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후의 고향 서도에서 1년 만에 도성(수도)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딜 가나 정치권력이란 머리가 아픈 법이었습니다. 마오마오와 진시 사이도 머리가 아픕니다. 계속 신경 쓰이는 놈 포지션이었던 진시는 마오마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줄기차게 들이밀었고, 마오마오는 결국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처럼 진시의 키스를 피하지 않게 되었을 정도로 마음을 열었습니다. 독자들은 생각하겠죠. 이것들이 초등학생만 한 자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뭘 꽁냥꽁냥 거리는 거냐고. 이제 이대로 신데렐라처럼 왕자와 이어져 행복한 나날을 보낼 일만 남았네? 그렇지가 않습니다. 본 작품은 러브 코미디가 아닐뿐더러 신데렐라 같은 동화도 아닙니다. 티비 드라마는 더욱 아닙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의 왕의 동생, 전하와 의녀 정도의 사이이고, 이 작품에서 마오마오는 양반의 서자로서 원래는 숨기거나 어릴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야만 되는 입장이죠. 이번 13권에서는 이런 관계를 참으로 리얼하게 표현합니다.

서도에서 진시를 둘러싼 큰 소동이 있은 후여서 그런지, 아님 슬슬 엔딩에 다가가서 그런지 이번 초반은 쉬어가는 에피소드 성격입니다. 마오마오 주변 사람들의 시각으로 진행되며, 그들의 삶을 풀어 놓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정치 관련으로 싸워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서민들의 삶은 그래도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하지만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살인사건을 접하는 건 좀. 이 작품도 추리 성격을 띠고 있다 보니 주인공 격인 마오마오가 가는 곳은 늘 사건이 따라다니죠. 이번엔 곧 죽어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라칸' 아저씨의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가자미눈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뼛속까지 의학에 목숨을 거는 마오마오는 시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라칸'과 마주하게 되지만 먹을 것으로 길들여 떨어트리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가 됩니다. 중후반 일상 이야기가 끝이 나고 고대하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가 드디어 한 발짝 더 전진합니다.

대망의 진시와 마오마오와의 관계. 사실 마오마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으며, 진시의 진짜 정체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은 가도 줄 수는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치 세력의 판도가 바뀌어버릴 수 있거든요. 그녀는 평민으로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태위라는 지금의 국방장관급 되는 인물이니 핏줄로는 모자람이 없으나 엄마가 기생이었다는 점, 유곽(창관)에서 자랐던 점등으로 인해 정치판에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것이고, 만약 진시의 아이를 낳는다면 어떻게 될까가 최대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여느 동화라면 경사 났네로 끝나겠죠. 하지만 본 작품은 우리나라로 빗대보면 조선시대 정치판을 현실적으로 풀어 내고 있습니다. 진시는 표면적으로 왕의 동생으로 되어 있으나 진실은 좀 더 근원적인.. 진시 본인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지만, 그래서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마오마오가 갈등하고 고뇌하고 결단을 내려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안타깝게 다가오죠.

