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주의

이번 결 2권은 이들이 2학년이 되어 만난 지 1년이 지난 1월 1일 이후부터 마라톤 대회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본편에서도 마라톤 대회를 다뤘지만 사실 이제 와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결 2권에서는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걸 종식 시키기 위해 하치만이 동분서주하는 걸 풀어 놓습니다. 본편에서도 이런 얘기였던가... 아무튼 등교해 보니 이캐맨 하야마가 유키노시타와 사귀는 거 아니냐. 유이가하마와 사귀는 거 아니냐, 유이가하마와 [다른 학교 학생]이랑 사귀는 거 아니냐는 뜬소문이 퍼져 있었죠. 그러니까 하야마=유키노시타, 하야마=유이가하마, [다른 학교 학생]=유이가하마 이런 식으로, 참고로 [다른 학교 학생]은 하치만이랍니다. 여전히 학교에서 하치만의 인식은 주인공이 아닌 마을 사람 A도 못 벗어난 게 소소한 개그입니다. 사람 사는 동네에서 남녀 관계란 늘 가십거리죠. 하물며 한창 청춘을 구가하는 낭낭 18세(일본은 17세)때니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소문은 가슴 두근거리게도 하고 낭만처럼 비치기도 할 것입니다. 다만 그건 일반인에 해당하는 것이고, 거론된 인물들, 특히 하야마는 학교에서 내로하는 이캐맨이자 능력남이다보니 그 상대가 되는 여학생은 낭만으로서 동경의 대상이 아닌 열폭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서 질이 안 좋다 하겠습니다.

뒷담화 하는 것까지는 으레 사람 사는 동네에서 다 그렇지 하고 넘길 일이고, 좀 지나면 사그라질 거니 좀만 참으면 된다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들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 소문을 부풀리고,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피해가 간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그동안 한 발짝 다가가지 못하던 여학생들이 소문의 진실을 파악한답시고 이캐맨 하야마에게 사실인지 질문을 하는 김에 고백 공격을 해대고, 유이가하마도 은근히 남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니 학교 뒷쪽으로 볼려가 고백 공격을 당한다면 그걸 보는 하치만의 마음은? 하야마 따위 나가 죽어라며 신경도 안 쓰겠지만(그래놓고 도와주는 게 하치만), 유이가하마가 그런 꼴(?)을 당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왜냐면 이번 외전 결은 유이가하마 if의 이야기니까요. 그동안 멀리서 바라만 봤던 아이돌 같았던 인물들이 누구랑 사귄다고 정식적으로 포장된 소문이 돌고 있으니 다들 겉몸이 달아 갑니다. 하치만도 유이가하마가 그런 꼴을 당하고 있으니 의식을 해버리죠. 학생들은 소문을 파악하며 사실이 아니라면 나랑 사귀어 줘!를 해대죠.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는 걸 잘 표현하고 있다 할까요. 여기서 질이 안 좋은 건 하야마와 유이가하마가 아니라고 선언한들, 소문의 진상을 파악한답시고 파고들어봐야 장난인데 왜 그래?라며 오히려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외전 결에서 하치만은 그걸 두고 볼 수 없어 해결에 나섭니다. 그리고 은근히 유이가하마를 의식하고 있고, 허물없이 다가오는 그녀의 스킨십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본편이었다면 난 속지 않는다며 애써 외면했을 이야기죠. 원래라면 더욱 음습하게 괴롭힘을 당해야 할 유키노시타는 2선으로 물려져 크게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그녀는 본편에서 승자거든요. 아무튼 소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데 중심에 있는 하야마는 협조를 해주지 않고, 여전히 학생들은 소문을 퍼트리고 있고, 급기야 히라츠카 선생의 귀에까지 들어가 영문모를 응원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죠. 그런데 일이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하치만이 나쁜 겁니다. 학교에서 한 명은 얼음같이 차가운 퀸카, 한 명은 최상위 카스트 소속 여학생. 이 둘을 끼고, 거기에 이캐맨까지 만난다면 누가 봐도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는 걸, 아싸기질 쪽으로 머리는 잘 돌아가면서, 맨날 속지 않아 속지 않아 하면서 눈에 띄는 둘을 대리고 쇼핑몰에 출몰한다면 누가 봐도 착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불행한 것은 하치만이 [다른 학교 학생]으로 오해받았다는 것이지만요. 결국은 자기가 싼 똥을 치워야 하는데 작가가 이 부분은 간과했는지 언급은 없네요. 그래도 주인공인 하치만으로 하여금 해결하게 시키긴 하니까 뭐....

맺으며: 완결까진 아니어도 본편을 읽고 결을 읽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유키노시타가 언급했던 '옛날'의 뜻을 알게 됩니다. 그런 반면에 하야마의 경우 자기 때문에 어릴 적 유키노시타가 상처받았다는 걸 모르고 있는 부분에서는 본편을 다 봤다면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소문 종식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하야마가 조금은 발암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본편에서는 그걸 깨닫고 괴로워하는 장면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결국 도와주긴 합니다만. 유이가하마의 경우 스킨십은 본편보다 많아지긴 했는데, 그 때문에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애써도 if 일뿐이고, 그렇기에 더욱 스킨십에 열을 올린다는 느낌이죠. 여친이 안 된다면 여사친으로라도 남으려 좋아한다고 말 못 하는 그런 느낌? 첫 장 interlude에서 '열심히 했다'며 일기를 쓰는 장면과 오버랩되어 꽤 애잔하게 합니다. 조금이라도 오래 같이 있고 싶어, 마라톤 하다 다친 하치만의 다리를 부러트린다거나(필자 각색), 마라톤 뒤풀이가 끝나고 계단에서의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첫 장 interlude의 영향인지 멸망한 세계에서 홀로 먼 곳을 바라보며 모두와 지냈던 과거를 추억하는 그런 느낌을 들게 하죠. 물론 후반의 분위기는 진짜로 이렇게 서정적이진 않고,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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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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