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에선 좀 힘들겠고, 외전에서 한 번쯤 고블린에게 된통 당하는 모험가들을 다뤘으면 좋겠더군요. 여기서 된통이라는 건 신참 모험가들이 자기 잘난 맛에 갔다가 당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도시 하나를 뭉개 버리는 수준이면 경각심을 일깨워주지 않을까 싶은 게요. 이쯤 되면 용사가 나서서 어떻게 해주겠지만 외전에서는 아직 용사는 꼬맹이일 때라서 스탬피드 수준을 막을만한 인재가 없어요. 본편이라면 물의 도시 때처럼 그렇게 되도록 고블린 슬레이어가 놔두지는 않겠지만, 혼자 모든 걸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점은 본편에서 동료들을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만.)를 심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작가는 S 기질이 있는지 계속해서 고블린 슬레이어를 못살게 굽니다.

 

아직은 꼬맹이일 뿐인 용사가 사는 마을에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서 간 고블린 슬레이어는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고블린 떼를 맞이하죠. 나름대로 방책을 강구하기는 했는데 5년 후처럼 동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승에게 죽도록 수련을 받았으나 경험은 역시 현장에서 구르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는 걸 친히 그가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느 판타지에서 으레 고블린이라 하면 마을 꼬맹이라도 한두 마리라면 쫓아낼 수 있는 게 고블린이라는 설정인데요. 그래서 고블린 하면 허접쓰레기라며 아무도 상대도 안 해주지만 사실은 힘이 없기에 가장 영약 하다고 이 작품은 역설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상처는 가실 줄을 몰랐고, 눈에 보이는 고블린들에게서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그래서 고블린은 몰살이라며 광기에 찬 모습으로 칼을 휘둘러대지만 영악한 고블린 떼들의 공격은 매섭기만 합니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건담 팬인지 고블린 3마리가 '검은 3연성' 어택을 감행할 때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군요. 아무튼 한 마리씩 없애가지만 역시나 경험 미숙은 그의 목을 옥죄어 옵니다. 잠깐의 방심은 뒤통수를 맞는 것이고 그렇게 엎어지면 몰매 수준을 넘어서 목숨이 왔다 갔다, 문득 떠오르는 건 누나의 얼굴이라는 주마등이고, 여기가 내 무덤일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대는 고블린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요.

 

그건 그렇고, 광산에서 록 이터를 때려잡는 '젊은 전사'쪽과 고블린 슬레이어랑 장면을 교차 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에 뭔가 시사하는 대목이나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이게 뭔지 도통 떠오르질 않는군요. 록 이터에게 '하프 엘프 소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전사와 고블린에게 누나들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고블린 슬레이어,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는 공통점을 안고 무서움에 발을 빼기보다 복수심에 인생을 건다. 그러나 한쪽은 홀로 싸우고 한쪽은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싸운다. 음지와 양지를 표현하려 한 것일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걷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의 도움을 받아 록 이터를 무찌르고 복수에 성공하는 젊은 전사.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정체할 것인가. 끝나지 않은 복수와 끝나버린 복수.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군요.

 

맺으며, 역시 글로만 된 소설보다 그림으로 보는 것이 더 와닿는다고 할까요. 이거 무슨 학습지 보는 유아도 아니고, 사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중에 이토록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참 드뭅니다. 원작과 비교해 스킵으로 인한 괴리감이 거의 없다는 건 작가의 자질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특히 이번 록 이터를 맞이해서 여러 모험가들이 일심동체로 싸우는 장면은 꽤 박진감이 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을 맞이해 처절히 싸우며 광기에 젖어가는 모습도 참 흥미롭죠. 그래서 이때 5년 후처럼 외전에서도 그의 곁에 서서 人 사람 '인'처럼 누군가가 받쳐 주었다면 고블린 성애자로 성장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이 만화를 볼 때는 후방 주의가 필요합니다. 괜스레 변태 취급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죠. 사실 만화를 리뷰할 때는 속 내용 일부를 첨부함으로써 이 만화가 무슨 내용인지 알릴 필요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저작권 문제(무단 전재)가 있고, 19금이기도 하고, 세 번째는 필자의 귀차니즘이 있군요. 옛날 같으면 정성스레 찍어서 올렸겠지만 나이 들고 보니 만사가 다 귀찮습니다. 그래도 뭐 상상력 자극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찍어 올리지 않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변명을 늘어놓아 보는군요. 이것도 있고, 사실 19금이다 보니 함부로 찍어 올리지 못하는 점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렇다면 19금 아닌 건? 그건 순수하게 귀찮다는 이유로는 부족할까요.

