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시청률 1위 하면 받는 보상 소생의 보주로 소꿉친구 나나미(히로인1)를 살리려 했던 주인공은 리프레이야(히로인2)를 이용해 던전에 출몰한 마왕을 잡으러 갔었죠. 안 그래도 소꿉친구 살해범으로 낙인찍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듯 시청자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의 알콩달콩한 사랑의 세레나데 덕분에 시청률은 고공 행진을 했습니다. 여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던전에 출몰한 마왕을 무찌르러 그녀와 결사행을 치렀으나 사랑에 눈이 먼 리프레이야가 폭주를 해버리고 자폭을 하는 바람에 주인공은 금지된 약물을 이용해 그녀를 살렸죠. 신(神)은 부정을 저지른 그들을 실격 처리했고, 소생의 보주는 하늘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리프레이야는 이제 성당 기사가 될 수 있는 스킬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약간 필자의 각색이 들어갔음). 이건 뭐 닭 쫓던 개도 아니고, 사실 리프레이야를 이용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죠. 이에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말, 꼴좋다.

주인공 시점에서는 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입니다. 지구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이세계에 도착하고 살인자라는 매도의 말을 들은 주인공은 마음을 닫아버리고 메시지를 들여다보는 걸 극도로 꺼리고 있죠. 그래서 소꿉친구를 죽인 진범이 잡혔으니 편히 살라는 여동생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이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도 안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답답한 진행이죠. 아직도 지구인들은 자신을 살인범으로 매도하고, 억울함을 풀길이 없다며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행동을 해댑니다. 거기에 소꿉친구도 살리지 못했으니 주인공이 좀만 더 섬세했다면 아마 자/살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우중충하게 지냅니다. 여친(리프레이아)도 떠나 버렸고, 던전에도 못 들어가고, 그런 자신을 보며 낄낄 웃을 지구인들을 생각하니. 주인공은 남의 시선을 억수로 신경 쓰는 타입으로 사실 지구에서 뭔 소리를 한들 이세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답답함이 엄청 몰려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자/살을 권장하듯 신(神)은 지구에 있는 지인과 영상 통화할 수 있는 찬스를 부여합니다. 자, 이 통화에서 소꿉친구를 죽인 진범이 잡혔고, 다들 응원하고 있으니 열심히 살라는, 구원받는 장면이 연출될까? 그럴 리 없잖아요. 연결된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 엄마는 세계 일주 여행 중이었고, 아빠는 카지노에서 여자 끼고 노름 중. 엄마의 말이 압권입니다. 딸(주인공 여동생)이 사준 스포츠카로 해 질 녘 해변을 달리는 건 정말 근사하더라, 너(주인공)가 이세계로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 딸이 걸렸다면 생각만으로 소름이지 뭐니. 신(神)은 주인공에게 자/살 마렵지 않냐?라고 속삭입니다. 아들이 살인자로 누명 썼고, 이세계로 가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데 니가 가서 정말 다행이라는 둥, 아빠는 여자 끼고 노름 중인 상황. 그리고 주인공이 가장 알고 싶었던, 울부짖으며 진범이 체포되었는지 알려 달라는 말은 개무시, 그런 쓰레기 집안을 욕할 사이도 없이 통화 시간 종료는 점점 다가오는데....

15살(아니 17살인가)에 맛보는 인생의 쓴맛은 눈물 맛이더라. 눈물을 반찬으로 해서 밥을 처먹던 주인공 앞에 웬 여자가 찾아옵니다. 리프레이아에 이어 지금부터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을 제시해 줄 잔느(히로인3)의 등장은 상황을 극적으로 이끌어 가죠. 그녀는 시청률 레이스에서 1위를 해서 보상으로 받은 "소생의 보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소꿉친구(히로인1)를 되살릴 수가 있죠. 그러나 값으로는 따질 수 없는 물건이고, 그녀가 순순히 내놓을 리도 없습니다. 잔느는 주인공을 죽이러 왔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을 만나기 전, 주인공의 여동생에게서 메시지를 받은 상태입니다. 잔느는 주인공에게 시련(사람의 됨됨이?)을 내립니다. 자, 주인공은 잔느에게서 소생의 보주를 받아 소꿉친구를 살릴 수 있을까. 신(神)은 이세계 전이 제2진을 준비합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1천 명 중 300명이 사망한 시점에서 다시 300명을 뽑아 이세계로 보내려 하죠. 그런데 제2진에 꿈에도 그리던 사람과 절대 들어가선 안 될 인물도 선정됩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작중 어느 걸 인용하든 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스포일러 덩어리로 되어 있디보니 글을 신중하게 써야만 했군요. 이걸 조리 있게 분류하면 글이 길어질 거 같고, 안 쓰자니 뜬금없는 리뷰가 될 거 같고. 그래도 써보자면, 잔느를 만난 주인공은 다시 일어선다는 것입니다. 리프레이야가 겁먹은 아이를 달래듯 포용적인 엄마 같았다면, 잔느는 안개 낀 길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길라잡이를 해주는 아빠 같다는 느낌입니다. 잘못을 저질러도 꾸짖기 보다 다정하게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 알려주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해주죠. 잔느는 주인공과 싸워본 후 그가 사람을 죽여본 일이 없다는 걸 간파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는 그녀의 품에 기대어 어린애처럼 우는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먼치킨을 찍는 건 아니라는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 했습니다. 자, 지구는 지구, 이세계는 이세계를 명확하게 갈라준 잔느와 동거에 들어가는데...

