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300년 전, 세계를 구한 영용(이하 영웅)을 쏘옥 빼닮은 주인공. 세계는 옛 영웅을 그리며 추억하고 노래하고 떠받듭니다. 그런 세계에서 영웅과 똑같이 생긴 주인공이 등장했을 때, 세계는 기대했을 테죠. 실상은 평범한 범부에 지나지 않았지만요. 그러니 사람들은 옛 영웅과 비교하며 무시하고 바보 취급 하는 건 당연하다는 듯이 굽니다. 뭘 멋대로 기대하고 뭘 멋대로 실망하는 걸까. 여기는 성 피오라 여학원(旅學園) 여자들만 다니는 학원이 아니라 군사학을 배우는, 인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에덴의 동산같이 싸움에 근원을 둔 뭐 그런 학원 같은데 실상은 제 잘난 맛에 사는, 먼저 인간부터 되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은 군상들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학원의 당면 목표는 300년 전 영웅이 남긴 수기(세계록). 그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쳐 세계로 내보내 수기를 찾게 하는 것. 수기의 가치가 대체 얼마나 크길래 찾으면 300년 전 영웅에 준하는 영웅의 칭호를 주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하는 걸까. 주인공은 3년째 이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옛 영웅과 닮은 주제에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온갖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없을 정도로요. 1년 유급한 것도 어쩌면 괴롭힘의 일종이 아닐까 싶을 정도죠.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영웅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고 동경을 하게 되어 이 학원에 입학은 하였습니다만, 아무리 실력을 갈고닦아도 옛 영웅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범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딴에는 노력한다고 했는데도 그보다 뛰어난 학생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런 학생들의 결투를 받아 처참하게 발리는 일상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무시당하고 바보 취급 당하고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아도 학원에 계속 있는 이유는 옛 영웅을 동경해서일까? 아님 세계로 떠나는 걸 두려워한 걸까. 노력해도 틀에 박힌 수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면 옛 영웅이 그랬던 것처럼 여행을 하며 자신을 키워가는 건 어떨까. 초반에는 다소 발암적인 요소를 보여줍니다. 한발 내딛는 걸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죠. 3년 동안 시달렸으면 마음이 망가져 소심해지고 패배자 근성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날 그런 그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죠. 학년 선배인 피아(히로인)가 졸업도 하기 전에 옛 영웅이 남긴 수기를 찾아 세계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주인공에게 알려옵니다. 처음엔 아무리 무능력 주인공이라도 히로인이 붙는 클리셰일까 했습니다만, 때에 맞춰 키리셰(메인 히로인)가 학교에 찾아와서 피아와 같이 하게 됩니다(우연이 아니라 예정된). 그리고 그녀들은 주인공에게 같이 갈 거냐고 제의를 하죠. 이것은 전설의 시작. 피아는 줄곧 주인공을 지켜봐 왔습니다. 옛 영웅의 환생이 아닐까 하고, 아니어도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보고 싶어 했습니다. 키리셰는 마을에서 우연히 주인공과 마주했습니다. 그녀들은 옛 영웅과 똑닮은 주인공을 봤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그야 그녀들은 300년 전 옛 영웅과 함께 했던 무희들이니까요.

그리고 그녀들과 함께 세계로 발을 내딛는 주인공.

본 작품의 주인공은 영웅으로서 기대를 받지만 영웅에 한참 못 미치는 힘으로 인해 무시를 당합니다. 사실 이건 표면적인 거고 주인공 나름대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중이었고, 그걸 못마땅히 여긴 주변이 이러다 진짜 옛 영웅처럼 되는 거 아니냐는 질투심에서 비롯된 괴롭힘이라는 음습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죠. 그 이면에는 옛 영웅이 남긴 수기를 찾아 그걸 근거로 자기가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이기심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대악마가 나타났을 때 협동심은 개나 줘버리고 서로 공을 차지하겠다고 대악마에게 덤볐다가 갈려 나가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보여주죠. 물론 대악마를 처치하는 건 주인공이 된다는 흔한 클리셰이지만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그 과정이죠. 패배자 근성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으로, 힘이 없다고 멀뚱멀뚱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보다 자신이 나서서 힘이 없어도 사람들을 구하고, 진정한 영웅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말로만 구할거야라며 발암적인 모습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죠. 그리고 절대 이길 수 없는 대악마를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영웅에 준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하지만 주인공이니까 반드시 이기겠지 하는 클리셰는 또 보여주지 않는 게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조금씩 성장 중이라지만 아직은 풋내기에 지나지 않는 정도의 길을 보여주죠. 그렇담 주인공은 죽는 건가? 사자네 케이 작가의 작품에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다. 적, 아군 가리지 않고 히로인들은 주인공에게 무르다는 것.