왜 안타깝냐면, 차기 황위 자리를 놓고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황후는 이국(요즘으로 치면 중앙 아시아나 유럽쯤 됨)의 출신으로 왕자를 낳았으나 그 외모가 서양에 가깝다 보니 황위를 잇는 것에 신하들의 반발이 심하며, 상급 비인 리화가 낳은 왕자를 추대해야 한다는 둥, 나아가 황위 계승권을 가진 먼 친척들을 찾아 물밑 경쟁이 심화되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진시의 진짜 정체가 들통나고 마오마오가 진시의 아이를 낳았다면? 새로운 세력이 되어 뭐 그냥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죠. 결국 마오마오의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진시+마오마오의 자식은 이 둘의 마음과 상관없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사이좋게 지내왔던 황후와 리화 비 하고 황위 계승권 문제로 적대 관계가 될 테니까요. 그 싸움에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 진시는 야밤에 마오마오를 부릅니다. 마오마오는 일단 높으신 분(진시)이 야밤에 여자인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높으신 분(일단 진시는 왕의 동생이니)이 야밤에 여자를 부른다는 것은 수청을 들라는 것이고, 마오마오는 각오를 다지죠. 이제 서로 고백하고 맺어지는 일만 남았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진시에게 가기 전에 마오마오는 진시의 친엄마를 만납니다. 그 자리에서 마오마오는 진시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밝히죠. 하지만 자신은 장밋빛 인생보다는 전쟁을 피하는 길을, 아이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절대 낳지 않는 길을 선택합니다. 마오마오는 결국 진시의 마음을 받아주는 동시에 솔직한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죠. 정말 순애물이었다면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 아닐까 했군요. 그런데 진시는 그것도 모르고...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를 다졌는지 안기 직전에야 알게 됩니다. 자신이 바랐던 사랑은 이런 것이었나? 그저 여자를 안는다고 해서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고 생각했나. 마오마오가 얼마만큼의 각오로 수청을 들려 했는지. 자,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진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은 과제가 던져집니다.

맺으며: 엔딩은 어떻게 끝이 날까 하는 복선이 좀 나왔습니다. 마오마오는 바람(윈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약초와 약이 있다면 어디든 가려 하죠. 만약 진시에게 마음이 있지 않았다면 서도에서 도성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서쪽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까. 진시의 친엄마와의 대화에서 비슷하게 언급되는데, 참 먹먹하게 하더군요. 하지만 진시에게 마음을 열고 도성으로 돌아와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알아 갑니다. 벌써부터 차기 황위 자리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잠들기 전, 문득 라칸(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죽은 사람이 궁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알게 되었죠. 진시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하는 장면은 그녀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얼마만큼 마음을 크게 먹었는지 알게 해줌과 동시에 서글픈 감정을 들게 해줍니다. 결국 진시도 앞 날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정치권은 이들의 마음과 행동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복선도 나왔겠다, 둘이서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이죠, 일명 야반도주라고도 하는데, 티격태격하며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맺음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중 언급은 없습니다만. 던전 시스템이 주인공에게 무언갈 시키기 위해 디메리트는 소거하고 메리트만 잔뜩 있는 시스템을 부여함으로써 주인공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고, 이탈 시키지 않으려 한다로 접근한다면 위기감 없이 무쌍을 찍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아직 E급일때 2중 던전에서 죽을뻔한 이후 던전의 무서움을 알아버린 주인공에게 필요한 건? 힘이었죠. 그래서 한번 각성하면 능력치가 고정되어 버리는 헌터 세계에서 던전 시스템은 성장이라는 미끼를 던지고, 도망치지 못하게 일일 퀘스트를 부여하여 종속 시키고, 성장하면서 체감이 되도록 힘을 갖게 함으로서 중독되게 한다. 작가 후기가 없어서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느낌이 그렇더라고요. 악마의 성 입구를 지키던 케르베로스에게 죽을 뻔은 하였지만 그 이후 이렇다 할 위기에 빠지는 일 없이 이제 한국에서만큼은 누구도 상대되지 못할 정도로 성장하였죠. 그래서 던전에 들어간다 -> 몬스터를 처치해 레벨 업을 한다 -> 스텟을 받아 성장한다를 반복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4권쯤 오니까 조금은 식상하게 되는군요. 식상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건 마치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성장시킨 캐릭터가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중독성 같은 그런 게 있다고 할까요. 사실 단순한 면이 있어서 빨리빨리 읽히는 것도 한몫합니다.

