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작 VR 게임 오픈 베타 때부터 참여한 여주는 페널티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험치(스킬 입수 포인트)를 더 받을 수 있는 마이너 캐릭(눈이 잘 안 보이고 알비노 체질)을 만들었습니다. 변방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수인 여자애들을 사역하고, 개미 떼와 늑대 무리도 사역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죠. 게임 공략에도 남다른 실력을 보여 단 10일 만에 재앙으로 취급되는 마왕으로 진화를 해냈으니 그녀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게임 제작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부류이긴 하나(빠른 컨덴츠 소모) 어찌 된 일인지 GM은 그녀에게 어떤 의뢰를 하죠. 바로 이벤트 보스 몬스터가 되어 세계(게임 내 세계)를 작살 내달라는 것. 이렇게 된 이상 유저를 시스템에 편입 시켜 하나의 컨덴츠로 만들어 거저먹으려는 속셈인가 싶긴 하나 이거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흔한 복선의 한 종류인 듯).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의뢰를 수락했다는 것이고, 의뢰에 충실하여 세계를 멸망 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냥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역한 개미와 기타 마물들을 이용해 근처 도시부터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죠. 자비와 인정을 베푸는 건 없습니다. 게임하듯(게임 맞음) NPC들을 사냥하고, 이벤트에 참가한 다른 유저들도 학살해갑니다. 문제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하다는 것인데요. 이 작품(게임)에서 등장하는 NPC들은 고도의 사고력을 가진 AI를 탑재하였는지 표정, 감정에서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줄 세워두면 유저인지 NPC인지 분간이 되지 않죠. 심지어 사망한 NPC는 다시 리스폰 되지 않는 파격적인 설정을 도입 중입니다. 여기서 필자는 소드 아트 온라인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았습니다. NPC라도 존엄을 지켜주는가, 아닌가. 어느 작품에서 인간형을 죽일 때 주저하게 된다고 하던데, 이 작품에서는 그 말을 무색케할 정도로 학살을 보여주어 참 현실감이 없구나 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구분해야겠죠. 현실에서 게임하다 존엄 지켜준다며 NPC 사냥하지 말라고 하면 비웃음만 살 것입니다.

GM에게서 의뢰받았다고 NPC들을 신나게 학살하던 여주는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유저를 너무 물로 본 것이죠. 재앙이 된 여주가 같은 유저일 거라는 인식 못 했지만(알아도 바뀔 게 없지만), 재앙이 있으니까 레이드를 뛰자는 유저들이 모여 들었고, 다굴을 선사해서 여주를 토벌해버립니다. 이것도 신선하다면 신선했군요. 문제는 여주 자신은 신나게 NPC와 유저들을 사냥해놓고, 정작 자신이 토벌 당하니까 울면서 복수해 주겠다는 부분이군요. 아린 애가 앙탈 부리는 개그 같은 부분이 아니고 진짜로 억울해 하는 부분에서 여주의 성격이 많이 꼬였구나 하는 걸 알게 해주었습니다. 남들은 찾는데 애먹는 숨겨진 스킬을 즉석에서 찾아내 습득하고 성장시켜서 한 시간도 안 돼 쫓아가서 자신을 레이드 한 유저들을 학살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봐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망겜 아니면 뭐가 망겜인가 싶더군요. 보통 보스 레이드가 끝나고 리스폰에 최소 몇 시간 텀을 주는데 바로 쫓아가서 줘 패니 영문을 모르게 됩니다.

단 10일 만에 마왕으로 진화 시키고, 남들은 찾는데 애먹는 스킬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습득하게 하고, 마왕으로 성장시키며 캐릭 만들 때 받았던 페널티를 10일 만에 무력화 시켜주는 등 작가의 주인공 보정이 너무 심합니다. 거기다 여주의 성격을 괴랄하게 만들어 두기도 했죠. 마왕은 세계를 멸망 시키는 존재로서 태어나 인식된 순간 인류에게는 어떻게든 토벌해야 될 대상이 되죠. 그런데 자연의 순리 같은 걸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을 토벌하러 온 군대를 보며 억울해 하는 건 뭔가 싶더군요. 이걸 모르고 마왕이 된 건가? 토벌군이 안 와도 세계를 멸망 시키려 했으면서. 여주는 머리는 좋은데 이해력이 엄청 딸립니다. 토벌군이 도시 하나 내주는 한이 있어도 여주를 토벌하려는데, 도시는 자신이 파괴해 주었으니 토벌군이 할 일 하나는 줄었네?라는 웃지 못할 장면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도시 하나 내준다는 의미를 토벌군 스스로가 파괴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 여주 분명 현실에서 친구 하나 없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이더군요.

맺으며: 제일 어이없는 부분이 싸움 걸러 가서 되레 져놓고 복수하겠다는 부분이군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느닷없이 두들겨 맞은 NPC들과 유저들이 복수를 해야지, 왜 여주가 복수한다고 설레발을 칠까. 작가는 무엇이 잘못인지 스스로 인지 못한 것일까요. 그냥 게임일 뿐이고 어차피 이벤트 기간이니 페널티 없이 리소폰도 가능한데 분해서 눈물 펑펑 흘리며 울 일인가. 심지어 양면 일러스트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 우는 장면을 그려 놨는데, 이거 무슨 대전 게임에서 져서 현피 뜨려는 초딩을 보는 거 같았군요. 게임사에서 파격적으로 보스 몹으로 선정해 주었으면 그에 따른 위엄이라도 보여주던가, 처맞고 죽었다고 바로 파워업해 유저들을 찾아가 학살하는 성격하며. 누군 스킬 습득하는데 필요한 경험치 얻는다고 죽을 둥 고생하는데 여주는 그게 뭐?라는 듯 마구 습득하고. 어른들이 게임을 못 하게 하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희열을 느끼며 NPC들을 학살하는 여주. 여타 작품들에서도 양민 학살 같은 장면은 많지만 이 작품은 결을 달리한다고 할까요. 뭔가 좀 거부감이 드는? 그저 당위성도 없이 재미로 학살하고 다니니까 소아온의 레핑 코핀을 보는 듯한 거부감? 여주를 너무 밀어주며 최강의 생물로 만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마왕의 대척점 용사라도 내놓던가, 대항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고, 그냥 심시티 반대의 성격으로 도시를 다 파괴할 뿐인 이야기인데, 여주가 게임을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 갈 뿐이라서 이게 망겜 아니면 뭐가 망겜인가 싶더군요. 읽다가 도서를 접은 두 번째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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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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