맺으며: 옛 영웅과 똑닮은 주인공과 여행을 떠나는 히로인들(나중에 10살 마왕도 합류함). 옛 영웅의 발자취를 쫓고 그가 남긴 수기(세계록)를 찾는다. 찾아서 뭐 하려는지 모르겠지만(여러 가지 정보가 담겨 있긴 함) 주인공으로서는 굉장히 가슴 설레는 이야기죠. 풋내기(주인공)에게 손을 내밀어 같이 가자고 해주었던 히로인들. 있을 곳이 없고, 사람 취급 안 해주는 학원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 하지만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고 대악마를 만나 죽을 위기를 맞아가고, 자퇴하면서까지 밖으로 나왔는데 선배라는 놈들은 왜 아는 척하는지, 예쁜 히로인들과 같이 여행을 한다는 두근 거림보다는 치근덕거려서 귀찮은 일이 더 많은 여행이 과연 행복할까? 피아(히로인)는 밤에 하는 레슬링 가르쳐 줄까 이러고, 키리셰(히로인)는 대놓고 침대에 숨어들어 같이 자고, 라이트 노벨에서 빠지지 않는 클리셰 이야기는 사실 좀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죠. 게다가 이세계물에서는 흔한 마법의 주머니도 없어서 짐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요. 17살이 되도록 여자 손 한번 못 잡아 봤는지 동정 티 팍팍 내는 주인공도 좀, 어른스럽게 굴면 좋겠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또 아쉬운 건 학원에서 괴롭힘당하는 주인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군요. 어떤 괴롭힘이 있었는지를 설명으로 대충 때우고 실질적인 장면들이 없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여행에 나서는 동기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죠. 설정 부분에서는 여러 복선을 깔면서 조금 탄탄한 면을 보여주는데 이건 앞으로 조금씩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괴담의 지식을 간파하고 문맥에 따른 현상을 출력한 후 공포를 베이스로 한 소통. 즉 본 작품은 괴담 공포를 이용해 현실과 접촉하려는 이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세계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현실과 접촉 내지는 접속하기 위해 괴담 공포를 구현하여 현실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 든다는 건데요. 말이 소통이지 공포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현실 사람들에게는 좋을 리 없는 현상이죠. 이세계로 끌려가 실종되거나 미쳐 버리거나 잡아먹히거나, 우루미 루나같이 정신병자 되거나.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8~90년대에 유행했던 홍콩 할매 귀신 괴담을 들 수가 있는데요. 이 작품에 빗대 보자면, 할매가 아이들을 희생 시키는 걸로 현실과 접촉 방식으로 삼는다 뭐 그런 공포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에서는 이미 제법 많은 현상이 일어났고, 거기에 대항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물론 도시 괴담 수준이어서 사회 현상까진 아니고,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에 머물러 있긴 합니다. 여주 소라오는 일반인으로서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혼자 있고 싶다는 일념으로 어느 낡은 건물의 문(게이트)을 통해 이세계에 발을 들였고, 평온하다는 느낌도 한순간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깨달아야만 했죠. 평생의 반려가 되는 토리코(히로인, 백합도 장르에 들어가 있음)도 이때(이세계) 만났고요. 이세계는 소라오가 가진 괴담의 지식을 이용해 팔척귀신을 출현 시키고, 그 외 여려 괴담을 현실화하면서 소라오와 토리코를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이세계가 왜 현실과 접촉하려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언가의 메시지를 던지는 거 같긴 합니다만. 이번 7권에서는 토리코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고 라스트 보스 느낌을 주었던 우루마 사츠키와의 결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츠키는 사람을 매료 시키는 능력을 가졌고,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여러 사람을 농락하였죠. 토리코도 그중 하나이지만, 자신이 피해자라는 자각은 없고, 소라오를 만난 이후 사츠키에 대한 미련은 버렸으나 여전히 첫사랑 같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소라오 만나기 전) 사츠키가 이세계에서 실종되었고, 찾으러 다니다 소라오를 만났었죠. 이후 사츠키는 이세계 주민이 되어 이들 앞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실종된 사람과의 만남에서 감동스러운 상봉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공포물이거든요.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세계는 괴담 공포를 구현해서 현실 사람과 조우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지라 이세계에서 무언가와 만나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도망치거나 싸워야만 하죠. 소라오와 토리코는 다행히 이세계와 접촉하면서 이세계 주민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을 얻었죠. 그렇다고 쉽게 쉽게 해결되는 건 아니고요. 물리 공격을 해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 정신 공격이어서 까딱 헛발 디뎠다간 이세계에 먹혀버리는 숨 막히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사츠키는 이세계 주민이 되어 있었죠. 생전 기억은 거의 없는 듯하고, 물리와 정신 공격을 해오기 시작합니다.

이번 7권에서 우루마 사츠키는 소라오를 이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을 해옵니다. 가봐야 좋을 거... 지금은 거의 표현이 없지만 사실 이세계에는 현실에서 비싸게 팔리는 아이템이 드랍 되는지라 내성적으로 아르바이트도 잘 못하는 소라오에게 있어서 노다지 같은 이세계이긴 합니다만, 그만큼 위험도 따르는 곳에 굳이 갈 필요는 없겠죠. 아무튼 어떻게 어떻게 사츠키를 이세계로 다시 돌려보내긴 했지만 문제는 토리코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 종교로 가정이 박살 나고 혼자 살아온 소라오에게 토리코는 어느새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죠. 그 버팀목이 백합으로 승화해서 지금은 이런저런 일도... 그래서 이대로 두면 토리코에게 영향을 더 끼칠 거 같으니 사츠키를 없애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이제야 사츠키에 대한 미련을 간신히 떨쳐 냈는데 왜 또 그녀 앞에서 알짱대냐 이겁니다. 사츠키는 이세계 주민이 되어 기억은 거의 없어졌다지만 사람 홀리는 능력은 그대로여서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한 소라오도 자칫 넘어가 끌려갈 뻔하였었죠. 강적이라는 뜻이죠. 이에 결판을 낼 때가 되었다며 없애려 하지만 사실 본심은 토리코를 잃고 싶지 않다는,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질투심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처음엔 금발 양아치(토리코는 혼혈) 인상이어서 엄청 싫어했는데 어느새 내 마음속에 쏘옥. 이세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으니 사랑이 싹 트는 건 당연하겠죠. 내성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소라오를 나서게 했으니 사랑의 힘이란...

맺으며: 이번 7권은 그동안 둘에게 영향을 끼쳐왔던 우루마 사츠키와의 결별을 다루고 있습니다. 결별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고요. 그렇다고 드래곤 볼처럼 사생결단식 전투 또한 없습니다. 소라오가 좋아하는 사람(토리코)이 좋아했던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보단 예우를 갖춰 성불 시켜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죠. 그 준비 과정이 좀 지리멸렬한 게 흠이지만요. 사실 사츠키는 사람 현혹하는 능력이 살아 있고, 이세계 주민으로서의 능려도 있어서 이제까지의 괴담 출연진(팔척 귀신같은)과 같은 방식으로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도 했으니 준비 과정은 개연성이 있다는 거고, 문제는 그 개연성이 계륵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군요. 약간의 일상생활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아무튼 콜라를 데워먹는 겁쟁이 코자쿠라(히로인)는 여전히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사츠키와 본질은 같아도 성질은 다른, 언령으로(강제적으로) 사이비 신도를 만들 수 있는 우루미 루나의 활약도 소소하지만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개그는 없지만 상황상으로 웃음을 짓게 만들 수 있고, 사랑하는 데 있어서 그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다름의 기준을 백합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필력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번 7권에서는 사츠키와의 결별과 둘(소라오와 토리코)의 마음을 완성 시키는 이야기이기도 했군요. 참고로 동성애 물씬 풍기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랬다면 위에서 작가의 필력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을 테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차라리 기억을 잃고 이세계에서 알콩달콩 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았을 듯. 주인공 좋다는 히로인들 널렸고, 이세계물에서 빠지지 않는 노예 소녀를 동생으로 두고, 모험가 길드(클랜)를 운영하며 굶어 죽을 일도 없고, 의존증 만렙인 스노우양과 결혼하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굴지의 귀족 가(家)도 덤으로 따라오는데 뭐가 불만임? 본 작품은 묻습니다. 매트릭스 세계에서 자유를 구가 한다고 그게 진정한 자유일까? 네오는 기계 문명과 왜 싸웠을까. 뭐 사실 영화 매트릭스를 본 작품에 빗대는 건 핀트가 안 맞긴 합니다만, 하나의 가설은 세울 수 있죠. 주인공의 기억을 봉인했던 흑막이 바랐던 건 영웅이었지만, 기억을 잃은 채로 이세계에서 스노우(의존증 만렙 히로인), 노예 소녀 마리아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그런 평온함이 있었지만, 살면서 위화감이 생기고 주인공을 알고 있는 주변인과 메인 히로인 라스티아라의 등장은 그로 하여금 매트릭스 세계에서 벗어나길 강요했죠. 하지만 기억을 봉인하는 매개였던 팔찌를 부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흑막도 바보는 아니어서 장치를 해뒀고, 팔찌를 부수려 하면 주인공이 무의식적으로 반격까지 해서 여간 골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세계를 멸망에서 구해내기도 하잖아요. 주인공에겐 메인 히로인 라스티아라와 서브 히로인 디아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구해줬고, 사랑의 도피 중에 기억을 봉인 당했으니....

