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쪼그마한 애가 나쁜 짓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려 하니 눈물겹지. 태어난 마을에서 도망쳤다는 걸 들은 사람들은 입 줄이려 버림받은 줄 알고 눈물까지 흘리더라니까?(약간 각색) 마을을 지키는 경비병 대장은 마치 친딸처럼 보살펴 줍니다. 편의를 봐주고 이번엔 상업 길드에 등록하게 주었죠. 쥐고기 팔아서 벌은 돈을 빼앗길까 봐 저금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는 등, 태어난 마을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자상한 사람들. 태어난 마을에서 유일한 이해자였던 점술가 할머니는 여주에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유언 같은 말을 남겼죠. 여주에게 있어서 신뢰는 = 내 상태를 듣고도 보다듬어 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금 체류하는 마을 사람들은 자상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까? 열심히 살아가는 여주를 도와주고, 어리다고 사기 치지 않는 사람들. 세상은 여주를 인식해 주고 있었습니다. 2권에서 아빠 선물을 고르는 아이를 바라보는 여주의 표정은,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하는 아련함이 있었죠.

그리고 지금의 마을, 모두가 여주라는 존재를 인식해 주고, 인정해 주는 곳. 여기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건 어떨까, 그런 마음이 솟구칩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는 점술가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여주는 다시 여행길에 오르죠. 모험가란 그런 것입니다. 아직 나이가 되지 않아 모험가 길드 등록은 못하고 있지만, 여주는 어엿한 모험가이자 자기 앞가림을 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다시 여행을 떠난다는 여주의 말에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이겠죠. 그리고 여주는 혼자가 아닙니다. 포션에 피부를 탱글탱글 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지 언제나 탱글탱글한 소라는 서커스를 하며 여주를 기쁘게 해줍니다. 은혜 갚고 있는 고양이는 테이밍이 되지 않았는데도 집냥이처럼 여주에 앵겨 붙습니다. 길을 떠나는 여주를 따라 당연하다는 듯이 동행하는 게 인상적이죠. 다음 마을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태어난 마을에서 여주를 현상 수배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앞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맺으며: 희망편이 끝나고 절망편이 시작되는 3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노예 제도라는 복선을 꾸준히 넣으면서 자칫 노예사냥 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고, 여주가 태어난 마을에서 무슨 억하심정인지 여주를 아예 없어버릴 작정으로 나온다는 것. 그러나 여주를 편들어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 이번에 여주를 보살펴준 경비 대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손을 내밀면 분명 잡아줄 거 같긴 한데, 어쩌면 가는 곳마다 자상하게 대해준 사람들이 나중에 여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달려와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아무튼 자상한 사람들이라는 희망과 악의에 가득 찬 사람들이라는 절망이 공존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3권이었습니다. 사실 코미컬라이즈된 만화는 잘 안 보는 편인데, 본 작품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해서 좋은 인상이 남아 있어서 구매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 흥미로움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축약된 부분이 많이 보이는 듯해서 아쉽기도 했군요. 뭔가 성의 없는 리뷰가 되어 버렸는데, 사실 필자의 경우 코미컬라이즈된 작품(만화)은 어째서인지 의욕이 나지 않아 리뷰 작성 난이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후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흥미로움은 있지만, 리뷰는 일단 3권까지만 하고 이후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보겠습니다. 원작인 라이트 노벨이 이 달에 나온다고 하던데, 이건 구입해 볼 예정이군요.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물 레이더인 슬라임 소라 덕분에 마물의 기습을 용케 피했긴 한데 아무런 방보(방어, 보호)가 없는 여주 입장에서는 스쳐도 중상인 거죠. 어찌어찌 도망은 쳤는데, 아이고 빈혈이? 작가는 그래도 명색이 여주인데 쥐고기 말고 좀 여러 가지 먹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뱀에 물린 개구리처럼 얼마 못가 쓰러져 정신을 잃고 일어나 보니 글쎄 소라가 여주를 먹고 있군요. 원래 마물은 사람을 잡아먹으니까요.는 아니고, 여주를 치료 중이었습니다. 사실 여주도 잡아먹힌다고 생각한 거 보면 소라가 치료하는 건 전대미문 사건에 해당되겠죠. 마물이 주인인 테이머, 나아가 다른 사람(아직은 예상)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마물 레이더 역할도 해주네? 기존 슬라임과 비교해도 색상이 투명해서 이쁘고, 뭔가 좀 똑똑해 보이는 게, 들통나는 날에는 보험가 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싶은데, 문득 이세계에 전생 했더니(전생슬)~의 그 슬라임은 아니겠지? 막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죠. 다행히 여주가 잘 숨겨서 아직까진 들통나지 않았긴 합니다만. 근데 진짜 소라의 정체는 무엇일까. 폐기된 포션(파란 것만 먹다 빨간 것도 먹기 시작)만 주식으로 삼아서 연비도 나쁘지 않죠. 매번 쓰레기장에서 폐기 포션 주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요.