이번 4권에서는 100층짜리 악마의 성을 클리어해서 받은 보상으로 엄마의 병을 낫게 하고, 일본 헌터들과 연합하여 제주도를 탈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번 발병하면 절대 고칠 수 없다는 수면병을 낫게 하고 4년 만에 엄마와 마주한 장면은 제법 뭉클하게 합니다. 제주도 탈환 에피소드는 혐일이라고 일본에서 악플 달던데, 일본 우익들 작품들에서도 우리나라 표현한 것들 보면 딱히 누가 잘했네 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튼 던전 게이트가 열리고 10년, 제주도가 개미들에게 함락된 지 8년 만에 무늬만 한일 연합팀은 제주도 탈환에 성공하였습니다. 이거 중대 스포일러 아닌가 싶지만, 그 정도로 비중 있는 에피소드는 아닙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경험치 벌이에 지나지 않는 통과 지점일 뿐이죠.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20대 중반이 되어도 아직 여친 하나 없는 주인공이 불쌍하다는 것이고, 제주도 탈환을 거치면서 그 이전부터 주인공에게서 좋은 향기 난다던 그 히로인과 연이 맺어지나 이게 더 중대 스포일러가 되겠죠. 히로인은 팀에 합류하여 개미 여왕 잡으러 갔다가 핀치에 빠지거든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나는 건 누구? 근데 영화 스피드에 보면 액션씬 찍다가 만난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던데 어찌 될는지. 이 작품에서 이런 설정은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아서 조금은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맺으며: 제주도 탈환하면서 주인공은 이제 국제적 관심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죠. 사실 이런 이야기는 한창 꿈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게 해주는 좋은 소재가 아닐까 합니다. 인생 성공 가도를 달리고, 스카우트 제의는 쿨하게 거절하고, 하렘에는 관심이 없는, 중2병식 폼을 잡게도 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주인공은 그런 나이를 지났다는 것이고요. 아는 동생과 길드(회사)를 차리고, 길드명을 무엇으로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현실에서 불경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대리 만족도 느끼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제주도를 탈환하면서 이야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전에 나왔던 주인공 아버지에 대한 복선, 던전이 다른 세계와 이어졌다는 걸 이번에 밝혀진 걸로 보면 사실 아버지는 다른 세계 사람이고, 다른 세계에서 뭔가의 트러블로 인해 이쪽 세계에 던전이 생기지 않았나 싶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플레이어로 선택하고 육성 시킨다 같은? 뭐 8권까지 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필자도 차츰 알아가면 되겠죠. 마지막으로 작가가 일을 크게 벌이는 걸 좀 주저한다고 해야 하나, 예로 주인공 엄마를 치료한 치료제는 전 세계가 원하는 것이고, 당연히 치료제의 존재가 밝혀지면 큰 소동이 일어날 테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확장될 텐데 컷트 시켜버리는 건 못내 아쉬웠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D&D 느낌이 많이 나고, 진행 방식은 고블린 슬레이어와 비슷합니다. 얕잡아 보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모험가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시체 회수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던전에서 죽은 모험가를 시체 주머니에 담아 신전에 갖다주면 수녀가 신(神)에게 기도를 올려 부활 시켜주죠. 하지만 매번 부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신(神)에게 얼마만큼의 공양(제물)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조금은 어안이 벙벙해지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 기부를 많이 하라는 뜻이죠. 주인공은 시체를 회수해 주고 부활에 성공하면 당사자에게서 수수료를 받습니다. 이 부분이 고블린 슬레이어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죠. 고블린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다고 그걸 없애고 의기양양하냐를 이 작품에 빗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시체 회수로 돈을 번다며 사람들은 그를 구더기에 비유합니다.