 

아무튼 2권이 나왔습니다. 이번 내용은 의사가 외진 나가버린 관계로 주인공 키클이 의사로 분장해서 얼떨결에 떠맡아버린 신입 여자애 4인방의 신체 사이즈를 재는 거랑 체력 다지기, 요리 솜씨가 절망적인 메이데나, 토키싯코, 하나바타가 저지르는 요리로 공사판 만들기, 유부녀 에노메 씨의 간병이 주된 내용인데요. 여기서 한가지 의외인 건 히타무키의 요리 실력이 되겠습니다. 얘도 다른 3명과 마찬가지로 범우주적 절망적인 요리 솜씨를 보여줄 거 같았는데 정상적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이런 거 보면 세상은 불공평하지만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어쨌거나 2권도 모자이크가 없습니다. 의사놀이는 별다른 내용은 없지만 진짜 후방 주의하셔야 하고요. 에노메 씨 간병은 이 작품의 진히로인이 누구인지 가늠해보는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의 모토가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단점으로 발목이나 붙잡는다'라는 장르가 개그다 보니 심각한 건 없고 19금을 지행하고 있다 보니 판치라의 정석대로만 흘러가는지라 가볍게 보기에 좋았군요. 그러고 보니 히타무키만 유독 몬스터에게 능욕 당하는 이유랄지 복선이 조금 투하되었습니다. 이걸로 더 이상 히타무키가 능욕 당하는 일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배덕감 풀충전으로 세상 어디까지고 갈 테세다 보니 그냥 묻혀버리는 느낌이랄까요. 작가가 은근히 개그 속에 심각함을 심는 재주가 있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 그냥 벗기기에 급급한 게 뭐가 재미있냐고 할 정도이긴 합니다만. 그렇기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매력이죠. 등장인물들 특유의 개그도 좋고요.

 

맺으며, 역시 내용을 스샷 찍어서 리뷰를 쓴다면 좀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으려나요. 이런 만화는 사실 글로 리뷰 쓰기엔 한계가 있어요. 2권까지는 어떻게 썼는데 3권이 발매된다면 어떡할까 싶은 심정입니다. 의무적으로 쓰는 건 아닌데 서점 포인트를 얻으려면 쓰긴 써야 되는지라, 안 쓰면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고. 그래도 판치라를 떠나서 특유의 개그가 소소하게 웃겨 주니까 볼 가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군요. 아무튼 개성 강한 신입 4인방을 어엿한 가드(모험가)로 키워야 하는 주인공 키클의 고생담은 당분간 계속될 거 같아 3권이 나와도 일단 구매는 해볼렵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어릴 적 다투고 해어진 그이가 신경 쓰인다. 언제나 사람은 지나간 뒤에 그때 잘할 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그 주박에 붙들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해어진 그이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 지금이라면 그때에 맺힌 응어리를, 지금까지 안고 살아왔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을까. 소치기 소녀와 고블린 슬레이어가 살았던 마을이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고 전멸해버린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다투고 해어졌던 소꿉친구는 고블린 성애자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건만 그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소치기 소녀는 모릅니다. 그동안 어디에서 살다가 왔는지 모를 그를 목장에 받아들였긴 한데 마음의 벽은 좀처럼 넘을 수가 없군요.