여주는 소라와 여전히 여행 중입니다. 이 마을 저 마을을 들려 잡은 쥐고기를 팔고, 소라에게 포션을 먹이는 일을 반복 중이죠. 부모와 촌장의 만행으로 인간 불신에 빠질만 한데도 마을과 사람들을 찾는 건, 인간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 아닌가 했습니다. 온기를 찾고, 있을 곳을 찾는다 같은 외로움을 타는 여주를 표현했을 수고 있겠습니다만, 사실 아빠 선물을 고르며 엄마와 이야기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여주의 표정은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죠. 세상에 혼자 남겨진다는 것은 상상이상으로 힘들겠죠. 그러나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여주를 문전 박대하지 않고 받아주었고, 여주가 가져온 쥐고기를 제값에 매입해 주는 등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노예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큰맘 먹고 구입한 텐트를 빼앗으려는 불량배도 있다는 것에서 세상은 이제 7살인 여주가 살아가기엔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서, 아이를 지켜야 되는 건 어른이라는 듯이 여주를 도와주는 사람들 또한 있다는 것을. 여주가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런 요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했군요.

맺으며: 아마 이 작품도 인간들에게 버림받고 마물에게 사랑받는 여주 계열인 듯하군요. 뭔가 특별해 보이는 슬라임 소라와의 만남. 이번 2권에서는 매우 사납다고 여겨지는 야수형 고양이 마물과 만나게 되죠. 다쳐서 다 죽어가는 고양이를 소라가 치료해 주자 주인인 여주를 향해 내 집사가 되어줘라는 듯 아양 떨어대는 게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몰라도 여주의 정체가 발각되어도 지금처럼 사람들이 자상하게 대해줄까. 소라의 정체가 발각되면?라는 문제를 안고 있죠. 만화에서는 여주가 궁지에 몰리는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주를 쫓아오는 현상범 사냥꾼도 있는 거 같으니까요. 그래서 한마을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장면도 있었는데, 만화에서는 이런 것들이 생략되었군요. 그래도 뭐 몇몇 장면들에서는 만화니까 표현 가능한 부분도 있어서 만화화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소라가 통통 튀며 굴러가는 장면이라든지, 여주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장면들도 라이트 노벨에서는 볼 수가 없는 것들이죠. 볼 수는 있지만 텍스트 특성상....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둔 만화(코믹)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만화(e북)가 먼저 소개되었고, 2월에 원작인 라이트 노벨이 발매될 예정이라는군요. 작년 1월에 애니화 되기도 하였죠. 주 내용은 스킬 지상주의 세계에서 최약의 스킬을 받아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쫓겨난 소녀(이하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최약의 스킬이라도 별의 갯수에 따라 대우받기도 하나, 여주는 '별 없음'이라는, 그러니까 현실에 빗대보면 음식 리뷰에서 별 하나 짜리도 받지 못한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신세라는 것이죠. 게다가 원래 스킬 두 개를 발현되는데 여주는 테이머 하나로 끝이었습니다. 그동안 다정했던 부모는 눈 돌아가서 여주를 방임하기 시작했고, 밥을 주지 않게 되었고, 급기야 아버지는 여주를 마구 두들겨 패고 집에서 좇아내버립니다. 이것으로도 성에 안 찼는지 여주를 죽이려 들기까지 하죠. 마을 사람들은 신(神)에게서 버림받은 존재네 어쩌네, 이제 5살 된 여자애에게 못할 말을 쏟아냅니다. 당연히 더 이상 여기엔 있지 못하게 되죠.