이야기는 아무도 공략하지 않은 [미궁]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이것은 후에 어떤 복선의 시작이기도 하죠. 주인공은 누구인가 하는. 주인공은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시체 회수꾼을 하고 있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상황이었죠. 지금은 여러 모험가들을 알고 있고, 뻔질나게 신전에 드나들다 보니 수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기억 찾기도 병행됩니다. 내가 왜 미공략 던전에 엎어져 있었나. 이후 작은 모험가를 만나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긴 합니다만. 주인공은 수녀의 기도로 부활에 성공했죠. 수녀는 왜 그를 부활 시켜주었나. 부활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수녀가 부담했다는 것에 의문점이 남습니다. 주인공은 오늘도 던전에 들어갑니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을 없애러 간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시체를 찾아다니죠. 기억이 없어도 일단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그 끝은 의외로 싱겁게 찾아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바스타드'는 칼의 일종입니다. '블레이드'는 칼날을 의미하죠. 주인공은 던전에서 전멸한 모험가 무리를 만납니다. 아니 아직 한 명이 살아 있으니 전멸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시산혈해 산(山)에서 홀로 커다란 칼을 휘두르며 간신히 살아 있는 작은 모험가를 보게 되죠. 자, 혹시 도서를 보시게 되면 여기서부터 정말 집중하면서 읽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블레이드&바스타드'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작은 모험가는 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노예였습니다. 그 사슬의 끝은 죽은 모험가의 손에 잡혀 있었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작은 모험가를 주인공은 도와줍니다. 여느 이야기였다면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흔한 이야기였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작을 알리는 종입니다. 작은 모험가는 금세 주인공을 따르게 되죠. 이때부터 둘은 같이 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작은 모험가는 노예였고, 주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던전에서 작은 모험가를 찾으러 온 무리들이 주인공을 덮치게 되죠. 그리고 이야기는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작은 모험기의 이름은 '가비지'. 빨간 머리에 빼빼 마른 몸. 신전의 수녀에 의해 작은 모험가는 여자애로 판명되죠. 인간의 말은 못 합니다. 첫인상은 개와 같다던 주인공의 말처럼 그녀의 대사는 arf(멍멍), whine(낑낑), yap(짖는다), 기분 좋으면 bow 하기도 하고, 던전에서 sinfe(킁킁) 거리기도 합니다. 즉, 그녀의 대사는 개가 내는 의성어를 영어식으로 발음만 할 뿐이죠.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하는데 주인공이 하는 말은 다 알아듣는 듯합니다. 큰 칼을 짊어지고 전위에 서서 종횡무진을 활약을 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하는 일이 다소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그녀를 회수하러 온 노예 주인을 격퇴했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출신을 둘러싸고 누군가가 '그녀'를 습격해 옵니다. 여기서 '바스타드'의 의미가 무엇인지 드러나죠. 바스타드는 그녀를 뜻하는 것으로, 태어나선 안 될 존재였습니다. 그렇다면 블레이드의 의미는 바스타드의 칼날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주인공은 쫑쫑 거리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그녀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게 될까.