 

오늘도 고블린 고블린 거리며 길드 접수원 누님을 난처하게 하는 고블린 슬레이어, 제대로 쉬고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 처참하건만 정작 당사자는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블린 거리고 있으니 보다 못해 인생의 선배(아마도)로써 한마디 해주며 어깨에 뽕을 넣는 길드 접수원 누님의 언동이 재미집니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고블린 퇴치, 막 모험가가 된 신참들에게 맡겼더니 무사히 돌아오는 파티는 자꾸만 줄어가고 그게 접수원 누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죠. 그때 나타나 군말 없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주니 접수원 누님으로써는 한숨 놓는 것과 동시에 걱정거리가 늘어나고 맙니다. 그래서 참견쟁이가 되어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지만 언제나 '그래, 그런가?'라고만 대꾸를 하니 이거 무슨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어요.

 

아무튼 이 작품의 특징은 사람의 목숨이란 덧없는 거라는 걸 들 수가 있는데요. 주로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는 모험가들이 그렇고,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갔던 동굴(던전)에서 잠깐 한눈판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는 걸 모른 채, 그걸 직시하라는 것처럼 세상은 잔혹함을 들어냅니다. 몬스터 록 이터를 만나 동료와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 현실을 직시하는 신참 모험가에게서 이 작품이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암울한 상황과 맞닥트리며 그대로 망가질 것이냐 그걸 극복하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보일 것이냐의 현실을 들이대며 세상은 또다시 잔혹함을 선사하죠. 그걸 극복했을 때 모험가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그걸 극복했기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장면에서 조금은 소름이 돋았군요.

 

자, 오늘도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고 변경 마을로 향하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운명의 만남을 가지죠. 훗날 용사로 불리게 되는 소녀와의 만남, 이때 소녀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마을을 지켜주는 그에게서 그녀도 사람들을 지킨다는 용기를 얻었을까. 하지만 실상은 눈만 뗐다 하면 말썽을 부리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였으니, 그녀는 호기심에 못 이겨 고블린 퇴치 작업 준비하는 그를 찾아가죠. 마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원장 수녀의 말도 무시한 채 그를 마중 나갔던 그녀, 그의 곁을 얼쩡 거리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 눈여겨보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운 게 사람 흐뭇하게 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본편 코믹은 물론이고 외전 코믹까지 캐릭터 디자인 하나는 참으로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랄까요.

 

맺으며,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많은 코믹 중에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도 본편의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표현력이 좋죠. 스포일러라서 자제하고 있었지만 표현력 하니까 후반 비 오는 날 마을을 습격하는 고블린 떼의 장면은 정망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거기에 접수원 누님의 여러 표정과 예비 용사 소녀의 발랄한 모습이 잘 뽑혔습니다. 사실 이런 것만이 아니라 생사를 오가는 모험의 긴장감도 제법 잘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동료의 죽음을 통해 신참 모험가의 좌절과 일어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죠. 소치기 소녀의 고뇌도 그렇고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습니다.

 

 

환상의 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이 작품은 '페리'라는 소녀가 박쥐 '토로'와 어둠의 왕 '크슈나'와 함께 세상을 떠돌며 환수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여타 라노벨이나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니콘이나 인어같이 환상 속의 생물 혹은 사람보다 격이 높은 존재를 이 작품에서는 환수라고 하는데요. 페리는 조사원이라는 신분을 부여받아 환수와 인간 사이를 조정하고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환수를 잡아다 가두는 일을 하고 있죠. 그런데 원작인 라노벨을 읽으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건 그녀(페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있다면 어디선가 꺼내는 환수를 기록한 책,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가 어째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가.

 

이 작품의 원작가 '아야사토 케이시'의 특징이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걸 특징으로 하고 있죠. 가령 피가 낭자하고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막히고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널 살리면 어떤 의미가 부여되나 하는 것, 이건 이세계 고문 공주라는 작품에서 잘 표현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페리는 힘이 없습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어둠의 왕 '크슈나'가 그녀를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목숨을 잃을 판이죠. 그럼에도 그녀는 개의치 않습니다. 왜?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니까요. 환수와 인간 사이를 조정하고, 때론 상처받은 환수를 보살펴 주는 것.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세계는 환수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환수는 때론 인간과 같이 살기도 하고, 때론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서로가 부딪혀 살아가는 이상 트러블이 일어 날 수밖에 없죠. 페리는 와이번의 습격을 받고 있는 어떤 마을에 들립니다. 사람들은 와이번 퇴치를 의뢰하지만 페리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알아가죠.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인간이란 왜 이리 추잡한 생물인가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다친 와이번과 자기들만 살겠다고 죄를 저질러 놓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없어져야 될 건 환수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역설하죠.

