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재혼으로 형제(자매, 남매 이하 형제)가 생겼다는 설정은 사실 가족물에서 흔히 쓰이는 클리셰에 속합니다. 간혹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의 만남은 훈훈하고 따뜻한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호러물이 되기도 하였었죠. 이 작품도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가족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아카세가와 나오야'는 엄마 따라 아버지가 되는 사람의 집에 들어왔더니 '나카노세 아마네'라고하는 나만한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철이 들 때부터 같이 자라온 남매들이라면 살아오면서 유대를 형성하여 스스럼없이 대한다거나 원수지간이 된다거나 한다지만 이미 철이 들 대로 들었고 2~3년만 더 지나면 성인이 되는 고등학생들이 남매가 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난감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부모의 결혼에는 딱히 반대를 하지 않았지만, 은근슬쩍 서로가 바랐던 건 이상적인 남매상,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 되어 있었다랄까요.


필자는 '미열공간'이라는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접할 때 오는 약간의 흥분에서 묻어나는 열기, 그리고 두근거림, 필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이제 한 식구가 되었으니 이상적인 남매상은 차지하고, 남매는 서먹한 관계에서 오는 견제가 아닌 조금식 상대방을 알아 가는 것부터 시작 합니다.


첫번째가 '아마네'는 자기가 3일 먼저 태어났다고 '나오야'더러 누나라고 부르라며 먼저 포문을 엽니다. 이것을 배려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만... 그녀 나름대로 분위기를 녹이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나오야가 누나라고 부르자 환해지는 그녀의 얼굴은 상당히 귀엽습니다. 그녀는 3일 먼저 태어났다지만 가장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빠릅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나오야를 타인의 남자가 아닌 동생으로서 인식 해나가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감정을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남매가 되었으니 언제까지고 성(1)으로 상대방을 부를 수 없어 이름을 입에 올리지만 망설임의 연속이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서로가 조금식 앞으로 발을 내딛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게 풋풋한 과일처럼 쌍둥이라도 먼저 태어난 쪽이 위라고 했으니(이 부분은 언급 안됨)  3일차라고해도 엄연한 누나라고 설파하는 아마네가 상당히 귀엽다는 것이군요. 어딘가 프리즌 상태였던 분위기가 녹아 갑니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제대로 사과도 하고 자신의 속내를 조금식 밝혀가면서 서로의 성격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친딸을 바라보듯, 언젠가 엄마라고 불러 달라는 새엄마의 말에 자신의 안일함을 깨달은 아마네, 그런 아마네를 바라보는 나오야를 협박(?) 하는 아버지, 그날 밤 자신의 방에서 나오야의 이름을 부르며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마네의 모습에서 가족의 울타리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투덜 거리면서도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려는 아마네의 성격을 접해가면서 나오야는 조금식 그녀를 누나로써 인정해 나가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기어이 누나의 포지션을 차지하려는 아마네의 성격을 굳이 꼬집거나 대들지 않고 맞춰 주려는 나오야의 성격은 흔히 인기 있는 주인공 범주에 들어 가지 않나 합니다. 배려해주는 남자는 인기가 많죠. 킁킁 거리며 플래그 세우는 듯한 장면도 이어지지만 이 작품은 좀 백합 분위기도 흘러나와서 둘의 관계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후반부를 보고 있자니 미열의 뜻이 연애에서 오는 미열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당히 풋풋 합니다. 특히 아마네가 부끄럼을 타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상당히 귀여웠습니다. 필자는 서로가 견제하거나 틱틱거리거나 완전 북극 저리가라 할 정도로 눈보라가 일지 않을까 했었는데요. 그야 다 큰 애들이 갑자기 남매가 되었으니 서먹함을 넘어서겠죠. 성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고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타인과 한 집안에서 산다는 건 보통 큰일이 아닐테니까요. 그럼으로써 서로가 배려와 존중을 통해서 화해를 이끌어 내고 진정으로 남매, 나아가 가족으로서 정립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클리셰중 클리셰겠지만요. 그전에 작가의 성향을 보면 이런 전개는 애초부터 무리였지만요.


마지막으로 아오키 우메 작가 특유의 작화가 상당히 포근하게 다가옵니다. 당황스러운 장면에서 2등신이 되는 캐릭터가 묘하게 귀엽군요.


 

  1. 1, 일본은 가족이나 연인(최하 친구)가 아니면 상대방을 보통 이름보다 성으로 부릅니다.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80)
라노벨 리뷰 (922)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