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글이 좀 깁니다.

사실 비록 거미로 환생했지만 이세계를 유유자적 여행을 떠나는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대미궁에서 나와 처음으로 푸른 하늘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신수 취급을 받았을 때, 갓난 아기일 때의 흡혈녀 '소피아(반 친구)'를 만나는 장면까지만 해도 그럴 가능성은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세계를 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아 버렸습니다. 원래 여주(거미녀)는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했고, 관리자 D를 만났을 때 못 쫓아오는 우주 저 멀리 도망가 버리려 했죠. 그런데 할머니(마왕)를 만나 몇 년이나 같이 여행하며 정이라도 들었는지 결국 우주 저편으로 도망가는 것보다 할머니가 있는 이세계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엄마도 살았을 텐데, 아니 애초에 할머니(마왕)가 엄마(퀸 타락텍트)를 이용해 손녀(여주) 죽이려고 했으니, 뭐 막장 가족이라도 정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이세계가 직면한 현실은 이전 리뷰에서 언급했으니 패스하겠습니다. 사실 이세계가 어떻게 되든 여주는 공간 이동으로 다른 별로 가버리면 그만인데, 할머니(마왕)가 이세계를 구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버렸습니다. 뜻밖에도 여주는 정이 깊은 사람이라는 걸 흡혈녀 소피아의 입을 통해서 밝히는데요. 이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결국 마왕(여주 할머니)은 인마 대전을 일으켰죠. 인류 몇 할이나 되는 인명을 살상하고서야 필요한 에너지를 겨우 확보하게 되었습니다만. 이때 마왕은 출전하지 않았죠. 인족(인간)편에는 용사가 있었거든요. 쪼렙 초보 모험가 같은 용사라도 마왕과 붙으면 시스템 보정을 받아 반드시 이긴다는. 그래서 여주는 할머니(마왕)를 꽁꽁 숨겨 두었더랬습니다. 요켠대 팔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보호하지만 그 밖에는 냉정한 타입의 주인공 클리셰?

인마 대전은 마왕과 여주의 뜻에 따라 마족과 인족의 대량 살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건 1차 목표고 2차 목표는 용사.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용사가 나댈수록 여주와 마왕이 하려는 일은 물거품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대 용사는 여주가 가루로 만들어 버렸고, 당대 용사도 배제하려 했는데 일이 골치 아프게 돌아갑니다. 예전에 필자가 남자 주인공급이라고 치켜세웠던 반 친구가 당대 용사로 선정되어 버린 것이죠. 이름은 '슌', 그 왜 '유고'라는, 지고 못 사는 양아치에게 나라와 여동생을 빼앗긴. 여주가 가루로 만들어버린 선대 용사의 친동생(아니 이복동생이던가)이기도 하죠. 웬만하면 전생자(반 친구들)는 건드리지 않으려는 여주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선생님이 반 친구들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담 죽일 수 없다면 전장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으면 되지 않을까. 사실 팔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 외에는 냉정한 여주로서는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뿐이지 필요하면 가차 없이 없애버리죠. 당대 용사도 골치 썩을 필요 없이 선대 용사처럼 없애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시스템 보정을 받아도 너무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네, 없앨 수가 없는 겁니다. 되레 여주가 자칫 가루가 되어 흩날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렇다면 부모를 잃고, 나라를 잃고 떠돌이 신세로 만들어 저 멀리 치워놓자. 그런데 시스템 보정을 받고 있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여주의 오산이었고, 결국 여주의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이 4권인가 5권인가에서 마왕과 여주의 적으로 만나게 되죠. 이번 13권에서 여주는 밀어서 안 되면 당겨서라도 당대 용사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려 생각도 했습니다만. 잘 안되었나 봅니다.

맺으며: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이번 13권은 1권에서 5권까지의 이야기를 여주의 시각으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사실 시각이라기보단 실행범으로서 뭔가 일을 마구 저지르고 다녔고, 그 결과가 1~5권까지 있었던 여러 사건의 흑막이라는, 시스템을 붕괴 시켜 이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건 이전에도 언급했으니 새롭지는 않고, 당대 용사인 '슌'이 부모을 잃고 여동생과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누가 개입하고 누가 기획했는지 나오죠.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그 중심에 여주가 있었다는 것만 언급해두겠습니다. 여주는 이세계를 구하기 위해 진심이 되어 가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도 불행을 겪어도 필요 경비로 취급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다만 그 시작이 마왕을 도와주고 구하려는 데 있기 때문에 약간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 세계 유지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치트 능력을 부여하고 성장시키고 사망했을 때 별의 재생 에너지로 환원합니다. 이 말은 끊임없이 사람들이 대량으로 계속해서 죽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왕과 여주는 이 고리를 끊으려 하죠. 그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는 걸 이번 13권에서 보여줍니다. 인마 대전도 그 일환이었고( 대체 재생 에너지 확보). 그런데 이레귤러가 되어 버린 당대 용사 '슌'으로 인해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좀처럼 여주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로는 어느 치트 능력 때문이고, 이 능력 때문에 여주조차 쉽게 대하지 못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전세에서 여주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관련되면 여주는 물러집니다. 엘프는 보이는 족족 다 없어벼려도 선생님(엘프로 환생) 만큼은 보호하려 들죠. 여주는 마왕의 손녀로 태어났지만 관리자 D와 아주 인연이 깊습니다(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이 힘듦).

이세계 시스템은 관리자 D가 설계, 제작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D와 결판을 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죽으면 에너지로 빨아대는 이세계 시스템은 이세계 주민에게는 업보 같은 것입니다. 고대 시절 사람들은 에너지를 낭비 해댔고, 이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여신을 사람들이 이세계 시스템 재물로 바쳐버렸습니다. D는 시스템을 만들며 그런 사람들을 영화 매트릭스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사람들처럼 만들어 버렸죠(에너지 환원). 니들 죽어서 별을 순환하는 에너지가 되어라 같은? 마왕은 여신과 관계가 깊은 걸로 나옵니다. 아마 시스템을 붕괴 시켜 사람들을 구하려는 그 이면엔 여신을 구하려는 목적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무튼 이번 13권을 통해 이때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에 죄다 여주가 연루되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게 트루먼 쇼를 보는 거 같기도 했군요. 사건들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시간대별로 보충하듯이 여주의 시각에서 진행이 됩니다. 이 말은 여주가 그동안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녔는지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들어가 있다는 것이기에 식겁하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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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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