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10권(完) 리뷰
매우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이 단 하나 마음에 드는 건 어쭙잖은 하렘이 없다는 것이다. 몇몇 히로인은 나오지만 주인공과 엮이는 일 없이 모두가 자기 갈 길을 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주인공은 어릴 적 첫눈에 반한 이웃 나라 왕녀 '샬롯'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오직 샬롯만을 위해 정치적으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약혼녀까지 차버렸으니(파혼) 주인공의 마음이 얼마나 일편단심인지 잘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삼남의 위치에 있으면서 차기 당주로 키워질 만큼 집안의 기대가 컸다. 그런데 샬롯의 정체는 비밀에 붙여진 채 그녀의 평민이라는 지위가 문제였다. 귀족이 평민과 맺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주인공은 귀족을 버리고 평민이 되겠다며 문제아로 등극하게 된다. 이대로 문제아로 자라면 집에서 쫓겨나 평민이 되고, 그러면 샬롯과 맺어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주인공은 첫 번째 생에서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생, 첫 번째 생에서 샬롯과 맺어지지 못한 주인공은 두 번째 생에서 자기가 한 행동을 바로잡고자 한다. 그 결과 의도치 않게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되어 버렸다. 이럴수록 샬롯과 멀어지게 되지만, 이번 10권에서 드러난 바로는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꼴이었다 할 수 있다. 그동안 샬롯과 맺어지기 위해 문제아로 행동할수록 샬롯과 멀어졌기에 이번엔 그녀가 바라는 행동을 했더니,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있어서 딜레마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주인(주인공)도 못 지키는 샬롯(종자, 從者)을 대신해 새로운 종자를 선택하라는 집안의 엄명이 내려왔을 때 이도 저도 못하게 된다. 솔직히 발암이 아닐 수 없다. 집안을 버릴 만큼 정말로 좋아했다면 그것을 관철해야 되지 않나 싶다. 새로운 종자 선택하라며 주인공을 잡으러 온 친누나에게 꼼짝없이 잡혀가는 꼴이란 여간 꼴불견이 아닐 수 없었다.
마법학교에 도착해보니 새로운 종자 '민트'가 이미 와 있다. 그녀는 샬롯보다 엄청 강하다. 주인공보다도 강하다. 근데 살림은 못한다. 샬롯은 살림은 잘 하는데 전투에선 주인공을 지키기는커녕, 제 한 몸 간수하기도 벅차다. 그래서 초반엔 서로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인가 했다. 공작가에선 살림보다는 싸움 실력을 바라니 민트는 공작가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캐릭터다. 그래서 주인공은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한다. 이러다 샬롯과 헤어지게 되니까 말이다. 그동안 노력했던 온갖 짓거리들이 물거품이 될 판이다. 그런데 위기의식 따윈 없다. 작가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이번 10권에서 모든 걸 매듭지으려다 보니 감정 표현은 거의 다 생략된 듯하다. 아무튼 주인공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새로운 종자를 들이는 것도 이상한데, 아버지까지 학교로 찾아온다고 한다.
그동안 아들을 문제아라며 학교에 유폐 시키다시피 해놓고 이제 와 찾아오는 건 뭔가 싶다. 그래서 아들이 정신 차리고 구국의 영웅이 되니까 빨대 좀 꼽아 보려고 찾아오나? 같은 생각도 들게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여왕은 물론이고 왕녀까지 찾아올 정도로 아들은 잘 나가고 있다. 거기다 여왕은 딸내미의 직속 보디가드도 해달라는 주문까지 했으니 그의 대우는 매우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근데 돌이켜보면 이런 휘황찬란한 인생은 주인공이 바라는 삶은 아니었다. 그에겐 샬롯만이 모든 것이니까. 그래서 아버지가 찾아오는 진짜 이유는 뭘까 하며 조사에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사실 여왕이 주인공을 인정했고, 이제 아버지까지 자신을 인정하는가 싶어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보이지 않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아무튼 조사해보니 아버지가 왜 학교로 찾아오는지 밝혀진다. 그럼 그렇지 나라와 집안만 생각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칭찬하려고 학교에 찾아올 리는 없다. 새로운 종자도 사실은 학교를 염탐하기 위한 아버지가 보낸 첩자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여전히 휘둘리고 있다. 그런 아버지가 왜 학교로 오나. 여왕은 아버지에게 뭔가 하나의 임무를 부여한다. 학교를 전장으로 만들어서까지 어떤 조직을 말살하라고 한다. 근데 이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인공의 활약 덕분에 그 조직이 와해될 판이다(주인공이 평화의 시대를 여는 바람에).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먹히는 속담처럼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조직을 여왕은 아버지 보고 말살하라고 한다. 여왕이 이런 성격이었나 싶을 정도로 냉혹한 엄명이 떨어진다. 근데 그 조직은 공작가에서 없어선 안 될 조직이고, 그 조직은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찾아오고, 학교는 전장으로 변하게 된다. 자, 여기서 주인공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가 중요하다. 아버지는 정말로 학교를 부수면서까지 아들을 괴롭히려는 걸까? 만일 아버지가 죽게 되고 공작가가 와해되면 그동안 공작가 덕분에 억제되었던 주변 나라의 침공을 받게 될 것이다. 이걸 여왕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 일어날 전장은 어딘가 모르게 주인공을 위한 전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해법은 주인공이 아무리 샬롯의 비밀을 감춘다고 해도 아버지의 정보망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에 있다(작중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고 난다 긴다 하는 공작가인데 아들이 감춘 비밀 하나 모를까? 사태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솔직히 김 엄청 빠진다. 전쟁을 통해 잔뼈가 굵은 아버지이고, 친누나도 그에 못지않다. 그런데 아이고 나 죽네 엄살을 피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어쩌나 싶다.
맺으며: 원래 이런 작품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심각하면서도 심각하지 않은 해피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작품인데 살벌하게 갈 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때 문제아로 자라며 집안에 민폐는 민폐는 다 끼쳤던 눈에 넣어도 아픈 아들임에도 버리지 못하고 아들의 뜻을 어느 정도 묵인해주는 아버지의 정(情)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문제아였던 아들이 어느새 위기에 빠진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하고, 방구석 폐인 왕녀의 상담역도 하는 등 지금 당장 당주의 자리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능력을 보이지만 이성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한 주인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걸까. 필자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주인공이 바라는 일을 하라며 자유롭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적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 장난 아니다. 문제점들을 집고 넘어가고 싶은데 완결되어 버렸으니 의미가 없을 거 같아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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