이번 6권에서는 의존증 만렙 스노우의 자립하기와 미궁 30층 가디언(대충 계층 보스) 로웬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스노우의 이야기, 아니 부모라는 작자가 딸내미에게 넌 내 거다라고 하는 게 제정신인가 싶죠. 귀족의 의무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구하는데 딸내미의 힘(용의 피를 이어서 강하긴 함)이 필요하다며 그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도구로 밖에 안 보니 엿이나 드셔라는 마음이 커질 수밖에요. 하지만 부모의 권력과 힘은 그 이상이었으니 도망은 꿈도 못 꾸다가 마침 주인공이 있네요? 마지막 간절함을 담아 집을 벗아나기 위해 주인공에게 결혼 공격했다가 대차게 까이고 도시를 멸망으로 몰아넣을뻔했죠. 그녀(스노우)의 주인공을 향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었습니다. 집착을 하다가 안 되니까 비굴할 정도로 헤픈 웃음을 보이며 어떻게든 주인공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던 그녀에게서 광기와 소름을 보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씨 착한 주인공이 도와줌으로써 결국 그녀는 집착과 의존증이라 쓰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부모로부터 도망치는 건 성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간도 쓸개도 없고 창피함은 개나 줘버린 채 헤헤 거리며 달라붙는 스노우에게서 일본 공포 영화를 보는 듯했군요. 메인 히로인 라스티아라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헤헤 거리는 장면 또한 처절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약혼자는 얼마나 기겁했을까. 그녀가 주인공에게 가버리려고 하자 적극적으로 도와주기까지 하죠.

가디언(계층 보스) 로웬은 주인공 검술 스승입니다. 미궁 30층 내려갔다가 만났죠. 몬스터가 스승이라니 뭔가 신선하기도 합니다만, 원래 인간이었으니 상관없기도 합니다. 완전한 사람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런 그에겐 바람이 하나 있었죠. 인간일 적(던전이 사람과 계약을 맺어 계층 보스로 삼는다는 설정도 신선)에 검의 괴물로만 살아왔던 로웬. 사람들은 그를 열광하면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은 보려 하질 않았죠. 그게 응어리가 되어 가디언이 되었어도 미련이 남아 성불을 못하고 누군가가 자길 구원해 줬으면 했습니다. 마침 미궁에 내려온 주인공이 있네요? 뭔가 집착 빼면 이 작품은 시체나 다름없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주인공에겐 자석처럼 집착하는 사람들을 막 잡아당기는 성질이 있나 봅니다. 주인공은 스노우나 다른 히로인들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땀내나는 남정네의 데시까지 받으니 좋아 죽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질척질척, 귀찮아 죽겠습니다. 로웬하고 같이 있다가 몇 번째인지도 모를 마침 주인공이 있네? 그에게 냉큼 기생한 리퍼(여자 유령 같은 거)는 로웬에 대한 집착은 다른 히로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으로서는 다행이긴 한데, 질척거리는 건 매한가지라서 귀찮아 죽습니다. 아주 그냥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버리죠. 물론 주인공으로서는 로웬은 검의 스승이고, 리퍼는 자기 몸에 기생 중이니 남 일은 아닌 것이죠. 어쩌겠습니까. 어울려야죠. 근데 6권 전체 다 쓸 만큼 흥미로운가?

맺으며: 의존증 말기가 되어 버린 스노우는 둘째치고, 로웬의 소망을 들어주는 사나이 우정은 사실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작가가 정성스럽게 집필한 느낌은 나는데, 그렇다고 그게 반드시 흥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군요. 사실 6권은 안 읽어도 앞으로의 이야기에 크게 영향이 없을 정도로 외전 성격이 강했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마음을 성장시키는 개연성을 위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에게 그럴 시간이 어디 있나 싶죠. 게다가 기억을 되찾는 데만도 2권 넘게 썼음에도 진척된 이야기는 없고, 흑막을 두들겨 패러 가고, 미궁을 답파해서 집(지구)로 가야 할 주인공에게 로웬이라는 존재는 뜬금없기만 했습니다. 물론 필자가 흥미를 느끼지 못해 건성으로 읽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 보니 집중을 못 했고, 이번엔 읽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군요. 아무튼 다시 여행을 시작했으니까 앞으로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데 뭐 더 두고 봐야겠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이스카를 향한 마음이 중증으로 치달아가는 여주 앨리스는 이제 결혼 망상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정작 떡줄 사람(주인공)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을 드링킹 해대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첫눈에 반했는지, 싸우다 정이 들었는지 하여튼 상사병을 오지게 앓아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중립 도시를 방문하고, 만나면 무엇을 하고 무슨 대화를 해야 할까. 머리는 점점 꽃밭이 되어 가고, 그를 위해 간이고 쓸개고 몸도 마음도 다 줄 기세가 되어 갑니다. 이러다 국가 기밀까지, 엄마(여왕)의 거처까지 안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종국에는 꿈에서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이르렀는지 잠꼬대도 장난 아닙니다. 얼핏 보면 순애 같은 사랑 같죠? 일본 라이트노벨의 고질병이 여기에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일본 라노벨에서 보여주는 일본식 연애는 여자가 일방적으로 남자(주인공)를 쫓아다니는 구도를 보여주는 게 많습니다. 사랑이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마주 본다는 말이 있죠. 마주 보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칸방의 침략자가 있고요. 본 작품은 제국 소속의 병사와 네뷸리스 소속의 마녀와의 금단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만날 수 없는 연인끼리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 같지만 정작 주인공은 무덤덤하고 여주만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 구도죠.

