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24권에서 하차한다고는 했습니다만, 6년 만에 25권을 들고 온 이유는 단순합니다. e북 가격이 저렴했거든요. 작품 내용적으로 솔직히 불판에 올려진 오징어처럼 배배 꼬게 만드는 부끄러움은 왜 읽는 자의 몫인가 하는 의문점 투성이인 작품이죠. 주인공 남자 하나를 두고 열에 가까운 히로인들이 들러붙어 낯간지러운 대사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꼴이었으니까요. 요즘처럼 과감하게 2세를 만든다든지 같은 진도를 빼는 것도 아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몇 평 되지도 않는 단칸방에서 열에 가까운 히로인들과 부대끼면서도 사고가 안 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사실 당시 러브 코미디류 정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보니 히로인들의 호감도는 올려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게 특징인 작품이었으니까 뭐 어쩔 수 없겠죠. 당시에는 이런 작품이 꽤 잘 먹혔으니까요. 하x테처럼이라든가, 마법선생 네x마라든가. 그리고 노려볼만하죠.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같은. 결국 안 만들어진 거 같지만요.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로 차별화를 꾀하지만 돌이켜보면 연애물에서 나올법한 -마법 소녀, 외계인 소녀, 모녀, 왕족, SF, 유령, 판타지, 시간 여행-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가 있었으니 상상의 나래는 펼치게 해도 크게 주목받진 못했죠.

아무튼 25권에서도 여전히 히로인 중 한 명 '티아'의 고향인 '포르트제'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과거 주인공에 의해 쫓겨났던(외전 7.5권 참조) 망령에 의해 티아의 어머니(현 국왕)가 실각하자 지구에서 머나먼 포르트제까지 날아가 사건에 뛰어듭니다만. 과거의 또 다른 망령, 에우렉시아(외전 7.5권 참조)는 주인공 대책에 만전을 기한 상태였죠. 쉽지 않은 전투가 이어지고, 히로인이 쓰러지는 등 궁지에 물려 가면서도 타개책을 찾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2천 년 전 포르트제를 구하고(외전 8.5권 참조) 전설을 만든 '청기사'의 대두는 포르트제 국민에게 희망으로 작용하죠. 그러나 쿠데타를 진압하려면 필연적으로 전투를 치러야만 하고, 2천 년 전부터 주인공과 티아의 조상(일라이아, 7.5권, 8.5권 참조)의 소망이 국민들을 지키는 것이었던지라 무고한 국민들이 전투에 휘말려서 희생되는 것은 언어도단. 그렇기에 전투는 힘겹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게 당시 히어로물에서 보여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였죠. 요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한 느낌이 없잖아 있을 것입니다. 돌려 말하면 기승전결이 아쉽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적을 무찔러도 다음에 또 보자로 귀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맺으며: 결국 적을 무찌르는 히어로 물에서 결말은 주인공이 승리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요점은 과정이 되겠죠.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치는 것.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 히로인들. 이 작품의 특징이 단순히 러브 코미디로 끝나지 않고 히로인들 저마다 주인공 곁에 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무르익어서 목숨을 버리는 것도 쉽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요. 이번 25권에서도 주인공 대책에 만전을 기한 에우렉시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고, 활로를 찾기 위해 목숨 버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려는 히로인들에게서 숭고한 정신보다는 약간의 광기를 엿보았군요.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것을 두고 볼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그런 히로인들 때문에 주인공은 두 배로 고생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것들 가만히 내버려두니 자꾸 주인공을 보호하겠답시고 방패 역할을 주저하지 않으니 그녀들이 다치는 걸 싫어하는 주인공은 그만큼 더 노력해야만 하죠. 작가도 은근히 사디스트 성향이 있는 듯한? 욕이나 비하가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아무튼 이번 25권에서 새로운 히로인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하렘 진영에 참여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난 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호감도는 기존 히로인들과 뒤지지 않게 되었군요. 어중이떠중이 엑스트라는 아닌 듯하고, 아마 이번 쿠데타가 해결되면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그런 히로인이죠. 이번 25권에서 하나의 사건(핵심 스포일러러 언급이 힘듦)이 해결되면서 쿠데타 에피소드는 이제 반환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몬스터 고기는 먹는 것이 아니다. 이 세계의 상식이죠. 일단 드럽게 맛이 없고, 독이 있어서 토끼 다리살 조금이라도 먹으면 토하고 괴로워 미칩니다. 그러나 적응하면 힘을 얻죠. 주인공은 이렇게 강해졌고, 강해진 김에 왕위를 찬탈하고, 내친김에 이웃 나라 A도 접수하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왕(주인공 아버지)파였던 아버지를 재끼고 자신을 도와준 메인 히로인 '프라우'를 왕비로 맞아들였고요. 나중에 헌드레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거듭나는 용병 나부랭이들에게도 몬스터 고기를 맥여서 인간병기로 만들고, 백성들에게도 장려해서 온 나라가 몬스터 고기 파티를 벌입니다. 결과 시골 촌 동네 이름 없는 나라가 무력으로 순식간에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죠. 뭐 그래봐야 주변 나라들은 반신반의하지만요. 그러다 코피 터지기도 하고. 이러니까 당연하게도 궁금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 오늘은 대륙 중앙에 있는 어떤 나라의 왕녀 '카밀라'가 소문이 자자한 주인공을 뵈러 찾아왔습니다. 문안 인사는 아니고요. 본국에서 있을 자리가 없어 주인공 나라를 접수하러 왔다나 어쨌다나.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엄청난 미인이라는데 일러스트가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고, 성격이 끝내줍니다. 오만 방자하고,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대뜸 목을 따고, 입이 험해서 친구 하나 없다고 합니다.

