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스(메인 히로인)'와 돼지는 북쪽으로 여행 중에 있습니다. 북쪽 끝에 떠오른 붉은 소원의 별을 손에 넣은 자는, 어쩐 소원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스는 기다리다 못해 드디어 돼지를 인간으로 만들려나 하는 기대를 안게 하지만 정작 돼지는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있죠. 그렇게 때문일까요. 돼지는 여행 자체에 심드렁한 분위기입니다. 제스는 너무 들떠서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지만 돼지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한번 지구로 귀환했다가 제스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이세계로 왔던 돼지는 암약하는 술사를 제압하면서 내전을 종식 시켰음에도 다시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있죠.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거면 냉큼 돌아가버리던지, 추억을 곱씹고 현재의 생활을 하나하나 보물로 간직하려는 제스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돼지 오타쿠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높은 곳의 꽃인 제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고, 연인이 주고받을 만한 대화에는 찬물을 끼얹으며 매사 이야기 주제를 돌려 버리면서 발암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을 부딪혀 가는 모습들이 못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돌려 말하면 제스는 돼지를 향한 의존증이 날로 커져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4권은 북쪽으로 여행하며 겪는 일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포도농장에서의 유령 소동, 온천 마을에서 금단의 사랑 이야기를, 자식과 부인을 잃은 어느 사과농장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비참한 현실이 있다는 걸 깨달아 가죠. 그렇다고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해결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죠. 때론 마차를 타고, 걷기도 하고, 배를 타고, 제스를 납치하려는 불한당도 만나고, 제스를 어떻게 해보려는 양아치도 만나지만 이들의 발길을 세우진 못합니다. 뭣보다 제스에겐 강한 소망이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 처절하다시피 마법을 배웠고 그걸 근간으로 해서 용기를 얻고 어떤 목적을 위해 홀로(!) 여행길에 오른 것입니다. 북쪽에 가면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있다고 하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에게도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예스마가 아니게 되었지만 한창때의 여자애가 홀로 여행을 한다는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제스는 왜 북쪽으로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나를 곳곳에 북선으로 숨겨놓고 있죠. 돼지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감성 충만한 제스의 말을 흘려듣고, 왜곡하며 시종일관 지금의 생활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도착한 최북단 마을.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돼지가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돼지는 제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제스는 모든 것을 허락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돼지에게 푹 빠져 있었는데도요. 그렇담 돼지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세계에서는 돼지의 몸이지만, 지구에서는 코마에 빠진 진짜 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돼지는 지구의 생활에 미련을 가지고 있죠. 이 작품은 흔치않게 지구와 이세계 간 자유자재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동 방식이 좀 괴랄(이거 진짜 스포일러라서 언급 불가) 하다는 것이지만요.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전도 일단락 시키고, 제스에게 왕자라는 근사한 약혼자도 있고, 더 이상 이세계에는 미련이 없을 테죠. 그래서 돼지는 선택한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여행의 진실이 되죠. 문제는 제스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부딪혔는데도 알아주지 않고 제멋대로 구니 제스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북쪽으로 가자고... 제스는 다시 한번 마음을 부딪힙니다. 맨날 야한 생각만 하는 돼지를 어디가 좋다고. 머리는 좋으면서 연애에서는 젬병인 돼지, 삼겹살이나 되라지.

