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에 올라온 본 작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습니다. 꽤나 심열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특히 원작인 라이트 노벨에서는 느껴지 못했던, 주인공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쩜 이리도 그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던지. 딱 봐도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고, 일본 특유의 문화인 공기를 읽고 분위기에 묻히지 않기 위해, 억지로 나도 인싸라는 듯 필사적으로 분위기를 맞춰가는 모습이 짠했군요. 이거 사기당하기 딱 좋은 인상이구먼라는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할까요. 뭐 결국 사기당했지만요. 그 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이세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렇게 해도 돌아오는 건 범죄자, 악당이라는 매도였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원래 세계(지구 일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용사로 소환된 이유이기도 한 파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재해 같은 거)를 해결해야만 하죠. 근데 아궁이에 고구마라도 묻어두지 않았다면 돌아갈 필요가 있나, 차라리 그냥 친절하지 않는 이세계 따위 멸망하게 내버려두고 파도가 왔을 때 다른 세계로 가버려도 될 텐데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이번 11권에서 나오는군요.

사람이 사기를 당하고, 땅바닥에 추락하고 나니까 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노예들을 구입해 전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보통 노예 해방에 힘쓰지 않나? 하는 선입견을 박살 내버릴 정도로요. 어차피 파도만 해결하면 바이바이~ 할 세계니까 굳이 감정이입은 하지 않는 거죠. 빗치 때문에 여자 혐오증에 걸려서 여자가 보내오는 호감 메시지는 메시가 감동할 정도로 훌륭하게 쳐내버리고, 이세계 사람들에게서 인간 이하 대접받은 것도 트라우마가 되어 인간 혐오증도 추가되어서는 너구리 사역마(동물형)만 엄청 이뻐해서 라프타리아의 어이없음을 사고 있죠. 그 사역마 원본이 라프타리아인 건 애써 외면. 이번에도 노예 꼬마들을 구입하여 치료해 주면서 꼬마 히로인의 열혈한 애정 공세를 받는 건 덤. 얘들은 마조 성향인지 주인공이 노예로 부려 먹겠다는데 좋다고 합니다. 파도가 오면 일선에 서서 마물과 싸워야 하는데도요. 뭔가 좀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지죠.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니 머더 피에로라는 무시무시한 이명을 가진 히로인이 찾아옵니다. 얘가 이세계를 파도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캐릭터죠.

자세한 건 스포일러니까 패스하고요.

이번 11권에서는 다가오는 파도와 새로운 영귀인 봉황의 봉인이 풀릴 때를 대비해 전력 증강과 다른 세계를 멸망 시켜 파도로부터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려는 무리들의 습격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주인공 포함 다른 용사 세명과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하나, 뭐 아시다시피 나머지 세 명의 용사는 쓰레기들이죠. 빗치로 강등된 왕녀(주인공에게 사기 친)는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이번엔 검의 용사를 이간질해서 주인공과 척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주 환장하죠. 기가 멕히죠. 큰 형님이 와도 이건 안 됩니다. 주인공 일행만으로 대응하기엔 적들이 너무나 강합니다. 그래서 나머지 세명을 어떻게든 정신 차리게 해서 전력을 증강해야 하는데, 창용사는 주인공이 당했던 것처럼 빗치에게 배신 당해서 헷까닥 돌아 버렸고, 검의 용사는 빗치에게 이간질 당해서 세상 혼자 정의의 용사가 되어 아주 중2병을 찍어대는 게 작가의 상상력이 미쳤습니다(좋은 뜻). 이쯤 되면 빗치에게 사형 선고가 나올만한데도 여왕(빗치 엄마)은 가능하면 생포 좀 이러는 중인데, 신발, 이런 세상을 지키라고? 그 와중에 다른 세계 악당들이 쳐들어와 너 님들 죽이고 우리가 강해질 테다 하며 썰어대기 시작하는데....