얼마나 성격이 안 좋으면 혼기가 찼는데도 누구 하나 데려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하지만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설마 진짜로 주인공 나라 사람들이 몬스터 고기 먹고 강해졌을까. '카밀라'는 실력파에 기교파로서 세계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습니다만, 주인공 나라에서는 뭐 그냥 멍석말이 신세일뿐이죠. 주인공이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부하들이 그녀를 멍석말이해서 구석에 처박아 놨네요. 이걸 어쩐다. 돌려보내자니 적(이웃 나라)의 전력을 보존해 주는 꼴이고, 놔두자니 보릿자루고. 그때 재상이 아이디어 하나는 내죠. 측실로 맞아들이세요. 아니 아무리 시골 촌구석 나라지만 정보는 들어온다고? 성격이 파탄 나서 대국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혈안인 나라들도 기피하고, 본국에서조차 시집갈 곳이 없어 방치 플레이 중인 불량 채권을 주인공 보고 처리하라니. 이것들 왕을 뭘로 보는 걸까. 하지만 기본 실력은 있으니 몬스터 고기를 맥이면 더 강해져서 나라에 보탬이 되고, 나아가 건강한 2세도 낳아 대대손손 강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다는 둥 실리를 찾는 부하들의 성화에 못 이겨 측실로 맞아들이는데, 여기서 웃긴 건, 카밀라의 반응.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그녀는 주인공을 깔보고 있었죠. 그녀도 실리를 찾아 측실에 합의를 하지만, 곧 후회하는 게 최대 포인트.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측실을 더 들이자는 의견이 모아져 전 세계에 비(측실) 선발전 개최를 알리는데....

맺으며: 몬스터 고기를 먹으면 힘을 얻습니다.라고 하면 보통 우리가 아는 스킬이나 능력치를 생각하잖아요. 필자는 순수했던 겁니다. 밤 일도 능력이고 힘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힘에 이어 절륜도 얻었습니다. 이전에 LV2부터 치트였던 전직 용사 후보 리뷰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거기서 한 술 더 뜹니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에다가 19금 요소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결혼을 했으니 가정을 꾸리고 자손을 잉태하는 건 당연할 것입니다. 근데 서브컬처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죠. 그러나 이 작품에서 필자가 언급한 여기서 한 술 더 뜬다는 의미는, 주인공이 너무나 절륜해서 히로인들이 넉다운 된다는, 그리고 회임(임신)이라는 인간 본능에 대한 부분을 자극하는 필력이 제법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성인 동인지 같은 변태적인 표현은 절대 아니며, 2세를 낳기 위한 과정에서의 가십거리고,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들을 보여 주죠. 하지만 주인공을 피하는 히로인들은 제법 흥미롭습니다.

