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제가 주최하는 백검 모임에 초대되었지만 가봐야 쭈구리 신세에 부담만 지울 거 같아 바캉스라 쓰고 도주했던 주인공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보니 모임이 3일 후로 연기되었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이번 6권은 결국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나아가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황제 호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세계 무능 먼처킨처럼 무능이지만 무능이 아닌 여느 주인공과 달리 본 작품의 주인공은 글자 그대로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죠. 아무리 무능력이라도 결국 이야기가 진행되면 주인공만의 능력을 발휘해서 결국 먼치킨이 되어가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습니다. 진짜 한결같아서 이거 하나만은 높은 점수를 줄만 하죠. 그런 주인공에게 황제 호위라는 특명이 내려졌으니 이번에야말로 토하는 걸로 끝나지 않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난관에 봉착하면 허세와 운빨과 주변의 착각으로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 해나가는 게 이 작품만의 흥미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임 이야기가 나오면 따라붙는 것이 황제 암살이죠. 철통같은 경비를 뚫고 황제를 시해하려는 자가 나타나고 그걸 우연찮게 주인공이 제지하면서 황제의 눈에 들어 호위로 발탁된다는 솔직히 클리셰 중 클리셰입니다만, 본 작품에서의 주인공은 그걸 의도한 것도 바란 것도 아니었죠. 언동과 행동으로 인해, 즉 인과 관계가 겹쳐져서... 같은 어려운 말은 접어두고 그냥 왕녀에게 몹쓸 짓(?) 하다가 우연찮게 시해를 막게 된, 주인공 의도와는 완전 반대로 가는 사태가 벌어지죠. 주인공은 그저 농땡이 부리고 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케익이나 먹으러 가고 싶은 인생 파탄자 거든요. 그러니 이 사태가 달가울 리 없죠. 이것도 클리셰라면 클리세일 수는 있으나 호위로 발탁되었다고 해도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적당적당히 남에게 다 떠넘기려 기회만 엿보고 실제로 위기가 찾아오지만 하는 건 없습니다. 그저 운빨로 사태가 해결될 뿐. 그렇게 국제회의 장소로 출발은 했는데, 이 암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란 말씀.

입만 열었다 하면 도발이 되고, 배려하는 말은 상대의 약점을 건드려 욱하게 만들고, 내가(주인공이) 알지도 못하는 일을 질문해오니 회피하려 했던 말은 복선이 되어 사태로 번지고, 그러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네놈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욕설 듣는 건 기본. 진짜로 뭔가 일이 터지면 주인공이 숨겨서 이렇게 된 거라 주변이 착각하고 주인공은 이걸 바로 잡지 않으니 걸어 다니는 역병신(疫病神, 역 한자가 염병할 염으로 주인공과 딱 어울림) 취급 당하기 일수. 단순히 역병신 취급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이제 보면 도시에서 혼자 걸어 다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적을 양산해서라는 느낌을 들게 하죠. 주인공이 뭔 말을 했다 하면 그걸 들은 당사자는 무슨 인과인지 개고생 하게 되거든요(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티노). 이번 6권을 예로 들면, 같이 호위로 나선 '크류스'라는 판타지로 치면 엘프녀가 주인공에 휘둘려서 죽다가 살아나고, 또 다른 호위 동료는 주인공의 역병신 행동에 몸 져 누워 버립니다.

이렇듯 회의 장소로 가는 내내 주인공이 내뱉은 말 때문에 소동에 휘말려 가죠. 거기에 범죄 조직이 끼는 건 덤. 황제 측근은 이 역병신 놈을 죽일 수도 없고, 철저하게 대비를 하지만 주인공의 역병신 레벨은 그것을 초월해버리고 맙니다. 문제는 이 사태를 일으킨 주인공이 자신이 내뱉은 말을 곱씹으며 대비를 하면 그나마 나은데, 그걸 상대가 오롯이 떠안게 되니까 좋을 리 없고, 이걸 알리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주인공은 상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는데도 너 님 왜 그래? 같은, 남의 일처럼 대하니까, 거기에 너 실력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걸 왜 나한테 이럼? 같은, 남에게 떠넘기고 책임을 전가해버리니 상대는 미치고 졸도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성격 파탄자이면서도 운빨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사태는 주인공이 지금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대로 풀려간다는 것에서 질이 더 안 좋습니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천하의 dog 쌍놈이면서도 사태를 해결하고 원래의 임무를 마치니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게 더 열받는...

맺으며: 본 작품은 착각물입니다. 주인공은 궁지에 몰린 지금을 회피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고, 상대는 그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해버리죠. 그리고 성질 고약하게 진의가 불분명한 회피성 말은 현실이 되고요. 거기에 주변은 휘말려 고생하게 되고, 당연히 고생을 했으니 친구가 될 리도 없게 되죠. 사실 겉으로 보나 속으로 보나 주인공은 쭉정이 종이 인형인 걸 빤히 아는데도 그의 레벨 8에 낚여 설마설마하다가 사람 잡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사실 주인공 동료들이 그를 리더로 추대하고 실적으로 나눠줌으로써 당대 내로라하는 영웅(가짜)으로 만들어버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도 못 가는 어쩌면 이 작품 최대 피해자죠. 일반인보다 못한 능력과 사고력은 마을 사람 A보다 못한 행동력을 보여주고 레벨 8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괴리감을 발생하게 함으로서 주변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리니 이보다 역병신이 또 있을까 싶죠. 그래서 대갚음해 주기 식 남에게 다 떠넘기고, 고생한 사람에게 사이코패스적인 말을 늘어놓아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걸 의도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보니 주변은 더 미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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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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