맺으며: 영화 식스센스를 모티브로 했는지 반전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야한 장면들이 더 많아서 묻혔습니다. 허구한 날 제스 다리 할짝대고, 팬x 보겠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슴가가 어떻니 등. 간도 쓸개도 다 줄 거 같은 제스도 그런 돼지의 모습에는 기겁을 하죠. 그래서 청춘 러브 드라마 같은 이야기임에도 싸구려 같은 야한 이야기를 끼워놔서 감정이입이 잘 안됩니다. 제스가 한창 이 순간을 추억하고 고이 간직하려는 감성을 보이는데 거기다 대고 팬x가 어떻니 슴가가 어떻니 등 엇나간 모습을 보여 버리니까. 돼지를 돼지 자체가 아닌 마음으로 대하는 제스에게 내가 돼지라서 실망했겠네 같이 자기 비하나 비아냥도 해대서 비호감이 장난 아니죠. 사실 이런 모습들은 제스를 향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는 행동의 일환일 수는 있습니다만. 제스는, 제스만이 아니라 예스마(였던)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가 있죠. 그래서 그녀 앞에서는 허투루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긴 한데, 그렇다면 냉큼 지구로 돌아가버리던지. 그런 필자의 마음이 통했는지 이 돼지 삼겹살이 해선 안 될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게 이번 4권의 핵심이 됩니다. 제스의 마음은 통했을까. 그건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하지만, 사실 이것만 놓고 추천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작품인지라. 그만큼 야한 잡설이 너무 많아요. 이러니까 라노벨이 부정적이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인데, 좀 자중해 줬으면 좋겠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7층에 올라왔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먹어야 합니다. 식당 찾아다니며 늘어놓는 해외 어쩌고저쩌고라는 말투 보니까 제법 잘 사는 집안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궁상맞은 필자는 오늘도 라면인데. 무슨 라이스니 뭐니 군침이 돕니다만 필자는 생전 처음 듣는 음식 이름이군요. 7층은 도박의 도시 라스x가스를 모티브로 했는지 커다란 카지노가 있습니다. '키리토'는 베타 시절 때 덤볐다가 속옷만 남기고 홀랑 털린 경험이 있다는데 입이 찢어져도 '아스나'에겐 말 못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냉큼 8층으로 가는 단서를 찾던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크엘프 '키즈멜'을 찾아가 장기 퀘스트를 이어서 하든가. 그것보다 키리토는 베타 시절 때 도박의 여운을 잊지 못했는지 아스나를 구워 삼기 시작합니다. 7층에는 '해변'이 있다네? 아스나의 눈은 빛나기 시작하죠. 한창때니까 해변에도 가보고 싶을 겁니다. 근데 거기 가려면 카지노에서 칩을 엄청 따야 한다네? 가자미눈 되는 아스나(약간 각색). 그전에 뭐 좀 먹자. 얘들 식탐 장난 아닙니다.

여차저차해서 뭐 좀 물어보려고 정보상 <생쥐> 아르고를 만났습니다. 경위는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패스하고요. 그녀(생쥐)가 내놓은 엄청나게 맛있는 차(티)에 낚여 둘은 어떤 퀘스트를 하게 되죠. 도박과 해변에서 왜 갑자기 우회전 씨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지노 양대 산맥 중 하나를 운영 중인 '니르니르'님을 만나죠. 참고로 금발에 12살 유녀라고 합니다. 다른 한쪽은 영감이라는데, 뭐 작가의 취향은 존중해 주자고요. 아무튼 영감 쪽에서 뭔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나 본데 그걸 밝히기 위해 키리토와 아스나에게 퀘스트를 부여하죠. 정확히는 <생쥐>가 받은 퀘스트지만 이걸 같이 깨주면 맛있는 티를 나눠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먹는 것에 환장하는 키리토와 아스나는 냉큼 물어 버립니다. 일단 내일 시작하기로 하고 밤도 늦었으니 자자고요. 근데 얘들 왜 한 방에서 같이 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원인이 되어 한창때의 중2 남학생(키리토)을 뜬눈으로 밤새우게 만들었던 아스나 덕분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시간은 넉넉하고 해서 우선 '키즈멜'을 찾기로 합니다.

진행 중에 슬라임 같은 거머리가 아스나 다리에 들러붙기도 하고, 어찌어찌 키즈멜이 있는 곳에 도착은 했는데, 그녀는 왜 감옥에 갇혀 있지? 덤으로 키리토와 아스나도 잡혀서 감옥행. 아무래도 이전에 했던 퀘스트 때 안 좋은 일이 원인이 되었나 봅니다. 이거와 관련해서 커다란 복선이 있는데, PK 집단 레핀 코핀이 슬슬 대두되는 시점이 이 근처였나 봅니다. 자세한 건 아직 진행 중인 스포일러라서 패스. 그보다 같은 방에 이어 왜 같은 감옥에 둘을 집어넣어 놨을까. 남녀칠세부동석 같은 고리타분한 소리가 아니라 둘이 같이 놔두니까 탈옥하잖아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뭐 그런 속담처럼 분담해서 작업하는데 죽이 척척 맞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 아스나 슴가 만지는 키리토. 언제였더라 아스나가 혈맹 기사단에서 부 기사단장 할 때 키리토가 실수로 그녀의 슴가 만진 적이 있었는데(애니메이션에서) 그땐 죽일 듯이 째려보더니, 그때보다 한참이나 과거인 지금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네. 독백으로 그 이유가 밝혀지는 게 압권.