인간과 마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길을 걸으며 100여 년 넘게 전쟁을 해오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죠. 그런 주제에 3권이나 왔는데도 하는 건 없습니다. 기껏 한다는 게 포로로 잡혔던 마녀를 풀어 주고 지위를 박탈당한 멍청이죠(아이러니하게도 이번 3권에서 복선이 됨). 아니 비하할 생각은 없는데, 3권까지 올 동안 대체 뭘 했나는 곱씹어 봐도 한 게 없어요. 있다면 적국의 왕녀(여주)의 마음을 훔친 것 정도? 이번 3권에서는 여주의 시종이 건넨 독음료를 먹고 멋지게 포로가 되어 버리죠. 여주 입장에서는 시종이 멋대로 꾸민 일이지만, 이대로 놔두기도 뭐 하다며(속으론 쾌재를 불렀겠지) 감옥의 도시로 납치해서 휘황찬란한 호텔에 감금을 합니다. 그리고 수갑을 채우고 쇠사슬을 연결해 그런 플레이를 하는 것도 모자라 목욕 후 전라 보여주기까지, 차라리 벌레에게 맨몸을 보여준들 무슨 감흥이냐는 여왕 플레이라면 십분 흥미라도 있을 텐데, 꺄악?! 내가 대체 뭘 읽고 있고, 이걸 계속 읽어야 되나 현타가 쎄게 왔군요. 이런 이야기에 뭔 의미가 있고, 무엇을 위한 이야기인가. 순혈종 왕족에 차기 여왕 1순위 왕녀가 적국 병사랑 같은 방에 있고, 알몸을 보여주고 사모하는 마음을 키운다? 납치 감금 해놓고 어떤 범죄자에 의해 위기가 찾아오자 좀 도와줄래? 이럽니다.

진짜 문제점은 따로 있습니다. 주인공은 네뷸리스 여왕(여주 엄마)을 붙잡아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길을 모색하려 한다는 건데, 인질을 잡고 평화를 외친다는 발상은 대체 어느 나라 사상일까 싶죠. 무력을 통한 평화가 오래갈 거라 생각 한 건가. 그럼에도 하는 건 없고. 아니 애초에 제국은 마녀의 씨를 말리려는 중이고, 사로잡힌 여왕에게 제국이 무슨 짓을 할지. 그리고 제국은 실제로 여왕 생포 작전에 돌입을 합니다. 여주는 그 심각성조차 알지를 못합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니 엄마 좀 내줄래? 하면 응하지 않을까 싶은 게 지금의 여주죠. 마녀 최강이라면서 주인공에게 발리고, 이번에 빌런을 맞이해서도 최강은 얼어 죽을. 제국 네임드 10명 중 5위에게도 밀리는 실력, 작가 딴에는 위기에 빠진 히로인을 구하는 건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밀고 있는 듯합니다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죠. 넓게 보면 이 둘이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관계가 아닐까 싶긴 한데 정작 남자 쪽인 주인공은 여주를 사모하는 마음은커녕 여사친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냥 있으니까 대화를 하고, 위기에 빠지니까 두고 볼 수 없어 구해주고, 뭐 마음이 아예 없다면 구해주지 않을 거라는 반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주인공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바라고 있으니 위기에 빠진 마녀(여주)를 무시하진 못하겠죠.

맺으며: 러브 코미디처럼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라면 이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었을 텐데, 여주 일방적인 전개 방식은 분위기를 많이 깹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한쪽은 거의 무관심한데 이게 무슨 재미인가 싶죠. 여주의 망상은 나날이 하늘을 찌르고, 그로 인한 비현실적인 장면은 홍미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립니다(꺄악?!). 최강이라면서 완벽한 승리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미묘한 능력이라는 파워 밸런스, 적국 병사인 주인공에게 도움받고 구해지고, 범법(일단 주인공 납치부터 같이 지낸 것만 놓고 봐도) 행위에 대한 반성은 눈곱만큼도 없는 성격. 주인공이 마음만 먹었다면 미남계를 이용해 여주로부터 정보를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걸 여주나 그녀의 시종이나 깨닫지 못하는 우둔함. 다 떠나서 픽션이니까, 본질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설정이라면 그에 따른 러브 코미디라도 보여주어야 할 텐데, 지리멸렬(꺄악?!) 하고 일방적인 전개를 보여주는데 이게 흥미 있을 리 없고, 몰입이 될 리도 없습니다. 물론 필자 개인적인 느낌이지만요. 두 사람의 앞 길을 막는 요소로 작용해야 될 인간과 마녀의 대결 구도도 따로 국밥처럼 둘의 환경과 상관없이 별도로 진행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마녀 잡는 부대에서 마녀가 탄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흥미로운 설정을 넣었으면 활용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한계도 있군요. 아무튼 작가 이전작에서는 적어도 히로인들의 관계를 적절히 잘 응용하고 조화롭게 융화 시켜놓고 이 작품은 왜 이런 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가장 아쉬웠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메인 히로인 '라프타리아'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노예 생활로 얻은 병 때문에 다 죽어가던 걸 주인공이 거둬들이고 치료해 주었죠. 물론 인류애를 발휘해 치료해 준 건 아니고, 공격력이 사실상 제로나 다름없는 방패 용사는 공격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고 이에 라프타리아가 선택된 것이죠. 어린애에게 칼 들고 싸우라니 주인공도 뭐 제정신은 아니지만 당시 걸레에게 된통 당했던 상태라 눈에 뵈는 게 없었긴 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로부터 아직 수개월 밖에 지나기 않았음에도 라프타리아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용사가 육성하면 신체가 강화되는 특성에 따라 몸집이 커진 것이죠. 비단 그녀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노예가 되면 누구라도 강화 버프를 받는 듯하지만 몸집이 커지는 건 라프타리아가 유일합니다. 아마 라프라이라의 마음(호감)이 반영된듯한데 정작 주인공은 아웃 오브 안중이죠. 이번 13권은 그 라프타리아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2권에서 어디에나 있는 노예 소녀로만 알았던 그녀는 바다 건너 쇄국 중인 동방의 어느 나라의 왕족이었다는 게 밝혀졌죠. 밝혀지는 과정이 웃긴데, 주인공이 무녀복에 꽂혀서 이것도 엄연한 장비라며 그녀에게 입힌 게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갑자기 암살자들이 쳐들어와 무녀복을 입었구나? 그렇다면 왕좌(대충 비슷)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는 뜻? 밑도 끝도 없이 죽어라!!를 외치는데 작중 등장인물들이나 보는 필자나 황당하죠. 알고 봤더니 라프타리아 부모의 출신 국가에서는 무녀복을 입는다는 건 천명님 어쩌고에 대한 도전이라는데 생뚱맞은 것도 정도껏 해야지. 파도와 노예 육성하다 말고 왜 삼천포로 빠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군요. 아무튼 공격받았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죠. 잠자는 주인공 코털을 건드린 대가를 받아랏!! 하며 그녀(라프타리아)의 나라(정확히는 부모님의 출신지)에 쳐들어 갔지만 털리는 건 주인공? 일단 가는 길부터가 난관입니다. 바다 건너에 있다는 나라에 갈려니 마땅한 배편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준비할 수도 없어서 이웃 나라에 도움받으러 갔더니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건 눈이 돌아간 동물의 왕국. 이전부터 방패 용사를 신봉하는 사이비 국가라는 걸 알면서도 아니 뭔가 기대를 했겠죠. 그동안 쓰레기 취급만 받다가 숭상한다는 나라에 간다니 뭔가 대접받을 줄 알았겠죠. 옛날에 초대 방패 용사가 동물의 왕국 건국 때 도움을 잔뜩 주었거든요.

