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 일행은 현자가 있다는 동쪽 대륙에 도착은 했는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4개의 세력이 구역을 나눠 싸움 중이었습니다.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 진영의 레귤러가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주인공과 히로인은 쩌리 취급되어 방치 플레이 당하고 있었죠. 일단 현자를 찾든 일행을 찾든 여기서 움직이긴 해야 하겠는데 포인트가 없으면 구역을 넘지 못하고, 어쩔까 마음 편하게 남의 일처럼 궁상떨고 있었더니 누군가 인상 나빠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 시비를 털어댑니다. 즉사외엔 이렇다 할 능력이 없고, 여친(히로인)도 지켜야 되는 주인공으로서는 실질적으로 위협을 가해 온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추풍낙엽처럼 떨궜더니 '내 여동생 니가 죽였나?'라며 웬 시스콤이 찾아와 노발대발하는데, 주인공과 히로인은 뭔가 이상한 게 왔다며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이. 그는 대뜸 아무도 알고 싶지 않은 내 여동생이 얼마나 이쁘고 정의로운지 알려 주겠다며 생방송을 시작합니다. 일장 연설이 끝나고 돌아갈 줄 알았더니 아니 왜 히로인을 노리냐고요. 여친(히로인)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세계에 온 이후 역린이 되어 버렸죠. 아마 지구에 있을 때 유일한 이해자이자 그를 보살펴 주었던 '아사카 씨'를 히로인에게 투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주인공을 유일하게 컨트롤 가능한 인물이기도 하죠.

여신과 싸우다 패해서 봉인 당해놓고, 화풀이로 지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봉인에 가담한 죄라는 얼토당토않는 이유를 붙여 생물 종말론을 펼치며 눈에 띄는 대로 다 죽이고 다니는 망나니 신(神) UEG도 동쪽 대륙까지 쫓아와 대환장 파티를 벌이고 있습니다. 보통 이 작품에서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등장하자마자 주인공에게든 지들끼리 싸우든 금방 리타이어 되는 것과는 다르게 끈질기게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강자를 찾아 싸운다며 여느 작품들에서 주인공급으로 활약할 만한 등장인물들을 죄다 요단강 건너보내버리는데, UEG든 주인공급이든 그 힘들이 그냥 나무야 미안해를 우습게 발라버리는 리밋을 해제해서 싸워대는 게 재미있습니다. 다중 우주론, 무한 평행세계에서의 '나'라는 존재론, 그걸 우습게 발라먹는, 타노스는 명함도 못 내밀 UEG. 그녀(일단 겉모습은 어린 여자애)는 아직도 배가 고픈지, 엑스맨이나 마블에 등장할 거 같은 온갖 히어로를 모아둔 학원도시에 마치 꿀벌 집을 습격한 말벌처럼 보이는 족족, 사는 게 재미없어 환생하겠다며 가출하여 학원에서 힘숨찐 여학생으로 살아가던 마왕도 한주먹 거리도 되지 않는 파워 인플레를 보여줍니다. 대체 뭘 보고 있나 싶을 정도로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풀어 내죠. 그리고 대망의 주인공과 조우합니다.

한편 뿔뿔이 흩어졌던 일행도 UEG의 활약(?)으로 어쩌다 보니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사실은 현자의 돌은 사실적으로 몸체가 소분된 진토베기 여신이었고 뿔뿔이 흩어졌던 돌을 모아서 뭉치니까 소녀가 되었는데 주인공이 성의 없이 이름 붙여준 '루'라는 소녀도 있었죠. 그리고 그녀에 의해 봉인되었던 UEG. 뭔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장면이 지금 시작됩니다. 그런데 우주를 수십, 수백 번 멸망 시킬 수 있는 신(神)들이 모여 장엄해야 될 장면에서, 자석의 같은 극에 이끌리듯 서로가 만났지만 아직은 조각들이 덜 모여 기억이 애매해놓으니까 UEG 왈: 니가 날 봉인한 거임? 루: 글쎄 기억이 안 남, 내가 그랬다는 증거 있음? UEG 왈: 기억은 없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데? 같은 콩트를 찍어대는 장면들이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주인공과 히로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죠. 외에도 몇이 더 합류하지만 어차피 쩌리 취급도 못 받는 인물들이니까 설명은 생략. 자, 우주 전체를 수백 번 멸망 시킬 수 있는 UEG를 상대로 아무리 즉사치트가 만능이라도 범우주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주인공과 비슷한 즉사치트를 가진 능력자들이 널린 게 이세계고, 그런 능력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요단강 건너로 보냈던 UEG. 다들 주인공급이지만 1회성 캐릭터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드물게 거의 3권 분량을 차지하며 장수했던 UEG의 운명은?

맺으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아낌없이 써먹는 유일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여느 작품에서라면 주인공급인 능력자들이 발에 치일만큼 등장하고, 엑스트라처럼 리타이어 되어 버리죠. 이번에는 학원에 그런 능력자들을 몰아넣어 놓고 뭔가 세계정복이라도 할 기세였지만 그냥 바다 생물의 먹이에 지나지 않다는 역설적인 장면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UEG의 억지스러운 봉인 동조자론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사회 경험을 간접적으로 시켜주기도 하죠. 힘을 가진 자가 멍청하면 어떤 꼴이 일어나는지 반면교사 같은 작품이랄까요. 아무튼 이세계는 이세계 나름대로 멸망 테크 타는 중이고, 지구는 지구대로 오컬트(괴담)로 세계가 멸망할 기세라고 외전에서 잔잔하게(?) 풀어 놓습니다. 사실 외전이 더 재미있다고 할까, 현실적이라고 할까, 외전에서는 우리가 흔히 괴담으로 여기는 이야기들이 현실로 일어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데요. 그런 세계에서 주인공은 지하에 마련된 연구시설에서 '아사카 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고, 성장하면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인간다운 면모를 갖춰가죠. 이때까지 나온 얘기로 유추해 보면 주인공도 오컬트의 한 장르가 아닐까 싶긴 한데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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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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