맺으며: 현실에서 엄마의 통제를 받으며 갑갑한 생활을 해왔던 아스나에게 있어서 키즈멜은 NPC 이상의 유대를 보여주는 게 조금은 안타깝게 합니다. <생쥐> 아르고와 키리토는 학교 친구 같은 존재라면 키즈멜은 방과 후에도 같이 쇼핑을 즐기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 키리토는 좀 더 분발해야겠네. 이번에 밤잠 설치게 한건 그냥 편해서겠지. 의식했다면 절대 한 침대에서 안 잘 테니까. 아무튼 10층쯤에 다크엘프 관련 장기 퀘스트가 끝나면 키즈멜과도 헤어져야 할 텐데, 아마 그때쯤 마음의 성장을 이룬 아스나가 혈맹 기사단에 입단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원작에서는 언제 입단하는지 까먹었지만, 어차피 프로그레시브는 원작 따위 안중에도 없으니. 그전에 갇혀 있는 키즈멜은 구했나? 구하기야 하겠죠. 안 구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되는데. 키리토는 여전히 빠른 성장을 보이는 그녀의 실력을 높이 사 조만간 더 큰 물에서 놀기를 바라며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봅니다. 중2 때의 남자애들은 다 그렇죠. 뭔가 멋 부릴 나이가 지금의 키리토거든요. 아무튼 니르니르 님의 퀘스트는 계속됩니다. 키즈멜의 다크엘프 퀘스트도 계속해야 하고. 레핀 코핀의 전신으로 추정되는 PK러와 압도적인 실력으로 키리토와 아스나를 발라 버린 NPC 엘프도 경계해야 하는 등, 아무래도 아스나가 마음의 성장을 이루는 때가 이때가 아닐까 싶군요. 강적 NPC 엘프를 쓰러트리고 자기가 가야 될 길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이런 느낌을 들게 하는 7권이었습니다. 아, 이걸로 7층에서 끝은 아니고 이번 7권은 상권이고 8권이 하권입니다.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몇 년에 한 권식 내면서 이렇게 상하로 나눠버리다니...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왕녀(메인 히로인으로 치고 싶지 않은) '로제'는 주인공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했나? 필자 기억으로는 한 번도 안 한 거 같은데? 호위 같지도 않은 것들을 이끌고 싸돌아다니다 납치되어 이웃 제국 방구석 돼지 오타쿠 같은 놈에게 팔려갈 위기에 빠진 걸 주인공이 구해 주었을 때, 주인공 의사를 무시한 채 로열 가드로 삼고, 왕위를 이어받아 썩어빠진 귀족들을 개혁해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 그래놓고 플랜은 개뿔도 없고(5권이나 왔는데 한 게 없음), 왕(아버지)이 왕위를 이어 받으려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도시를 만들어라는 말도 안 되는 오더를 내렸으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든지, 주인공이 부하들을 이용해 진짜 새마을 운동에 버금가는 노력으로 도시를 만들어 줬으면 고맙다고 해야 되지 않나? 근데 그런 건 싸악 무시한 채, 갑자기 왕족 로열 가드라면 바벨이라는 학원 도시에 가서 공부해야 된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네? 즉 주인공 대굴빡은 비었다는 뜻?(근데 빈 게 맞을지도 모름) 그 속내도 학원 땡땡이쳐서 퇴학할 위기에 빠지자 주인공이 입학하면 거기로 전학하여 퇴학을 모면하겠다는, 사리사욕에 가득 찬 이 왕녀에게 어째서 천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인가. 작가는 어째서 왕녀라는 브레이크를 걸어 주인공을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해주지 않는 것인가.