그러니 후대 방패 용사도 당연 숭상의 대상. 근데 말이죠? 호감과 광기는 종이 한 장 차이란 말이죠? 여자들은 주인공 씨(SEED)를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가고, 우리가 숭상하는 방패 용사님, 우리만 바라봐 주세요!! 못 나가게 감금까지 시도함. 극우 정치인들은 주인공을 구슬려서 바지 사장(왕이 되소서) 만들려 혈안이 되어 가고(이득은 지들이 먹고), 주인공 태어나서 기겁이라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목도합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NO를 외치죠. 이에 광신도(극우 정치인들)들 눈 돌아가서 우릴 안 봐준다고? 정말? 그럼 죽어랏!! 동물의 왕국이 개판 되어 갑니다. 참고로 동물의 왕국이란, 수인들의 나라이기도 하고 하는 짓이 동물 같기도 하고 해서. 아무튼 이때 필요한 건? 줄무늬 호랑이 남매. 주인공이 노예 시장에서 다 죽어가는 남매를 거둬서 육성했더니 여동생은 주인공의 열혈 신도가 되었고, 오빠는 뭐 맨날 동생에게 질질 끌려가는 유감이 되어 버렸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주인공을 숭상하면서 그를 불편하게 한다고? 니들이 죽어랏을 외치며 남매가 대활약, 작가가 남매 키워주나?라는 느낌이지만 어째 사망 플래그 같습니다?라는 느낌도 장난 아닙니다요.

근데 얘들 언제 라프타리아 모국에 가는 걸까? 작가가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웃 동물의 왕국에서 주인공을 바지 사장으로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가다 안 되니까 안 들어주면 니가(주인공) 만든 마을에 자객 보낸다? 이 짓까지 하는 통에 주인공 역린을 단단히 건드리...긴 했는데 왜 쎄게 나가지 못하는 거니. 배를 얻어 타야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네. 10대 초반의 줄무늬 호랑이 남매를 내세워 극우 정치인들과 싸우게 하다니 쪽팔리지도 않나? 우릴(정치인) 이기면 뭐? 배를 준다고? 필로(마물 필로리알 인간 버전)가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아니 주인공만 숭상하고 일행은 개무시 하는데? 줄무늬 호랑이 남매에겐 더러운 피라고 매도까지 하는데? 아니 자기 나라 출신인 남매들이 노예로 죽어갈 때도 구해주지 않았잖아. 주인공으로서 뭔가 해줄 말 없음? 아니 해주긴 하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들에겐 씨알도 안 먹혀서 불쌍해 죽겠습니다. 뭔가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뭐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아무튼 애들을 육성해서 싸우게 하고, 호감 있는 히로인들 마음을 무시하고, 주인공 시키 곱게는 못 죽을 듯. 받아 주려 해도 광기에 찬 호감인지라 배탈 날지도요.

맺으며: 요즘에야 무덤덤하지만 옛날 같았으면 일본색이 너무 짙어서 욕 좀 먹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찐합니다. 뭐 무녀복이야 대중화(?)가 되었으니 그러려니 하겠고, 신토불이에 입각해서 일본 작가가 일본색 짙게 한다고 뭐라 할 형편은 아니긴 합니다만. 그보다도 무골충이 주인공이 더 문제입니다. 같이 행동 중인 노예 애들이 무시를 당하는데도 한 마디 해주지 않고, 주인공을 숭상하는 나라에서 주인공이 왕이 아니면 뭐가 왕이냐 싶을 정도로 입을 꼭 다물고 있으니 환장하죠. 발암이죠. 극우 정치인들이 마을에 자객을 보낸다고 협박하는데도 울분을 참는 게 아니라 남일처럼 대하고, 결국 줄무늬 호랑이 남매 중 여동생이 나서서 극우 정치인들을 호통치는데 주인공으로서 쪽팔리지도 않나. 그리고 복수하러 간다고 대놓고 광고질은 또 뭔가 싶죠. 이웃 동물의 왕국에서 그렇게 사달을 일으키면 누구라도 알겠다. 그러니 길목에서 요격 당하지. 주인공은 전술이고 전략이고 개에게 줘버리고 현장 임기응변으로만 대처하니 죽어나는 건 히로인들. 진짜 주인공 곱게는 못 죽을 듯. 그래도 동물의 왕국에서 종마 취급 당할 뻔한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아트라(줄무늬 호랑이 남매 여동생) 덕분에 본전은 건진 거 같군요. 하지만 주인공과 라프타리아를 괴롭히는 흑막은 따로 있다는 클리셰 때문에 본전에서 마이너스가 되어버림.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쪼그마한 여자애가 폭신폭신한 곰 옷을 입고 와서 모험가가 되겠다 하니 모험가를 물로 보나며 교육 좀 시키려는 선배를 오히려 때려눕혀 버렸죠. 그 길로 마물들도 마구 잡아서 생태계를 교란 시키고, 놀이동산 어트랙션같이 생긴 곰 하우스를 빈터에 세워 집이랍시고 살고 있으니 구경꾼이 몰려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집주인도 곰 옷차림 하고 있으니 오락에 굶주려 있는 이세계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구경 꺼리죠. 덕분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금 생활 같은 나날이 이어집니다. 이번 2권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납니다. 일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여느 이세계 전생물처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마을을 다스리는 영주의 지명 의뢰를 받아 갔더니 너 님이 유명하다길래 그냥 보고 싶어서 불렀다니 미친 건가 싶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영주 딸내미와 통성명도 하는데 뭔가 이런 장면이 이야기 구성에 필요한가 싶은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솔직히 종이책 기준 8천 원이 넘는 작품치고는 내용이 부실한 건 아닌가 싶죠. 아무튼 피나의 어머니가 결국 쓰러졌습니다. 약도 없고, 신관을 부르려니 엄청 비싸고 그저 죽음을 예감하고 아이들(피나에겐 동생이 있음)을 부탁하는 장면은 본다면 여주로서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이웃 마을에서 커다란 뱀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옛날에 드라곤이 출동하면..라는 인터넷 개그가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주가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뱀이라도 여주 앞에서는 뱀탕 신세죠. 사실 이런 마물을 잡고 피나의 마물 해체 쇼보다 뭔가 좀 악덕 귀족이 나타나 여주의 능력을 탐내서 내 것이 되어라를 외치고 그런 귀족을 여주가 발라버리는 클리셰 덩어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어서 안타깝단 말이죠. 뱀을 잡은 여주는 더더욱 유명해지고 가는 곳마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관공서에서 누군 길게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여주는 프리 패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선배 모험가를 뚜까팬 것도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죠. 그녀를 거스르면 아주 그냥 죽어! 그리고 정해진 약속처럼 소문과 충고를 등한시한 바보도 등장해서 개기다 아이고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같은 일도 벌어지고. e북 가격도 만만찮은데 계속 봐야 하나. 그리고 마침내 필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고아원을 등 처먹는 악덕 귀족 등장, 근데 엉뚱하게도 영주에게 불똥이 튀는군요. 여기서 여주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아주 음습하게 괴롭히는 게 특기인가 봅니다. 뭐 처음부터 유명인이라길래 보고 싶어서 부른 영주에게 좋은 인상이 생길 리 없으니 당해도 싸긴 할 겁니다.