맺으며: 나는 비겁한 짓 해도 되지만 너는 안 되라고 지껄이는 검의 용사의 자기중심적 성격이 정말로 찰집니다. 얘도 빗치에게 사기당한 거 같던데, 꽤 통쾌하죠. 맛이 가버린 창용사와 더불어 어디 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마지막 놈을 찾아서 돌봐야 되는 주인공은 지금, 어차피 안 볼 세계니까 내가 뭘 해도 되겠지라는 성격이 되어 버린 그는 도적들 아지트를 털어 보물 강탈에 매진하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원래 국고로 환수해야 되는 거 아님? 하니까 그딴 건 모르겠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가자미눈이 되어 가는 라프타리아가 인상적이죠. 그래도 주인공은 자신이 없어져도(사태 해결하고 지구로 귀환한 후) 주변인들이 잘 살아가게끔 여러 가지 준비해 가는 모습에서 그래도 다정함은 남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그게 또 그의 타산에서 비롯된 행동인지라 라프타리아의 태클을 받는 건 덤. 간혹 주인공은 라프타리아랑 같이 있으면 공처가 느낌을 들게 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 아무튼 인간의 저열함도 참 잘 보여주고 있죠.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고 일약 스타가 되자 연줄을 만들기 위해 딸을 갖다 바치는 부모들이라든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가락질하던 인간들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적 접촉을 마다하지 않는다든지, 빗치와 더불어 주인공의 여자 혐오증은 더 커져만 가는 요인이 되는 것도 흥미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긴장감을 높이려는지 기승전결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인데, 깔끔한 맛이 좀 아쉬웠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가장 한국 다운 게 세계에 먹힌다는 예전 공익 광고가 생각나는 2권입니다. 이걸 일본에 빗대보면, 가장 일본 다운 게 세계에 먹힌다가 되겠죠. 그래서 이번 2권은 일본식 온천 여행입니다. 유카타와 샌들, 가옥 생김새, 길거리 이름 등 일본 온천 마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장면 연출을 보여주죠. 네, 개연성은 멍멍이나 줘버린 상황입니다. 그래도 다른 작품에서는 과거 조상이 일본에서 소환된 사람이라는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만, 이 작품의 주인공조차 일본인이 아니죠. 어쩌다 온천 마을이 만들어졌고, 어쩌다 일본식이 되었을 거라는 막연한 장치만 존재할 뿐입니다. 주인공 일행은 대놓고 일본식 경품 행사에서 당첨되어 온천 마을에 오게 되었습니다. 뭔가 막 영문 모를 일이 벌어지죠. 그래서 뭔가 일이 벌어지나? 글쎄요.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 와이프 '리스'가 순산(順産, 탈 없이 아이 낳다)의 온천을 찾아 눈이 획 돌아간 상태라는 것뿐이군요. 그렇다고 그녀가 지금 아이 가진 건 아니고...

아무튼 온천 여행하기 전날, 주인공은 마족 잔챙이들이 국경 마을을 습격하자 요격하러 나가서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안 그럼 죽는다?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뭔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대뜸 전장에 뛰어들어 언젠가 서로 이해하는 날이 오겠지 하며 마족들을 뚜까 팹니다. 사이좋게 지내자면서 힘으로 제압하고, 말 안 들으면 뼈를 부러 트리고 치료해 줍니다. 흥부전의 놀부도 이보단 양반일 듯. 압권은 마족 나부랭이들을 좇아내고 대국민 추앙받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뒤늦게 왕녀가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용사로 다시 채용하려는데, 버스는 진즉에 떠났거든요? 얘도 조만간 주인공 하렘이 동참하지 싶은데, 사실 리스(주인공 와이프) 포함 히로인들이 부러웠겠죠. 부러웠지만 뭐가 부러운지 말해주지 않는 불편함을 동반한 채 자나 깨나 그만이 생각나서 미치겠습니다. 근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본처(리스)가 일부일처제를 고집 중이라서 말이지. 질투가 태산만큼 커요.