작품 자체가 상당히 암울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쫓겨난 여주는 산에서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근근이 연명하고, 쓰레기장을 뒤져 필요한 생필품을 얻습니다. 5살 여자애가 살아갈만한 환경이 아님에도 그나마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여주에겐 전생의 기억이 있기 때문인데, 완전치는 않고 애매한 기억을 가진 다른 인격? 약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과 자상한 마을 점술가로부터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점술가는 여주를 도왔다는 이유로 병을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게 되는 비운을 겪기도 합니다. 여주는 부모에게서 받은 이름을 버리고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정한 뒤 마을을 떠나 홀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쥐를 잡아 팔고, 쓰레기장을 뒤져 생필품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울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 다른 마을에서는 여주를 아무렇지 않게 대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주의 정체를 모르기에 가능한 것이어서 여주는 한곳에 머물지 않게 되죠. 그리고 여행의 동반자 슬라임 '소라'를 만납니다.

바람 불면 날려가고, 너무나 연약해 태어나고 다음날이면 소멸하는 덧없는 생을 살아가는 슬라임. 별 없음으로 마력이 거의 없어 테이머지만 테이머를 못하는 여주가 쥐어짜낸 마력으로 어떻게 테이밍에 성공하는 장면은 서글픔과 동시에 가능성이라는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소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포션을 줘봤더니 잘 받아먹습니다. 포션은 쓰레기장에서 주운 것이죠. 소라는 의외로 대식가입니다. 매일 쓰레기장을 뒤져 먹이인 폐포션을 줍는 것도 일과가 되었습니다. 귀찮을 만도 하지만 친구가 생겼고, 대화 상대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여주에게는 크나큰 기쁨이죠. 1권에서는 태어난 마을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고 여러 마을을 들리며 잡은 쥐 고기를 팔아 돈을 버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암울한 상황을 기본 바탕으로 깔려 있지만 정체만 탈로나지 않는다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5살에 인생 나락으로 떨어지고, 흐물흐물 슬라임 소라와의 만남으로 여행길이 즐거워진 어느 여주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품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만화입니다(아마도).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이 라이트 노벨인 줄 알고 구매했어요. 그도 그럴게 가격이 7천 원이나 하니까 상품 설명을 제대로 안 봤거든요.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닌데,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만화는 일부 작품을 빼고는 허접하기 그지없어서 이제 만화는 안 보기로 했었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원작이 따로 없는 오리지널이다 보니 그렇게 선입견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이게 뭔 소리인가 싶겠지만 요약하자면 이질감 없이 무난하게 진행이 된다는 뜻입니다.

 

내용은 굉장히 심플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서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수련을 받아온 주인공이 어느 날 사라져버린 아빠를 찾아 던전에 들어갔다가 던전 관리인이 되어버리는 내용인데요. 관리인이라고 해서 던전 보스가 되어 던전 공략하러 오는 인간과 피 튀기며 싸우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요.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와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를 지옥인지 이계인지에서 섭외하고, 보물상자를 리필하는등 글자 그대로 관리인으로서 던전을 경영한다고 보시면 되겠군요. 

 

주인공은 9층에서 현 던전 관리인 통칭 '벨'을 만나요. 표지에서 지팡이 들고 있는 여자애죠. 아! 이거 멜로물 혹은 하렘인가? 하겠지만 아쉽게도 주인공도 여자애입니다. 아무튼 주인공을 만난 벨은 대뜸 관리인(부하 직원)이 돼 달라고 하죠. 만성 인력난이라나요. 주인공은 던전에서 실종된 아빠를 찾아 들어왔는데 눈앞의 벨이 아빠를 처치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지만 당장은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 보면 원수 같은 관계지만 실력은 주인공보다 엄청나게 높아요. 마법 한방 맞고 주인공은 기절하죠.

