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8권 리뷰 -아저씨, 중년이 되어서 꼭 동정 티 내야 했나요-
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인 해석 주의
관심도 없겠지만 '아라포'는 '어라운드 포티(around 40)'를 일본식으로 줄여 읽은 말이다. 뜻은 40대 전후의 미혼 직장여성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중년 아저씨다. 제목을 일본식으로 풀이하자면, 중년이 되도록 동정(현자)인 아저씨가 이세계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하다. 35세까지 동정이면 흑마법사가 된다고 하던데, 40세가 넘도록 동정이면 현자가 되나 보다. 그리고 아저씨는 진짜로 마법도 쓸 줄 알고 말이지. 아무튼 이세계를 다스리는 4신(神이 4명이라는 소리)이 눈에 가시인 사신(死神)을 현실 지구의 게임에 방기했고, 그 게임을 하던 아저씨는 사신이 자폭에 휘말려 이세계로 전생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비단 아저씨만이 아니라 그 게임을 하던 많은 유저가 휘말려 이세계로 전생하게 된다. 근데 전생하고 보니 아저씨가 하던 게임 세계관이다.
지하 가도 정비에 강제 동원되어 노가다판을 뛰던 아저씨는 솔리스테어 마법 왕국 외교관을 옆 나라 알톰 황국까지 경호하는 임무에 투입되었다가 지나가는 용사 무리들을 제압하고 무사히 알톰 황국에 도착한다. 중년 아저씨를 부려 먹어도 너무 부려 먹는다.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이세계에서 40대면 할아버지급이 건만. 아무튼 여차여차해서 한 달이 넘도록 집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제야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알고 봤더니 알톰 황국은 히로인 '루세리스'의 고향이었고, 아저씨는 그녀가 갓난 아이일 때 어떤 일로 인해 추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루세리스는 아저씨가 이세계로 전생하고 두 번째로 만난 히로인이다. 그녀 자신(루세리스)은 고아로 자랐다고 믿고 있으며, 4신교의 신관으로써 고아들을 대려다 보육원을 차려 근근이 생활하는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아저씨는 처음 만난 '세레스티나'보단 아이들을 보살피며 아저씨에게도 친절한 루세리스에게 이성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활이 어려워하는 그녀를 위해 약초밭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이것저것 챙겨주지만 동정답게 한 발을 내딛지 못해 무골충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풋풋하다기보다 징그럽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루세리스'가 자신의 뿌리를 찾게 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닌, 뿌리를 찾았다고 해서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갈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 돌아오라고 한들. 어머니는 끝끝내 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병으로 돌아가시고, 그녀는 고아로 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녀는 숨 막히는 귀족의 생활보다 가난하지만 마음 편한 생활을 택하게 된다.
뭔가 좀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극적인 장면이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다. 부조리하게 추방된 어머니의 한 맺힌 사연 같은 걸 조금 더 부각 시켰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 8권은 이게 메인 같은데 살리지를 못한다. 거기에 주변의 성급한 판단으로 모녀가 추방되었음에도 되갚아 준다 같은 남의 인생을 박살 냈으면 벌을 받으라는 메시지 같은 게 없어서 아쉽다. 물론 루세리스의 아버지 등 추방한 당사자들이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를 짤막하게 표현은 하지만 약하다.
아무튼 무분별하게 용사를 소환하던 메티스 성법 신국은 아저씨의 철퇴를 맞고 쇠락을 길을 걷게 된다. 오직 4신만을 숭배하며 주변국을 걸핏하면 신의 이름으로 침략하고 착취를 하다 옆 나라를 침공한 끝에 군사들은 궤멸되어 버렸다. 신국의 행패를 보다 못한 아저씨가 위성 병기를 동원한 공격에 의해 초토화 되었고, 용사들은 반수가 궤멸,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된다. 그럼에도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 어떻게든 재기를 노리는데, 여기에 동조하는 아저씨의 친누나가 등장하면서 흥미진진해진다고 할까. 아저씨가 이세계에서 없애야 될 제1순위인 누나도 바퀴벌레처럼 참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아 어떻게든 동생의 등을 치려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루세리스의 출생의 비밀보다도 이게 더 흥미진진하다. 루세리스의 출생의 비밀은 남의 이야기처럼 어딘가 동떨어져 있다.
그 외 자잘한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사실 필자는 관심 없다. 눈 떠보니 8권이 구매 되어 있었고, 돈 주고 구매한 걸 안 읽을 수도 없어서 읽었는데 역시나 읽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매사 싸구려 만담을 보는 듯한 가벼운 투의 내레이션도 거북했고, 내로남불식 범죄의 미화도 참으로 거북했다.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남녀 행위까지 가는 쇼타콘은 미화하고, 이번에 등장하는 로리콘은 범죄로 취급한다는 거다. 물론 로리콘도 미화하라는 소리가 아니라 미성년에 손을 대는 건 남자 애건, 여자 애건 범죄라는 뜻이고 이걸 어떤 환경이든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작가의 윤리의식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리고 출판사인 L노벨은 이 작품을 적어도 15세 등급으로 해야 된다고 본다. 성X행이나 강X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그 상황까지 적나라하게는 아니지만 일부 묘사되어 있는데 전연령가는 아니지 않나 싶다.
맺으며: 뭣보다 짜증 나는 건 기승전결이 없다는 거다. 아저씨의 부인이 될지 모르는 루세리스의 출생의 비밀은 강 건너 불구경처럼 어딘가 붕 떠 있고, 루세리스와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던가. 아저씨가 10대였다면 풋풋한 감정이라도 들 텐데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사람이 결정을 그렇게 내리지 못해서 어떡하나 싶다. 현실에서 이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남자는 기피 대상일 텐데? 그리고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마물 대군 처리는 이번 이야기에서도 끝내지 못하고, 입을 함부로 놀려서 일을 키워놓고 반성의 기미도 없는 데다 되레 신나 보이기까지 한다. 묻지도 않은 걸 나불나불, 꼭 한두 마디 더하는 잘난 채는 왜 그리 해대는지 도서를 몇 번이나 패데기 쳤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번 8권의 메인 이야기는 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결론은 돈값도 못하는 지지부진한 진행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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