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외전은 과거 오라리오를 피로 물들였던 죽음의 7일간에 있었던 일들을 '류'와 그녀가 속한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시각에서 풀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때는 이블스와 사신(死神)의 침공으로 오라리오는 미증유의 대혼란의 겪는 시기였죠. 이에 천성적으로 정의감이 강했고, 정의를 관장하는 여신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에 속하게 되면서 류는 더욱 강박증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그녀는 정의감에 너무 충실하여 사람들을 구하려 몸을 사리지 않은 걸 당연시했으며, 자신만의 선(善)에 선(線)을 그어 놓고 그 선에서 벗어나면 그것은 잘못되었다며 히스테릭에 가까운 의문(그것이 옳은 것인가)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그것이 1권에서 친우의 죽음을 겪고, 2권에서 이블스의 공격에서 자신들(주민들)을 구해주려는 모험가들에게 고맙다 하기는커녕 왜 진작에 구해주지 않았냐는 매도의 말을 들으면서 정의란 무엇인지 헷갈려 하기 시작하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죽어 나가고, 구해주려는 자의 말을 고집스럽게 듣지도 않은 채, 자기가 죽을 위험에 처하자 책임 전가식 매도의 말을 듣는다면 당사자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가 이번 2권의 주제입니다.

이블스에 의해 포위당한 오라리오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갑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하려는 모험가들의 말을 고집스럽게 듣지 않았고, 그 틈을 찔러 자폭 공격 해오는 이블스들에 의해 주민들과 모험가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아갑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로키 파밀리아와 프레이야 파밀리아에 대항하기 위해 레벨 7짜리 모험가 둘을 이블스에 가담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흑룡 토벌에 실패하여 공중분해된 제우스 파밀리아와 헤라 파밀리아에 속한 자들이죠. 당시에는 오탈이 레벨 6쯤에 해당할 뿐 이외에는 고만고만한 시기였으니 레벨 7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의 오라리오로써는 어찌할 수 없는 이들의 투입은 단순히 악당들은 강하고 정의는 약하다, 약한 정의가 강한 악에 맞서 싸우게 하는 클리셰로 치부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고 넌지시 복선을 깔고 있으니 이점을 잘 찾아 읽는 것이 이번 외전의 흥미도 유무를 판가름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무튼 레벨 7로 인해 로키 파밀리아는 걸레짝이 되어가고, 한번 패배한 오탈은 짧은 시간에 수련한다고 동료들을 쥐잡듯이 합니다.

당연하게도 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제법 들어가 있습니다. 그녀는 정의가 무엇인지 답을 찾아 방황하고, 마음이 망가져갈 때 사신은 달콤한 말로 그녀의 마음에 침투합니다. 주민들은 살 곳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며 마음이 닳아갑니다. 그 울분을 토할 곳을 찾은 게 자신들을 도와주는 모험가들이고, 모든 잘못을 모험가들에게 전가하며 모험가들을 고립시켜 가죠. 이블스와 사신은 그 분위기에 편승해 분란을 조장하고, 그럴수록 류는 친우를 잃은 상실감이 더해져 정의감을 잃어 가고 감정이 소모되어 갑니다. 아무도 그녀가 지금 품고 있는 정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2권에서는 줄곧 이 물음을 사신의 입을 통해 던집니다. 사람들을 구하는 것? 올바른 일을 하는 것? 올바른 일이란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신은 두 가지 길을 그녀에게 제시합니다. 한 사람을 구할 것인가, 여러 사람을 구할 것인가. 정의는 소(小)를 희생하고 대(大)를 구하는 것인가? 류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이블스의 공격을 받아 죽어가면서 그녀(류)에 대한 노래를 입에 담습니다.

죽음의 7일간, 6일째. 이미 본편에서는 과거가 되어버린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의 최후가 다가옵니다. 정의를 위해 레벨 2짜리들이 레벨 7에 대항하며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 거린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의는 굴복하지 않는 것,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믿는 것. 그렇기에 그녀들에게 있어서 희망은... 이야기 내내 그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직감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입니다. 일명 플래그라고 하죠. 류는 정신이 흐릿해지는 괴정에서 정의란 무엇인지를 아스피의 노래에서 찾아냅니다. 모두가 죽어가고, 모두가 힘을 내고, 짓밟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낸 단 하나의 감정. 그리고 날짜는 6일째가 됩니다. 사신이 진정으로 뭘 하려는지 밝혀지면서 오라리오에 진짜 위기가 찾아오죠. 그리고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도 예정된 운명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사실 아스트레아 레코드는 또 다른 외전인 소드오라토리아의 비기닝쯤 된다 할 수 있습니다. 소드오라토리아의 주된 이야기가 이블스 잔당 소탕과 아이즈의 태생에 관련된 이야기죠. 이번 2권에서 아이즈에 관한 단서가 새롭게 드러납니다. 던전에 관한 복선도 나오고요. 그로 인해 레벨 7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왜 이블스에 가담하고 있는지도 조금은 알게 되죠. 1권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1권에서도 복선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작가가 악을 표현하는 것에서 상당한 리얼리티를 보여줍니다. 에덴의 동산에서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인 뱀처럼, 사신은 악과 정의는 표리일체라는 달콤한 말들을 들먹이며 류를 꼬시는 장면은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즈의 뽀족한 모습도 볼 수 있고, 아직 상식이 부족한 그녀를 가르치는 자상한 엄마 같은 리베리아도 인상적입니다.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이때부터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고 있었군요. 어린 나이에 단장의 자리를 물려받고, 이블스의 공격에 파밀리아를 규합하고 주민들을 구하고자 하지만 미숙한 그녀에겐 큰 짐으로 다가오죠. 그러나 누구도 이루지 못한 망가진 류를 정신 차리게 하면서 사태의 전환점을 맞게 하는 아주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게 후반 흥미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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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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