 

이렇게 관리인으로 취직해서 보물상자 리필도 하러 다니고, 모험가들 중에 실력으로 1위라는 파티와 싸워 보기도 하고, 던전 몬스터들과 통성명도 하는 등 약간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아빠에게 수련은 받았지만 인간관계는 제대로 배우질 못했는지 융통성이 없어서 몬스터들이 질려 하는 장면을 보이기도 하죠. 그런 성격으로 인해 친구 하나 없던 주인공은 던전에서 몬스터들과 친구가 되는, 어떻게 보면 약간은 불쌍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맺으며: 약간 경제적인 측면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들도 고용되어 모험가들과 싸우고, 모험가는 몬스터를 쓰러트려 보석을 얻어 연명하는 그런 구조를 보여주죠. 그렇담 몬스터의 목숨은? 이건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그렇게 시리어스 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다 장치가 있더라고요. 다만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권선징악 당하는 것으로 교훈을 주죠. 던전 안에 거주구역도 있고, 식당이라든지 있을 건 다 있는 다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이 라이트 노벨인줄 알고 구매했더랬죠. 가격도 7천 원이나 했고, 온라인 서점 앱에서는 만화(코믹)라고 쓰여 있는 걸 찾지 못해서 평소처럼 구매 후 택배 도착하자마자 뜯어보니 똭!!!! 그렇다고 딱히 만화(코믹)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원작이 라이트 노벨인 만화(코믹)는 더 이상 구매를 안 하려 했던 필자는 술 진탕 마시고 새벽 찬바람 맞은것마냥 정신이 번쩍 들었군요. 아무튼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다소 다른데, 일본명은 '우주 항공 사관, 모험가가 되다'입니다. 발매 당시 SF와 우리가 아는 이세계 판타지를 엮어 놓아 신선하다는 평을 들었으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SF는 흐려지고 이세계 판타지가 부각되어서 실망하는 분위기인가 보더군요. 일본에서는 현재 4권(라노벨)이 발매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발매입니다. 아무래도 일단 만화(코믹)로 먼저 간 보고 라노벨을 출시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찌 될진 모르겠군요.

 

주된 이야기는 지적 생명체 '벅스'와 인류와의 접촉으로 촉발된 전쟁을 그리고 있는데요. 주인공은 우주함 사관이 되어 벅스의 본거지를 찾다가 의문의 공격을 받아 타고 있던 우주함이 격침, 탈출해서 불시착한 행성이 이세계 판타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세상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도착하자마자 마물에게 쫓기던 히로인 '클레리아'를 구해주는데요. 사실 이런 부분은 히로인이 위기에 빠졌다, 주인공이 구해준다, 이후 같이 동행한다, 메인 히로인이 된다. 같은 클리셰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의사소통 부제라는 것이군요. 여느 이세계물처럼 스킬 혹은 여신에게서 능력을 받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걸 막아놓으면서 차별을 꾀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짓 발짓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그리고 히로인 '클레리아'의 성격도 참 흥미로운데요. 주인공이 도와줬다고 대뜸 호감도 맥스를 찍는 것보다는 도와주는 것에 고마워하고, 그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군요.

 

주인공은 마물과 싸우다 다친 '클레리아'를 도와주며 생색내지 않는 젠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 주인공은 언제나 상냥해야 된다는 이 업계의 불문율이니 어쩔 수 없겠죠. 팔, 다리를 다친 그녀에게 의족(표지 참조)을 만들어 주고, 그러고 보니 등장하자마자 팔, 다리가 잘린 히로인이라니 꽤나 파격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녀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그녀가 가고자 하는 장소까지 동행하기로 하는데요. 여기서도 흥미로운 게 여느 작품이라면 대충 흘려버릴, 밥하는 장면 등 현실감 있는 생활상을 보여준다는 것이군요. 히로인 입장에서는 뭐 이런 다재다능하고 착한 사람이 다 있을까 주의 깊게 관찰하며 장래에 남편감 보는 듯한 시선은 이런 작품의 클리셰가 되겠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시선이 노골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녀는 주인공이 다친 자신을 버려도 이해하는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하는, 이러 면에서 비록 만화(코믹)이지만, 만화(코믹)임에도 이런 걸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능력은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세계관이 말이 안 되는 게, 벅스는 범 우주적으로 침공 중인데 어째서 이 행성은 안전한가를 두고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뭐 이건 나중에 밝혀지겠죠. 어쨌거나 고도의 문명과 낙후된 문명의 만남에서 지구 역사 중 하나인 대항해시대 같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침공하는 그런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군요. 라노벨 업계로 표현하면 결국은 이세계 전생의 한 축이 되겠고요. 주인공은 문명(스킬, 스테이터스) 이기를 이용해 마물을 퇴치하고 히로인을 도와주죠. 히로인의 반응도 딱 이세계로 전생한 주인공을 보는 시선이고요. 아마 이것 때문에 처음엔 우와! 하다가 독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필자는 그것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서 이 작품을 평가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작화는 거짓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어요. 그럼에도 필자가 이 작품에 대해 호의적인 건 등장인물들의 성격 때문이군요.

