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 클랜을 이끈다 3권 리뷰 -악당으로 가는 길-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가는 주인공의 성격을 '자존심에 얽매인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고단한 수련을 받으며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은 '얕보이지 마라'였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상 최강의 '시커(모험가)'였던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커 왔지만 반대로 자신은 시커계에서 무능력이나 다름없는 [화술사]인 그로서는 내면 어딘가에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을 겁니다. 할아버지가 사망할 때 유언으로 남긴 최강이 되어라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내면의 어둠과 맞물려 뒤로 물러서지 못하는 벼랑 같은 인생을 걸어가야만 했을 테죠.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업신여긴다(무능력자다 같은) 싶으면 그것은 곧 벼랑으로 내모는 것으로 비추어졌을 것이고요. 이것은 자존심으로 연결되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건 죽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상대를 적대자로 낙인찍고, 자신의 잔학성과 공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중 어느 캐릭터는 이런 말을 합니다. 공포라는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에 집착하는 건, 자존심이 세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클랜을 창설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제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장한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은 한층 더 올라 기기 위해 고난도 비스트(마물) 사냥에 나섭니다. 사람들은 신생 클랜이고 다들 겉으로 봐서는 초짜나 다름없는 이들이 무모하게 나서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죠. 하지만 한시바삐 최강이 되어 우매한 민중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혈안이 된 주인공으로서는 무모란 먹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고생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도전에 나섭니다. 결론적으로 언급해 보자면, 뭐 여기서 꼴까닥 했으면 3권으로 완결 났을 테죠. 참고로 작가의 주인공 버프가 장난 아닙니다. 아무튼 이렇게 한건 해결하면서 이제 제국에서 7개밖에 없다는 '레갈리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레갈리아는 시커에게 있어서 꿈의 자리이고, 레갈리아에 선정되면 최강의 호칭과 영웅 반열에 오르게 되죠. 최강이고 싶어 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반드시 쟁취해야 될 목표입니다. 그러나 레갈리아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일단 기존 레갈리아를 끌어내려야 한단 말이죠. 그러기 위해 주인공은 더러운 성격을 총출동 시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저지르려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선의의 경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작가의 버프를 받는다고는 해도 전력 면이나 인지도면에서는 상대 클랜이 압도적이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이 선택한 건 공포정치였습니다. 레갈리아에서 끌어 내리고자하는 상대 클랜을 쓰레기로 만들어 사회에서 매장 시키고, 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상대가 주최한 중요 국가사업 발표회에 끼어들어 똥물을 뿌리고 마치 선의를 베푼다는 식으로 손을 내밀어 내가 널 구원해 줄게 식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박살 내버리죠. 그런 주인공의 더러운 면을 폭로하려는 기자의 가족과 지인, 친척 등을 인질로 잡아 협박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자의 손가락을 잘라 버립니다. 도시의 미디어를 협박으로 장악해서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못하게 하고, 귀족을 협박해서 상대를 무너트리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갑니다. 진짜 주도면밀하게 진행해가죠. 단순히 협박한다고 사람들이 겁을 먹나? 싶겠지만, 사람은 약점이 잡히면 악당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죠. 위 기자처럼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면 누가 주인공 말을 거부할까요. 이게 정령 청소년물에서 나올 주인공이란 말인가?라는 물음을 수없이 던집니다.
여기에는 사죄의 마음은 없으며, 피해 보상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얕보이면 죽는다는 자격지심밖에 없죠. 그래서 주인공이 공포 정치를 하는 이면엔 겁쟁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포를 보여줌으로써 나에게 대들 생각을 못 하게 하는 것, 저 시키가 날 재끼면 어떡하나 같은. 상대를 용서하는 것보다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걱정을 덜어버리는 길을 선택하죠. 그래서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지금의 동료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않는 짠따같은 애들 밖에 없기도 하죠. 그저 주인공을 우러러 보고 주인공에게 대들 생각을 안 합니다. 이것은 주인공 성격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죠. 이전 파티에서 파티 공금을 횡령한 동료들을 노예로 팔아버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할까요. 요컨대 배신을 두려워하는 조직 폭력단 두목 같은 게 주인공이란 말이죠. 어찌 보면 굉장히 처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강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그게 살인이든 개의치 않고 저지릅니다. 이제는 그 최강을 위해 자신의 수명까지 악마에게 파는 짓도 서슴지 않죠. 대체 무엇이 주인공을 이렇게 내모는가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길 정도입니다.
맺으며: 그래도 작가는 주인공을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주 조금이나마 상대를 악당으로 묘사하죠. 겉으로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주인공이 정보를 모아 알아보니 뒤로 구린 일을 한다 같은, 주인공에게 명분을 주고자 하는 게 느껴지죠. 하지만 주인공이 워낙 악당 같은 짓을 하다 보니 희석되고, 주인공이 활약할수록 주인공은 더욱 악당이 되어가는 그런 모양새를 띕니다. 가령 상대가 범법 행위를 한 것에 처치 명분을 잡으면서, 주인공도 선량한 기자들이나 귀족들을 협박한다는 것이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고 할까요. 뭐 이런 게 이 작품 주인공의 아이덴티티겠죠. 한 번쯤은 주인공이 악당인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문제는 작가가 복선 없이, 사전 작업 없이 즉흥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서 황당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가령 적과 싸울 때 사전에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복선 없이 비장의 패를 꺼내든다는 것입니다. 이기지 못할 거 같은 비스트(마물)과의 싸움에서 뜬금없이 능력을 써댄다든가, 총에 사전 작업하는 걸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미리 준비한 것인 양 총을 폭발하게 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부분들은 다소 당황스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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