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나 혼자만 레벨업 1권 리뷰

라노벨 리뷰 | 2024. 1. 20. 15:30
Posted by 현석장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올 1분기 애니메이션화된 국산 라이트 노벨입니다(만화도 있다고 합니다). 판타지에서 으레 등장하는 던전과 모험가들의 이야기를 현대적 시대 배경과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죠. 장소 배경은 서울 어딘가이고, 주인공은 20대 청년입니다. 여느 판타지물처럼 모험가(본 작품에서는 헌터)들은 적정 등급을 가지고 있는 건 유사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 등급은 정해져 있고 한번 정해지면 윗등급(가령 E 급에서 D 급으로 승격)으로는 승격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현대에서 어떻게 발버둥 치든 위로 올라가기 힘든 하류층과 중산층, 그리고 1%의 엘리트(상류층)의 삶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주인공과 같이 E 등급일 경우 던전도 그에 맞는 곳에 가야만 하고 벌이도 신통찮습니다. A등급이나 S 등급일 경우 E 등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벌이와 사회적 명성과 인기(아이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번 정해진 등급은 노력을 통해서는 타파가 불가능한, 결국 버는 사람만 더 버는 사회 불평등을 낳을 수 있는 구조의 세계라 할 수 있죠.

10여 년 전부터 던전은 어느 순간 찾아오듯 시내 어딘가에 무작위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헌터로 각성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죠. 던전이 생성되면 헌터들은 빠른 시간 안에 보스를 처치하고 던전을 폐쇄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탬피드(몹 범람)로 도시로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그러면... 참고로 현대 무기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주인공은 E 등급 중에서도 하(下)에 속하는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월세 아파트에서 곧 대학 가는 여동생과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와 살고 있죠. 엄마의 병원비와 동생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인공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헌터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주인공으로서는 매번 목숨을 걸어야 되고, 그렇게 목숨을 걸어도 손에 쥐는 건 월세 내기도 빠듯한 푼돈이죠. 오늘도 던전에 들어갔다가 손에 쥔 건 몇만 원짜리 마정석 하나. 빈민은 아무리 발버둥 치든 위로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던전은 흉악한 미소를 짓죠.

[플레이어가 되실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고, 만신창이가 된 몸은 어느새 말끔히 나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주인공의 일상은 180도 바뀌게 되죠. 사실 여기서부터는 여느 이세계물처럼 주인공도 무능력에서 먼치킨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던전에서 죽다가 살아난 주인공은 현실로 돌아오면서 어떤 능력을 각성합니다. 다른 헌터들은 못하는 레벨업이라는 변칙 시스템을 얻게 되죠. 이제 태어날 때부터 힘이 고정된 세상에서 주인공은 여기서 + 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할 일인가? 아닙니다. 능력치가 고정된 세계에서 나만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생활에 변화를 줘선 안 되며, 먼치킨처럼 무쌍을 찍는 걸 남에게 들켜서도 안 됩니다. 물론 들켜도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두었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혼자 돌아다니는 걸 선택하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감출 수는 없고, 차츰 여러 사람에게 들키면서 주인공의 인성에 대한 시험대가 펼쳐집니다. 한번 정해진 등급을 타파할 수 있다면 그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겠죠. 평범한 삶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주인공이 능력을 얻어 강해지는 이야기였다면 낮은 평가를 주었을 텐데, 본 작품은 여러 복선을 깔아둡니다. 가령 주인공을 플레이어로 선택한 던전 시스템은 주인공을 이용해 무언갈하려고 한다든지, 강제 퀘스트를 발동하여 주인공을 컨트롤해서 때에 따라 인류 전체와 적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죠. 그 댓가인지 이론상 주인공은 무한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뭐가 재미있나 하겠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정체가 발각되면 의학적으로 표현해서 해부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듯 조금씩 주인공의 달라진 점은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죠. 소심하고 쭈구리 인생이었던 주인공이 능력치를 올리면서 용감해지고 성격도 밝아지며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모습들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주된 이야기는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지만 점차 주인공이 마주해야 될 적은 던전의 몬스터만이 아니라는 걸 그려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그래서 재미있나? 이것만 원하는 분들에겐 재미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통 450여 페이지 읽는 데 5~6일 걸리는데(느리게 읽는 게 아니라 직장 시간 관계상) 반해 본 작품은 잠을 줄여가며 2일도 안 걸렸을 정도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절대값은 아닙니다만, 그동안 국산 라이트 노벨 몇 작품을 접해온 바로 평가하자면 본 작품을 제일로 치겠습니다. 일본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라고 하는 건 오히려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일본 작품들과는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고유 색상을 충분히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리고 던전이라는 이익 앞에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인간들의 추악한 욕망을 참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쫄보 그 자체였던 주인공이 성장하고 돈을 왕창 벌게 되면서 성격 변화를 거치고, 이전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던 몬스터를 앞에 두고 아무 감흥이 없어져 가는 게 흥미 포인트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무덤덤하다는 것이 아닌 이런 장면들을 소소하게 개그로 풀어 놓기도 해서 재미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산이라고 해서 재미있다고 난발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필자의 표현력이 부족한 것뿐입니다. 필자 리뷰를 꾸준히 봐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재미없는 건 신랄하게 까는 게 필자라는 것을 아실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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