마족과 전쟁 중이긴 한데 마왕이 인간 여자, 그것도 주인공의 집에서 기거하는 객식구 중 한 명에 눈이 돌아가서 전쟁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그녀 꽁무니만 쫓아다닙니다. 마왕은 마왕을 때려치웠습니다. 형이 여자만 쫓아다니니까 동생이 어이없었던 거지. 쿠데타 맛 좀 봐라며 형을 쫓아내고 내가 마왕이라는 자리에 참석한 자리에서 응! 니가 마왕 해!라며 쿨하게 퇴장. 그러곤 기어이 여자 좇아 주인공 집에 객식구로 들어앉습니다. 정작 그 여자의 의지나 의견이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쌍팔년도 연애식은 추억 돋게 하죠. 아니 긍정의 싸인이 아니라 반어법인데, 마왕 이 시키 아주 스토커거든요? 아무 생각 없는 주인공은 뭐 어때를 시전합니다. 원래라면 주인공 니가 마왕과 싸워야 될 운명이었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별 하나 정도는 쉽게 부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거지. 이래서 인싸는. 직전까지 인간들을 죽였던 그 마왕이거든요? 뭐 인간도 마족을 죽였으니, 전쟁이란 그런 거다라며 퉁칠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필자의 머리엔 대체 뭔데?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맺으며: 일부만 요약한 내용입니다. 흥미돋네라며 덤벼들었다간 피볼 수 있어요. 이번 2권은 라이트 노벨이니까 가능한, 한계가 어디인지 보여줄게를 보여주죠. 여기서 한계란 高의 의미가 아니라 低의 의미라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여기사의 '큭, 죽여라'라는 대사는 엔터테인먼트를 개그로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요(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개그 안 좋아함). 이게 이번 2권에서 나오죠. 필자는 놀랐습니다. 이걸 쓰는 작가가 진짜로 있었구나 하는 느낌. 물론 이 작품이 나온 시기를 보면 수긍은 갑니다. 뭐 작품 자체가 개그성이 강하니까 넘기면 될 일이긴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양아치들의 시비, 그걸 해결하는 주인공의 진부함도 있군요. 또 언급하지만, 이 작품이 나온 시기를 보면 이런 설정들도 딱히 그 당시엔 진부하진 않았겠죠. 라이트 노벨 특유의 성공한 주인공, 강한 주인공, 하렘은 주된 독자층인 청소년들의 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양아치를 물리치고 히로인을 꿰찬다는 것도 대리 만족의 기본이기도 하죠. 어쨌거나 주인공이 싸워야 할 마왕은 사랑 찾아 눈 돌아갔고, 별도 부술 주인공에게 대적할 적 따윈 없고, 그래놓으니 제목처럼 이세계 라이프를 만끽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강적을 물리치는 카타르시스는 없으니 일상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추천하지만, 노력으로 성공하고 이겨가는 카타르시스를 찾는 분들에겐 안 맞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실 지구(일본)의 헌법이 이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저씨(주인공)에겐 크나큰 축복입니다. 미니건(개틀링 건)은 남자의 로망이거든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만들 수 없죠. 이세계는 아저씨에겐 축복의 땅이죠. 마음껏 만들 수 있으니까요. 만들었으면 써먹어야죠. 마침 미라 사건을 조사하다 좀비떼를 만났습니다. 40 넘은 중년 아저씨는 신이 났죠. 조사는 뒷전이고 몰살을 즐깁니다. 어차피 좀비는 생명이 있는 생물이 아니니까 양심의 가책 따윈 없죠. 후련하죠. 그 행동 하나하나가 이세계에서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마법은 있지만 지형을 바꿀만한 능력자는 아저씨 같은 전생자(몇 명 안 됨) 뿐이고 이세계 사람들(마법사)이라고 해봐야 고만고만한 실력뿐. 총이 있으면 마법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 따위 저격으로 끝, 돌격해오는 기사들은 1차 대전 때 개틀링 건으로 학살 당한 병사들의 재림이 될 것이고요. 아저씨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그렇게 뽐내놓고 기술을 이전하거나 팔지 않겠다고는 하는데, 이미 이세계인들에 의해 단발 화승총이 만들어지면서 데드 카피가 시작되었죠.

