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강한 스포일러 주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마법 학원에 숨어든 수배범을 잡았을 때도, 마물의 침공으로 학생들이 오늘내일 했을때도, 드래곤의 습격으로 마법 학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뻔했을 때도, 북방을 다스리는 제국의 삼총사중 2명이나 격퇴했어도, 그 전적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야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악동이라는 말이 착하게 들릴 정도로 험악하게 학원을 공포로 몰아넣었으니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개선될 리가 없다. 그래도 주인공 '데닝'에게 있어서 이런 건 사소할 뿐이다. 왜냐면, 이런 몸부림 전부가 사랑해 마지않는 망국의 공주 '샬롯'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주변의 평판 따위 개의치 않았다. 근데 이게 화근이 되어 첫 번째 생에서는 처절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그래서 이미지 개선에 노력 중인데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더욱 경계를 사기 마련이다. 여전히 친구라곤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 하나가 다다. 그의 종자 샬롯은 그가 얼마나 노력 중인지 알아주지 않는다. 사실 주인공 데닝이 개망나니 짓을 한 것도 가문의 눈 밖에 나서 샬롯과 야반도주를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가 알아주지 않으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이다. 이것이 마침내 보답을 받는 게 이번 에피소드다. 조금은 감동적이긴 하다. 샬롯의 정체는 저번에 발각되고 말았다. 그녀가 망국의, 지금은 멸망한 옆 나라 휴잭의 공주님이라는 게 들통이 나버린 지금, 그녀의 위치는 풍전등화나 다름없다. 왜냐면, 그녀를 편으로 끌어들이면 지금은 공터로 남아 있는 그 넓디넓은 옆 나라 땅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

 

주인공 데닝은 그녀(샬롯)를 지키기 위해 가문조차 버리려고 했다. 그런 자신을 지켜주는 데닝의 마음을 몰라주는 게 샬롯이었고. 지금까지 서로의 마음은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던 게 이번 북방 제국 삼총사중 '마녀'가 내습해오면서 모든 게 급진전이 된다. 단 한 사람, 마녀에 의해 기사국 '다리스'라는 나라는 풍전등화에 놓인다. 인지를 초월한 힘으로 싸움을 걸어오는 마녀에 대항해 다리스의 여왕은 자신의 딸인 왕녀를 인질로 내놓는, 폐륜을 저지른다. 자,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로 갈라진다. 하나는 데닝이 샬롯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 하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딸의 미움을 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엄마의 마음과 그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이해하는 딸의 이야기다.

 

사실은 무섭고 두렵다. 인질이 되어 마녀를 꾀어 내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왕녀가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실 데닝은 보답받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활약을 펼쳤던 걸 곁에서 봐라 바 주던 인물이 있었다. 그게 왕녀였고, 사실은 왕녀는 엄마인 여왕과 사이가 좋지 않다. 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엄마의 인정을 어릴 때부터 먹고 자라온 그녀가 엄마를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 이번에 인질이라는 역할도 사실은 데닝에게 보답하고자 함이다. 그동안 자신이 해야 될 일인 백성들을 지키는 일을 주인공 데닝이 해주었으니까. 인질이라는 그 이면엔 샬롯의 정체와 관련이 있다. 여왕은 샬롯을 이용할 생각이 가득하다. 이걸 막아준 게 왕녀다. 샬롯은 데닝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니까. 이것으로 빚을 갚는 거라고.

 

왕녀는 데닝의 이해자라 할 수 있다. 그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무섭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모든 걸 이 눈으로 지켜봐야만 한다. 마녀와의 싸움을,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를. 그런 반면에 샬롯은 데닝의 노력을 눈곱만큼도 알아주지 않는 통에 그동안 고구마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왕녀를 만나 모든 내막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성장하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시작된다. 유례가 없는 실력으로 싸움을 걸어오는 마녀는, 단신으로 기사국이라는 이름을 무색게 할 정도로 다리스의 기사들을 농락한다. 여기서 여왕이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조금식 드러난다. 엄마는 그저 서툴렀을 뿐이라는걸.. 그저 자신의 딸이 나중에 여왕이 되어 나라를 물려받았을 때, 단지 얕잡아 보이지 않길 바랐을 뿐이라는걸. 딸은 엄마의 애정을 바랐고, 엄마는 애정에 서툴렀을 뿐이라는걸.. 

 

다른 말이지만, 사실 이 작품의 진히로인은 샬롯보다 왕녀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편협된 교육으로 방구석 폐인이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데닝을 이해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누구(샬x)처럼 왕녀로써 뽐내기 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이번처럼 할 때는 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게 왕녀다. 왕녀는 마녀와 기사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수세에 몰려가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기사들이 무너지면 여왕인 엄마의 목숨도 없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데닝은 그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사내가 아니다. 옛날부터 이런 일에 발을 들이미는 게 그였다. 이번에도 사실 왕녀가 도와 달라고 자신에게 신호를 보냈다. 누군가가 도와 달라는데 도와주지 않으면 데닝으로서, 존재가치는 무의미하다. 왕녀는 호소한다. 결국 알고 보면 샬롯을 지키는 일은 왕녀와 여왕을 지킴으로서 성립이 된다.

 

그러니 힘을 내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은 패배를 안겨주었던 강적인 마녀를 상대로 데닝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맺으며: 리뷰가 두서가 없는데, 이번 에피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생명을 불태워라'를 들 수가 있다. 열혈물도 아닌데도 그런 열기가 느껴지는 에피소드랄까.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좋게 보고 있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7권을 보면서 이 7권을 위해 미움받았던 걸까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필자 주관적이지만. 그만큼 주인공이 싸우는데 있어서 뭉클함이 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이기지도 못하는 상대와 마주한다는 것이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나 싶다. 근데 그렇게 불태웠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같은 게 이런 작품의 모토다 보니 후반부는 힘이 없다. 그래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이다. 이것도 일러스트가 잘 뽑혀서 7점이다. 그나마 기승전결이 깔끔하긴 하다. 뒷맛이 좀 씁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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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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