 

사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 중에 작화는 물론이고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위화감 없이 풀어내는 작품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필자가 누차 언급하는 늑향이라던가, SAO 프로그레시브, 던만추등 주관적이지만 원작보다 더 나은 작품이 더러 있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 출판사에겐 죄송하지만 라노벨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겠습니다. 위화감이 전혀 없어요. 보통은 스킵으로 인한 갭은 생기기 마련인데 눈에, 뇌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코믹을 그리는 작가의 표현력이 좋습니다. 사실 라노벨과 달리 만화는 리뷰할 때 본문을 인용하며 해야 읽는 쪽에서 좀 더 와닿겠는데 저작권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깝군요.

 

그래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페리와 토로 그리고 크슈나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페리를 지키려는 크슈나의 살가운 정도를 넘어 밥맛인 모습이라던지 그런 크슈나가 못마땅해서 머리로 들이박는 게 일인 토로라든지, 페리가 크슈나의 머리를 쓰담쓰담 하자 뭘 잘못 먹었냐느식으로 흥분하는 모습은 원작에서는 느끼기 힘들 정도죠. 하지만 천진난만하고 살가운 장면 이면엔 어두운 진실도 숨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첫 장 크슈나가 욾조렸던 '설마 농치는 것이겠지?' 다음 장에 이어지는 대사에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을 거라 봅니다. 필자가 원작을 설렁설렁 읽다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장면과 연결이 되어 엄청 씁쓸했군요.

 

이게 원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죠. 허를 찌르는 것,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 그렇기에 덧없는 아름다움이랄까요. 이세계 고문공주도 그렇고, 이 작품의 페리의 귀여운 겉모습은 그걸 감추기 위한 연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질이 나쁜 게 중간중간 복선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몇 번을 되풀이 하더라도'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사에서 소름이 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래서 원작보다 만화에 더 큰 점수를 주고자 합니다.

 

맺으며, 필자는 원작가(정확히는 작가가 집필하는 작품)와 상성이 맞지 않나 봅니다. B.A.D는 그나마 나았는데 이세게 고문공주는 상성이 최악이었고, 이 작품의 원작도 사실 잘 읽긴 했는데 리뷰 쓸려니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었군요. 그나마 만화는 원작보다 뛰어나서 이만큼을 썼습니다만. 내용과는 하등 관계없는 말만 주절주절 늘어놓기나 하고... 역시 어쩔 수 없는 상성의 문제인 듯합니다. 그래도 만화만큼은 계속 구매할 거지만요. 노파심에서 쓰지만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필자와의 상성 문제입니다. 아무튼 원작은 몰라도 만화만큼은 추천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문제의 화제작입니다. 정발 될 때 모자이크냐 아니냐였을 만큼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하였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자이크는 없습니다. 나아가서 연재분에 없던 것까지 새로이 추가도 되었고요. 판형 크기도 일반 만화책보다 더 크게 제작하는 등 나름대로 공을 들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8천 원이라는 만화책치곤 꽤 고가임에도 돈값을 하는 흔치않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점들은 필자의 주관적인 것이고 독자들의 성향에 따라 취향은 갈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내용도 극한의 섹슈얼리티만 있을 뿐 열혈이라든지 긴장감 있고 모험을 강조하는 그런 건 없어요.

 

그럼에도 끌리는 건 주인공이 개고생 해서? 주인공 키클은 마을에서 잘 나가는 마물 사냥꾼입니다. 10대라는 시간을 받쳐 훈련에 매진했고 사냥꾼으로 직업을 선택해서 오늘날까지(라고 해봐야 2년) 불철주야 마물을 사냥하며 에이스의 자리를 굳혔죠. 근데 세상의 이치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고, 어느 날 날아온 지인의 결혼식 소식에 내 청춘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되는데요. 그래서 은퇴를 결정하고 후진 양성에 힘을 쏟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단순히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라면 여기저기 흔해빠진 양판소였겠죠. 어째 후진으로 들어오는 애들 상태가 하나같이 메롱 합니다.