 

 

1분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중인 작품으로 원작은 동명의 라노벨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권(만화는 다음 달에 2권 발매)이 발매되어 있고요. 제목 때문에 많이 오해를 받고 있는데, 이세계에 피크닉 즉 놀러 가는 이야기인가 싶을 테지만 실상은 정 반대로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에 쫓기며 생사를 오가는 공포물이 되겠습니다. 도시전설이 실제로 일어난다면?를 주제로 삼아 이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사람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접촉자 그 사람의 이상적이고 근본적인 환영을 보여주며 매료 시켜 잡아먹는 마치 파리지옥과도 같은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이런 표현력에 있어서 리얼리티가 상당히 높아 공포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교한 장면들을 연출한다고 할까요. 거기에 세기말적인 일러스트는 공포를 조성하는데 있어서 손색이 없었죠.

 

원작을 인상 깊게 읽어서 만화는 또 어떤 느낌을 받게 해줄까 하는 궁금증에 구입은 하였는데요. 필자가 그동안 코미컬라이즈를 리뷰 하면서 늘 하던 말이 있는데, 보통 라노벨을 원작으로 해서 코미컬라이즈화 될 때는 열에 아홉은 원작의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원작까지 욕먹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 점에서 본 작품은 원작에 비해 약 80%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우선 완성도 높은 점을 들어보자면,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소라오'의 사람들을 멀리하고 혼자만의 세계를 원하는 소심한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고요. 인싸의 표본으로서 상대의 기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들이밀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토리코'의 자유분방한 모습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세계에서 만나 친해지게 되죠.

 

하지만 물과 기름 같은 이들이 친해진다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건 아니라는 듯 곧바로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갈등을 빚는 장면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라오는 늘 돈에 쪼들리는 궁핍한 삶을 살고 있고, 토리코는 이세계에서 실종된 '사츠키'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요. 여기서도 서로의 목적이 다르다 보니 갈등의 요소로 자리 잡습니다. 소라오는 토리코에 끌려가듯 같이 행동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챙겨주는 토리코를 미워하지는 않죠. 그러다 보니 그녀는 토리코에게 의존을 시작하고, 토리코는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이세계에서 실종된 사츠키를 찾기 위해 혼자보다 둘이 낫다는 식으로 행동하면서 소라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됩니다. 인싸가 다 그렇듯 상대의 기분을 일일이 살피지 않다 보니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런 갈등 속에서 상대를 어린애 취급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연속이 되어 가죠.

 

그럼에도 생사가 오가는 이세계에서 서로의 등을 맡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다 보니 갈등보단 상호의존을 선택해서 위기를 극복해가게 되는데요. 일단 1권에서는 갈등으로 치닫다가 끝나긴 하는데, 그럼에도 '쿠네쿠네' 사냥을 통해 둘이 하나일 수밖에 없는 일들을 이미 거쳐 왔기에 싫어도 둘은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죠. 소라오가 인지를 초월한 무언가(쿠네쿠네)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토리코가 붙잡아 없앤다의 공식을 완성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같이 행동하는 소라오보다 사츠키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토리코의 우선순위 때문에 둘의 관계는 당분간은 좁혀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 성격 차이라던가 목적까지 다르다 보니 쉽게 좁혀지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죠.