시작되었다곤 해도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고, 이번 13권은 별일 없습니다. 아저씨 누나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이세계에 피해를 끼치고 있고, 미라 사건도 사실 누나가 저지르고 있는데 아저씨만 모르고 있죠. 동료의 와이프가 딸을 낳았고, 가정 교사로 두문불출에 사신(神)은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돈까스 카레에 미쳐 있습니다. 뭔가 영문 모를 일상이 흘러가죠. 이 작품처럼 제목과 일치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냥 생활 일기죠. 이번엔 뭔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는데, 국가사업으로 발전하면서 들썩들썩.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리지 않겠다고 하면서 열심히 전파 중에 있습니다. 이미 경승합 차를 만들어 이동에 사용하고 있죠. 예전에 세탁기 만들었다 시운전 때 뱅글뱅글 돌다 우주로 날아가 버린 일이 있긴 합니다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마구잡이로 용사를 소환해서 별의 에너지를 소모 시켜 붕괴로 몰아넣었던 종교 국가는 아저씨의 손을 거치면서 멸망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뭔가를 저지르려나 봅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개그물입니다. 굉장히 가볍게 볼 수 있는 이야기로 종교 국가를 깨부수면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자기중심적 캐릭터를 투입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게 하죠. 일러스트는 여전히 여중생을 바키 어머님으로 그려대고 있어서 적응이 안 되고 있지만요. 아저씨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아저씨 나이 이제 40대인데 늙어 간다는 건 좀 거식하지만요. 사신(神)을 비롯해 객식구들이 상당히 늘었습니다. 히로인들도 제법 등장하지만 아저씨와 나이차가 워낙 커서 연애는 성립조차 되지 않는군요. '루세리스'인가 히로인 한 명이 아저씨와 썸 타고 있지만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아마 누나에게 데이면서 여성에 대한 흥미가 없어진 거 아닐까 싶군요. 그 외에는 주변 인물들의 일상이 펼쳐지고, 아저씨는 열심히 뭔가를 만듭니다. 사실 신문물을 퍼트리는 것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아저씨를 통해 보여줍니다. 기득권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요. 공작가의 비호를 받고는 있지만, 아저씨는 섬멸자로 불릴 만큼 강하고 건드리면 돌려주는 게 아저씨 모토거든요. 아저씨 심기 건드렸다가 실시간으로 멸망해가는 종교 국가가 좋은 예죠.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옛날에 엘프가 인간 뒤통수를 친 적이 있나 봅니다. 무슨 전쟁에서 인간 연합과 동맹 관계였던 엘프가 참전을 미루는 바람에 인간들은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 뒤에도 엘프들은 이유 없이 인간들 마을도 불태우는 등 만행을 저질렀고, 인간들은 엘프 잡아다 노예로 팔아 버리는 세상이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약장수입니다. 시골 자그마한 마을에서 은둔 생활하듯 조용히 지내고 있죠. 어느 날 조금 더 큰 마을에 들렀다 전당포에서 어떤 의뢰를 받습니다. 다 죽어가는 엘프 여성 처리해달라고. 그 엘프의 상태는 살아 있는 게 기적일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습니다. 한쪽 눈과 팔다리가 썩어가고, 온몸에 고문의 흔적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성적인 고문도 자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뉘앙스를 작중 내에 풀어 놓습니다. 전당포 주인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약장수에게 엘프는 약재로도 쓸 수 있으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인간들에게 엘프는 고작 그런 위치입니다. 약장수는 이 엘프 여성을 짊어지고 마을로 돌아갑니다.