이번 2권의 히로인 '카밀라'의 경우도 기세 좋게 쳐들어 왔다가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하죠. 하지만 실리를 챙겨 성공한 엄마가 된다는 이번 2권에서 최대의 흥미 포인트가 되니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1권 리뷰에서 주인공의 스승이 주인공 앞 길을 막을 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하였었는데, 스승도 꽤나 충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필자의 해석을 완전히 뭉개버렸군요. 사실 성인 동인지에서 나올법한 이야기인데, 그런 느낌 들지 않게 조절 잘하는 작가의 능력이 좋습니다. 원래 장르가 개그에 가까운 작품인데 필자가 너무 깊게 생각한 듯. 아무튼 주인공의 마음속 딴지 걸기는 예술에 가깝습니다. 늘 일을 저지르는 부하들과 주변, 일을 키워가면서 주인공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다 보니 주인공은 언제나 휘둘리기만 하죠. 나쁜 쪽이 아니라 개그 쪽으로요. 왕은 원래 그래야 된다면서 부하들이 몬스터 고기만 맥이려 하니 미칠 지경이고, 도시로 몰래 잠행 나가서 평범한 고기 먹으려다 실패하는 등 이런 소소한 개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합니다. 히로인들도 원래 인간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순화해서 표현해도 매드 사이언티스트밖에 생각나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 가정을 꾸려 가는 모습들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모성의 대단함을 엿볼 수 있었군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외전이자 설정집입니다. e북 가격이 종이책 절반쯤 되기도 했고, 그냥 궁금하기도 해서 구입해 봤습니다. 주 내용은 자투리 성격의 일상생활 이야기들입니다. 여주가 거미로 태어나 미궁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할 때부터 신격화 직후까지이고, 본편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령 미궁을 벗어나 지상으로 나와 처음으로 맞닥트린 거대 매미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며 잡았지만 먹을 게 없다든가, 자기 거미줄을 먹어보는 등 기행을 펼치는 장면도 몇 있었군요. 흥미로운 것은 일상생활이라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없애려는지 짤막하게 옴니버스식으로 수록해두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여주만이 아니라 주변인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특히 흥미로운 점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거미 인형 4자매의 이야기입니다. 본편에서 여주 보다 더 재미있는 콩트를 보여주곤 했던 4자매의 성격을 분석해서 저마다 개성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게 흥미롭죠. 또 하나는 여주 반 친구이자 귀족 영애로 TS 전생한 캐릭터군요. 보통 19금 작품이 아닌 이상, 성장기의 여성 신체 변화에 대한 설명은 터부시 되는 경향이 강한데 여자로서의 삶을 남자의 시각으로 풀어 놓는 장면이 흥미롭습니다. 물론 보건 교육 같은 건 아니니 일부러 찾아보진 마세요.

그 외엔 등장인물들의 설명이나, 작가와의 인터뷰, 캐릭터 설정 등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보통 현실에서 거미는 생김새 때문에 꺼려지는 생리적 혐오감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역시 컬처라는 세계관에서 버프를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작품의 거미(여주)는 꽤 귀여움을 동반하고 있죠. 본편에서 부족했던 여주가 거미일 때의 일러스트를 EX에서는 제법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이건 만족스러웠습니다. 각 캐릭터들의 설명들, 특히 엘프들에게 보호받고 있었던 아이들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본편에서 이들은 그렇게 활약을 하지 않아서 별로 흥미롭진 않았군요. 작가와의 인터뷰는 e북 리더기 화면상으로 볼 때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아 가독성이 최악이었습니다. 필자의 눈 시력이 나빠서 그런지 몰라도(양쪽 시력 0.8, 0.7 안경 안 씀) 그냥 넘기게 되더군요. 눈이 좋으신 분들이라도 혹시 EX를 보신다면 큰 화면으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일상생활의 이야기는 글자가 일반적이라고 무리가 없는데, 인터뷰나 일부 설명들은 다소 글자 폰트가 많이 작습니다. 설정집답게 일러스트는 제법 들어가 있는데요. 이 중에 컬러도 있지 싶은데 제가 구매한 e북 리더기(거의 최신 기종)는 컬러를 지원하지 않아 아쉬웠군요.