 

아무튼 그 외의 부분에서 아쉬웠던 20%의 부분을 언급해보자면, 작화가 원작의 세기말 분위기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군요. 원작의 일러스트는 공포를 극대화하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역시나 코미컬라이즈에선 이런 거까지 기대하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또한 '토자쿠라'의 뜨거운 콜라도 별다른 표현을 하지 않아 아쉬웠고요(이 부분은 뒷장에 소설로 실어서 보충은 합니다만). 하지만 심리묘사에 있어서 라노벨에선 느끼지 못했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이건 좋았군요. 토자쿠라에게 돈을 받았을 때 눈에 튀어나오는 부분이라던지, 소라오의 토라지는 부분이라던지, 이런 부분은 코미컬라이즈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무튼 간략하게 쿠네쿠네의 정체를 설명하는 부분이라던가 이세계에 관련된 설명은 이해하기 쉽게 요약을 해줘서 이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맺으며: 6,5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에 걸맞은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원작을 읽지 않아도 이해가 되도록 쉽게 요약을 해줘서 전혀 이질감이 없었군요. 캐릭터들의 갈등 같은 심리묘사도 제법 원작에 충실하게 표현되어 있고요.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원작에서 느꼈던 세기말적 공포는 거의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가준다면 계속해서 구매해볼 생각은 있군요.

 

지하수로 대전투도 막바지에 접어듭니다. 단순히 고블린만 있는 줄 알았더니 왜 앨리게이터(악어)가 있고, 고블린 챔피언(맞나 가물하네)이 있냐고요. 고블린 개떼 러시로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면서도 타개책을 찾아내는 고블린 슬레이어. 이 타개책이라고 내놓은 방법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게, 그와 같이 다니면 목숨이 몇 개나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동안 그의 전적은 화려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동굴에서 고블린들을 질식사(내지는 너구리 몰이) 시킨다며 불을 놓는데 이게 팀킬도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질 않나. 그래서 엘프녀는 금지 시키죠. 할 수 없이 수몰 시키는데 이것도 팀킬, 엘프녀 이마에 실핏줄이 생깁니다. 이것도 안 되나? 그러면 이번엔 폭파 시킵니다. 엘프녀 이마에 생긴 실핏줄은 터져 버립니다. 뭐, 어쩌라는 건지. 그는 이번엔 새로운 타개책을 내놓아요.

 

물, 불, 폭파가 안 되면 생매장은 어떤가?

 

왜? 이번엔 네가 바라는 물, 불, 독, 폭파를 안 썼다만?

 

너, 웃는 얼굴로 맞아본 적 없지?

 

 

스포일러 주의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도시 지하수로에 이만큼이나 되는 고블린 떼가 있는 게 수상쩍습니다. 마신의 수하로 보이는 뭔가(다크엘프)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이 정도 되면 모험가가 아니라 군을 파견해야 함에도 어째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게 누가 손을 썼나? 그래서 검의 처녀에게 따지죠. 애초에 검의 처녀의 의뢰였고, 고블린 몇 마리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거 저승 갈뻔한 대사건이었던 말이지요. 엘프녀와 여신관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박살 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고. 근데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었죠. 이전에 검의 처녀가 자신의 과거를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눈이 망가진 이유도. 그리고 밤만 되면 도시에서 여자들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났으니 단순한 고블린 몇 마리의 소행으로 치부하기엔 뭔가가 있었더랬죠.

 

밝혀지길, 결국은 검의 처녀는 자기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를 지하수로에 밀어 넣은 것. 사실 검의 처녀는 이 작품에 있어서 안타까운 악녀의 포지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전에서 보면 사람들에게 갈굼 당하고, 여차여차해서 파티를 짜고 모험가를 하다가 고블린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되어 버렸죠. 이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고블린의 고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되었고, 이번에는 자신이 해야 될 일(검의 처녀는 마신을 쓰러트린 실력자이자 금등급)임에도 너라면 날 구해줄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고블린 슬레이어를 냅다 발로 뻥 차버리곤 시치미를 뚝. 살아돌아온 그에게 고블린을 없애도 나의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소연. 정말 세상 피곤하게 만드는 능력 하난 뛰어난 게 검의 처녀란 말이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고통을 모를 테니까.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런 그녀를 다독여주지 않습니다. 상냥한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고블린이 나온다면 없애주겠다고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검의 처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겠지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무뚝뚝하고 건성건성이었던 고블린 슬레이어가 조금식 변해갑니다. 타인을 칭찬할 줄 알게 되었고,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게 되었고, 남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축제에 같이 가자고 하는 접수원 누님의 말에 예전 같으면 마다했을 그가 긍정의 말을 내놓은 것에서 그의 성격이 많이 둥글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군요. 

