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돼지의 간은 가열해라 4권 리뷰 -오타쿠 돼지의 최후-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스(메인 히로인)'와 돼지는 북쪽으로 여행 중에 있습니다. 북쪽 끝에 떠오른 붉은 소원의 별을 손에 넣은 자는, 어쩐 소원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스는 기다리다 못해 드디어 돼지를 인간으로 만들려나 하는 기대를 안게 하지만 정작 돼지는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있죠. 그렇게 때문일까요. 돼지는 여행 자체에 심드렁한 분위기입니다. 제스는 너무 들떠서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지만 돼지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한번 지구로 귀환했다가 제스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이세계로 왔던 돼지는 암약하는 술사를 제압하면서 내전을 종식 시켰음에도 다시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있죠.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거면 냉큼 돌아가버리던지, 추억을 곱씹고 현재의 생활을 하나하나 보물로 간직하려는 제스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돼지 오타쿠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높은 곳의 꽃인 제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고, 연인이 주고받을 만한 대화에는 찬물을 끼얹으며 매사 이야기 주제를 돌려 버리면서 발암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을 부딪혀 가는 모습들이 못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돌려 말하면 제스는 돼지를 향한 의존증이 날로 커져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4권은 북쪽으로 여행하며 겪는 일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포도농장에서의 유령 소동, 온천 마을에서 금단의 사랑 이야기를, 자식과 부인을 잃은 어느 사과농장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비참한 현실이 있다는 걸 깨달아 가죠. 그렇다고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해결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죠. 때론 마차를 타고, 걷기도 하고, 배를 타고, 제스를 납치하려는 불한당도 만나고, 제스를 어떻게 해보려는 양아치도 만나지만 이들의 발길을 세우진 못합니다. 뭣보다 제스에겐 강한 소망이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 처절하다시피 마법을 배웠고 그걸 근간으로 해서 용기를 얻고 어떤 목적을 위해 홀로(!) 여행길에 오른 것입니다. 북쪽에 가면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있다고 하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에게도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예스마가 아니게 되었지만 한창때의 여자애가 홀로 여행을 한다는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제스는 왜 북쪽으로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나를 곳곳에 북선으로 숨겨놓고 있죠. 돼지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감성 충만한 제스의 말을 흘려듣고, 왜곡하며 시종일관 지금의 생활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도착한 최북단 마을.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돼지가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돼지는 제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제스는 모든 것을 허락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돼지에게 푹 빠져 있었는데도요. 그렇담 돼지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세계에서는 돼지의 몸이지만, 지구에서는 코마에 빠진 진짜 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돼지는 지구의 생활에 미련을 가지고 있죠. 이 작품은 흔치않게 지구와 이세계 간 자유자재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동 방식이 좀 괴랄(이거 진짜 스포일러라서 언급 불가) 하다는 것이지만요.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전도 일단락 시키고, 제스에게 왕자라는 근사한 약혼자도 있고, 더 이상 이세계에는 미련이 없을 테죠. 그래서 돼지는 선택한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여행의 진실이 되죠. 문제는 제스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부딪혔는데도 알아주지 않고 제멋대로 구니 제스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북쪽으로 가자고... 제스는 다시 한번 마음을 부딪힙니다. 맨날 야한 생각만 하는 돼지를 어디가 좋다고. 머리는 좋으면서 연애에서는 젬병인 돼지, 삼겹살이나 되라지.
맺으며: 영화 식스센스를 모티브로 했는지 반전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야한 장면들이 더 많아서 묻혔습니다. 허구한 날 제스 다리 할짝대고, 팬x 보겠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슴가가 어떻니 등. 간도 쓸개도 다 줄 거 같은 제스도 그런 돼지의 모습에는 기겁을 하죠. 그래서 청춘 러브 드라마 같은 이야기임에도 싸구려 같은 야한 이야기를 끼워놔서 감정이입이 잘 안됩니다. 제스가 한창 이 순간을 추억하고 고이 간직하려는 감성을 보이는데 거기다 대고 팬x가 어떻니 슴가가 어떻니 등 엇나간 모습을 보여 버리니까. 돼지를 돼지 자체가 아닌 마음으로 대하는 제스에게 내가 돼지라서 실망했겠네 같이 자기 비하나 비아냥도 해대서 비호감이 장난 아니죠. 사실 이런 모습들은 제스를 향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는 행동의 일환일 수는 있습니다만. 제스는, 제스만이 아니라 예스마(였던)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가 있죠. 그래서 그녀 앞에서는 허투루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긴 한데, 그렇다면 냉큼 지구로 돌아가버리던지. 그런 필자의 마음이 통했는지 이 돼지 삼겹살이 해선 안 될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게 이번 4권의 핵심이 됩니다. 제스의 마음은 통했을까. 그건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하지만, 사실 이것만 놓고 추천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작품인지라. 그만큼 야한 잡설이 너무 많아요. 이러니까 라노벨이 부정적이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인데, 좀 자중해 줬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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