 

천연 열혈 바보 무예가(표지 모델), 까칠이 백마법사, 게으름뱅이 흑 마법사, 흑화 술주정꾼 전사, 참고로 죄다 여자입니다. 이들을 대리고 마물을 사냥하며 엘리트로 키워야 하는 특명이 키클에게 떨어지죠. 근데 애들을 차례로 숲에 대리고 들어간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키클은 머리 싸매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돼요. 이게 이 작품의 포인트인데 마물들에게 사랑받는 히로인들이라고 하면 좋은 말이고 능욕을 당한다고 할까요. 성인 AV에 나오는 그런 능욕은 아닌데... 뭐랄까. 촉수물? 끝까지 가는 것에서는 매한가지라고 해야 할지. 매번을 그렇게 당하고도 질리지 않고 들어가는 것에서 히로인들의 의지가 느껴지도 하는?

 

주인공은 그렇게 희롱 당하는 히로인들 구해주느라 진땀을 빼죠. 여기서 웃픈 현실이 성희롱으로 고소 당할까봐 마치 미란다 원칙처럼 지금부터 널 건드릴 텐데 어쩌고저쩌고하며 동의 얻는 부분은 한편의 희극 드라마였군요. 근데 한가지 아이러니한 게요. 주인공이 은퇴하려는 이유가 지인들의 여성 편력을 부러워서였는데요. 불과 며칠 만에 이성 부하(?)만 4명에 길드원 누님 에메노 씨까지 하면 5명이나 있는데도 눈치 까지 못하는 동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웃픈 현실이죠. 나이차도 얼마 안 나는데 여기서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은 애초에 없는 동정은 머리 박고 제사나 지내는 수 밖에요.

 

사실 전형적인 벗겨먹기 섹슈얼리티를 표방하는 작품에서 흥미 포인트를 어디서 잡아야 되나 하는 문제점이 항상 따라다니죠.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그런 점에서 안심하라는 듯 히타무키(표지 모델)의 천연 바보 기질은 외설을 간신히 벗어나게 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기도 했군요. 능욕을 당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다 하려는 모습은 본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문제는 빛을 보는 날이 없다는 것, 키클의 두통의 원인이라는 것, 없는 것보다 낫다는 의미에서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녀지만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사실 마물 사냥꾼은 매우 험난한 직종이라고 언급을 합니다. 한 달에 십수 명이 죽어나가는 극한의 직업이죠. 그럼에도 키클 주변의 히로인만 농락 당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 밝혀지긴 하지만 명확하게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듯. 그걸 확인하러 갔던 길드 접수원 누님 에메노 씨는 화룡정점, 근데 이거 어느 작품에선가 리뷰로 언급했던 거 같은 데자뷰가 느껴지는데 기분 탓인가? 청춘을 갈구하기 위해 사냥꾼 탈퇴를 희망하지만 정작 지금의 주변이 청춘의 호조기라는 걸 간파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겐 애도를. 그래서 게으름뱅이 흑 마법사에게 에이고스트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둔탱이라는게 이 작품의 또 다른 흥미 포인트.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1권에 비해 작화 퀄리티가 장족의 발전을 했군요. 마오마오의 표정이 많이 풍부해졌는데요. 특히 진시를 상대할 때 싫어하는 표정이 원작에 많이 근접했다 할 수 있습니다. 코믹이 정발 되면서 모 불법 사이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든 일본에서든 대박(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을 터트린 빅 간간의 네코쿠라게 작가의 작품을 놔두고 그보다 작화력이 떨어지는(주관적) 선데이 GX의 작품을 정발하였을까 의아했었습니다만. 이번 3권을 접하고 보니 정발할만했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사실 비단 작화만이 아니라 그동안(1~2권) 개연성 부족과 스킵으로 인한 부실한 내용이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었는데요. 이번 3권은 그것을 만회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는 것에서 만족감은 매우 높았군요. 물론 스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사건의 구성을 잘 이어가고 있기도 한데요. 개중엔 원작을 안 보면 그냥 지나칠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필자는 작화보다 내용과 개연성을 중요시하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작화만 따지게 된 걸 이번의 기회로 다시금 반성을 하기도 하였군요.