이 작품은 단권으로 끝나는 순애물입니다. 주인공인 약장수의 종족은 인간으로서 그도 역시 엘프를 혐오하고 물건 취급하는 부류일까. 아니면 그들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줄까. 이 작품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 종족 모두가 나쁜 것인가. 약장수는 마을로 돌아와 처음엔 환자를 돌보는 것은 약사로서의 의무라 여깁니다. 여기엔 종족 간 차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점점 엘프 여성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는 엘프 여성의 소원을 알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오직 그 말만을 되풀이하는 그녀. 약장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려 하죠. 그러나 어디의 누구인지조차 모르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요. 그의 노력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정신을 차린 그녀. 인간에게 사람으로서의 존엄이 짓밟힌 그녀는 약장수를 혐오하게 될까, 피하게 될까, 무서워하게 될까. 깨어난 그녀는 기억을 잃었고 그나마 온전한 한쪽 눈도 실명한 상태였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마법이 존재하지만 회복술은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통 여느 작품이라면 짠~ 하며 회복술이나 포션류로 멀쩡한 상태로 돌리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형편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팔다리는 썩어가고 있죠. 약장수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합니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질 즘에 그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그는 속죄를 바라고 있었죠. 약사로서 사람을 살리는 것. 삶을 끈을 놓지 않고 그저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엘프 여성은 자신을 돌봐주는 약장수가 자신을 괴롭힌,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는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가 아니니까요. 마음을 연다는 것. 그의 지극 정성과 머무는 마을에서 그녀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그녀는 마음을 점차 열어 갑니다. 그녀는 여느 작품처럼 특별한 히로인도 아니며, 특출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더욱 값진 여운을 만들어 갑니다.

맺으며: 꽤 시리어스하고 사지 절단 같은 좀 적나라한 표현이 들어 있습니다. 여느 작품에서 엘프 노예는 꿈의 이벤트같이 가볍게 표현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비참함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엘프에게 나도 당했으니 너도(잘못도 없는) 당해봐라 같은 잘못된 복수극에서 애꿎은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죠. 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욕망도 보여줍니다. 엘프 여성은 그런 추악한 욕망의 피해자입니다. 범죄 같은 잘못을 저질러 노예로 떨어진 게 아닌 납치되어 팔려가고 능욕 당하는 부조리의 피해자입니다. 주인공인 약장수는 그런 피해자를 보다듬어 주려 하죠. 그런 그의 마음을 보답하려는 듯이 엘프 여성은 점차 그만을 바라보고, 같이 있고 싶어 하고, 같이 걸어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팔다리가 온전치 못한 그녀가, 회복술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에서 약장수와 같이 걸어갈 수 있을 만큼 되려면 얼마만큼 노력해야 할까. 어느덧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싹텄을 때, 여느 작품처럼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노력만 있을 뿐이죠. 그렇기에 이 작품은 꽤 값지다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에 작가가 형편 좋은 선택을 하는 바람에 약간 김이 새긴 합니다만.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군웅할거의 시대. 가상의 중국을 배경으로 삼국지 시대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척영(주인공)'은 10여 년 전 도적에게 부모를 잃고 당대 최고의 무(武)의 집안 장 씨 가문에 거두어진 이후 더부살이 중입니다. 시골 문관이 꿈인 올해 16살 된 남자. 어디에나 있을 시골 남자애 같으면서도 그의 이력은 화려하죠. 무려 1천 년 전 불패의 영웅이 환생한 게 그이니까요. 그는 친구 두 명과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천하를 통일하자며 결의를 하였고 순풍에 돛 단 듯 95% 달성을 하였으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누명을 쓰고 유명을 달리해야만 했죠. 그리고 1천 년 후 환생을 하였고, 이번엔 조용히 살겠다며 시골 문관을 꿈꾸지만 '장백령(메인 히로인)'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생명의 은인이죠. 10여 년 전 도적의 습격에서 혼자 살아남았을 때, 장 씨 가문의 사람들은 피를 뒤집어쓰고 멍하니 있는 그를 끔찍하게 여겨 도적과 같이 묻어 버리려 했으나 그녀가 결사적으로 반대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삼국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생선 만진 손을 우물물에 씻듯(고깃국 설화) 겉핥기 식이고 실상은 일본식 액션과 연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판타지물처럼 마법과 능력치 같은 건 나오지 않고, 현실 중세 시대처럼 칼과 화살, 공성전 같은 고전적인 전쟁을 그리고 있죠.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전쟁을 벌이고, 그것으로부터 나라를 지키야만 합니다. 주인공의 나라는 한때 천하를 호령하는 강대국이었으나 지금은 무사안일주의에 정치적으로는 썩어 빠졌고, 적의 침공으로 나라가 반 토막이 나도 군(軍)을 경시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장 씨 가문의 가주는 최전선에서 침공하는 적을 격퇴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중앙으로부터 물자와 인적 지원은 몇 년째 오지도 않습니다. 결국 적의 대대적 침공으로 나라는 위기에 빠져 가고, 주인공은 언제까지고 문관 타령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되었죠. 1천 년 전 영웅의 궤적을 그리듯 주인공은 생명의 은인인 '백령'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고 전장을 누빕니다.

