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나에겐 이 어둠이 아늑했다 3권 리뷰 -불편함과 최고가 공존하는 이야기-
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시청률 1위 하면 받는 보상 소생의 보주로 소꿉친구 나나미(히로인1)를 살리려 했던 주인공은 리프레이야(히로인2)를 이용해 던전에 출몰한 마왕을 잡으러 갔었죠. 안 그래도 소꿉친구 살해범으로 낙인찍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듯 시청자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의 알콩달콩한 사랑의 세레나데 덕분에 시청률은 고공 행진을 했습니다. 여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던전에 출몰한 마왕을 무찌르러 그녀와 결사행을 치렀으나 사랑에 눈이 먼 리프레이야가 폭주를 해버리고 자폭을 하는 바람에 주인공은 금지된 약물을 이용해 그녀를 살렸죠. 신(神)은 부정을 저지른 그들을 실격 처리했고, 소생의 보주는 하늘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리프레이야는 이제 성당 기사가 될 수 있는 스킬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약간 필자의 각색이 들어갔음). 이건 뭐 닭 쫓던 개도 아니고, 사실 리프레이야를 이용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죠. 이에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말, 꼴좋다.
주인공 시점에서는 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입니다. 지구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이세계에 도착하고 살인자라는 매도의 말을 들은 주인공은 마음을 닫아버리고 메시지를 들여다보는 걸 극도로 꺼리고 있죠. 그래서 소꿉친구를 죽인 진범이 잡혔으니 편히 살라는 여동생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이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도 안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답답한 진행이죠. 아직도 지구인들은 자신을 살인범으로 매도하고, 억울함을 풀길이 없다며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행동을 해댑니다. 거기에 소꿉친구도 살리지 못했으니 주인공이 좀만 더 섬세했다면 아마 자/살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우중충하게 지냅니다. 여친(리프레이아)도 떠나 버렸고, 던전에도 못 들어가고, 그런 자신을 보며 낄낄 웃을 지구인들을 생각하니. 주인공은 남의 시선을 억수로 신경 쓰는 타입으로 사실 지구에서 뭔 소리를 한들 이세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닌데, 읽는 내내 답답함이 엄청 몰려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자/살을 권장하듯 신(神)은 지구에 있는 지인과 영상 통화할 수 있는 찬스를 부여합니다. 자, 이 통화에서 소꿉친구를 죽인 진범이 잡혔고, 다들 응원하고 있으니 열심히 살라는, 구원받는 장면이 연출될까? 그럴 리 없잖아요. 연결된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 엄마는 세계 일주 여행 중이었고, 아빠는 카지노에서 여자 끼고 노름 중. 엄마의 말이 압권입니다. 딸(주인공 여동생)이 사준 스포츠카로 해 질 녘 해변을 달리는 건 정말 근사하더라, 너(주인공)가 이세계로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 딸이 걸렸다면 생각만으로 소름이지 뭐니. 신(神)은 주인공에게 자/살 마렵지 않냐?라고 속삭입니다. 아들이 살인자로 누명 썼고, 이세계로 가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데 니가 가서 정말 다행이라는 둥, 아빠는 여자 끼고 노름 중인 상황. 그리고 주인공이 가장 알고 싶었던, 울부짖으며 진범이 체포되었는지 알려 달라는 말은 개무시, 그런 쓰레기 집안을 욕할 사이도 없이 통화 시간 종료는 점점 다가오는데....