맺으며: 소꿉친구가 죽어서 화가 나는 것보다, 그 죄를 뒤집어썼다는 것에서 억울하다고만 하니까 여간 피곤하고 불편한 게 아닙니다. 시청자들이 자신을 보고 비웃고 있을 거라는 자격지심은 시종일관 우중충하게 만듭니다. 2권에서도 리프레이아의 폭주를 막지 않아 소생의 보주를 획득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릴 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3권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누명 써서 억울하다고만 하니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합니다. 누명을 썼으니 억울할 만도 하겠죠. 근데 이세계는 지구와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는데 지구인들이 뭐라 하든 뭔 상관? 그보다 메시지 창만 열어 봤다면 욕설 메시지는 초반뿐이고 진범이 잡혔으니 걱정 말라는 응원 메시지가 잔뜩 있는데도 결국 주인공은 쭈구리 인생을 자처하고 스스로 겁쟁이로 전락해서 메시지 창을 안 보는 발암 그 자체가 되어 버리죠. 사실 뭐 반대로 말하면 평범한 사람이 누명을 썼을 때 보여주는 심리 상태를 현실미 있게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그렇고, 인간 불신을 참 적나라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의 쓰레기 부모는 혀를 내두르게 하죠. 소꿉친구의 부모도 자녀를 자신의 소유로만 생각한 나머지 자녀의 의견을 무시한 행동으로 인해 자녀로부터 경멸을 받는 부분이라든지, 그래서 어린이 시각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보며 그런 세계에서 어린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어른들의 세계를 벗어나 우리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주인공 쌍둥이 여동생들의 필사적인 몸부림 등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필자가 최고로 치는 부분). 다만 그 몸부림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현실미를 떨어트린다는 것이지만요. 쌍둥이 동생들이 가진 지식을 탐내 기업들이나 미국 대통령도 고개 숙이게 만드는 어린 애라니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주인공 성격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현실미를 떨어트려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 아무튼 소꿉친구의 부활과 제2진 전이자들에 대해선 4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서 뒷편 시놉시스에 나와 있지만, 리뷰를 이렇게 써놨는데 굳이 여기서 밝힐 필요는 없겠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40대 아저씨, 블랙 기업에 취직했다가 과로사 했습니다. 신(神)이 나타나 이세계에 어떤 왕비가 임신 중인데 뱃속에 있는 아이가 곧 죽을지도 모르니 그 아이로 환생하겠냐고 헙니다. 마법 재능을 부여하고, 후에 "필요에 따라" 가호도 주겠다고 합니다. 신(神)은 이세게에서 사신과 대적 중인데, 같이 싸울 용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생각합니다. 왕비의 아이라면 속된 말로 금수저는 확정이고, 사신과 싸우면 명예를 얻을 것이고, 왕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니, 이세계에서 눈부신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흙수저 40대 아저씨는 생각했습니다. 에어리어 88의 주인공 '카자마 신'이 이렇게 계약서 사인했다가 용병으로 끌려갔었죠. 주인공은 주변에 큰 나라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작은 나라의 "왕녀"로 환생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바랐던 금수저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죠. 불길함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은발 은안으로 태어난 주인공은 엄마와 왕궁에서 쫓겨나 변방에서 숨어지내고 있었습니다.

본 작품은 복수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쫓겨나고, 엄마와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던 주인공이 마침 10살이 되던 해, 쿠데타로 집권한 왕제(왕의 동생, 주인공에겐 숙부)에 의해 본보기로 처형 당합니다. 뭐 여기까지 보면 으레 있는 정치적 희생양에 지나지 않지만 주인공에게 있어서 문제는 처형 당하기까지의 과정이죠.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피를 이었다는 이유로 싸잡혀 죽는 것도 억울한데, 그저 고문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한 달가량 모진 고문을 당했고, 고문을 이기지 못한 엄마는 망가졌죠. 사형에 처해지는 날, 단두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돌을 던집니다. 매도를 퍼부어 댑니다. 쿠데타에 성공한 왕제가 정치적 상황과 입지를 다지려면 그저 본보기가 필요했고, 한마디로 주인공과 엄마는 구실 좋은 희생양이었죠. 단두대에서 이슬로 사라지던 그때 주인공은 그제야 자신이 전생했다는 걸 기억해 냅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사신이 나타나죠.

그리고 사신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때가 되면 가호를 내려준다는 신(神)은 가호는커녕 주인공의 마법 재능을 회수하고 그를 외면해버렸다는 것을요. 이세계는 신(神)과 사신이 대립하고, 인간과 마족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신(神)은 마족과 싸울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미 그 마족은 이미 인간들에게 밀려 쭈구리가된지 오래고, 여차할 때 용사로 쓸 스페어로 준비된 주인공은 쓸모 없어졌습니다. 신(神)에게 버림받고, 숙부(왕제)에게 죽임을 당하고, 모진 고문을 당하고, 그런 자신을 역겹다고 한 사람들이 미워지는 건 당연한 것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사신의 달콤한 말에 기댑니다. 주인공은 최강의 언데드로 태어나죠. 여기까지 읽고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군요. 근래에 복수물 다운 복수물이 없었던 상황에서 마치 가뭄에 단비 내리듯 이렇게 개연성이 풍부한 복수물의 등장은 흥분을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듯, 주인공은 자신을 비웃었던 사람들을 몰살하기 시작하죠.

근데 작가님, 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건가요? 아니 멋대로 기대한 필자도 잘못이긴 한데, 날뛰다가 왕국 소속 최강 기사 '로렌스'를 뛰어넘지 못해 힘을 키우려 후퇴한 것은 파워 인플레를 지양하려는 의도가 보였긴 한데 말입니다. 근데 80년대 감성의 거대 범죄 조직을 넣고,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 범죄 조직으로부터 귀족 영애를 호위하는 것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요. 범죄 조직이 왕제와 연루되어 있고, 그 수장을 없애 영혼을 획득하려는 건 좋다 이겁니다. 근데 영애와 소꿉놀이 같은 장면은 복수와 뭔 상관이 있나요. 그리고 복수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 같은 고리타분한 전개는 또 뭔가요. 복수자(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기 보다 원론적으로 그렇게 살면 후회한다느니 행복햐져야지 같은 발암 전개는 뭔가요. 아,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나쁜 사람만 있지 않다는 그런 의미인가요? 주인공은 복수귀지만 아직 인간일 때의 온전한 마음이 남아 있어서 갈등하고, 언젠가 행복을 찾는다 그런 이야기?