주인공이 무능 기프트를 받자마자 약혼녀는 파혼은 선언했죠(정확히는 부모가). 고향에 있을 수 없어진 주인공은 길을 떠나야 했고요. 소꿉친구들은 겉으론 안쓰러운 척하면서 그를 외면해버렸죠. 그리고 지금, 왕녀가 하란다고 하는 멍청이가 학원 도시 바벨에 입학시험 치르러 왔습니다. 근데 주인공이 무능한 놈이라고 소문이 나서 모두가 깔보고 무시하고 난리도 아니군요. 아니 그동안 활약한 게 한두 개가 아닌 데 왜 이런 소문은 안 퍼지지? 당장 허허벌판에 도시 만든 것부터 기적이고, 악룡도 쓰러트렸는데? 아무튼 주인공이 무능 기프트를 받자마자 파혼해 버린 전(前) 약혼녀도 바벨에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촌 여동생까지. 보통 청춘 드라마였을 경우 확인 사살하냐고 망겜 소리 들을만한 장면이죠. 그녀들도 입학시험 치르러 왔습니다. 이번 5권에서 주역은 그녀들이죠. 왕녀 로제의 남동생이 시장에서 양아치나 할 짓을 해대자 주인공이 볼기짝을 때려 주었습니다. 아빠에게도 맞은 적이 없는데(대충 요약하자면) 무능한 놈이 감히 왕족에게 손을 대? 너 죽었어를 외처도 주인공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아니 왕족이 정보 수집도 안 하나? 그래서 주인공 전(前) 약혼녀를 납치해서 본때를 보여줘야지를 꾸미고 거기에 천(天)군인지 뭔지 엑스트라 나부랭이가 편승해 사촌 여동생을 없애려는 흉계를 꾸미죠.

필자도 뭔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입학시험 치르려 했더니 학원 관계자들은 무능한 주인공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고. 시험은 빵점이 되고. 청렴해야 될 학원이 다 썩었어. 왕녀 남동생이 사주한 킬러와 천(天)군인지 뭔지가 끼여 들어 전(前) 약혼녀와 사촌 여동생을 납치하려 하고 죽이려 하고, 시험은 어느새 잊혀져 이제 전(前) 약혼녀와 사촌 여동생을 지켜야 하는데 얘들 어디 있는 거야? 천(天)군은 왜 사촌 여동생을 노리는 거지? 그 와중에 청춘 러브 코미디를 찍네? 주인공 부하들은 주인공을 너무 우러러본 나머지 우주 최강 신(神)이라 멋대로 치켜세우고 멋대로 착각해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대서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고, 보는 독자들은 이야기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난잡함을 이어갑니다. 주인공의 적은 누구이고, 세력은 몇이지? 이걸 세는 데만도 머리를 써야 하고, 좀 중요한 장면이다 싶으면 여지없이 커트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바람에 환장하게 하는 작가의 일 처리 능력. 학원 도시 바벨에 왜 왔는데? 그나마 작가가 도망가지 않고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긴 푸는데, 결국 요점은 전(前) 약혼녀와 사촌 여동생은 내 가족이고, 가족을 건드린 놈은 지옥으로.

맺으며: 1권 이후 줄곧 똑같은 레퍼토리가 이어집니다. 가는 곳마다 약속된 것처럼 사람들은 무능이라고 소문난 주인공을 깔보고 무시했다가 된통 당하는 일이 반복되죠.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흑막 같은 악당들을 준비하지만 뭔 소용? 다 썰리는데. 엄청 강하게 표현하고 아무리 강한 적이 나와도 주인공에게 고블린 보다 못한 놈 취급되는 파워 인플레를 보여주죠. 대체 왜 나옴 권선징악에 따른 카타르시스? 있었다면 이렇게 비꼬며 리뷰하진 않겠죠. 그것보단 마음만 세계 최강인 방구석 폐인들에게 내가 마음만 먹으면 주인공처럼... 같은 대리 만족시키는 뭐 그런 느낌? 사실 4권까지는 괜찮은 느낌이긴 했으나 이번 5권은 1~4권에서 일어난 레퍼토리의 집약체 느낌이 강했습니다. 악당을 준비는 하지만 악당 나름대로의 정의 따윈 없고, 그냥 내가 악당이니까 그냥 본능에 따라 악당 짓을 해야지, 그걸 주인공이 밟아주고. 그리고 뭣보다 어이없는 점은 약혼 파기에 주인공이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도 않은 히로인들을 왜 보호하고 거기에 감정이입해서 내 가족 타령하는지. 종국에는 아주 납치된 와이프 구하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주인공은 상냥하고 배려심이 많으니까? 그래서 보답은 받았습니까?

