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직 4권이나 남았지만(14권 완결) 주인공 일행의 원래의 세계(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같이 전이된 친구들은 거의 다 죽어 버렸고, 이전에 전이되어 현자가 된 지구인들도 주인공에 의해 거의 다 죽어 버리고 얼마 남지 않게 되었군요. 주인공은 건들지 않으면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살의만 느껴도 자동으로 즉사치트가 발동되니 상대 입장에서는 못 해먹어도 정도가 있지 같은 상황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는 이놈 가만히 내버려두면 이세계인들 다 죽겠네 싶어 봉인에 나서는 성직자도 있긴 하지만, 주인공을 봉인해 세계를 구한다면서 봉인에 들어가는 마력 모으겠다고 이세계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는 영문모를 일도 일어납니다. 용사가 있고(자주 나옴), 마법 소녀가 있고(3권인가쯤에 나옴), 세상 초월 먼치킨도 나오고(얘도 3권쯤 나오지만), 타노스는 저리 가라 급의 우주를 주무르는 신(神)도 있고(이번에 나옴), 그걸 쌈 싸 먹는 신(神)도 있고(이번에 나옴), 그 신들 서로가 싸우고(우주를 몇 번이나 소멸 시킴), 내키는 데로 살아가는(주로 현자들) 이세계는 그야말로 사파리 약육강식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지죠. 아직은 주인공 모르는 곳에서 쌈박질이 일어나고 있는데, 조만간 만날 듯.

이번 이야기는 얼마 남지 않은 현자를 찾아 동쪽 대륙으로 왔더니 쩌리 취급 당하는 주인공이 재미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의 능력은 소위 능력자들이 가지는 본질적인 힘이 아닌, 보다 근원적인 자율 신경계(예로 호흡) 같은 것으로 측정이 되지 않죠. 그러니 여전히 허접으로 오인받아 주인공을 어찌해보려는 엑스트라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제 숫자 세는 것도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주인공 앞에서 고꾸라져 갑니다. 아무튼 현자 찾아 동쪽 대륙으로 온 건 좋은데 입국 조건 때문에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도착했더니 사람을 공격하는 잡초(글자 그대로 잡초)들이 주인공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붙잡히면 침식되고, 불로불사가 된다는데, 불로는 반겨도 불사는 할 게 못 된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죽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인지. 하지만 주인공 앞에서는 무의미. 현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동료들을 픽업해야 되는데 얘들은 대륙 끝에서 끝으로 뿔뿔이,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만날 날을 고대하지만 딱히? 주인공은 히로인 '토모 치마'만 있으면 되니까요. 여기서 압권은 주인공이 레깅스 입은 그녀에게 허벅지 보고 싶다 하니 그녀 왈: 응! 좋아!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세요. 주인공은 별뜻 없이 한 말이니까요.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은 동정이거든요.

운 하나만큼은 억수로 좋아 아직도 살아 있는 중2병 환자는 여전히 취급이 좋지 못하고, 그가 그토록 바랐던 학원 라이프가 지옥이었으니. 여신에 의해 봉인된 여신이 부활해 UEG(ultimate extermination god)라는 영문모를 이름을 짓고는 이세계 멸절을 선언하고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하는데, 이유도 황당하고, 성격도 기분파고, 우주를 몇 번이나 소멸 시키는 힘으로도 없애지 못하는 여신이라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같은 일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죠. 위에서 열거한 것들과 더불어 이 작품의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정신줄을 놓고 보면 이보다 재미있는 작품은 없을 거라 자부하는군요. 아마 11권에서 주인공과 조우할 거 같은데, 이 여신의 수명은 앞으로 1권 남았습니다. 어딘가 굴러먹던 뼈다귀 같은 용사도 피래미 취급이고(3권쯤 마법 소녀가 더 강할 듯, 마법은 이미지에 좌우되니까?), 용사 동료들은 위기에 빠지자 자기만 살려고 결계를 치고(대화도 재미있고), 리타이어 되고, 여느 작품에서라면 주인공급 등장인물도 이 작품에서는 그저 한낱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지들끼리 사생결단을 내가는게 일품입니다. 마왕은 통성명도 못하고 가버렸습니다. 그쯤 주인공은 하염없이 걷고 있습니다. 동료를 찾아야 하는데,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맺으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야 합니다. 이과로 접근하면 물리법칙이 성립되지 않고, 문과로 접근하면 단어가 성립되지 않는 작품이죠. 그렇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뭐 어차피 주인공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해지니까. 아무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주인공의 능력이 무서워 거리를 두기 마련일 텐데, 아무렇지 않게 주인공 옆을 지키는 히로인, 그런 그녀를 지켜주려는 주인공과 그런 감정에 감동해서 호감도가 올라가는 히로인의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를 던져줍니다. 주인공이 아무렇지 않게 험한 말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 히로인이 태클을 걸어주는 장면들은 만담 개그를 보는 듯하죠. 협박을 교섭술이라 칭하며, 나 잘했지 칭찬해 줘라는 주인공은 천하태평하기만 합니다. 여신을 비행기 셔틀로 쓰는 사람은 주인공밖에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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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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