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사활을 걸고 만든 로봇을 고철로 만들어 버린 주인공의 주가가 날로 치솟습니다. '셰릴'이 주인공에게서 받아 운영하던 유물 판매점을 털기 위해 인형 병기 제작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무력을 동원했던 슬럼가 양대 범죄 조직은 도시의 묵인(항쟁으로 슬럼가가 평탄화되길 바랐던) 하에 쳐들어 왔으나 주인공에 의해 보기 좋게 쓸려 나갔죠. 군에 납품하려 했는데,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그렇다면 자존심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주인공 암살? 될 리가 없죠. 그래서 나온 게 주인공의 헌터 레벨을 올려주자!! 고레벨 헌터에 당한 거면 어쩔 수 없지, 자신들의 역작을 뽀사버린 주인공이 쪼렙일리가 없다며, 사실 아직까지 주인공 실력에 비해 저평가 중이었죠. 그걸 원래 있을 자리로 되돌리겠다며 인형 병기 제작사들이 도시에 압력을 넣어 주인공의 헌터 레벨을 올리려 하는데, 문제는 판타지물에서처럼 금방 올려주는 것이 아닌 몇 달이나 걸쳐서 실력을 교차 검증 해나가야 한다는 아주 귀찮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6권의 상당 부분은 주인공의 헌터 레벨 올리기 작업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작업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고, 그냥 유적에 가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유물을 조사하는 등 지금과 별다르지 않은 상황만 펼쳐집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도시의 지시로 동행인이자 감시인으로 '유미나'가 따라붙었다는 것이지만요. 유미나는 주인공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의 파티원이자 카츠야가 주인공이었다면 메인 히로인이 되었을 인물이죠. 이 설정에 맞게 유미나는 '카츠야'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으며, 언제나 무리를 해대는 카츠야에 힘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셰릴의 유물점을 노리는 항쟁 때 경호원으로 고용되었음에도 별다른 활약을 못 했고, 그전에도 카츠야의 발목만 잡아대서 결국 파티에서 배재(추방물 판타지에서 그 추방이 맞음)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추방되었다고 아! 그래요? 할 인물이 아닌지라 강해지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마침 주인공의 동행자가 되면서 그에게 부탁하여 엄청난 수련을 받게 됩니다. 근데 주인공 시키 적당히를 몰라요. 자기가 할 수 있으면 남도 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유미나를 글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 시켜 버리죠. 주인공 왈: 괜찮아, 포션이 있으니까 안 죽어(약간 각색). 그렇게 두 달이 흐릅니다.

주인공의 헌터 레벨 올리기보다도 사실 이번 6권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카츠야에 대한 유미나의 사랑의 세레나데가 그것인데요. 주인공이 카츠야를 적대한다는 걸 알면서도 수련을 부탁하고, 그걸 주인공은 받아주고, 그에게 수련을 받으면서도 주인공을 적대(카츠야를 죽일 뻔했으니) 하기는커녕 지금의 상황을 거름으로 삼아 더욱 강해지려는 마음은 딱 그 나이대에 맞는 청순함과 애틋함을 보여줍니다. 그를 생각하기만 해도 즐겁고, 너무 올곧아서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쩌면 카츠야에 대한 마음은 사망 플래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진심이 되어 갑니다. 근데 정작 그 마음의 당사자인 카츠야는 셰릴에게 더 마음이 가 있고(그래서 주인공과 더 부딪힘), 유미나는 그저 내가 보호해야 될, 좀 속된 말로 표현하면 소중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 존재일 뿐이죠. 문제는 그런 그의 마음을 그녀는 모르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근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두어 달을 주인공과 같이 지내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되고, 카츠야와 있을 때는 보여주지 않던 감정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있을 곳은 주인공 곁이 아닐까 하는 그런 장면들을 연출하죠.

그리고 또 다른 재미있는 점을 들라면 레이나(히로인) 일행의 합류를 들 수가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주인공 곁에 여자들이 자꾸 몰려드는데, 아싸도 구르는 제주가 있나 봅니다. 아무튼 여기서 주인공은 카츠야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죠. 카츠야처럼 옭아매서(내가 다 지킬 거야) 보호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해주고 동등하게 대우해 주는 게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준다는 매시지를 던진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아싸 맞나. 그 결과 후반 대량의 인형 병기의 습격이라는 주인공을 버리고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상황에서 유미나와 레이나는 그의 후방을 지키며 화력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게 하죠. 사실 헌터들의 모임이라는 파티가 가져야 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뢰라는 것이죠. 카츠야는 그걸 못해서 유미나로 하여금 추방 당하게 했고요. 그래서 유미나도 주인공에게 합류하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을 많이 들게 합니다. 근데 그럴수록 알파의 심기는 나빠져만 갑니다. 히로인으로서의 분량이 적어져서가 아닌 목적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자꾸만 끼이다 보니, 작가는 알파가 담당했던 헌터가 주인공만이 아니었다는 떡밥을 투하합니다.

맺으며: 거의 6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요약하려니 여간 골치가 아니었군요. 일단 다른 건 다 빼고 주인공의 헌터 레벨 업과 유미나에 대한 것등 아주 일부만 인용해 봤습니다. 사실 유적 중심부에서 알파와 비슷한 도시 관리 AI 츠바키를 만나면서 이번 6권에서의 고생길 시작이지만 이건 하편에서 더욱 본격적이 될 거 같아 리뷰에선 뺐습니다. 셰릴은 주인공이 가져다준 유물로 승승장구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필사적으로 주인공에게 매달리는 모습들이 안타깝습니다. 사기 치는 나쁜 놈에게 걸려 몸도 마음도 다 빼앗기고 망하는 그럼 느낌을 들게 한다고 할까요.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카츠야도 그가 속한 조직의 로비 덕분에 승승장구 중이지만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아 유미나를 고생 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미나가 주인공과 같이 다니는 걸 알고 나서 겉몸 달아가는 게 재미있죠. 참고로 유미나가 파티에서 추방당한 원인은 그에게 있는데 자각을 못하는 듯.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게 주인공은 그런 유미나를 배려해 주면서(사실 주인공 성격은 배려를 잘 모름) 그녀의 호감을 엄청 얻지만 여느 판타지처럼 주인공 하렘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카츠야와 지낼 때는 보여주지 않았던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들과 차라리 주인공과 같이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풍부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죠. 참고로 악역 영애처럼 주인공을 하대하는 등 발암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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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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