5권에서 하차할 거라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해보자면, 작가는 왜 왕녀라는 브레이크를 걸었나. 기껏 10만 년이나 수련을 시켜 먼처킨을 만들었으면 세계로 나아가게 해서 천(天)군과 악(惡)군과의 전쟁에 대비를 한다든지, 마족과 마물에게서 사람들을 지킨다든지. 지구에서 용사를 소환했으면 주인공과 대립 시키는데 써먹던지, 5권까지 왔음에도 악당 삘 나게 하면서도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는 분량 조절 실패. 하다못해 주인공과 맞붙게 해서 양아치 느낌 나게 해주던가. 용사 사상을 보면(마족을 없애준다 했지, 인간들 편이라고 하진 않았음) 주인공과 적이 될 관계로 보이던데? 이렇게 할 일은 산더미같이 있음에도 왜 왕녀라는 우물에 갇혀 살게 하는가. 그 왕녀가 백성들을 위해 타락한 귀족을 개혁하겠다지만 5권까지 와서 한건 아무것도 없고(이미 주인공이 엄청 쓸어 버렸는데?), 자기 내키는 데로 주인공을 좌지우지. 악당 나부랭이도 급조티 나게 짠하고 등장, 엄청 강하게 표현, 그러다 주인공에게 한큐에 썰려 나감. 여기서 뭔 재미를 찾아야 할까. 연애 부분에서도 뜬금없고, 진전도 없었으면서 언제 호감도가 올라갔는지 좋아해라며 얼굴 붉히기.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해도 나는 너희들을 좋아해라는 호구 주인공. 부하들이나 단속 잘해라. 멋대로 일을 꾸며서 사태 졸라 꼬이게 하고 들키면 주인공을 위해서라며 이빨 터는 놈들을 좀 썰어주던가 아! 그래?라며 그냥 넘어가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느 작은 나라에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나이 12살,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지금 한창 숲속에서 마물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왕자가 어째서 마물 고기를 먹고 있는가. 음식에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기미 상궁이 3번이나 죽을뻔한 사건 이후 살기 위해 숲에서 마물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고 있죠. 엄마(왕비)는 어릴 적에 독살 당했고, 후처로 들어온 현 왕비에게서 아들이 태어나자 재상이 대놓고 그를 없애려 드는 중입니다. 왕궁에서 내 편은 없고, 왕(아비)은 나 몰라라 중입니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오늘도 숲에서 마물을 뜯고 있는데 웬 여성이 접근해와서 '너, 내 제자가 되어라' 합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근데 알고 봤더니 '검성의 적귀'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엄청난 유명인이지 뭡니까. 그리고 그녀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죠. 마물에는 독이 있어서 먹으면 죽는데? 음식 독은 경계하면서 독이 있는 마물은 잘도 먹는구나. 어느새 주인공은 독에 면역이 생긴 겁니다. 나아가서 마물을 먹으면 조금씩 능력도 향상된다는 말도 듣게 되죠. 그러고 보니 1년이나 마물 고기를 먹어온 주인공은 어쩐지 회춘한 느낌을 받습니다. 오!! 이제 재상에게 반격하는 일만 남았나? 그리고 정신 차리니 주인공은 점성의 제자가 되어 있었죠.

신작입니다. 장르는 마법과 검이 횡행하는 판타지로서 이세계 전생물은 아닙니다.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류의 착각물로서 주인공이 말 한마디 내뱉으면 와전되어 일이 부풀려지고 주변이 알아서 한 결과 대성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주인공은 스승 밑에서 3년이라는 수련을 통해 독내성을 기르고, 마물을 뜯어서 능력을 엄청 올려 갑니다. 보통은 이렇게 하면 죽는데요. 그런데 주인공은 미미한 독을 가진 마물부터 뜯어 먹으며 내성을 기른 게 주효했죠. 처음에는 스승이 반지를 주길래 독 내성을 가졌나 했더니 맹독의 반지래요. 끼면 죽는데요. 보통 반대이지 않나? 끼고 내성을 더 기르래요. 나아가 그래비티(중력) 장비도 끼래요. 그 왜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입었던 까만 옷처럼요. 스승이 준 건 토시지만.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이제 왕궁에서 내놓은 음식에 독이 들어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죠. 독이 통하지 않자 이젠 암살자를 보내옵니다. 물론 주인공 상대는 되지 않고요. 독살 주모자는 주인공이 왜 안 죽나 조사하다가 반지가 해독 기능이 있다고 오해해서 훔쳐 끼었다가 죽어 버리죠. 그쯤 주인공은 숲에서 '헌드레드'라는 양아치 집단을 만납니다. 