맺으며: 이 작품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귀여움보다는 기행으로 승부를 본다. 폭신폭신한 곰 옷에 능력도 곰과 연관이 있고, 집도 곰 하우스고, 소환수도 곰돌이에 곰순이 같이 귀여움 가득 묻어나는 이야기를 펼치면서 그런 걸 부각 시키기 보다 거리가 먼 마물 때려잡기 등 기행 일색입니다. 한 번 부르려면 엄청나게 비싼 신관 대신 무료로 병을 치료해 주고, 뜬금없이 고아원 돕기를 하고, 그러면서 뽐내지를 않는 것도 기행이고, 이세계 주민들 입장에서 그녀는 성녀인가? 이러면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서 사람들이 몰리고, 국가 권력이 탐내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으니 허술하단 말이죠. 써먹기 좋은 호구가 여기에 있잖아요. 물론 고위 모험가도 여주를 이기지 못하니 함부로 접촉했다간 뼈도 못 추리게 되겠지만요.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안전 노선으로 가겠다는 건 알겠는데 재미가 없단 말이죠. 사실 여주가 쳬육계다 보니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그 역할에 피나를 투입하려나 했나 본데 칼 들고 마물 해체쇼 하는 소녀에겐 다소 부담이 되겠죠. 그래서 영주 딸내미와 피나 여동생을 투입하는 등 작가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빛을 보는 건 언제일까.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입니다. 주인공은 열 일하는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전생했던가 그럴 거고, 전생하고 보니 마을 사람 A였죠. 처음엔 그에 따른 불평등도 있었지만 그런 건 소소하고, 문제는 소꿉친구인 '코델리아(메인 히로인, 이하 여주)'의 생사 여부였습니다. 본 작품은 전생물의 트레이드 마크인 전생자에게 주로 내려지는 용사라는 직업이 특이하게도 이세계인에게 내려지고 있었죠. 동서남북 4명이 존재하고 여주는 동쪽의 용사던가 그럴 겁니다(1~3권 읽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 사실 이것도 중요한 건 아니고요. 주인공이 처음 이세계에 도착했을 때 엄청 허접했었고, 그에 따라 여주를 지키지 못해 그녀가 사망해버리는 비극을 맛봤고(아마도), 그게 싫어 회귀하여 다시 시작한 게 지금(이것도 아마도). 회귀하자마자 열렙해서 지금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었으나 문제는 전생자가 주인공 말고도 발에 치일만큼 많다는 것이고, 주인공 및 전생자들 기준으로 잡는 건 너무 가혹하겠지만 여주는 용사 주제에 허접하다는 것.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 말빨도 없고 그래놓으니 교회 간판으로 엄청나게 이용당하고, 전생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정조가 위험에 처하는 등 재난을 겪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녀를 지켜줄 백마 탄 왕자님은 누구일까. 주인공이죠. 근데 안 도와줌.

지금 주인공에게 있어서 시급한 것은 모험가 등급을 올리는 데 있습니다. 직업이 마을 사람 A다보니 어딜 가나 하찮게 보고, 용사인 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거든요. 그래서 모험가 등록을 하고 A 랭크 정도 되면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길드에 등록하러 갔습니다만, 예쁜 엘프 접수원으로부터 분수도 모르는 놈이라고 억까 당하죠. 물론 가만히 있을 주인공이 아니고, 길마 나오라고 해, 어? 내가 길마하고 어제 싸우나도 같이 하고 어! 다 했어 어! 물론 99% 필자 각색입니다만, 억까 당한 건 100% 사실입니다. 아무튼 길마가 주인공이 잘 아는 동네 아저씨라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모험가 등록하고 길을 가는데 저주받아 다 죽어가는 엘프 소녀를 줍습니다. 주인공은 뭔가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게 코난급이랄지, 이 엘프 소녀 알고 보니 엘프와 수인(늑대)의 혼혈이라는 영문 모를 족보를 가졌고, 할애비가 죽이려 든다는 막장 가족사를 들고나오면 좀 의심을 하든지, 왠지 인류 보완 계획이 시작될 거 같은 이름을 가진 릴리스(세컨 히로인)가 줍는 걸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귓등으로 안 듣는 바람에 고구마가 트럭째로 실려 옵니다. 릴리스의 우려대로 에필로그에서 지뢰를 주웠다는 장면을 보여 주는데, 예로부터 미인계와 아이는 적의 경계심을 무너트리는데 유효한 수단이죠.

아무튼 4권에서 심각한 건 주인공이 아니라 여주입니다. 교회는 그녀를 성장시키겠답시고 사교와 이단과의 전쟁 최전선에 보내버리죠. 거기서 그녀가 목격한 것은, 이세계는 마물을 없애서 경험치를 얻는 것보다 사람을 죽여서 얻는 경험치가 더 크다고 합니다.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었죠. 선의 대명사이어야 할 교회가, 그 교회가 부리는 기사단은 변방의 사람들을 사교와 이단으로 몰아 그저 경험치 벌이와 학살이라는 놀이에 치중하고 있었습니다. 본 작품에서는 레이프, 성 노예, 매춘, 납치, 인신매매 등이 일상으로 벌어집니다. 악과 선의 반전이죠. 물론 본 작품은 어둠의 동인지 같은 성격이 아닌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 힘이 없는 일반인들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변방에서 여주가 본 것은 기사단에 의해 집단 레이프를 당하고 있는 무고한 마을 여자들이었죠. 남자들은 꼬치에 꿰여 다 죽었고. 여기서 여주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용사란 이런 부조리에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작가는 말합니다. 힘이 없는 용사는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한편으로는 현실적이었습니다. 입만 산 용사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분위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걸.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은 전생자로서 주인공도 애먹는 엄청난 능력자였거든요. 그래도 여주는 용사에 입각하여 부조리에 대들긴 하지만 단장에게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습니다.