맺으며: 흡혈녀 소피아의 이 관리에서 양치질에 대해 약간 설명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양치질의 주된 목적이 충치균을 없애려는 것도 있지만 그 외의 세균을 없애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죠. 세균은 잇몸에도 영향을 당연히 주며, 잇몸의 경우 충치보다 더 중요하게 관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소홀히 했다간 나이 들어 풍치 옵니다. 필자도 4개나 풍치로 뽑았군요. 풍치가 오면 충치는 아무것도 아닌 통증을 보여줍니다. 그냥 데굴데굴 굴러요. 그리고 풍치가 오면 잇몸이 많이 삭았다는 뜻이고 임플란트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필자도 결국 못 했음). 충치는 크라운을 씌운다든지 이를 뽑지 않아도 되지만. 양치질은 매우 꼼꼼히 자주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무튼 여주의 신격화 직후까지의 내용을 다루고는 있지만 이세계 시스템 붕괴에 따른 영향과 이후의 이야기는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 EX2편에서 다루지 않을까 싶군요. 빠른 e북 발행을 바라봅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뭔가 좀 엉망진창입니다. 대륙을 작살낸 마인과 어둠의 마도사를 힘을 합쳐 봉인했으면서 마왕을 어쩌지 못해 마구잡이로 용사 소환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주인공도 소환 당했죠. 지구인은 아니고요. 다른 판타지 세계인인데, 그의 출신은 그리 중요한 건 아닌 듯합니다. 아마 주인공 인성(인품)이 어떻다 같은 개연성을 위해 넣어 놓은 듯하고, 그 개연성대로 좋게 말하면 다정하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 같은 인간이죠. 아무튼 소환되어 능력치를 검증하는데 무능력이 나왔습니다. 소환 주체들의 얼굴이 똥 씹은 얼굴이 되는 건 당연지사. 이걸 어쩌나 하는데, 옆에서 새로운 사람이 소환되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것들이 벌써 200번에 가까운 사람들을 소환하고 있었지 뭡니까. 그렇다면 앞에 190여 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공 다음으로 소환된, 피부는 희멀건 하지만 금태양 같은 놈팡이 놈이 글쎄 용사 적격으로 판정받죠. 순식간에 주인공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타임 리밋은 1시간인데. 뭔 리밋?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용사가 소환되었다는 여운이 이제 좀 가셨을 때 눈에 띄는 주인공. 너 님 아직도 안 돌아가고 뭐 하세요? 황당하죠. 리밋은 진작에 종료. 나 같으면 내가 마왕이 되어 이놈들 다 없애버릴 텐데.

왕이라는 놈이 돈 몇 푼 지어주고 변방 숲에 가서 살으랍니다. 알고 봤더니 돈주머니에 시한폭탄이 들어 있네요(좀 많이 각색). 앞에 190여 명도 이렇게 비명횡사한 듯. 숲에 도착해서 주인공을 노리고 덤비는 슬라임을 처리했더니 주인공 LV 업. LV2가 되자 슈퍼 울트라 능력자로 각성. 위에서 언급한 금태양 수만 마리가 있어도 주인공에겐 쨉도 안 될 능력자가 됩니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평이 안 좋지 싶은데 아무렴 어때요. 아무튼 왕이라는 놈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이고, 금태양은 금태양 짓을 해대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으로서는 제일 먼저 할 일은 시한폭탄을 던져준 왕을 없애야 되지 않겠나? 변장해서 시작의 마을엔 왜 돌아가냐고요. 아마 운명적인 만남을 예견한 것일까. 평생 와이프를 만나는데 1권 만에 진도 엄청 뺍니다. 리뷰가 참 저렴하게 느껴지신다면 아마 그 느낌이 맞을 겁니다. 이 작품은 마왕과 용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가 있죠. 오히려 시원할 정도여서 술술 읽히는 게 장점입니다. 어쨌거나 귀찮은 일은 금태양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주인공은 와이프 안아 들고 집으로 들어가서 원초적인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필자, 좀 많이 놀랐습니다. 19금 아닌 작품에서 이성 간 그렇고 그런 행위에 브레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군요.