그리고 대련하다가 조직을 흡수하고, 마물 고기를 처 멕여서 강화에 나서죠.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스승은 만날 때도 홍두깨였는데 이별할 때도 홍두깨처럼 제 갈 길을 가버렸습니다. 아마 나중에 주인공 앞을 가로막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이제부터 주인공은 세계를 제패해야 하거든요. 독은 통하지 않고, 용사라도 한 큐에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진 마물도 냠냠한 주인공을 대적할 존재는 없어요. 재상의 횡포는 날로 커져 국내 사정은 피폐해지고 이젠 대놓고 암살자 무리를 보내오는지라 강화한 헌드레드(조직)와 주인공 편으로 돌아선 기사단을 이끌고 왕궁으로 쳐들어 갑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죠. 여기서 악을 멸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인공에게 시련은 지금부터입니다. 재상을 없애고 내정을 다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 말을 오해해서 일을 키워가는 주변 때문에 골치를 썩게 되죠. 사실 주인공은 왕국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고 헌드레드를 이끌어 세계를 돌며 용병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말 첫마디를 내뱉자마자 이걸 어떻게 해석했는지 주변이 주인공을 모시고 왕국으로 쳐들어가 일사불란하게 왕좌에 앉혀 버렸죠. 재상은... 사실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정상참작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주인공과 약혼한 히로인이 나옵니다. 마법에 소질이 있어서 3살 때 아버지를 감전 시키고 8살 때 집을 반파 시킨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주인공과 약혼한 것에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고, 흥미도 없었죠. 그저 주인공 손등에 어떤 마법진을 새겨 두었고, 그걸 통해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일 뿐입니다. 그러다 마음에 들었는지 주인공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요직에 앉아 있던 아버지를 실각 시키고 마법사 부대를 탈취해서 주인공 편에 서버리죠. 반대하는 자들은 통구이가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는 귀엽게 나왔던데 감정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불법적인 실험을 해댄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대장이 그러해서 그런지 이후 등장하는 그녀의 부하들도 맛이 갔습니다. 주인공이 마물 고기 먹고 강해졌다는 걸 알자마자 드래곤을 잡아먹는 대범함을 보이죠(물론 그녀도 차곡차곡 내성을 길러 왔음). 이로 인해 드래곤은 주인공 나라를 피하는 지경에 이르고요. 주인공은 정신 차리니 그녀와 결혼해 있었습니다. 결혼 예물로 그래비티(중력) 5배 토시를 내놓은 신부는 어떨까 싶은, 그로 인해 왕좌가 부서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모든 길은 마물 고기로 통한다. 먹으면 죽는다는 통설을 깨고 살기 위해 먹었던 마물 고기가 사실은 독에 대한 면역을 길러주고 나아가 능력까지 올려준다는 걸 주인공이 스스로 행한 인체 실험으로 확인되자 나라 전체가 너도나도 마물 고기를 먹고 강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물론 먹으면 진짜로 죽어요. 근데도 먹어대죠. 종국에는 마물들이 주인공 나라를 피해 도망가 버리자 그렇담 마물을 양식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도 주인공 말은 와전되어 나무가 뿌리를 뻗듯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하고요. 더욱 흥미로운 건 단순히 강해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감도 얻었는지 주변인들이 이웃 나라들을 평정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물론 주인공의 말 한마디가 와전된 것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받아들이면 옆 나라 침공해서 접수한다로 이어지는지 같은 개그를 보여주죠. 주인공은 이게 아닌데를 되뇌어도 사태는 주인공 뜻과 반대로 흐르고, 휩쓸려서 진두지휘를 하며 이웃 나라에는 공포로 각인시켜가죠. 마물 고기를 먹는다는 미친 짓을 해대니 소문도 와전되어 최악의 악군으로 소문이 자자해집니다.