 

이번 이야기는 연유회 때 있었던 리슈 비의 독살 미수 사건을 해결하고 이 사건을 통해 십수 년 전에 있었던 아둬 비가 낳은 왕자가 죽은 이유까지 밝혀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마오마오의 양아버지 뤄먼의 과거가 밝혀지기도 하죠. 그로 인한 예전 마오마오의 양아버지가 읊조렸던 인과에 관련된 씁쓸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하지만 진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걸 역설하기 시작하죠.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처럼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코믹의 특성인 빠른 진행 때문에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번 아둬 비의 에피소드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죠. 십수 년 전, 황후와 출산이 겹치게 되면서 겪었던 불합리.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살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되는지, 그 결정 때문에 어머니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참 구구절절합니다. 거기에 불똥이 튀어버린 마오마오의 양아버지의 기구한 삶, 그 인과 덕분에 양아버지를 만나 약사의 길을 걷게 된 마오마오. 그리고 지금 후궁에 발을 들이고 있는 그녀, 인연이란 무엇인가 고찰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스포일러 안 하면서 글 쓰려니 두리뭉실해졌군요. 결과적으로 보면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건 생존의 법칙에서 오는 본능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아이가 커주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합니다만. 후궁이라는 겉모습은 화사한 화원일지언정 속은 검은 소용돌이가 치는 환경에서 아이가 무사히 커주길 바란다면, 그게 그 검은 소용돌이를 직접 격은 당사자라면 더욱 간절하겠죠.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아이는 어떤 심정일까...

 

​맺으며, 더 이상 마오마오를 장난감으로 여기지 않는 진시의 심경 변화가 볼만합니다. 누구나 다 자신을 우러러보는 환경에서 유일하게 대드는 그녀에게 호기심이 생겨 찝쩍 거렸더니 벌레 보는 듯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짜릿할까요. 네, 진시는 변태가 맞습니다. 그런 하찮은 마음으로 그녀를 대하다 어느 순간 마음을 터놓게 되어 버렸고, 마치 어미새를 갈구하듯 그녀에게 기대는 모습이 참 안쓰럽게 다가오죠.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보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런 것에 약한 마오마오, 아마 그의 출생을 알아버렸기에, 자신도 비슷한 처지이기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3권 한정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권력자에게 빌붙어 콩고물을 얻어먹으려고 하거나, 잘 생긴 사람에게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하려고 아양을 떤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널린 생활이라면 어떤 기분으로 살아가야 될까요. 이 상황을 즐기는 변태라면 모를까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참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이 작품에서 '진시'가 딱 그렇죠. 제대로 된 남자라고는 죽을 때까지 구경하지 못하는 후궁이라는 곳에서 중요한 부위가 없어지긴 했지만 미모의 환관인 그를 바라보는 궁녀들의 시선에 사모와 욕정의 색으로 물드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작중 설명에 의하면 천녀(天女)에 버금간다는 미모를 자랑하는 '진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시선은 지옥이 따로 없었을 테죠. 오죽하면 진시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나라 하나는 몰락 시킬 수 있었을 거라는 비아냥인지 감탄인지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코믹이 안타까웠던 게 이런 부분입니다. 본편이자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진시의 미모에 대해 부각 시키고 그럴수록 마오마오와의 거리는 벌어져만 가죠. 죽음과 음모 등이 소용돌이치는 후궁이라는 수라장에서 홀로 사건을 풀어가는 마오마오의 추리력도 흥미롭지만 사실 이 둘의 관계도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그런데 코믹에서는 진시의 미모 쪽이 생략되다시피해서 팥 없는 찐빵이랄까요. 괜히 마오마오를 스토커 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죠. 아무튼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끌렸던 건 그녀가 자신을 이성으로써 바라봐 주지 않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남계 쓰려다 본전도 못 건졌죠. 그러니 미소만 지어도 픽픽 쓰러지는 장소에서 유일하게 마치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면 얼마나 짜릿할까요.