물론 모자이크 처리는 합니다. 하지만 끄트머리 외전 이야기는 진짜 좀 위험하던데? 하반신에서 뭐가 쑥쑥 자라서 허리가 어쩌고저쩌고. 더 하면 블록 될 거 같아 이쯤하고, 주인공 일행은 변두리에 정착했습니다. 만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결혼하고(에피소드가 좀 있지만 생략),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아이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이쯤에서 여기사 4인조가 찾아옵니다(얘들도 에피소드가 더 있지만 생략). 와이프(메인 히로인)가 질투심이 강해서 접근은 못하고 있지만 아마 곧 공략 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주인공 변강쇠더만요. 이후 히로인 1+1(이들이 위에서 언급한 외전 이야기 장본인들)이 더 찾아오면서 집은 북적북적해집니다. 물론 여러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니 중요하지만 다 언급하면 출판사에서 정해놓은 본 내용 언급 10% 가이드라인을 넘기게 되는지라 아쉽지만 생략하도록 하고요. 아무튼 변두리에서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이세계 라이프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을 이길 존재는 없고, 오는 손님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물은 오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여기사들은 저마다 집안일을 하고 밭을 갈고 말을 돌보는 등 농촌 생활에 잘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태양 용사는 쭉정이 용사로 판명되어 쫓기게 되는군요.

맺으며: 무능력해서 추방했는데 진짜 베기였다 류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주인공을 괄시하고 얕잡아보고 시한폭탄까지 던져주는 극악무도한 짓을 해댔으면서 진짜로 밝혀지니까 손바닥 뒤집듯 하는 사람들이 참 웃겨주죠. 주인공은 진짜로 밝혀져도 용사로서의 길보다는 와이프(+객식구들)와 시골에서 조용히(격한 레슬링으로 집 무너지겠던데) 사는 걸 선택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자기중심적에 난 잘못 없어 책임 회피만 일삼는 금태양 용사가 몰락해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마왕은? 이게 참 흥미롭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소시민 같은 아저씨? 1권 기준으로 겉모습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아저씨 어디가 위험해서 용사를 마구잡이로 소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사랑을 추구하는 마동석 같은 캐릭터? 그래서 뭔가 좀 엉망진창입니다. 주인공이 와이프 얻는 에피소드라든가(스포일러라서 언급 불가), 또 다른 예로서 보통 히로인, 그것도 메인 히로인을 비처녀로 만드는 행위는 이 계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근데 1권 초반에서 과감히 사도의 길을 가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꾸만 늘어나는 히로인과 주변에서 주인공을 얕잡아보는 클리셰 등 어떻게 보면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필자의 경우 술술 읽혔습니다. 단순해서 그런지 몰라도....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금 주인공 일행이 있는 곳은 정령인(엘프)들의 고향 숲속 마을. 정령인들은 과거 인간들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인간들이라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칼을 휘두를 정도로 싫어하죠. 그런 곳에 칼 침 안 맞고 주인공 일행이 무사한 이유. 주인공 일행은 여동생 여우가 던진 정령인들의 조상(이 저주로 변한 아이템)으로 인해 도시가 작살나고 겨우겨우 진압에 성공하여 정령인의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정령인 조상과 싸우다 저주받아 돌이 된 주인공 동료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고요. 애초에 원인을 따지고 보면 사달(도시 초토화)이 난 것도 주인공 때문인데 이런 쪽은 운이 억수로 좋아 별다른 처벌은 고사하고 정령인들의 고향과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발은 했습니다만. 과거 사이가 안 좋아진 후 정령인들은 철저히 쇄국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죠. 주인공 클랜에 정령인들로 구성된 파티가 있긴 하지만, 이들은 별종이라 보면 되고요. 아무튼 찾아가는 길도 험난하고, 겨우겨우 도착하여 조상의 유해(?)를 찾아준 은혜 때문에 칼침은 안 맞았는데, 이번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판타지에서 엘프의 마을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 '세계수'가 레벨 10 보물전(던전)화로 진행 중이었고, 완성되면 세계가 멸망한다는군요.

