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미 본편과 외전 '소드오라토리아'에서는 과거가 되어버린 7일간 있었던 '대항쟁'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세계를 혼돈과 지옥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블스'의 준동이 극에 달해 미궁 도시 오라리로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는 시기였죠. 이들을 억눌렀던 제우스와 헤라 파밀리아는 세계 3대 퀘스트 '흑룡' 토벌에 나섰다 궤멸되어 사실상 와해, 이블스는 자신들을 억눌렀던 뚜껑이 없어지자 폭탄 들고 자폭을 마다하지 않는 광기를 장착한 채, 바벨을 무너트리고 던전을 해방하여 세계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려 총공세에 나섭니다. 이에 오라리오 모험가들은 로키 파밀리아의 '핀'을 주축으로 해서 요격에 나서지만, 자폭을 마다하지 않는 광기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어 가죠. 거기에 헤라의 생존자 '아르피아', 제우스의 생존자 '자르드'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상급 모험가들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죽기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처럼 모든 모험가들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저마다 각오를 다져갑니다. 그러나 핀의 두뇌, 이블스의 물량공세는 일진일퇴의 상황으로 몰아가며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3권에서는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왜 이블스 편에 서서 오라리오를 침공하게 되었나 하는 이유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누구도 넘보지 못할 레벨 7이라는 가공할 위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후배나 다름없는 모험가들을 유린하고 있었나. 사실 이게 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하면, 아직 도서를 읽지 않은 분들에겐 폐가 될 거 같고, 그렇다고 언급 안 하자니 리뷰가 두루뭉술해질 거 같아 고심을 많이 했군요. 분명한 것은 그저 악의 편에 서서 악당의 입장에 되어 모험가들을 학살하고 다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계 3대 퀘스트 중 마지막 흑룡 토벌에서 그들(아르피아, 자르드)은 알아버린 거죠. 자기들은 영웅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패배하고 패퇴하며 꼴사납게 도망가는 동료들, 갈가리 찢긴 동료들을 보며 그들은 절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각한 거죠. 자기들은 마지막 [영웅]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가 핵심 스포일러의 내용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생물은 궁지에 몰릴수록 진화를 거듭하죠. 아르피아는 한참이나 어리고 서투른 아스트레아 파밀리아와의 싸움에서 그녀들의, 모험가들의 가능성을 엿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죠. 모든 죄와 원망을, 후대에 영웅이 아닌 악당으로 기억될지라도 그들(아르피아와 자르드)은 길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뒤를 이을. 그 방식이 너무나 과격하여 설사 자신들의 후배들을 죽이게 된다 해도. 그럼으로써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악을 자처하고 억지스럽게, 자신들은 하지 못했던 일(흑룡 토벌)에 대한 분풀이라 여겨져도, 그런 자신들을 뛰어넘는다면 후배들은 분명 영웅으로 성장하겠죠(그런 느낌). 그래서 그들은 상냥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너희들이 가야 할 길이야라며 등을 떠밀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은 자기들이 짊어지고 가려는 선배들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들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픈 예고를 합니다. 자르드와 오탈의 전투는 마치 본편의 벨과 미노타우로스와의 대결을 보는 듯합니다. 넘지 못할 벽과 마주하고 처절한 싸움을 보여줬던 그 장면. 사실 필자는 이쯤에서 눈치를 챘습니다. 아니 이들이 하려는 일은 진작에 알아챘지만, 이들이 만들고 싶었던 영웅이 누구인지를요. 오탈? 아스트레아 파밀리아? 왜 본편에서 나오잖아요. 영웅이 되고 싶은 '토끼'가요.

맺으며: 뽈뽈뽈 쫓아다니는 꼬마 아이즈의 일러스트가 없어서 평점 빵점 주려다 본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같은 윤곽을 보여줘서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습니다. 왜 8점이냐면, 핀의 두뇌와 이블스의 물량전이 좀 지리멸렬하거든요. 손에 땀을 쥐게 한다거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500페이지나 갈 이야기가 아닌 것이죠. 그나마 오탈과 자르드의 싸움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벨과 미노타우로스와의 싸움을 보는 듯해서 이거 하난 좋았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그들(아르피아, 자르드)이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는 것에 대한 쐐기이나 본편에서는 아쉽게도 오탈은 들러리죠. 하지만 벨만큼의 흥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오탈은 작가로부터 양쪽 페이지 일러스트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기도 하죠. 아무튼 아르피아와 자르드 이야기에선 처음엔 자기들이 못 넘은 걸 억지스럽게, 후배들에게 분풀이식으로 닥달하여 몰아붙이는 식이어서 꽤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자기들은 못했으면서, 자기들보다 반쪽도 안 되는 애들 보고 뭘 하라는 건지 같은 느낌? 그래도 후반에서 애들이 그들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알아채주는 장면에서 조금은 그들도 보답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긴 합니다.

이번에는 오라리오 모험가가 총출동하는 관계로 당연히 아이즈도 참전합니다. 그녀는 본편과 소드오라토리아에서 핵심적인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도 활약(이라 쓰고 폭주)하는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편 벨이 세계 3대 퀘스트인 흑룡 토벌에 나설 때 그 옆을 지키는 사람은 아이즈가 아닐까 하는. 그리고 이번에 같이 고생하는 류도. 사실 아르피아와 자르드가 하고자 했던 일에 벨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좀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후반 에필로그와 소책자 부록에 '벨'을 끼워 넣음으로써 이야기는 본편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시사하죠. 아스트레아 레코드라는 이야기는 영웅의 탄생, 영웅의 비기닝 같은? 즉, 이 말은 결국 이들은 엄한 곳에서 삽질을 오지게 했다는 결론을 내버립니다. 더욱이 아르피아는 소책자에서 어린 벨에게 영웅이 뭔지, 은근히 영웅이 되라는 가스라이팅을 해놓고 오라리오에 쳐들어와 까맣게 잊어버리죠. 참고로 아르피아는 벨의 '이모'랍니다. 아무튼 엄한 곳에서 엄한 애들을 쥐잡듯이 해놓고 정작 진짜 큰 쥐(영웅)는 저 당시(대항쟁때)에는 아직 꼬꼬마였다는 사실. 어쨌거나 아스트레아 파밀리아는 아직 건재합니다. 필자는 아스트레아 레코드가 소드오라토리아 비기닝에 해당하나 싶었는데 '벨'을 끼워 넣으며 본편 비기닝으로 급선회 해버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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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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