교회 소속으로 어쩌지 못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부조리에 순응하고 살아야 할까, 용사라는 직업에 맞게 분연히 일어서야 할까. 두들겨 맞으며 그녀가 선택한 것은,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 왜? 이세계에서 용사는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강할 뿐, 마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기사단 단장이 보여주는 악의에 마음이 꺾여서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한 걸까? 기사단 단장은 순수 100% 악(惡)으로 만들어진 악마, 사탄이 현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죠. 여주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꺾을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 여기서 여주는 주인공을 믿는가(일본식으로 표현하면 しんずる)로 연결됩니다. 믿지 않았으니까 이별을 통보했고, 믿지 않았으니까 기대를 하지 않았고, 주인공을 은연중에 마을 사람 A라며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동안 자신(여주)을 구해준 게 몇 번이었는지 잊은 건 아닐까, 단장의 악의에 절망에 빠져드는 여주. 도망도 못 치고, 자결도 못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자포자기에 빠져드는 여주.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누구의 얼굴일까. 그런 거 없습니다. 불쌍한 주인공. 그래도 공주님이 위기에 빠지면 구해주는 건 백마 탄 왕자님이라고 예로부터 정해진 사항이죠. 근데 이뇬이 왜 왔냐고 합니다.

맺으며: 사실 3권에서 하차한 작품입니다. 벌써 7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발암적 요소가 너무나 많아서 화내며 하차한 거 같은데,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나라는 요소가 흥미를 끌게 되어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본 작품에서 전생자(작중에서는 환생자)들이 보여주는 악의는 대단한데요. 법이라는 안전장치가 없어지면 인간은 어떤 짓을 저지르는가, 갑자기 힘을 얻으면 얼마만큼 타락할 수 있나, 4권의 최대 빌런인 기사단 단장(참고로 히로인)은 부모로부터 억압을 받아온 아이가 성장하여 제어장치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물론 이세계 사람들의 타락도도 아주 흥미로운 요소고요. 사람 무시하는 경향도 아주 도드라지는데 주인공이 모험가 길드에서 범죄자 취급 당하고 문전 박대 당하는 건 이 작품이 처음일걸요? 마음만 먹으면 주인공 혼자서도 이세계를 멸망 시킬 수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발암적 요소는 4권에서도 이어집니다. 여주를 성장시키고 그늘에서 보좌하겠다는 주인공 때문에 여주는 엄청나게 험한 취급을 당하죠. 사실 이건 뭐 여주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니까 딱히?라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용사면서 부조리에 굴복하는 모습도 사실 현실적이기도 하죠. 힘 없이 입만 놀리는 게 더 발암이라고 몇몇 작품이 알려주기도 했으니까요. 여주의 옹고집 똥고집 같은 자잘한 것도 제법 있지만 넘어가고, 현실적이지만 발암적 요소이기도 하다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그보다 아니 자길(여주) 구하러 온 주인공에게 왜 왔냐니 필자는 이게 더 어이없었지만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용사는 저주받았습니다. 금발 미남을 좋아하는 여신(6명 있다는데 나중에 더 나올지도 모름)은 자기 나름대로 호의랍시고 불로장생을 하사하였죠. 사실은 좋아했습니다. 용사를. 이게 2권 포인트가 됩니다. 500년 전 마왕(주인공, 이하 마왕)과 일전을 치르며 승리한 건 좋은데, 500년간 용사는 죽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지냈죠. 부활한 마왕과 재회 후 우동을 얻어먹었습니다. 슬럼가에서 거적때기를 걸치고 초라하게 살아가던 용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죠. 그래도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하는 선량한 마음씨는 변함이 없었고, 그 길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자기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500년 전 원수이자 호적수였던 용사가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마왕은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죠. 이후 배신한 마왕의 부하의 난동에 궁지에 몰린 마왕을 도와주기도 했고, 배신한 부하를 없앤 후 이상한 인형에 집착하는 그(배신한 부하)의 비서가 용사를 서포트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슬럼가에서는 지내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만, 앞으로 마왕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용사는 드래곤 볼의 베지터 포지션이 아닐까 싶군요. 참고로 마왕은 배신한 부하의 으리으리한 집을 강탈해서 마키나(메인 히로인)와 알콩달콩 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술잔을 나눈 맹우(비유적), 맹우가 위기에 처하면 구해주는 건 당연한 거다. 2권 히로인과 같이 들어간 욕실에서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 대놓고 복선을 투하하고 그 복선대로 히로인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구해주는 마왕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왕은 6명 있다는 부하의 생사를 알려주는 오브젝트인가 뭔가가 있다는 아키하바라 마법 학원에 위장 전학을 합니다. 그 물건은 학원 지하 보물고에 있다는데 문제는 문을 열려면 열쇠 3개가 필요하고, 행방을 쫓다가 아키하바라(독립된 도시)의 존망이 걸린 일대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만, 정확히 마왕은 제3자의 입장이고 그 중심에 이번 2권 히로인이 있습니다. "히즈키" 마왕은 히지키(해산물 톳을 의미)로 불러서 매번 그녀로부터 태클을 받는 게 일이죠. 그녀는 마력이 없습니다(최대 복선이자 포인트). 마법 학원에 다니면서 마력이 없다는 건 치명적인 일. 그래서 집단 따돌림을 물론이고 괴롭힘까지 당하는 비운의 히로인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마왕을 끼얹으면 어떨까? 선두에 서서 그녀를 괴롭히던 금발 양아치를 마왕이 보기 좋게 뭉개버리자 뿅 가는 히로인. 운명의 여신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사가 '내가 위기에 처하면 구해줄 거야?' 사실 여기까지 제법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설명은 생략하고, 마왕은 당연하지를 외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아치가 여자 어떻게 해보겠다고 입에 발린 싸구려 멘트가 아니라 궁예(아주 중요함) 같이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를 날린다는 것입니다. 욕실이라는 클리셰 같은 장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라니 좀 깨지만, 아주 그냥 복선은 복선대로 뿌리고 여심을 사로잡는,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이후 복선대로 그녀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또다시 마왕은 그녀를 구해줍니다. 이거 스포일러 아니냐고요? 더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어서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히로인(히즈키)에게 어떤 위기가 찾아오고 그녀의 정체가 무엇이냐죠. 사실 히즈키를 매개로 해서 더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해 보자면, 히즈키는 누군가에 의해 무언가를 강림 시키려는, 매개란 재물 혹은 그릇이라는 뜻이고 어떻게 보면 강림술이라는 클리셰의 한 부분이지만 그 클리셰에서 히즈키의 상황과 마왕이 어떤 말을 하느냐가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아주 그냥 여심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 남자인 필자도 뿅 가겠더군요. 작가가 대사라는 표현력에 있어서 여느 작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여서 보는 필자가 부끄러울(비하가 아닌 칭찬) 정도였군요. 그로 인해 두 명(최중요 포인트)의 히로인이 구원받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맺으며: 여전히 근미래 고도로 발전한 과학과 그에 따른 어둠을 다루는 사이버펑크 표현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오히려 1권보다 진화했다는 느낌이군요. 작가가 준비를 많이 했고, 작가의 필력도 받쳐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주었습니다. 거기에 궁예같이 근엄한 카리스마와 걸맞은 대사를 하는 마왕이 상당히 인상적이죠(그렇다고 아무나 때려죽이진 않습니다). 이번 2권에서도 히즈키를 구해주면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 줍니다. 카리스마 있고, 목소리 좋고, 키도 크고, 상냥하고, 자상하고, 배려심 있고, 효자손같이 등도 잘 긁어 주고(히로인이 바라는 대사를 콕 집어서 잘 해준다는 의미), 힘도 있고, 돈도 많고, 욕실에서 히즈키가 빤히 바라볼 정도로 근육 덩어리고, 마왕은 모든 걸 다 가졌습니다. 그런데 연애는 미연시 게임으로만 배워서(이걸 상대에게 당당히 말하는 마왕) 여심을 사로잡는 말은 잘해도 정작 자신에게 향하는 여심은 모르는 벽창호 같은 면모도 있죠. 지고지순 마키나(메인 히로인)에겐 고백에 가까운 말을 한 거 같긴 합니다만. 뭐 어쨌거나 본격적으로 암흑 조직(길드)이 대두하여 마왕과 대립하는 구조를 띄기 시작합니다. 마왕을 배신한 부하도 여기 소속인데, 그 녀석은 우리 조직에서 최약체였다는 클리셰 덩어리 대사가 나와서 놀라기도 했군요. 그런데 열쇠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이것도 히즈키와 연관된 핵심 스포일러라서요. 아무튼 이 작품은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때까지 필자의 리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해서는 추천하지 않죠. 덧붙이자면,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는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도 있습니다. 이것도 최대 스포일러에 속하는 히즈키와 연관이 있어서 언급은 힘들지만 필자가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감동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고 소름이 돋았다고 할까요. 물론 필자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자다움이란 뭘까? 일본은 여자다움이라는 소양을 기르기 위해 다도회 학원도 있는 등 우리나라같이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나라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문화를 간혹 볼 수가 있죠. 뭐 필자도 평등주의자이긴 한데, 각자에겐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까 굳이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는 주의이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이번 27권은 늘 그렇듯 큰 사건이 있은 후 쉬어가는 에피소드입니다. 몇 가지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첫 번째가 티아를 주축으로 한 클란과 나나의 여자다움, 즉 여자력 키우기라는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자력 하면 으뜸가는 하루미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측하고 자기들 나름대로 지식을 모아 뜨개질도 하고 아크로바틱 같은 희한한 운동도 하지만 사람은 원래 안 하던 짓 하면 무리가 오기 마련이듯 잘 될 리가 없죠. 하루미는 여자력은 높지만 주인공에게 존경을 받고 있어서 다른 히로인처럼 격없이 대해지는 게 소원이라고 합니다만, 애초에 현실적으로 따지면 하루미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학교 1년 선배에다 2천 년 전(7.5권, 8.5권 참조) 알라이아 황녀의 환생체인 그녀를 주인공이 격없이 대하는 건 무리가 따르죠. 그래놓으니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한데요. 아마 완결쯤 가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러면 2천 년 전에도 마음을 보답 못 받았는데, 환생하고 나서도 선택받지 못한다면 이보다 불쌍한 히로인은 없을 듯하군요.