맺으며: 주인공을 가르쳤던 스승이라는 복선은 있어 보이는데, 그 외 이렇다 할 큰 복선 없이 시종일관 오해 개그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순한 맛이라고 할까요. 무감정 히로인은 약방의 감초로 다가오고요. 보통 라이트 노벨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의 러브러브 코미디가 작중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나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배제하는 과감함을 보여줍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결혼해 있더라라는 이야기로 끝내버리죠. 그렇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고, 무감정 히로인이라는 특성을 잘 살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약간 얀데레끼도 있고. 중간중간 엑스트라를 이용한 개그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만악의 근원이었던 재상의 본 뜻이 밝혀지면서 약간의 반전을 보여주죠. 주인공 엄마(옛 왕비)도 반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이 터지고 수습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이 작품만큼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을 없지 싶을 정도로 기승전결 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질질 끄는 거와 쓸데없는 설명이 없어서 좋았군요. 다만 주인공이 너무 먼치킨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일방적인 힘의 관계를 싫어하는 분들에겐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마물 고기로 강해진다는 약간의 개연성 문제도 있군요.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가증스러운 엘프 족장을 치기 위해 출정한 여주와 마왕은 드디어 엘프의 숲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여주는 이 일을 위해 물밑 작업을 수년 동안 해댔고, 수천 마리의 분체(사역마)를 전 세계에 보내 첩보 활동을 시키고, 엘프란 엘프는 보이는 족족 다 없애 버려 왔었죠. 이세계 시스템도 붕괴 시켜야 해서 여주는 블랙 기업에서 혹사당하는 심정이었다는 게 포인트. 이렇게 준비하고서도 엘프 족장에게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 별을 오갈 수 있는 문명까지 발달했던 고대 시절부터 살아왔던 엘프 족장은 그 시절의 기술 집약체들을 몸소 이끌었던 장본인. 그 편린이 여주와 마왕이 마족령 오기 직전에 맞닥트렸던 UFO 사건. 거기에 실려 있었던 건 대륙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는 수소 폭탄 "짜르붐바', 가 엘프 족장에 의해 투하되고 그걸 삼켰던 여주는 그 에너지를 이용해 신(神)으로 진화하는데 성공. 사실 표현은 없지만 여주에게 있어서 엘프 족장은 신으로 진화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긴 하죠. 신으로 진화하고 싶다고 아무나 되는 건 아니거든요. 고대 시절부터 살아왔던 마왕도, 엘프 족장도, 교황도 다다르지 못한 영역이니까요.

이번 침공에서 여주는 반 친구들과도 재회 하나 뭔가 다들 오해를 안고 있어서 제대로 대화할 분위기는 아닙니다. 전쟁 중이거든요. 현장에는 형님(여주가 가루로 만든)의 뒤를 이은 용사도 있고, 흡혈녀(소피아)는 쉭쉭하며 친구고 뭐고 싸워댈 분위기. 용사는 어찌 된 일인지 나자빠져 있고, 그걸 또 지킨다고 TS한 친구가 덜덜 떨며 위협 중. 참고로 여주 진영은 흡혈녀, 고블린(반 친구), 지고 못 사는 유고(반 친구), 엘프 진영엔 용사, TS 여친(용사의), 드래곤녀(처음 언급하나), 선생님입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침착한 고블린(반 친구)이 사태를 어느 정도 정리해 줘서 다행이긴 한데, 여주는 여기에 한 눈 팔았다가 자식들(거미들)이 엘프 족장이 출격 시킨 성게 로봇에 의해 전멸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집니다. 인형 거미 4자매는 어찌 된 일인지 부모나 다름없는 마왕보다 여주를 따라다니며 약간의 개그를 보여줍니다. 아! 그 외의 반 친구들은 싱겁게 여주가 보호했습니다. 이번 14권에서 대충 전생자들의 이야기는 이 정도고요.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마왕의 출생부터 살아온 과거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아울러 엘프 엘프 족장이 저지른 만행도 낱낱이 고발하고 있죠.

마왕의 과거 이야기가 좀 가슴 아프게 합니다. 실험실에서 태어나, 온갖 실험을 받으며 죽을 처지였던 그녀(마왕)를 구출해 준 건 여신(우리가 아는 여신과는 개념이 조금 다름). 그녀(여신)로부터 이름을 부여받고 그녀(여신)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이제 맘 편히 지낼 수 있게 되었으나 실험의 여파로 마왕은 단명할 운명. 그리고 그쯤 별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해서 멸망의 기로에 접어드는 고대 문명을 비춥니다. 이 이후는 그동안 리뷰에서 언급 해왔으니 패스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며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해가는 마왕의 인생 스토리가 안타깝습니다. 이 당시 마왕은 힘이 거의 없었습니다. 실험의 여파로 걷지도 못해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손수건을 만들어 인연이 닿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하죠. 상당히 서정적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가는 인류. 여기서 인류와 뿌리가 나눠져 탄생한 게 마족. 스스로 자멸의 길을 들어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재물을 자처하는 여신. 이 모든 걸 실시간으로 봐온 마왕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다시 현재, 마왕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여주는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역시 엘프 족장이 만악의 근원이었습니다. 인류가 별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게 된 이유도 엘프 족장이 선동해서 그랬고, 뭔 사건이 터지면 그 흑막에는 반드시 엘프 족장이 있었죠(질릴 정도로 나옴). 그러니 별의 에너지가 고갈된 것도,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된 것도, 여신이 제물이 된 것도 다 엘프 족장 때문. 이번 14권에서는 마왕의 이야기와 더불어 엘프 족장의 일대기도 그려집니다. 사람들을 지키려는 여신과는 정반대의 인물로 나오죠. 자신을 위해서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실험 쥐로 써댔고, 사건 사고를 일으켜 사회를 어지렵혀온 빌런 중에 빌런이었습니다. 마왕은 사실 착해서 시스템을 붕괴 시켜 인류를 구하려는 게 아닙니다. 한 마디로 복수죠. 그 근본에는 여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왕은 어릴 때부터 여신의 인류를 구하기 위한 올곧은 마음을 곁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우직하게,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만났는데 자신의 행복을 찾아도 되겠건만. 모든 게 파토난 이면엔 엘프 족장이 있습니다. 마왕은 엘프 족장을 만나 조용한 불길을 피우죠. 이번 14권에서는 마왕과 엘프 족장의 최후의 일전을 그립니다. 여주는 그에 관여하지 않고 나머지 엘프들을 멸망의 길로 이끕니다.