 

맺으며, 여신관의 놀라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장르: 정통 판타지, 이세계물 아님, 죽을 자리 찾아 떠나는 노기사

 

원작: 동명의 라이트 노벨

 

특징: 작화가 꽤 수준급. 여타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코믹 중에 이런 작화를 보여주는 작품은 그리 흔하지가 않죠.

 

 

스포일러 주의

 

 

대충 줄거리: 평생을 '테루시아가(家)'에서 기사로 지내온 '발드 로엔'이 자신으로 인해 주변 영지와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을 우려해 기사직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 발드 로엔은 몇십 년 동안 마수의 침입을 막고, 주변 영지와의 싸움에서 승승장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름이 좀 알려진 상태. 이에 이웃 호전적인 '코엔델라가(家)'에서 그를 앞세워 다른 영지 침략에 이용하려 듬. 그래서 자신이 없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여행을 떠나지만....

 

 

1권에서는 발드 로엔이 왜 테루시아가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대장벽의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마수를 막고, 이웃 영지의 침략에 대항해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덧 영웅이 되어 있었는데요. 성품 또한 귀족 앞에서 대놓고 인민(백성)을 섬기겠다는 말을 내놓을 정도로 기골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의 나이 58세가 되었을 때, 이웃 코엔델라가(家)에서 또 다른 전쟁에 자신을 이용하려고 하자 그는 과감히 기사에서 은퇴하고 길을 떠나기로 결심을 하게 되죠. 이것은 지금 몸담고 있는 테루시아가(家)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거절한다면 분명 코엔델라가는 무력으로 테루시아가를 침공할 테니까요.

 

여기서 안타까운 건 그의 과거인데요. 바로 '아이드라'라는 여성, 발드 로엔이 모시는 영주의 딸로서 젊었을 적(대략 30여 년 전)에 검의 스승으로서 그녀를 가르쳤었죠. 왈가닥에 호기심도 많고, 여느 귀족 딸과는 다르게 고압적인 태도는 없었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그 나이(12살쯤)에 맞물려 귀여움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항상 그와 같이 다니며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등 어쩌면 이대로 성장해서 발드 로엔과 맺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게 하죠. 하지만 마수를 막으려 떠났다가 돌아오는 그를 마중하러 가면서 미래는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구하러 온 기사가 보여준 마수와의 처절한 싸움은 현실을 깨닫게 해줬고, 철부지였던 소녀는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죠.

 

이 부분은 원작인 라노벨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이었군요. 보답받지 못하는 인생은 이런 건가 싶은, 자기 뜻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되는 귀족의 자재로서의 슬픈 인생, 지키고 싶었기에 정략결혼이라는 길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뇌, 하지만 이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발드 로엔)에게 있어서 만남의이라는 그녀(아이드라)가 아이를 안고 다시 집(테루시아 家)으로 돌아왔을 때 이제야 시작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길을 떠나 문득 강가에서 옛 생각에 잠겨 '커다란 물고기(위지크)를 같이 먹자'라는 아이드라를 떠 올리는 장면은 참 안타깝고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원작인 라노벨에서 느꼈던 여운을 또다시 느끼게 되었는데요. 스킵이 심한 코믹치고는 감성적인 부분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군요.