이 작품에서 고블린은 인간입니다. 주점 뒤편에서 신입 모험가들을 꼬드겨 뜯어먹고, 때론 죽이기까지 하는 모험가들. 신입을 사냥하여 던전에서 고기 방패로 내몰고, 보물 상자 따는데 전문 지식 없는 그들을 시켜 죽으면 아무렇게나 발로 차서 내다 버리는 악행이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죠. 그럼에도 시골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기 위해 고기 방패로 내몰려도 꿋꿋하게 헤쳐나가던 어떤 소녀의 비명횡사. 그 소녀를 길가 돌멩이처럼 차서 날려 버리는 모험가들. 돈이 있으면 죽은 소녀도 부활이 가능하나, 모험가들은 신입을 납치하는 게 더 싸다고 생각 중이죠. 그런 지옥도에 내몰려 주인공을 습격했다가 죽을뻔했던 '라라자'라는 소년은 진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변덕인지 주인공에게 거둬지게 되거든요. 그리고 가비지랑 티격태격하는 게 이 작품의 유일한 훈훈한 장면이죠. 이로써 3인 파티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이전까진 느끼지 못했던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맺으며: 처음엔 맹견 같던 가비지가 arf(멍멍) 거리며 언제나 주인공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게 귀엽습니다. 신전의 수녀에게 쓰다듬 받는 건 거부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쓰다듬하면 싫어하는 모습에서 취향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아가게 하죠. 주인공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무뚝뚝하고 차가우면서 정(情)이 많은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가비지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마구간에서 자는 라라자에게 간이침대도 만들어 주죠. 신전의 수녀는 그런 그에게 마음이 많이 가 있습니다. 참고로 수녀는 엘프입니다. 주인공 파티에 합류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은 나와 있습니다. 아무튼 보물 상자 여는 것에도 목숨을 걸어야 하고, 같은 인간이라도 믿을 사람은 몇 없는, 그런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그립니다. 부활에 실패하면 재가 되어 영영 죽어버리는 세계에서 부와 명예를 위해 던전이라는 환상을 쫓는 모험가들. 일단 1권 한정이지만 고블린 슬레이어와는 다르게 하렘을 빼고, 라이트 노벨이라는 느낌을 없애고, 전통 판타지처럼 삶과 죽음이라는 리얼리티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바스타드'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블레이드는 주인공이겠구나 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장면은 제법 소름 돋게 해주었군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못 쓰지만 신화 관련으로 고블린 슬레이어 세계관에 빗대면 주인공과 가비지는 신들의 주사위 판에 올려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 먼치킨이지만 죽도록 일하기 싫어하는 니트의 이야기입니다. 현실 지구에서 사축으로 쪽쪽 빨리다 비명횡사한 후 눈을 떠보니 이세계였고, 마왕이 되어 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침대를 끔찍이 사랑하고, 잠(슬립)은 최고의 특기이며, 나태는 나의 본성. 언제부터 이래왔는지 기억은 까마득하고,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최고의 니트는 어째선지 19명이 있다는 마왕 서열 제3위(5위였는데 3위로 올라섬)가 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이세계물 하면 용사가 되거나 그에 준하는 선(善)에서 시작하는 반면에 본 작품은 마왕이라는 악(惡)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고 인간들을 몰살하러 다니는 호러틱한 건 아니고 사람이 어디까지 나태해질 수 있는지 실험적인 작품이 아닐까 하는데요. 침대에서 일어나는 법이 없으며, 전속 메이드가 밥을 떠서 주인공의 입에 넣어주는 아주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만약 19금이었다면 대소변도 받아주는 장면도 있었을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분위기를 보이죠.

비탄의 망령을 집필하고 있는 츠케카게 작가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웹에서 연재 중이고 7~8년쯤 된 걸로 보이는데 아마 비탄의 망령과 교차 연재 중이 아닐까 싶군요. 아무튼 본 작품의 주인공은 비탄의 망령의 주인공이 그토록 바랐던 나태한 삶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탄의 망령에서 동료에 해당하는 메이드는 주인공을 끔찍이 보살피고, 부마스터역인 '리제'는 나태한 주인공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일 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죠. 하지만 나태 하나로 지금껏 먹고 살아온 주인공은 '리제'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아 언제나 그녀의 위장을 구멍 냅니다. 주인공 상관에 해당하는 대마왕의 명령조차 듣지 않으니 결국 힘으로 해결하려고 침대를 불사르고 메이드를 농담이 아닌 진짜 물리적으로 화형 시켜도 꿈쩍을 안 하니 미치고 졸도합니다. 사실 주인공은 원해서 마왕이 된 것이 아닌 데다, 현실에서 사축으로 쪽쪽 빨리다 죽었으니 이세계에 와서까지 일하기 싫다는 글러먹은 사상을 가지고 있죠.