보물전은 마력이 모이는 곳에 생성되기 쉽고, 세계수는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마력의 집합체. 수백 년 전부터 보물전화가 시작되었고 정령인들은 그것을 없애기 위해 정예를 파견하였으나 돌아오는 이는 없었습니다. 참고로 보물전 등급은 레벨 1부터 10까지 있으며 10등급이 되면 사실상 신(神)급으로 현재의 인류에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재앙이죠. 그저 정령인 조상의 유해를 돌려주고 동료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졸지에 세계 멸망을 막아야 되는 막중한 임무가 주인공 일행에게 떨어집니다. 정령인들은 정예를 잃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이 왔으니 웬 떡인 상황. 주인공은 도시를 작살나게 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선 헌터 협회의 요청(교류)을 들어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윈윈해야 될 상황이지만 주인공에겐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정령인들을 구하고 나아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될 것인가. 하지만 잊어선 안될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재능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없습니다. 무능력 먼치킨도 아니죠. 머리는 잘 돌아가지만 아이큐는 두 자릿수 같고, 이해력도 딸리며, 사람들과 소통하면 왜인지 열에 아홉은 화나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위기라고 한들 주인공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 결국 동료들에게 떠넘기고, 꿀잠 자는 걸 선택하죠.

하지만 잊어선 안 될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뭔 일 터지면 주인공 본인에겐 불행이지만 주변에겐 행운의 아이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사상 최악의 보물전을 소각 처리해야 되는 정령인들과 주인공 일행(주인공 빼고)은 최선의 길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봅니다만. 가만히 있으면 보리죽이라도 얻어먹을 텐데, 사태는 주인공의 행동으로 인해 커져만 가죠. 행운의 아이콘으로 작용은 한다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언제나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상황. 특히 정령인 황녀는 작중 내내 주인공에게 휘둘리기만 해서 참 불쌍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토하고 싶은 상황이고, 도망가고 싶은 상황이고, 그가 내뱉은 말들은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오해의 실마리가 되고, 주인공의 뜬금없는 말은 미지의 무엇 같은 것이 되고, 미지의 것에 흥미보단 두려움을 느끼는 생물들의 본능에 따라 주인공에게 뭔가 기대를 걸고 기대는 주변이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팀킬을 선사하죠. 그것을 바라보는 보물전의 보스는 주인공을 최대의 위협으로 보게 되고요. 어째서 은퇴하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서 내뱉은 말들이 행운을 불러오는가.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사기꾼들이 사기 칠 때 당당해 하면 사람들이 속는 그런 메커니즘인가?

맺으며: 이해력 딸려 하는 주인공이 여전히 거슬리지만 이런 점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니까 넘어가야겠죠. 10권까지 와서도 한결같은 패배자 근성의 생각과 행동은 큰 점수를 줄만 합니다. 남에게 다 떠넘기지만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클랜의 수장답게 책임은 지려는 인간다운 모습도 있어서 싫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하죠. 사실 숨겨진 무능력 먼치킨이 아니라 진짜로 무능력하다 보니 자기 몸 간수하기도 벅차고, 그런 그를 멋대로 높이 평가해서 멋대로 착각하는 주변 때문에 도망도 못 가는 불쌍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만. 사상 최악의 보물전을 앞에 두고도 일행들이 침착할 수 있었던 건 무지한 주인공의 행동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일들이 흥미롭게 하죠. 주변에서 치켜세울수록 주인공은 토하고 싶고, 아무도 그런 그의 마음을 몰라주고. 하지만 그의 행동으로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결국 그의 평가는 나날이 높아져 가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황녀를 몹쓸 사람으로 만드는 적당한 개그도 들어가 있고, 한 것도 없는데 감사 받는 주인공이 웃기기도 했군요. 유부를 좋아하는 여동생 여우와의 악연은 백미로서 어느새 여동생 여우는 이 작품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은 무능력하지만 인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여동생 여우는 레벨 10의 보물전 [길 잃은 여관]의 팬텀(몬스터)으로서 보통 팬텀은 인간과 교류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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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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