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오키테가미 쿄코의 설계도 리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씨리즈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조금 서글픕니다. 책임이라는 무게를 다루고 있죠. 경쟁에서 진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뭐 질 수도 있고, 이길 때도 있으니 너무 염려치 말라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관급 공사에 입찰했다가 떨어진 샐러리맨이 있습니다. 회사는 그를 해고했죠. 그 샐러리맨은 다시 일어나는 것보다 술독에 빠져 지내는 걸 선택합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어린 딸을 돌보고 있지만 술독에 빠져 사는 사람이 딸을 제대로 돌본다는 건... 그런 아빠를 어릴 적부터 봐온 딸은 커서 무엇이 되고 싶었던 걸까가 이번 에피소드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리고 망각의 탐정 쿄코 씨는 8권에서 보디가드로 고용한 거한은 엊다 내다 버렸는지 혼자 쫄래쫄래 돌아다니다 불에 타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주차 빌딩이 폭발했습니다. 범인은 범행 성명을 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대담함을 보이죠. 그리고 다음 타깃은 미술관, 타임 리밋은 밤 8시. 범인은 '누구든 날 막아 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용의자로 붙잡힌 건 '야쿠스케'라 불리는 거한, 그는 망각 탐정 쿄코 씨를 불러 달라고 소리칩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누명 체질로 고생하는 야쿠스케의 시각으로 진행됩니다. 가는 곳마다 오해를 사서 누명 뒤집어쓰기를 밥 먹듯이 하는 그는 일찌감치 붙잡혀 주차 빌딩 폭파범으로 기정사실이 되어 가고 있었죠. 어찌어찌 쿄코 씨 덕분에 누명은 벗었지만 그 즉시 집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을 쿄코 씨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다 같이 불에 타죽을 위기에 빠지면서 둘이 천생연분 기질을 보여준다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미술관에 폭탄이 설치되었으니 찾아서 해체는 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평행선 같은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래도 명탐정 아니랄까 봐 점차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가지만 이번엔 어찌 된 일인지 쿄코 씨는 헛다리를 짚어 가죠. 그러다 되레 누명까지 쓰게 되고, 갇혀서 죽을 위기에 빠지는 등 쿄코 씨 인생 최대 위기에 빠져 갑니다. 여기서 빛을 보는 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누명 체질 야쿠스케의 활약으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아갑니다. 그 보답인지 남들에겐 보여주지 않는 그녀의 뱃살을 봤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겠죠. 아, 오해할까 봐 언급하자면, 망각 탐정은 중요한 일은 팔이나 몸 어딘가에 메모해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기 이름도 잊어버리거든요. 그 메모가 결정적이 되어 범인이 특정됩니다.
샐러리맨의 딸은 아빠가 해온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엄마와는 다르게 몰락하여 알코올 중독자가 된 아빠를 버리지 않고 20년 넘게 책임져 왔을 정도로요. 그래서 딸은 마지막으로 비교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빠가 설계한 주차 빌딩, 그리고 경쟁이라지만 낚아채간 상대방이 설계한 미술관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튼튼한가. 그리고 이 일에 하루 만에 사건을 해결한다는 강적 쿄코 씨를 누명 씌워가며 이용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를 하죠. 하지만 쿄코 씨는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생깁니다. 범인은 20여 년간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 이러는가. 아빠의 일을 빼앗아간 상대방에 대한 복수라면 언제든지 했어도 되었을 텐데 왜 지금일까(이 시점에서 범인 특정됨). '누구든 날 막아줘'의 의미는 사실 폭탄 테러를 막아 달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더욱 서글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죠.
맺으며: 위에서 언급한 사연이 핵심 스포일러이자 범인의 행동의 이유라서 밝히지 못하는 게 안타깝군요. 범인도 샐러리맨의 딸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것도 사실 딸이 지금 어떤 생황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면 도서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지라... 이걸 피하다 보니 리뷰가 재미 없어졌군요. 아무튼 망각 탐정의 장점으로 범인에게 굴욕을 당해도 내일이면 잊어버린다는 것, 그런데 그 장점이 단점이 돼서 범인의 단서를 찾았지만 범인에 의해 강제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홀랑 다 잊어버린다는 것. 그로 인해 오늘 하루 종일 뺑뺑이 쳤는데 눈앞의 탐정이 처음 뵙겠습니다 빔 공격을 해오니 거한 야쿠스케는 당황. 수전노로서 딱 사례비만큼만 일하려는 쿄코 씨와 그런 그녀를 붙잡기 위해 기꺼이 경찰 오토바이를 내놓는 형사 등 이전 에피소드에서는 거의 없었던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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