맺으며: 무려 450페이지입니다. 그중에 복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대략 300페이지는 되어 보입니다.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게 하나의 단어를 놓고 해설을 하는 것인데, 무슨 주석을 다는 것처럼 단어/상황에 대한 설명을 심하게는 몇 페이지식 해대서 질려벼렸습니다(중후반부터는 좀 나아짐). 주인공의 복수심은 초반에만 집중되고 뒤로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 있고, 범죄 조직이 무슨 특수부대 뺨치듯 활약합니다. 일본 작가들 신(神)과 관련된 이야기와 범죄조직 빼면 이야기가 성립 안 되나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복수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식 신파극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귀족 영애 호위하며 범죄 조직 수장 찾을 때는 그 수장 찾을 의지도 없어 보였군요. 강해져서 왕궁 기사 '로렌스(쓸데없이 일러스트는 고퀄)'를 뛰어넘어야죠? 그거에 대한 방책이나 힘을 키우는 장면은 아예 없는데요? 복수할 마음은 있나? 그냥 범죄 조직 조무래기만 잡아대는데 시간 다 잡아먹고,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수장 찾아가는 장면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체 장르가 뭔가요? 주인공이 왕녀로 환생한 이유는 그저 어른으로서의 경험과 침착함을 주기 위함만이었나요? 외에 환생한 이유는? 정말 이렇게 질문만 해대게 하는 작품은 필자 인생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에 질문, 맞춤법 잡는 건 프로그램 자동으로 하셨나요. 뜻이 바뀌는 단어가 몇 개 있습니다만.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던전에게서 레벨업 시스템을 얻기 전에 주인공의 지능은 10이었죠(아이큐가 10이라는 뜻 아님다).일반인에 버금가는 E급 下였으니 수치화한다면 그에 못지않게 지능은 여타 헌터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사실 주인공이 똑똑했으면 레벨 업 시스템을 얻기 전에도 쭈구리 인생을 살지는 않았을 터. 몇만 원짜리 마정석 얻으려다 배에 바람구멍 나는 인생이 주인공이었죠. 그러다 어느 던전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플레이어]로 선택된 주인공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배에 구멍 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 위기 속(애니메이션 1~2화 참조, 원작인 라노벨보다 표현력이 더 뛰어남)에서 0.02초의 찰나의 순간에서 얻어낸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던전이 왜 주인공을 [플레이어]로 선택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편린으로 이번 2권에서 조금 언급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주인공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듯합니다.

이제 레벨 업 시스템을 얻었으니 던전을 돌며 레벨 업을 해야만 하겠죠. 일일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보상으로 받은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기도 하고, 흉악한 헌터들에 의해 던전에서 던지기에 당한 어떤 부잣집 둘째 아들을 구해준 인연으로 똘마니가 된 둘째 아들을 도와주며 레벨업에 매진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은 나날이 강해지죠. 이제 고블린 하나에도 쩔쩔매지 않게 되었습니다. 월세 걱정하던 게 엊그제인데 이제 돈도 많이 벌었죠. 강해지니까 시야가 넓어지고, 돈이 들어오니까 여유가 생깁니다. 근데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얼굴 한번 비추지 않네요. 아빠는 어디 계시니? 아무튼 풍족함 없이 자란 사람들이 돈에 인색하고 집착하듯이(물론 다 그렇다는 뜻 아님다) 능력이 안 돼서 고생한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능력 올리는데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다 스텟을 근육 키우는 데만 몰빵 하다 보니 지능이 낮아지네요.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전직 퀘스트가 도착합니다.

주인공은 백수였습니다. 헌터가 되었지만 일반인급을 헌터라 부르진 않나 보더군요. 그렇게 주인공 스테이터스에서 직업은 공란이었죠. 레벨 40을 넘기자 퀘스트가 도착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죠. 그동안 도외시했던 지능(스텟)을 왜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하는 직업(일단 스포일러라서)이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선택권은 주인공에게 없었어요. 하지만 노긍정(NO가 아님) 선생인 주인공에게 있어서 위기는 곧 기회죠. 사실 솔플만 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더욱 방구석 폐인같이 혼자서 해도 된다는 뜻이 담긴 던전 시스템의 숭고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 여친 없었군요. 여성 캐릭터는 제법 나오고 하나같이 호감은 보이는데, 그때뿐이고 좀처럼 이어지지를 않습니다. 주인공은 인생에 있어서도 솔플만 해야 되나 봅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남자 캐릭터들이 우굴우굴 몰려듭니다. 물론 주인공을 이성으로 좋아해서 접근하는 건 아니고요.

사실 주인공은 자신의 성장을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죠. 솔플 하는 게 벌이도 더 좋고(벌써 10억대 자산가), 알려져봐야 이용만 당할 테니까요. 하지만 숨긴다고 될 일도 아닌지라 대형 길드에서는 주인공의 활약을 주섬주섬 정보를 취합해서 예사롭지 않은 넘이라는 걸 인식한지 오래고 눈치 빠른 영업맨들이 주인공에게 접근해대죠. 성차별은 아닌데, 맨보다 걸을 투입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아무튼 잘 생각해 보면 혼자서도 잘 해먹고 있는데 굳이 단체에 들어가 내가 벌은 걸 굳이 나눌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간판 무스메로 이용당할 공산이 크죠. 더욱이 주변은 주인공을 재각성자로 인식 중으로(재각성자는 희귀종) A급 이상이라 밝혀지면 사실상 주인공 의지와 상관없이 던전 노가다에 동원되어 돈벌이 셔틀로만 이용되겠죠. 그래서 주인공은 재각성자로 오인 중인 그들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슬슬 지능(스텟)을 올린 효과를 보는지 머리가 비상해지고 뻔뻔해지는 게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다는 걸 이 작품에서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좋은 헌터가 있으면 나쁜 헌터도 있다는 듯이 자기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던지기(희생양) 하는 헌터들이 있고, 마침 주인공에 의해 저지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건 주인공은 너 님들 그러면 안 돼요 같이 성선설(인간은 본디 선하다, 악당도 말하면 알아듣는다)에 근거한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에는이라는 것처럼 몰살로 귀결 시키면서 후환을 없애버리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또 다른 복수극을 볼러 오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주인공에게 죽임당한 헌터의 형이 주인공 면상을 보기 위해 찾아오면서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고, 이제 S급도 주인공은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 되었으니 누가 오든 주인공 상대가 될까 싶긴 합니다. 다만 어디서 읽기론 중국이나 일본 헌터들과도 맞붙나 보던데 이들이 얼마나 강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군요. 그리고 주인공의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등장해서 무언가의 복선을 던지던데, 이 부분도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 주인공의 능력을 눈여겨본 대형 길드의 영입전을 비롯해서 점점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어서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7권에서는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여동생 여우, 언럭키 하기로는 주인공과 쌍벽을 이루는 황녀, 그리고 가여운 범죄 조직. 가만히 있어도 복이 굴러 들어오기는커녕 각종 트러블이 알아서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주인공에게 황제는 그동안 고생했다고 무제제(무술 대회) 참가권을 하사하죠. 그리고 역시 길을 걷기만 해도 각종 사건에 휘말리는 황녀를 교육 시켜 제발 좀 언럭키한 체질을 고쳐 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면 플러스가 되나? 아뇨, 플러스되면 본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아니죠. 불운 창출은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건은 일어나고, 주인공이 일으킨 것도, 관여한 것도 아닌데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은 커져만 갑니다. 그러다 결국 도시 하나를 말아 먹죠. 그런 체질의 주인공에게 밖으로 나갔다 하면 사건에 휘말리는 황녀를 만나게 했으니 이번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6권에서 황제 호위하다가 만난 여동생 여우가 찾아옵니다.