본 작품은 원죄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바라는 욕망이 곧 능력이 되고 스킬이 됩니다. 욕망이 강할수록, 충실해질수록 힘은 더욱 커집니다. 이 뜻은 주인공이 나태해지면 해질수록 강해진다는 의미이죠. 비단 주인공만이 아닌, 모든 원죄에 해당하며, 결국 오래 산 악마(주인공은 마족)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담 주인공은 이세계에 와서 몇 년이나 살았나. 이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죠. 그리고 주인공이 마왕 서열 3위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근데 돌려 말하면 근본이 나태한 주인공은 노력해서 강해졌다기보다 욕망에 충실해서 강해졌다는 실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얼마나 나태하냐면, 마족은 서로가 죽이는 혼돈의 카오스 상태고, 원죄 중 폭식이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마왕도 있다는 뜻이죠. 욕망에 충실할수록 강해지는 원리에 따라 폭식의 마왕은 인간들이 아닌 동족을 잡아먹기 시작했고, 주인공의 영지까지 쳐들어와 부하들을 잡아먹고 있는데도 구해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대마왕이 파견한 '리제(메이드와 메인 히로인 자리 두고 다투는 중)'는 주인공으로 인해 위장병을 달고 사는 게 개그 포인트입니다. 나태의 본질을 깨닫기보다(깨닫지만 애써 외면) 대마왕의 명령을 우선시해서 주인공을 닦달하지만 주인공은 어디서 개가 짖나 식으로 무시, 메이드는 보란 듯이 주인공이 나태의 수렁에 빠지도록 보살피고 있는 것도 눈에 가시인데, 아기 새에게 먹이 먹이듯 밥을 떠서 침대에 자빠져있는 주인공 입에 넣어주는 장면은 그녀(리제)에게 있어서 가히 압권이죠. 이런 장면이 계속되자 뭔가 끊어지면 안 될게 끊어진 '리제'의 화염 공격으로 침대는 불타고 메이드는 숯덩이(농담 아니고 진짜 물리적으로)가 되어 버리는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게 그로테스크 합니다. 하지만 질이 안 좋은 건, 비탄의 망령에서는 무늬만 강했던 것과는 반대로 본 작품의 주인공은 진짜 강하다는 것이고, '리제'의 불같은 분노(리제의 원죄는 분노)는 주인공 발치에도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진지한 장면을 연출한다기 보다 어딘가 몇십 년 같이 지낸 부부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게 흥미롭죠.

맺으며: 일단 1권 기준으로 장르는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폭식의 마왕이 동족을 잡아먹는 장면들은 좀 그로테스크 했습니다만. 그 외에는 일하기 싫어하는 주인공과 일 시키려고 하는 리제의 눈치 싸움에 메이드는 주인공 편들어서 리제를 무시하고 그걸 또 열받아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주인공과 리제가 투닥거리는 러브 코미디 같은 이야는 아닙니다. 주인공은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있죠. 이 부분은 약간 발암이지만 동시에 나태를 충실히 표현하고 있기도 해서 좀 오묘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언제나 열받아 하는 건 리제 혼자. 원죄에 관한 내용들은 허투루 넘기는 것이 없는 꼼꼼한 설정들이 작가가 준비를 많이 한 듯하더군요. 가령 물이 불을 이길 수 없듯이 상성의 문제 같은 것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나태해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주인공보다는 리제 등 주변 사람들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다른 사람의 시야에서 재촬영하듯 구성하기도 해서 약간 지리멸렬한 부분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세계 전생이지만 전생물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었군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신에게서 가호는 받았지만, 여느 이세계 먼치킨처럼 단번에 무쌍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마왕을 넘어서는 최강의 언데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길은 험난할 것이라고 사신은 예고하였었죠. 여주는 전투에 대한 경험 부족과 너무나 강한 상대, 그걸 뛰어넘기 위한 마력 부족으로 인해 복수는 고사하고 막 깨어난 새끼 새처럼 쫓기듯 또다시 왕도를 벗어나야 했습니다. 다시 왕도로 쳐들어가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였으나, 불행히도 처음부터 언데드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여주는 인간일 때의 마음과 감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것이 화근이 됩니다. 이 작품에는 복수에 필요 없는 요소가 세 개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인간일 때의 감정을 버리지 못한 것. 두 번째로는 지방 어느 백작가에서 그들을 호위하는 모험가들을 만나고 꼬맹이 여모험가에 빙의해버린 것. 세 번째가 백작가 영애 '캐서린'과 유대를 쌓아버린 것. 그래서 여주는 냉혹한 복수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세상엔 아직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 버렸거든요.