두 번째는 시즈카에 영혼 기생 중인 화룡제 아르니아가 온천 달걀에 미쳐 날뛰는 이야기로서 몸무게에 민감한 시즈카가 곤란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턴가 자기 몸에 깃들었던 아르니아 때문에 몸무게에 변화가 찾아왔고, 아직 모르던 시절에 다이어트한다고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그녀는 먹는 것에 굉장히 민감해 하죠. 이번 에피스도에서는 시즈카, 키리하, 루스가 등장합니다. 온천 달걀 이외에 신사에서 소원 기도를 올리는 것도 있지만 소원이야 뻔한 거고. 세 번째 이야기는 많이 먹기 대회라는 동네 축제에 참가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사나에와 티아, 주인공을 주축으로 해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출동해서 누구 위장이 가장 큰가를 겨루는데요. 그냥 일상생활 같은 거라서 패스. 네 번째는 포르트제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몇 달이나 학교에 가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놓인 이야기입니다. 마법사 협회에서 등장인물들 대역을 내세워 등교는 시켰으나 명색이 정의를 추구하는 마법사 협회로서는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 해도 학교를 안 다녀 놓고 다닌 것처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시험을 치르게 하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은(주로 유리카) 몇 있다 보니 유급 위기가 찾아옵니다. 거기다 주인공과 티아간 경쟁심과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통에 왁자지껄해지죠. 티아로서는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지구로 돌아가버린 주인공이 못마땅해서 열받은 상태, 클란도 주인공에게 맨날 놀림당하며 곱게 못 죽을 거라 독설을 날리면서도 따라오는 게 흥미롭죠.

맺으며: 이번 27권은 너무 활약하는 것도 독이 된다는 철학 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2천 년 전 나라 구한 것만으로도 영웅으로서 대대손손 전설로 내려온 인물이 실존하며 이번엔 행성(포르트제) 전체를 구하는 업적을 이뤘으니 그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는 말로는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죠. 주인공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도 만든 회사 주가가 오르고, 택시를 탔더니 이 택시는 주인공이 이용한 택시라며 전시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본다면 광기로 여겨지기엔 충분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열기가 식은 후의 일은 어떻게 될까. 군(軍)을 황제의 의중과 상관없이 단독으로도 움직을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말 한마디에 경제가 좌지우지된다면?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가 전시되었다니까요? 혜택을 받는 기업이 있으면 그렇지 못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고, 힘으로 인해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더 큰 힘을 가진 자가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오겠죠. 그래서 주인공인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지구로 돌아가버린 것에서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또 다른 마왕이 되기 전에 몸을 숨겨야 된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거 같아 좀 씁쓸해지기도 했군요.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황제가 되고 히로인들을 부인으로 맞이하는 엔딩은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들게 했습니다만,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예측한 건지 작가는 그에 따른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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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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