여동생 여우는 사람이 아니라 마물입니다. 레벨 10(주인공은 8, 8이라도 영웅 등급) 헌터들이 떼로 덤벼도 어쩌지 못하는 보물전(던전) [길 잃은 여관] 소속으로 유부에 환장해서 가출 후 주인공을 따라왔었죠. 하지만 본 작품은 여느 작품들처럼 귀엽다고 마스코트화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황제 따라갔던 사막의 나라에서 나무 키우는 방법 좀 알려 달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냉큼 떠넘기고 줄행랑을 쳤었죠. 그런데 사막에 있어야 할 여동생 여우가 무제제에 참가하는 주인공을 찾아왔는데, 왔다고 여느 작품들처럼 귀여운 모습으로 아빠!! 혹은 오빠!! 하며 방구석 폐인들이나 좋아할 법한 장면을 연출할까 했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이 아니란 말이죠. 언럭키+언럭키가 모인 장소에(결국 주인공은 황녀의 교육 의뢰를 받긴 했지만 냉큼 동료들에게 떠넘겨버렸음) 레벨 10의 헌터들도 만나면 간담이 써늘해진다는 여동생 여우가 찾아왔으니 사태는 일촉즉발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유부 하나면 다 됩니다. 여동생 여우는 누가 여우 아니랄까 봐 유부에 환장해서 안 주면 공격하겠다고 어찌나 살벌한 협박을 해대는지. 이에 주인공은 세상 벌벌 떨게 만드는 범죄 조직을 회유해서 유부를 만들게 하는데... 집에 있어도 언럭키가 찾아오는 자(주인공)와 걸어 다니는 언럭키(황녀)의 조합이라는 시너지가 폭발해서 애꿎은 범죄 조직이 엮이게 되죠. 그러니까 주인공의 언럭키는 자석과도 같습니다. 그의 주위에 있으면 사건 사고에 휘말리죠. 동료들이야 하나같이 맛이 가서 그런 상황을 즐기지만,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번엔 그 대상이 범죄 조직이 되었고, 주인공은 그 범죄 조직에 여동생 여우를 떠넘기다시피 하죠. 결국 범죄 조직 소속 무녀는 졸지에 유부를 만들어야 되고, 조직은 주인공의 행동을 착각해서 유부로 세상 점령이라는 영문모를 일에 휘말리고 맙니다. 그런 와중에 여동생 여우는 이 상황을 불쾌히 여겨 주인공을 함정에 빠트리려 하는데...

그런데 황녀의 교육은? 주인공과 엮이면 좋은 꼴을 못 보는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죠. 주인공의 의도야 어쨌든 간에 그와 엮이면 죽음뿐이고 죽고 싶지 않으면 발버둥을 처야 만 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은 엄격하나? 아니죠. 귀찮든 아니든 일거리가 들어오면 남에게 떠넘기는 걸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주인공은 사자 우리(맛이 간 동료들)에 던져 넣으니 황녀는 죽고 싶지 않으면 절벽을 기어 올라가야만 하죠. 근데 작가가 시작할 때는 무제제와 황녀 교육, 그리고 언럭키와 언럭키가 만나 시너지가 폭발하는 그런 이야기를 계속 그러줄 거처럼 해놓고 왜 여동생 여우를 더 부각하는지? 은근슬쩍 귀와 꼬리의 귀여움도 어필하고, 결국 작가는 자기 욕망을 이기지 못한 듯한? 여동생 여우가 좋아하는 유부 타령은 어찌나 심한지, 솔직히 지겹게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무제제와 황녀 교육은 저 멀리 밀려 버리고, 고생은 범죄 조직이 다 합니다. 조직에 속해 있는 무녀는 하루 종일 유부를 만들기만 합니다.

맺으며: 주인공과 황녀의 언럭키한 상황을 잘 살려 범죄 조직이 엮어서 자멸해가는 과정을 참 드라마틱 하게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엮이면 황제라도 고생한다는 걸 이미 6권에서 증명했는데, 범죄 조직이라고 다를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은 마구 휘젓고 다니죠. 그런 주제에 자기가 휘젓고 있는 조직이 범죄 조직인지도 모른다는 멍청함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일본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여우는 유부에 환장한다는 설정을 본 작품에서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결국 자기가 유부 만들기도 하는 등 소소한 볼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했군요. 흥미로운 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귀엽다고 마스코트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물은 어디까지나 마물이고, 인간과 교류는 해도 서로 이해 못 한다는 설정도 참 현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인공 짝퉁도 등장해서 분량을 차지하고, 황녀를 아무렇지 않게 복제하는 히로인 등 이번 7권은 1~6권 중에 단연 압권입니다. 다만 520페이지나 되고, 글을 워낙 촘촘히 해놔서 여느 작품이라면 900페이지는 될법한 분량이다 보니 리뷰로 다 표현하지는 못했군요(한 5% 정도?)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자에 의해 이세계로 소환된 애들은 거의 다 죽어 버렸고, 나름대로 쓸만한 능력을 받은 애들만 몇 남았지만 이것도 조금씩 갈려 나가는 중입니다. 애들을 소환한 현자, 현자라고 해서 판타지의 인자하고 박식한 마법사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겠지만 본 작품에서는 그저 돌+아이일 뿐이죠. 외부에서 침략해오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이세계인들을 지켜주는 거 같긴 한데, 이건 정의감으로 행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 장난감이 없어지고 다른 놈들에게 내 장난감을 빼앗기는 게 싫은 어린애 같은 감정이 더 앞서는 그런 종족들입니다. 주인공 반 애들을 소환한 것도 뭐 그런 맥락인데, 살아남으면 현자 자리 준다고는 하지만 살아남는 놈이 있어야죠. 애들도 협동심이나 눈물겨운 우정? 같은 건 이세계에 도착하자마자 개(dog)한테 줘버렸습니다. 능력을 못 받은 주인공과 히로인을 본 공룡이 입맛 다시는데도 구해주기는커녕 놔두고, 오히려 주인공 일행이 먹힐 동안 우린 도망가자 하며 내뺀지 오래였죠.