모험가들은 비록 빙의체라곤 해도 여주를 따뜻하게 대해준 것, '캐서린'과 밤마다 책을 읽으며 인간일 때의 기쁨을, 모험가들은 자신의 동료에게 여주가 빙의 되었다는 걸 알고 나서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여주를 구원하려 했다는 것.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사신에게서 가호를 받았을 때부터. 구원의 손길을 잡았다면 분명 양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으나 여주는 어둠의 길을 선택했죠. 그래서 구원의 끝에 남은 건 허무한 감정, 하지만 이 한 달 남짓한 생활은 그녀에게서 인간이 가져야 할 마음을 버리지 못하게 했던 것은 분명했습니다. 자신을 이 꼴로 만든 현재의 왕(여주 삼촌)과 그 추종자들 포함, 단두대로 향하던 자신에게 매도의 말을 퍼부은 사람들 모두 그래서 모든 인간은 죽어 마땅하기에 지방 소도시를 궤멸 시키고 시민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왕도로 진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언데드가 된 후에도 따뜻하게 대해준 '캐서린'과 재회하면서 여주는 사람을 죽이는 데 브레이크가 걸리고 맙니다.

복수물에서 필요 없는 감정을 가지게 되면서 신중해지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길어지고 매끄럽지 못하게 됩니다. 왕도에 단숨에 쳐들어가 모든 걸 불태워버리는 것보다 어떻게 쳐들어 갈지에 대한 전략을 짜고 꾀를 내어 적들끼리 이간질 시켜 싸움 붙이게 하는 등 복수물이라기보단 전략 공성전 같은 느낌이 되어 버리죠. 왕도에 도착해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복수보다는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를 죽이는데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용할 때는 아이고 어른이고 가차 없이 이용하긴 하는데, 약물에 의존하지 않으면 여주는 마음이 견디지 못할 정도 되어 버리죠. 모험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희생 시키면서 여주로 하여금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해버렸습니다. 사신이 보면 기가 찰 노릇. 그리고 이왕 악당은 인간들이라는 설정을 넣었으면 끝까지 악한 모습을 보여 주어 여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제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거의 없다 보니 아쉬움이 굉장히 크게 다가옵니다.

맺으며: 1부 끝입니다. 작가의 말로는 1~2권이 잘 팔리면 2부(3권) 집필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그에 따른 복선도 많이 넣어놓긴 했습니다. 가령 여주의 부하가 되는 마족이라든지, 여주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인간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어느 수인 여자애라든지. 왕도 함락과 복수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듯 주변국 정세라든지. 이 정도 복선을 가졌으면 2부 집필해도 될만한데, 일단 팔려야겠죠. 하지만 라노벨계에서 복수물이라는 희귀할 정도로 소수파 진영에서 상냥한 복수귀가 얼마만큼 먹힐지는 솔직히 회의적이군요. 이번 2권만 봐도 캐서린과 접점을 만들고 여주로 하여금 고뇌하게 하고 망설이게 하면서 이야기가 좀 지리멸렬해집니다. 그로 인해 이야기가 길어지고 진짜 중요한 현재의 왕과 그 추종자들에 대한 복수는 420여 페이지 중에서 불과 몇 페이지밖에 없을 정도로 복수라는 아이덴티티는 희석되고 말죠. 물론 작가 딴에는 아마도 복수보다는 억울하게 비명횡사한 여주의 구원이라는 궁극의 스토리를 그리려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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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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