 

맺으며, 예상외로 아이드라의 귀여움을 잘 살렸습니다. 이것만 해도 코믹을 구입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요. 발드 로엔 인생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녀의 과거 모습을 잘 살리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맺어지지 못하고 길을 떠나는 그가 안타깝게 하기도 하죠. 아무튼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먹방, 여러 식재료를 구해 요리를 하고 참 맛깔나게 먹습니다. 야영이란 이게 바로 로망이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요. 나도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마음도 들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원작인 라노벨이 꽤 청결한 이미지라면, 만화(코믹컬라이즈)는 때와 먼지가 낀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여타 판타지 라노벨의 코믹컬라이즈도 비슷하긴 할 겁니다. 요즘 만화를 끊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렇죠. 문명이 매우 발달한 현대에서도 조금만 밖에 돌아다녀도 때가 끼이는 등 지저분해지는데, 위생관념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중세 시대라면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고정관념의 문제이긴 할 테죠.. 아무튼 이 만화는 리얼리티 면에서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싸움으로 인한 상처와 상처에서 생기는 피의 응고, 바닥을 구르면서 나는 생채기 등등, 라노벨 특성상 디테일 있게 표현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긴 하겠죠. 텍스트로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수천 페이지가 있어도 모자랄 테니까요.

 

필자는 코믹컬라이즈된 작품은 사실 안 보는 편입니다. 이유는 대량의 스킵과 작화 등에서 라노벨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그러다보며 괴리감에 본편인 라노벨도 안 보게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 솔직히 작품도 스킵이 심하고 일러스트도 꽤 수준급이라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게 되더군요. 그 일례로 모험가 A등급 '아만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본편인 라노벨에서 사이드 스토리로 '프란'의 부모에 대해서 나와요. 참고로 이 사이드 스토리는 초판 특전으로 별도로 제공되는 책자인지라 재판에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 특전에서 프란의 부모가 누구에게 길러지고, 그녀의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는지가 나오죠.

 

그리고 여행길에 프란을 낳고, 잠시 자신들이 자랐던 곳으로 돌아와요. 프란의 부모를 길러준 사람은 '아만다'로 프란의 부모를 잔소리 없이 받아주죠. 그리고 다시 프란과 부모는 길을 떠납니다. 자, 자신이 길러준 아이가 커서 아이를 안고 돌아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만다는 본편에서도 매우 빈도 높게 출연 중입니다. 무뚝뚝한 일러스트 답지 않게 엄청나게 활발하죠. 프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걸 낙으로 삼을 만큼 프란의 일이라면 원래는 벗어나면 안 되는 도시를 벗어나, 위기에 처한 프란을 도와줄 정도였어요. 뭣 때문에 집착하는가가 본편 특전에서 밝혀지는데 정말 코믹컬라이즈를 구매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하였죠.

 

세상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 고아원을 세워 아이들을 기르고 무엇보다 이이들을 위하는 아만다, 그런 아만다가 자신이 길렀던 아이의 아이가 부모는 어디 가고 홀로 자신의 부모가 자랐던 도시로 돌아왔어요. 이보다 기쁘지 않을 수 없겠죠. 그 아련해하는 장면 장면은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하였습니다. 아마 본편 특전을 읽지 않았다면 모를 감정이 아닐까 싶군요. 왜냐면, 끝끝내 아만다는 프란의 부모에 대해서 입도 뻥끗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애절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막을 모른 채 아만다가 질척 거리며 들러붙으니 이게 뭣보다 싫은 프란이 되겠습니다.

 

아무튼 아만다 관련 에피소드는 후반부터로 다음권인 4권부터 상당기간 프란과 같이하는 에피소드가 나올 겁니다. 이번 이야기는 고블린 던전에서 만난 그레이터 데몬과의 혈투의 막바지와 제멋대로 나대는 귀족 혼내주기,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프란의 전설이랄까요. 흑묘족을 핍박 중인 청묘족을 만나 부모의 원수 이상으로 격노하는, 좀처럼 감정을 보이지 않는 프란의 격한 감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필자의 눈을 끌어당겼는데요. 바로 '혼자 걸어가는 길', 의뢰를 마치고 밤길을 걷고, 달을 바라보는 프란의 모습에서 뭔가 모를 아련함이 묻어났습니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스승은 무기질이니 일단 빼고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건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군요. 이래서 코믹컬라이즈를 구입하는 또 다른 이유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느낌이 거창하게 오는 건 아니니 혹시나 혹하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번 3권은 코미컬라이즈만의 원작에서는 모르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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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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