그 결과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 속에서 신에 필적하는 능력을 얻은 녀석과 현자의 반열에 오른 몇 놈만 빼고 다 죽어버렸습니다. 이것들도 주인공과 적대했다가 거의 다 요단강 건너 친구 만나러 가버렸죠. 반 친구들이 거의 다 죽은 후 주인공은 본격적으로 이제 몇 안 남은 현자들을 찾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자의 돌을 이용해 원래의 지구로 돌아가는 여정에 들어섭니다. 오만방자한 현자들이 곱게 현자의 돌을 내줄 리도 없고, 게다가 현자의 몸속에 돌이 들어 있다 보니 꺼내면 현자도 죽어 버리는 사실상 그로테스크한 일들이 일어나죠. 그러고 보면 주인공의 성격이 참 흥미로운데요. 어느 섬에서 반 친구이자 현자 한 명을 요단강 건너로 이송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려고 보니 제도(수도)가 무언가의 공격을 받는데 주인공은 사람들 구해줄 마음은 없어 보인다는 것, 그에게 있어서 누가 죽던 그런 일 따위 알 바 아닌 시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죠. 남들에게 다 무시당하는 돼지 오타쿠 힐러에게조차 '재수 없는 즉사 치트맨'이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본 작품은 현실성을 논하면서 읽으면 안 됩니다. 한때 나무야 미안해라는 소리까지 듣긴 했지만, 여느 이세계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게 굉장히 흥미롭죠. 별별 외계인이 다 나오고(현자들은 이들과 싸워댐), 신(神)들은 너무 자주 출몰하여 시장의 흔한 콩나물 같은 존재로 전락한지 오래고, 꼴에 신이라고 힘은 강대해서 이세계를 파괴하고 다니지만 언제나 주인공에 의해 골로 가는 패턴이죠. 반 애들도 힘을 얻은 전능감에 설치다 다 죽어버리고, 주인공을 깔본 이세계인들도 다 골로 가버립니다. 그리고 개그물의 한 장면같이 어찌어찌 현자 돌을 모아서 한데 뭉쳤더니 어린애의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을 향해 아빠!! 보통 이세계물에서 어린 여자애가 아빠 아빠그러면 주인공은 입이 풀어져서 헤벌쭉 해지기 마련이나 본 작품의 주인공은 시큰둥하게 여자애라고 이름을 걸(girl)로 지어버리죠. 여자애가 싫다니까 그럼 스톤? 현자의 돌이니까 스톤. 결국 돼지 오타쿠에게조차 비아냥을 듣게 되는 장면은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주인공의 즉사 능력은 이세계에서 받은 게 아닌 지구에 있을 때부터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입니다. 본 작품은 정상적인 지구에서 애들이 이세계로 넘어가는 이세계 먼치킨 계열이지만, 근본적으로 지구도 이세계와 마찬가지로 능력자들이 살고 암약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죠. 이 부분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른 점입니다. 주인공은 그 능력자들 중에서 으뜸이자 유일무이한 존재고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지하 깊숙한 연구소 같은데 갇혀 지냈죠.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이세계는 주인공을 가둬두기 위한 가상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것이고, 히로인은 그를 붙잡아둘 인질 혹은 트리커(주인공이 유일하게 지키려는 단 한 사람) 역할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번외 편에서 새로 언급되기를, 연구소는 주인공을 봉인 시킬 수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 걸 보면 연구소에 의해 이미 봉인은 끝났고, 지금의 이세계는 꿈이거나 가상 세계가 아닐까 하는, 그만큼 주인공의 능력은 범 우주적이죠. 이번에도 주인공과 유사한 즉사 능력을 가진 반 친구가 등장해서 주인공과 대적하는 관계일까 했는데 쪽도 못 썼거든요.

맺으며: 현자의 돌도 많이 모았고,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도 알아내는 등 이야기가 속도를 붙입니다. 사실 이런 얘기보다 본 작품은 인간은 힘을 얻으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다들 노 브레이크로 달려가죠. 그러다 종착점은 언제나 주인공 앞이고, 주인공을 얕봤다가 다 골로 갑니다. 사실 원패턴이어서 지루할 수 있으나 그걸 중화하듯 가령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도게자 하나만으로 끝까지 살아남은 돼지 오타쿠의 개그 같은 장면들이 소소한 재미로 다가옵니다. 주인공이 자신과 히로인에게 살의만 가지지 않으면 죽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스스럼없이 나대는 것들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죠. 이번에는 현자의 돌을 모았더니 아이가 만들어지고, 그 아이가 이름 좀 제대로 지어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나, 걷기 힘들어 안아 달라 했더니 주인공이 거부하자 불만을 내비치는 등의 모습들이 앙증맞습니다. 현자의 돌을 줬더니 점점 커지는 등 무슨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흘러가는 것도 흥미롭죠. 하루빨리 지구로 돌아가자고 해놓고, 귀찮은 일은 서로 떠넘겨야 제맛인 장면들도 소소하게 웃음 짓게 합니다.

 

[스포주의] 나 혼자만 레벨업 1권 리뷰

라노벨 리뷰 | 2024. 1. 20. 15:30
Posted by 현석장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올 1분기 애니메이션화된 국산 라이트 노벨입니다(만화도 있다고 합니다). 판타지에서 으레 등장하는 던전과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현대적 시대 배경과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죠. 장소 배경은 서울 어딘가이고, 주인공은 20대 청년입니다. 여느 판타지물처럼 모험가(본 작품에서는 헌터)들은 적정 등급을 가지고 있는 건 유사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 등급은 정해져 있고 한번 정해지면 윗등급(가령 E 급에서 D 급으로 승격)으로는 승격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에서 어떻게 발버둥 치든 위로 올라가기 힘든 하류층과 중산층, 그리고 1%의 엘리트(상류층)의 삶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과 같이 E 등급일 경우 던전도 그에 맞는 곳에 가야만 하고 벌이도 신통찮습니다. A등급이나 S 등급일 경우 E 등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벌이와 사회적 명성과 인기(아이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번 정해진 등급은 노력을 통해서는 타파가 불가능한, 결국 버는 사람만 더 버는 사회 불평등을 낳을 수 있는 구조의 세계라 할 수 있죠.