이게 끝?은 아니고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리뷰가 아니라 본 작품 내용이요. 주된 이야기는 위와 같은 흐름입니다. 적을 맞아 불리한 상황에서 이겨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죠. 그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위기 상황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약간의 치트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기억과 경험이 없는 적군이 주인공과 호각으로 싸운다면? 이거 주인공을 욕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하죠. 연애도 빠짐없이 나옵니다. 히로인은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기세인데 주인공은 일본 특유의 무골충이(연애에서 자각 없는 놈) 역을 톡톡히 해줍니다. 주변은 히로인과 맺어질 거라는 걸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주인공 혼자만 딴 나라 얘기를 해대죠. 포인트는 히로인이 술 먹고 뻗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아무 생각 없는 주인공. 이런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도 이런 식으로 연애 하나? 인간관계가 좁은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미를 더 하려는 장치로서의 역할이지 싶긴 한데.

맺으며: 솔직히 좋은 평가는 못 하겠습니다. 정통 무협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일본식 치트물(마법 없는)을 보는 듯한 주인공 혼자 무쌍을 찍습니다. 활도 잘 쏘고, 칼 솜씨도 좋죠. 머리도 아주 비상합니다. 적군 3만 대군을 맞아 물러섬 없는 기개를 보여주어 적의 혼을 빼놓죠. 주인공 아니면 진즉에, 아니 이때까지 어떻게 버틴 거지? 같은 느낌이 장난 아닙니다. 물론 주인공을 주운 장 씨 가문의 가주가 주인공 못지않은 실력을 가졌다고는 해도 주인공이 너무 특출하게 비추어집니다. 그리고 히로인 '백령'은 말을 더럽게 안 듣습니다. 기가 엄청나게 세서 태권도 도장에라도 보내야 할 판입니다. 남의 말 안 듣고 기가 세다는 조합은 금쪽이가 트럭째로 몰려오는 듯한 답답함이 있습니다. 후반으로 가면 좀 나아지긴 하지만.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질투심이 정말로 대단합니다. 주인공에겐 실력에서 뒤지자 두고 보라는 식으로 도적 퇴치하러 가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기어이 가서 위기에 빠지고 주인공에게 구출되고도 미안한 기색도 없고, 자기 때문에 병사들이 죽었는데도 양삼의 가책도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다른 여자와 같이 있는 꼴을 절대 못 봅니다. 분명 왕궁에 갔을 여자(백령)가 왜 여기에? 같은 뚱딴지를 보여주죠. 주인공에 대한 집착이 대단합니다. 작가 딴에는 외로움을 탄다고 포장은 해두었습니다만. 외로움과 집착은 엄연히 다른 것이죠. 이게 다 주인공 때문입니다. 완전 초식남으로 대꾸 하나 못하고, 잘못을 지적하지도 않습니다. 가만 보면 주인공이 금쪽이를 양산하는 듯하죠. 물론 이런 평가는 필자의 극히 주관적으로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통 무협에 대하 서사 같은, 잘만 하면 역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인데 왜 발암물질 뿌리는 연애를 가미했는지 모르겠군요. 키는 작으면서 특정 부위가 큰 상인 여자까지 가세하면서 질척질척해집니다. 좀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나? 떡줄 사람(주인공)은 생각도 안 하는데 히로인들은 김칫 국물을 엄청 마셔대죠. 안 들어주면 뒷 끝도 장난 아닙니다. 시작은 삼국5지 같은 대하 서사였는데 어느새 질척질척 연애물이 되어버린 듯한. 에휴... 아무튼 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쌍성은 칼의 이름입니다. 아마 1천 년 전에는 이루지 못했던 천하 통일을 이루는 게 최종 목표인 거 같긴 한데,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1권 만에 감을 잡으면 그게 더 대단한 거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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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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