15살(아니 17살인가)에 맛보는 인생의 쓴맛은 눈물 맛이더라. 눈물을 반찬으로 해서 밥을 처먹던 주인공 앞에 웬 여자가 찾아옵니다. 리프레이아에 이어 지금부터 주인공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을 제시해 줄 잔느(히로인3)의 등장은 상황을 극적으로 이끌어 가죠. 그녀는 시청률 레이스에서 1위를 해서 보상으로 받은 "소생의 보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소꿉친구(히로인1)를 되살릴 수가 있죠. 그러나 값으로는 따질 수 없는 물건이고, 그녀가 순순히 내놓을 리도 없습니다. 잔느는 주인공을 죽이러 왔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을 만나기 전, 주인공의 여동생에게서 메시지를 받은 상태입니다. 잔느는 주인공에게 시련(사람의 됨됨이?)을 내립니다. 자, 주인공은 잔느에게서 소생의 보주를 받아 소꿉친구를 살릴 수 있을까. 신(神)은 이세계 전이 제2진을 준비합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1천 명 중 300명이 사망한 시점에서 다시 300명을 뽑아 이세계로 보내려 하죠. 그런데 제2진에 꿈에도 그리던 사람과 절대 들어가선 안 될 인물도 선정됩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작중 어느 걸 인용하든 본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스포일러 덩어리로 되어 있디보니 글을 신중하게 써야만 했군요. 이걸 조리 있게 분류하면 글이 길어질 거 같고, 안 쓰자니 뜬금없는 리뷰가 될 거 같고. 그래도 써보자면, 잔느를 만난 주인공은 다시 일어선다는 것입니다. 리프레이야가 겁먹은 아이를 달래듯 포용적인 엄마 같았다면, 잔느는 안개 낀 길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길라잡이를 해주는 아빠 같다는 느낌입니다. 잘못을 저질러도 꾸짖기 보다 다정하게 무엇이 잘못된 일인지 알려주어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해주죠. 잔느는 주인공과 싸워본 후 그가 사람을 죽여본 일이 없다는 걸 간파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는 그녀의 품에 기대어 어린애처럼 우는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먼치킨을 찍는 건 아니라는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 했습니다. 자, 지구는 지구, 이세계는 이세계를 명확하게 갈라준 잔느와 동거에 들어가는데...
맺으며: 소꿉친구가 죽어서 화가 나는 것보다, 그 죄를 뒤집어썼다는 것에서 억울하다고만 하니까 여간 피곤하고 불편한 게 아닙니다. 시청자들이 자신을 보고 비웃고 있을 거라는 자격지심은 시종일관 우중충하게 만듭니다. 2권에서도 리프레이아의 폭주를 막지 않아 소생의 보주를 획득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릴 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3권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누명 써서 억울하다고만 하니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합니다. 누명을 썼으니 억울할 만도 하겠죠. 근데 이세계는 지구와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는데 지구인들이 뭐라 하든 뭔 상관? 그보다 메시지 창만 열어 봤다면 욕설 메시지는 초반뿐이고 진범이 잡혔으니 걱정 말라는 응원 메시지가 잔뜩 있는데도 결국 주인공은 쭈구리 인생을 자처하고 스스로 겁쟁이로 전락해서 메시지 창을 안 보는 발암 그 자체가 되어 버리죠. 사실 뭐 반대로 말하면 평범한 사람이 누명을 썼을 때 보여주는 심리 상태를 현실미 있게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그렇고, 인간 불신을 참 적나라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의 쓰레기 부모는 혀를 내두르게 하죠. 소꿉친구의 부모도 자녀를 자신의 소유로만 생각한 나머지 자녀의 의견을 무시한 행동으로 인해 자녀로부터 경멸을 받는 부분이라든지, 그래서 어린이 시각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보며 그런 세계에서 어린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은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어른들의 세계를 벗어나 우리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주인공 쌍둥이 여동생들의 필사적인 몸부림 등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옵니다(필자가 최고로 치는 부분). 다만 그 몸부림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현실미를 떨어트린다는 것이지만요. 쌍둥이 동생들이 가진 지식을 탐내 기업들이나 미국 대통령도 고개 숙이게 만드는 어린 애라니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주인공 성격과 더불어 이 작품에서 현실미를 떨어트려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 아무튼 소꿉친구의 부활과 제2진 전이자들에 대해선 4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서 뒷편 시놉시스에 나와 있지만, 리뷰를 이렇게 써놨는데 굳이 여기서 밝힐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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