10여 년 전부터 던전은 어느 순간 찾아오듯 시내 어딘가에 무작위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헌터로 각성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죠. 던전이 생성되면 헌터들은 빠른 시간 안에 보스를 처치하고 던전을 폐쇄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탬피드(몹 범람)로 도시로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그러면... 참고로 현대 무기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주인공은 E 등급 중에서도 하(下)에 속하는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월세 아파트에서 곧 대학 가는 여동생과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와 살고 있죠. 엄마의 병원비와 동생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인공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헌터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주인공으로서는 매번 목숨을 걸어야 되고, 그렇게 목숨을 걸어도 손에 쥐는 건 월세 내기도 빠듯한 푼돈이죠. 오늘도 던전에 들어갔다가 손에 쥔 건 몇만 원짜리 마정석 하나. 빈민은 아무리 발버둥 치든 위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던전은 흉악한 미소를 짓죠.

[플레이어가 되실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고, 만신창이가 된 몸은 어느새 말끔히 나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주인공의 일상은 180도 바뀌게 되죠. 사실 여기서부터는 여느 이세계물처럼 주인공도 무능력에서 먼치킨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던전에서 죽다가 살아난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오면서 어떤 능력을 각성합니다. 다른 헌터들은 못하는 레벨업이라는 변칙 시스템을 얻게 되죠. 이제 태어날 때부터 힘이 고정된 세상에서 주인공은 여기서 + 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할 일인가? 아닙니다. 능력치가 고정된 세계에서 나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생활에 변화를 줘선 안 되며, 먼치킨처럼 무쌍을 찍는 걸 남에게 들켜서도 안 됩니다. 물론 들켜도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두었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혼자 돌아다니는 걸 선택하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출 수는 없고, 차츰 여러 사람에게 들키면서 주인공의 인성에 대한 시험대가 펼쳐집니다. 한번 정해진 등급을 타파할 수 있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겠죠. 평범한 삶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능력을 얻어 강해지는 이야기였다면 낮은 평가를 주었을 텐데, 본 작품은 여러 복선을 깔아둡니다. 가령 주인공을 플레이어로 선택한 던전 시스템은 주인공을 이용해 무언갈하려고 한다든지, 강제 퀘스트를 발동하여 주인공을 컨트롤해서 때에 따라 인류 전체와 적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죠. 그 댓가인지 이론상 주인공은 무한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뭐가 재미있나 하겠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정체가 발각되면 의학적으로 표현해서 해부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듯 조금씩 주인공의 달라진 점은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죠. 소심하고 쭈구리 인생이었던 주인공이 능력치를 올리면서 용감해지고 성격도 밝아지며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들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주된 이야기는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지만 점차 주인공이 마주해야 될 적은 던전의 몬스터만이 아니라는 걸 그려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그래서 재미있나? 이것만 원하는 분들에겐 재미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통 450여 페이지 읽는 데 5~6일 걸리는데(느리게 읽는 게 아니라 직장 시간 관계상) 반해 본 작품은 잠을 줄여가며 2일도 안 걸렸을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절대값은 아닙니다만, 그동안 국산 라이트 노벨 몇 작품을 접해온 바로 평가하자면 본 작품을 제일로 치겠습니다. 일본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하는 건 오히려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일본 작품들과는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고유 색상을 충분히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리고 던전이라는 이익 앞에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을 참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쫄보 그 자체였던 주인공이 성장하고 돈을 왕창 벌게 되면서 성격 변화를 거치고, 이전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던 몬스터를 앞에 두고 아무 감흥이 없어져 가는 게 흥미 포인트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무덤덤하다는 것이 아닌 이런 장면들을 소소하게 개그로 풀어 놓기도 해서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산이라고 해서 재미있다고 난발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필자의 표현력이 부족한 것뿐입니다. 필자 리뷰를 꾸준히 봐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재미없는 건 신랄하게 까는 게 필자라는 것을 아실 테죠.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추리물입니다.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특정해가죠. 흥미로운 점은 탐정의 시각이 아닌 주변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그의 시각으로 탐정을 보조하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다이내믹한 풀이는 크게 없습니다. 주로 사건이 터진다-> 탐정이 등장한다(혹은 의뢰한다-> 단서를 모은다-> 그러다 주인공이 의문을 품으면 탐정이 설명한다-> 해결된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죠. 크게 보면 여느 추리물과 비슷한 흐름이긴 합니다만. 작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소재를 기용하죠.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은 깔끔히 리셋이 되는 "망각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탐정이나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 기억이 지워진다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은 항상 몸에 매직으로 메모를 해두고 있죠. 그녀의 그런 특성 때문에 사건은 하루 만에 해결해야만 하고, 그렇게 해냅니다.