 

이번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진시가 마오마오에게 들러붙어서 질투를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작 마오마오는 그가 상관이라서 말은 듣고 있지만 아주 귀찮은 존재이자 민폐 덩어리 취급 중, 원래라면 마오마오가 진시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평민인 마오마오와 귀족인 진시, 고개를 숙이고 대꾸조차 하면 안 될 사이임에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대꾸도 잘 하고 때론 독설까지 날리는 평민이라니. 목이 댕강 잘려도 모자를 무례임에도 진시는 '나에게 이러는 건 너뿐'이라며 아주 골 때리는 소리를 내뱉기 시작하죠. 마오마오도 자각은 하고 있긴 합니다. 아직은 목과 몸통이 사이좋게 붙어 있길 희망하지만 그의 낯짝을 보면 다짐은 어느새 달아나고 없어요. 걸핏하면 찾아와서 귀찮게 뭐 하냐, 그건 뭐냐, 일이 있는데...라고 하니 호감이 붙을 리가 없죠.

 

아무튼 원유회가 개최됩니다. 1년에 번(라노벨에선 4번으로 읽은 거 같은데) 있는 나들이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마오마오의 귀성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와 별개로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아웅다웅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시작점이자 후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사건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원작 라노벨에서는 1권 후반부터 4권까지 이어지는 엄청 큰 사건이죠. 그 첫 번째로 리슈 비의 독살 미수 사건이 되겠습니다. 2천 명이나 되는 궁녀(후궁)에서 4명 밖에 없는 상급 비중 한 명으로 아직 어린 나이의 비의 버릇을 고쳐준다고 시녀들이 작당해서 장난치는 걸 마오마오가 간파하지만 사건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마냥 커져만 가죠. 사실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이 가지는 흥미 포인트인데요. 코믹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살려줄까 했는데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잘 살렸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흥미 포인트, 위에서도 언급했으면서 질리지도 않게 또 언급해보자면 마오마오의 귀성 에피소드에서 진시가 착각하는 장면은 원작에선 정말 배꼽 빠지게 해주었죠. 근데 코믹에서는 좀 약했습니다. 추리와 긴장감은 나름대로 있으면서 이런 부분은 어째 허술하다고 할까요. 리화간병 때도 그랬고, 코믹작가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리하쿠를 똥개로 비유하며 재미있어 하는 장면도 좀 허술했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원래 마오마오의 집은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 땅을 파서 만든 움막집인데 번듯한 가옥이라니 고증을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빅간간에서 연재 중인 네코쿠라게 작가가 그린 코믹이 더 나았지 않나 싶기도 하군요.

 

맺으며, 장식 발매된 출판 도서가 아닌 웹버전을 기반으로 코믹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킵이야 원래 생길 수밖에 없다지만, 리화간병 때라든지 이번 진시의 착각은 원작하고 차이가 좀 있더군요. 지면 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도 차이가 좀 있고요. 물론 지면 관계상 디테일 있게 표현 할 수는 없었다지만 맥락이 없다고 할까요. 그냥 영화 자막처럼 이해만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군요. 설명 부족이랄지. 차라리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관계없는 에피소드는 과감히 빼버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양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은 넣더라도 녹청관에서 일어난 사건은 빼도 크게 상관없는 것이거든요.

 

부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믹을 먼저 접하고 라노벨을 평가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원래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미컬라이즈화가 진행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스킵은 피할 수가 없어요. 코믹계에서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하는 늑향만 하더라도 스킵이 상당히 이뤄졌죠. 던만추(외전 포함)나 소아온 프로그레시브등 내로라하는 코믹들 역시 스킵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하는 코믹 작가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1권만 읽고 2권은 주문하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였군요.

