가 있나 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주인공은 카츠야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죠. 카츠야처럼 옭아매서(내가 다 지킬 거야) 보호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해주고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게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준다는 매시지를 던진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아싸 맞나. 그 결과 후반 대량의 인형 병기의 습격이라는 주인공을 버리고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상황에서 유미나와 레이나는 그의 후방을 지키며 화력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게 하죠. 사실 헌터들의 모임이라는 파티가 가져야 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뢰라는 것이죠. 카츠야는 그걸 못해서 유미나로 하여금 추방 당하게 했고요. 그래서 유미나도 주인공에게 합류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을 많이 들게 합니다. 근데 그럴수록 알파의 심기는 나빠져만 갑니다. 히로인으로서의 분량이 적어져서가 아닌 목적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자꾸만 끼이다 보니, 작가는 알파가 담당했던 헌터가 주인공만이 아니었다는 떡밥을 투하합니다.

맺으며: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요약하려니 여간 골치가 아니었군요. 일단 다른 건 다 빼고 주인공의 헌터 레벨 업과 유미나에 대한 것등 아주 일부만 인용해 봤습니다. 사실 유적 중심부에서 알파와 비슷한 도시 관리 AI 츠바키를 만나면서 이번 6권에서의 고생길 시작이지만 이건 하편에서 더욱 본격적이 될 거 같아 리뷰에선 뺐습니다. 셰릴은 주인공이 가져다준 유물로 승승장구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필사적으로 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모습들이 안타깝습니다. 사기 치는 나쁜 놈에게 걸려 몸도 마음도 다 빼앗기고 망하는 그럼 느낌을 들게 한다고 할까요.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도 그가 속한 조직의 로비 덕분에 승승장구 중이지만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아 유미나를 고생 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미나가 주인공과 같이 다니는 걸 알고 나서 겉몸 달아가는 게 재미있죠. 참고로 유미나가 파티에서 추방당한 원인은 그에게 있는데 자각을 못하는 듯.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게 주인공은 그런 유미나를 배려해 주면서(사실 주인공 성격은 배려를 잘 모름) 그녀의 호감을 엄청 얻지만 여느 판타지처럼 주인공 하렘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카츠야와 지낼 때는 보여주지 않았던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들과 차라리 주인공과 같이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풍부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죠. 참고로 악역 영애처럼 주인공을 하대하는 등 발암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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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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