주인공 '오야기리 마모루'는 이번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부터 등장합니다. 그는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경비원)으로서 미술관 경호원으로 처음 등장하죠. 어느 그림의 호위를 맡아 자칫 무료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내다 3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를 맞이하게 합니다. 첫 번째가 망각 탐정이고 두 번째가 미술에서 천재의 두각을 나타내는 건방진 10살(8살인가) 소년, 그리고 어느 다혈질 노인. 경호원으로서 미술관 손님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데도 말을 걸은 게 손님으로 온 망각 탐정이고 하필 그녀의 머리색(흰색)으로 인해 노인으로 착각한 게 발단이 되어 앞으로 인생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게 되죠. 두 번째 10살 소년에게 아는 척했다가 쪽팔림을 당하고, 세 번째 노인이 자신이 지키던 그림을 박살 내는데도 말리지 못해 경호원에서 짤리는 비참한 삶을 하루 만에 겪게 됩니다. 그리고 노인으로부터 '너 경호원에서 짤렸지? 잘 되었네, 내 경호원이나 해라'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노인 자기 때문에 짤렸는데 내 경호원이나 하라니. 근데 알고 보니 그는 미술계에서 거물이었고,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림을 부순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근데 주인공 입장에서 나는 왜 잘림?이라는 의문이 들고, 결국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는 기가 찰 노릇만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상황을 나 혼자면 만끽하기엔 억울했던 주인공은 물귀신 작전으로 탐정(오키테가미 쿄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같이 경호원으로 일하자며 꼬드기는데(약간 각색했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주는 3인 중에 두 명(탐정과 노인)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무슨 화학 반응처럼 사건이 일어나죠. 탐정이 가는 길에는 항상 사건이 일어나는 필연을 주인공은 애써 외면하며 탐정과 조사에 들어가는데, 노인이 살던 건물에 일전에 만났던 10살(혹은 8살) 건방진 꼬맹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로써 3인이 다 모였습니다. 꼬맹이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나, 노인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맺으며: 망각 탐정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탐정으로서의 이야기는 평범합니다. 흥미로운 점을 들라면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이 리셋된다는 것이겠죠. 아주 깔끔하게 잊어버립니다. 여덟 번째(8권)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에게 매일 처음 뵙겠습니다가 첫인사였죠. 그럼에도 상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그런 감상에 빠지곤 했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깊은 관계였어도 오늘이 되면 깔끔하게 잊어버리는 그녀. 평범한 남자라면 견디지 못하겠죠. 아쉬운 건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돈에 깐깐하고 패션 센스가 남다르며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죠. 누가 의문을 품든 바로 해답을 내놓고, 사건 현장을 처음 접해도 바로 범인을 유추하는 신들린 추리를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이기에 수동적이고 냉소적이고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주인공을 견딜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에서 하나 옥에 티가 있다면 주인공의 성격이군요. 일본 수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누가 결정해 주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듯 장황하게 독백을 늘어놓는 것들이 잠깐잠깐식이 아닌 장면마다 몇 페이지식으로 풀어 놓다 보니 지루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합니다. 가령 사건 현장에서 탐정은 긴밀하게 움직이는데 주인공은 멀뚱멀뚱 거린다든지... 8권에서는 이러지 않던데, 차차 나아지는지 두고 봐야겠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가는 주인공의 성격을 '자존심에 얽매인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고단한 수련을 받으며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은 '얕보이지 마라'였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상 최강의 '시커(모험가)'였던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커 왔지만 반대로 자신은 시커계에서 무능력이나 다름없는 [화술사]인 그로서는 내면 어딘가에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을 겁니다. 할아버지가 사망할 때 유언으로 남긴 최강이 되어라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내면의 어둠과 맞물려 뒤로 물러서지 못하는 벼랑 같은 인생을 걸어가야만 했을 테죠.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업신여긴다(무능력자다 같은) 싶으면 그것은 곧 벼랑으로 내모는 것으로 비추어졌을 것이고요. 이것은 자존심으로 연결되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건 죽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대를 적대자로 낙인찍고, 자신의 잔학성과 공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중 어느 캐릭터는 이런 말을 합니다. 공포라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에 집착하는 건, 자존심이 세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클랜을 창설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제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은 한층 더 올라 기기 위해 고난도 비스트(마물) 사냥에 나섭니다. 사람들은 신생 클랜이고 다들 겉으로 봐서는 초짜나 다름없는 이들이 무모하게 나서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죠. 하지만 한시바삐 최강이 되어 우매한 민중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혈안이 된 주인공으로서는 무모란 먹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고생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도전에 나섭니다. 결론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뭐 여기서 꼴까닥 했으면 3권으로 완결 났을 테죠. 참고로 작가의 주인공 버프가 장난 아닙니다. 아무튼 이렇게 한건 해결하면서 이제 제국에서 7개밖에 없다는 '레갈리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갈리아는 시커에게 있어서 꿈의 자리이고, 레갈리아에 선정되면 최강의 호칭과 영웅 반열에 오르게 되죠. 최강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반드시 쟁취해야 될 목표입니다. 그러나 레갈리아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단 기존 레갈리아를 끌어내려야 한단 말이죠.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더러운 성격을 총출동 시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려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선의의 경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작가의 버프를 받는다고는 해도 전력 면이나 인지도면에서는 상대 클랜이 압도적이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이 선택한 건 공포정치였습니다. 레갈리아에서 끌어 내리고자하는 상대 클랜을 쓰레기로 만들어 사회에서 매장 시키고,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상대가 주최한 중요 국가사업 발표회에 끼어들어 똥물을 뿌리고 마치 선의를 베푼다는 식으로 손을 내밀어 내가 널 구원해 줄게 식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박살 내버리죠. 그런 주인공의 더러운 면을 폭로하려는 기자의 가족과 지인, 친척 등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자의 손가락을 잘라 버립니다. 도시의 미디어를 협박으로 장악해서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못하게 하고, 귀족을 협박해서 상대를 무너트리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갑니다. 진짜 주도면밀하게 진행해가죠. 단순히 협박한다고 사람들이 겁을 먹나? 싶겠지만, 사람은 약점이 잡히면 악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죠. 위 기자처럼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누가 주인공 말을 거부할까요. 이게 정령 청소년물에서 나올 주인공이란 말인가?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집니다.

여기에는 사죄의 마음은 없으며, 피해 보상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얕보이면 죽는다는 자격지심밖에 없죠. 그래서 주인공이 공포 정치를 하는 이면엔 겁쟁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포를 보여줌으로써 나에게 대들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 저 시키가 날 재끼면 어떡하나 같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보다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걱정을 덜어버리는 길을 선택하죠. 그래서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지금의 동료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짠따같은 애들 밖에 없기도 하죠. 그저 주인공을 우러러 보고 주인공에게 대들 생각을 안 합니다. 이것은 주인공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죠. 이전 파티에서 파티 공금을 횡령한 동료들을 노예로 팔아버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할까요. 요컨대 배신을 두려워하는 조직 폭력단 두목 같은 게 주인공이란 말이죠. 어찌 보면 굉장히 처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그게 살인이든 개의치 않고 저지릅니다. 이제는 그 최강을 위해 자신의 수명까지 악마에게 파는 짓도 서슴지 않죠. 대체 무엇이 주인공을 이렇게 내모는가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맺으며: 그래도 작가는 주인공을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주 조금이나마 상대를 악당으로 묘사하죠. 겉으로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주인공이 정보를 모아 알아보니 뒤로 구린 일을 한다 같은, 주인공에게 명분을 주고자 하는 게 느껴지죠. 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악당 같은 짓을 하다 보니 희석되고, 주인공이 활약할수록 주인공은 더욱 악당이 되어가는 그런 모양새를 띕니다. 가령 상대가 범법 행위를 한 것에 처치 명분을 잡으면서, 주인공도 선량한 기자들이나 귀족들을 협박한다는 것이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고 할까요. 뭐 이런 게 이 작품 주인공의 아이덴티티겠죠. 한 번쯤은 주인공이 악당인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문제는 작가가 복선 없이, 사전 작업 없이 즉흥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서 황당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가령 적과 싸울 때 사전에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복선 없이 비장의 패를 꺼내든다는 것입니다. 이기지 못할 거 같은 비스트(마물)과의 싸움에서 뜬금없이 능력을 써댄다든가, 총에 사전 작업하는 걸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미리 준비한 것인 양 총을 폭발하게 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부분들은 다소 당황스러웠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폴론 파밀리아, 이슈타르 파밀리아를 격침 시키고, 이제는 로키 파밀라아와 더블어 오라리오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는 프레이야 파밀리아까지 침몰 시켰습니다. 사실 이런 흐름은 주인공 버프일 수는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오라리오에서 비호감을 받는 파밀리아들이라 할 수 있죠. 그러니까 모난 돌이 정을 맞고,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은 꼴입니다만, 이들과의 전투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많은 모험자들과 주민들이 주인공과 헤스티아 파밀리아를 도와주었다"는 것이죠. 자,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위에 열거한 파밀리아들을 악(惡)에 비유한다면 주인공과 헤스티아 파밀라아는 어디에 해당되느냐인데요. 18권까지는 모험과 만남을 주제로 했다면 19권부터는 그 해답으로 주인공과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어디로 가야 되는지를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神) 헤르메스는 프레이야 파밀리아와의 워게임에서 도와줬다는 걸 구실로 삼아 주인공 벨을 어디론가 대려 갑니다.