맺으며: 엘프 족장의 목적은 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 안 했습니다. 그냥 악당이니까 인류를 못살게 굴어야지 보다는 자기 자신만 아는 부류? 어떤 목적을 위해 인류를 이용하고 선동하고, 거기에 속아 넘어간 인류는 그로 인해 매트릭스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인간들처럼 전락해가죠. 여기까지는 좋은데 왜 마왕이 그 과정에서 고통을 받고, 아무런 잘못도 없고 되레 인류를 위해 분골쇄신하던 여신이 희생되어야 하나를 마왕을 통해 묻고 있죠. 사실 여주 지인인 규리규리라는 관리자(神)도 병행해서 여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지만, 이쪽은 패스. 즉 엘프 족장은 마왕에게 있어서 반드시 없애야 될 적이었습니다. 여주 입장에서는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되갚아 줘야 하는 것도 있고, 할머니인 마왕을 끔찍이 아끼게 되어 가족을 건드린 놈을 없애 버려야 하는 사명감이 생겼죠. 그래서 신나게 엘프 마을을 불태우고 학살해가는 장면은 소름이 돋습니다. 비전투원이라는 표현만 있을 뿐, 파고 들어가 보면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있었을 텐데 남김없이(선생님은 살려줌) 없애버리는 대목에서 얼마나 악에 받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 작품이 신선한 게, 마족이 있고 인간이 있으니 전쟁은 당연하잖아? 같이 근본 없는 판타지물을 지양하고, 왜 마족과 인간은 서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고대 시절 멸망해가는 이세계를 구하기 위해 관리자 D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운용 원리로 속죄하고 서로 싸워야 한다는 전재를 깔아 버렸죠. 그 이면엔 D의 유희를 위해가 존재하지만 아무도 거스를 순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마왕과 여주는 그 시스템을 없애려 하고요. 뭔가 모순이 생길만한 상황이나, 사실 마왕은 딱히 인류를 구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죠. 시스템이 있어도 이대로 놔두면 조금 늦을지언정 별은 반드시 멸망하게 될 테니까요. 이거에 대해선 이전 리뷰에서 언급해왔으니 패스. 이번 14권을 통해 마왕은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여신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왜 애니메이션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 클리셰로 자주 나오는 장면들처럼요. 여주는 눈물 콧물 없는 무자비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데 마왕에 관해서는 진정으로 아끼려는 모습에서 이런 마왕의 마음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군요.

아무튼 문제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권수가 좀 나오면 으레 일본 작가들의 고질병인 이야기 질질 끌기, 장황한 설명을 이 작품에서도 보여주는데, 하나의 장면을 놓고 몇 페이지나 설명을 해대는 장면들은 넌더리가 날 정도입니다. 10권 초반부터 장황한 설명이 시작되던 게 13권에서 본격적으로, 이번 14권은 정점에 이를 정도여서 16권 완결이 아니었으면 하차할 뻔했습니다. 돌이켜보면 350여 페이 중에 본격적인 이야기는 몇 페이지도 되지 않는군요. 대충 세어봐도 200여 페이지를 설명으로 써버렸지 않을까 싶을 정도... 굳이 이걸 알아야 되나? 같은 이야기도 있고, 그 이야기에도 장황한 설명이 들어가 있어서 환장합니다. 물론 리뷰를 요약 못하고 장황하게 써대는 필자도 남 말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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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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