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오키테가미 쿄코의 추천문 리뷰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추리물입니다.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파헤치고 범인을 특정해가죠. 흥미로운 점은 탐정의 시각이 아닌 주변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그의 시각으로 탐정을 보조하며 사건을 추리해가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다이내믹한 풀이는 크게 없습니다. 주로 사건이 터진다-> 탐정이 등장한다(혹은 의뢰한다-> 단서를 모은다-> 그러다 주인공이 의문을 품으면 탐정이 설명한다-> 해결된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죠. 크게 보면 여느 추리물과 비슷한 흐름이긴 합니다만. 작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소재를 기용하죠.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은 깔끔히 리셋이 되는 "망각 탐정" '오키테가미 쿄코'는 뛰어난 두뇌를 가진 탐정이나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 기억이 지워진다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사항은 항상 몸에 매직으로 메모를 해두고 있죠. 그녀의 그런 특성 때문에 사건은 하루 만에 해결해야만 하고, 그렇게 해냅니다.
주인공 '오야기리 마모루'는 이번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부터 등장합니다. 그는 사설 경비업체 소속 경호원(경비원)으로서 미술관 경호원으로 처음 등장하죠. 어느 그림의 호위를 맡아 자칫 무료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내다 3명의 사람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기를 맞이하게 합니다. 첫 번째가 망각 탐정이고 두 번째가 미술에서 천재의 두각을 나타내는 건방진 10살(8살인가) 소년, 그리고 어느 다혈질 노인. 경호원으로서 미술관 손님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데도 말을 걸은 게 손님으로 온 망각 탐정이고 하필 그녀의 머리색(흰색)으로 인해 노인으로 착각한 게 발단이 되어 앞으로 인생 다이내믹한 경험을 하게 되죠. 두 번째 10살 소년에게 아는 척했다가 쪽팔림을 당하고, 세 번째 노인이 자신이 지키던 그림을 박살 내는데도 말리지 못해 경호원에서 짤리는 비참한 삶을 하루 만에 겪게 됩니다. 그리고 노인으로부터 '너 경호원에서 짤렸지? 잘 되었네, 내 경호원이나 해라'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노인 자기 때문에 짤렸는데 내 경호원이나 하라니. 근데 알고 보니 그는 미술계에서 거물이었고, 노인의 말에 따르면 그림을 부순 건 이유가 있습니다. 근데 주인공 입장에서 나는 왜 잘림?이라는 의문이 들고, 결국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는 기가 찰 노릇만이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상황을 나 혼자면 만끽하기엔 억울했던 주인공은 물귀신 작전으로 탐정(오키테가미 쿄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같이 경호원으로 일하자며 꼬드기는데(약간 각색했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주는 3인 중에 두 명(탐정과 노인)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무슨 화학 반응처럼 사건이 일어나죠. 탐정이 가는 길에는 항상 사건이 일어나는 필연을 주인공은 애써 외면하며 탐정과 조사에 들어가는데, 노인이 살던 건물에 일전에 만났던 10살(혹은 8살) 건방진 꼬맹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로써 3인이 다 모였습니다. 꼬맹이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나, 노인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맺으며: 망각 탐정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탐정으로서의 이야기는 평범합니다. 흥미로운 점을 들라면 수면을 취하면 직전까지의 기억이 리셋된다는 것이겠죠. 아주 깔끔하게 잊어버립니다. 여덟 번째(8권)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에게 매일 처음 뵙겠습니다가 첫인사였죠. 그럼에도 상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하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그런 감상에 빠지곤 했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깊은 관계였어도 오늘이 되면 깔끔하게 잊어버리는 그녀. 평범한 남자라면 견디지 못하겠죠. 아쉬운 건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줄 만한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돈에 깐깐하고 패션 센스가 남다르며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이죠. 누가 의문을 품든 바로 해답을 내놓고, 사건 현장을 처음 접해도 바로 범인을 유추하는 신들린 추리를 보여줍니다. 그런 그녀이기에 수동적이고 냉소적이고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주인공을 견딜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에서 하나 옥에 티가 있다면 주인공의 성격이군요. 일본 수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누가 결정해 주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판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듯 장황하게 독백을 늘어놓는 것들이 잠깐잠깐식이 아닌 장면마다 몇 페이지식으로 풀어 놓다 보니 지루함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합니다. 가령 사건 현장에서 탐정은 긴밀하게 움직이는데 주인공은 멀뚱멀뚱 거린다든지... 8권에서는 이러지 않던데, 차차 나아지는지 두고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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