몇 년 만에 '학구'가 오라리오로 귀환했습니다. 승선인원 1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학원선(船)의 귀환으로 오라리오는 축제의 분위기에 빠져들죠. 그리고 주인공 벨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神) 헤르메스에 의해 학구에 강제 입학하게 된 벨은 문제아 반을 이끌며 이들에게 모험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어느 어드바이저의 여동생과 친분을 쌓으며 그녀가 안고 있는 고뇌와 공허함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사실 학구에서의 생활은 여느 이세계 작품들의 계보를 충실히 따라가는 이야기로서 학원에서의 생활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작가도 후기에서 왕도물이자 클리셰라는 걸 인정하고 있기도 하고요. 벨은 신(神) 헤르메스의 장난질로 인해 "정체를 숨기고" 학구에 잠입하다시피 했고, 그로 인해 힘을 숨길 수밖에 없게 되었죠. 레벨 1 쩌리가 되어 학구의 문제아반을 이끌고 던전에 들어가지만 이들의 폭주로 인해 던전 공략은 대환장 파티가 되어 갑니다. 결국 초점은 학원 생활보다 문제아반을 이끌며 던전 공략에 집중하게 되죠.

자, 그럼 벨에게 있어서 무엇이 인생의 전환점이냐. 그것은 "넓은 시야" 오라리오와 던전이라는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를 돌아다니는 학구에서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며 보다 넓은 세계로 시야를 넓혀간다. 문제아반을 이끌며 벨은 보다 효율적으로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아이들을 규합하는 방법 등을 알아가죠. 그동안 체력적 성장을 다뤘다면, 지금부터는 정신적 성장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그럼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영웅'으로 가는 길. 신(神) 헤르메스는 하계에 영웅이 태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벨의 시야를 넓게 해주기 위해 학구에 강제 입학 시켜버리죠. 이미 헤르메스는 오래전부터 영웅을 갈구해왔기도 하고요. 그렇담 영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망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죠. 인망은 3곳의 파밀리아와의 전투에서 입증이 되었고, 이제 카리스마만 챙기면 되는데, 그것이 문제아반을 개선 시키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요컨대 본 작품에서 영웅은 태어나는 게 아닌 만들어지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새로운 히로인. 어느 길드원 어드바이저의 여동생은 언니의 그림자를 쫓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언니와 비교 당하기 일쑤였고 태어나자마자 생이별하듯 떠나간 언니의 발자취를 쫓아 언니가 거쳐 갔던 곳을 지나가려 하죠. 그런데 그럴수록 공허함은 커져가고 나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마음에 병이 생겨가고 인생이 재미 없어집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주인공의 품, 처음에는 편입학한 주인공을 보살펴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벨은 믿음직스러운 오빠가 되어 있었습니다. 학점 이수에 필요한 던전 공략하러 갔다가 죽을 위기에 처했던 자신을 구해주고, 힘숨찐이면서도 잘난 채 하거나 못돼 게 굴지 않는 상냥한 주인공에게 점차 마음을 빼앗겨 가죠. 참고로 이 히로인 나이 13세입니다. 일본은 아청법 없나요? 주인공 벨은 14세 촉법소년이니까 괜찮나? 아무튼 마음에 병을 앓아가는 히로인도 다독여주는 것도 영웅이 할 일이겠죠. 근데 이거 잘못하면 자매(언니도 유명 히로인) 어쩌구가 될 텐데...

맺으며: 메인 히로인으로 치고 올라오는 '류'는 이제 감정을 숨길 생각도 없이 장소를 고를 생각도 없이 고백을 해대는 통에 수라장을 연출하고, 어느 어드바이저는 언제 고백할까(분위기상 그렇다는 뜻) 간 보는 중이고, 그럴 때마다 릴리와 헤스티아는 광분하고, 어느 여신은 떠날 거처럼 포장 해놓고 종업원으로 위장 취업했던 주점에 돌아가서 난 아무것도 몰라 시전 중인데 이게 제일 골때렸군요(필자의 각색이 좀 들어갔음). 그 여신의 수행원(회른)은 부엌칼을 꺼내서 경쟁자 제거에 나서려 하는 등 주인공 벨은 아마 곱게 죽지는 못할 듯하군요. 그리고 본편 초반부터 많은 분들이 바랐던 '류'의 헤스티아 파밀리아로의 이적 관련도 마무리됩니다. 벨에게 향하는 마음이 이제 위험수위에 다다른 그녀이기에 다른 결말은 있을 수 없겠죠. 그리고 이번 19권에서의 아청 소녀 히로인도 단숨에 류 못지않은 호감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만난 지 10여 일도 되지 않았는데, 요즘 애들은 참 조숙하네요. 마지막으로 본편 19권을 읽기 전에 아스트레아 레코드 3권이 먼저 나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임으로 먼저 접했던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스트레아 레코드와 19권은 연결점이 꽤 있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978)
라노벨 리뷰 (824)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6)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