 

늘 코믹화되면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하느냐도 있지만 작화도 그에 못지않게 평가 기준이 되죠. 사실 이런 건 주관적이라서 누군 잘 그렸네, 누군 못 그렸네 등 설왕설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필자는 사실 중립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서슴없이 말하곤 하는데요. 필자 주관적으로 언급해보자면 '노력 좀 하셔야겠습니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묻어 갈려 하지 말고 작가 본연의 힘과 느낌으로 밀고 나가야만 살 수 있겠다.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는데요. 사실 만화라는 취미에 발을 들이고 남들보다 조금 더 봐왔던 필자로써는 초창기엔 어쩔 수 없는 작화여도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던지라 이 작품도 그걸 가능성을 보이긴 하였군요.

 

아무튼 국내에서도 꽤나 인기작이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원작인 라노벨을 보셨겠지만, 그래도 조금 언급해보자면요. 유곽(창관)에서 약사인 양아버지를 도와 약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마오마오'라는 소녀가 인신매매되어 후궁에 팔려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약사로써 능력을 인정받아 생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천재는 아니지만 수재에 버금간다는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것도 가미되어 있죠. 요컨대 명탐정 코난이 장래 취직할 자리를 약사로 정했다고 보시면 되려나요. 다만 마오마오의 본업은 약사이고 부업이 탐정이지만요.

 

후궁에서의 삶, 딱히 왕의 눈에도 들 일도 없이 그저 빨래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그녀에게 후궁은 감옥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중요한 사건이 터지는데요. 상급 비(妃)인 코쿠요와 리화의 갓난 자녀들이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꼬여만 가게 되죠. 화장을 위해 얼굴에 바르는 어떤 하얀 가루가 일으킨 왕자와 공주의 죽음의 위기. 나서는 걸 싫어했던 마오마오는 그녀만의 표현 방법으로 두 상급 비에게 해결 방법을 적은 연통을 넣으나 한쪽의 아이는 살고, 한쪽의 아이는 죽어버리는 행운과 비운을 동시에 맞고 맙니다.

 

여기까지라면 영아 사망률이 높은 시대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는 천운이고, 죽은 아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이 시대의 평범한 인식이었죠(이 부분은 원작인 라노벨에서만 표현된). 그렇게 끝났으면 마오마오도 그냥 빨래나 하며 계약 기간이 끝나는 1년하고 수개월 뒤에 다시 유곽으로 돌아갈 수 있었건만. 해결 방법을 알려준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는 모친의 의뢰를 받은 고자 환관 '진시'가 그녀를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마오마오의 후궁에서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죠. 사람은 첫인상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요.

 

이쪽의 의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실 웃으며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어 희희낙락하는 진시의 첫인상은 그녀로 하여금 언젠가 그 면상을 할퀴어 줄 테다라고 할 만큼 최악이었으니. 질이 나쁜 건 그저 평범한 고자 환관이 아니라 나름대로 권력을 부릴 수 있는 고위 관리라는 것에서 마오마오가 그(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기만 하다는 게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인데요. 평민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목과 몸통이 분리될 수 있는 상황 가령 사건 해결이라던가 약을 만든다던가를 진시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들이밀며 마치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통에 조용히 살고 싶었던 마오마오는 죽을 만큼 그가 미울 수밖에 없게 되죠.

 

그렇게 마오마오는 진시에게 불려가 살아남은 아이의 모친의 독 시식 담당이 되어 후궁에서의 남은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단순히 그런 생활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치 그녀를 기다렸다는 것마냥 사건이 일어나요. 그리고 진시는 마오마오를 닥달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하죠. 자기도 나름대로 머릴 굴리면서도 마오마오를 그냥 재미있는 장난감 취급하며 일일이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그런 기질 때문에 더욱 미움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정신병 환자랄까요. 이게 훗날 그런 인연으로 흘러갈지 지금은 몰랐겠죠. 궁금하면 원작을 보시길,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맺으며, 스킵이 장난 아니게 심하군요. 원래 코믹화되면 스킵은 피할 수 없다고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약 사건은 통으로 편집된 듯한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는 수준이고(사실 원작 라노벨 1권에서 최대 포인트중 하나이죠), 마오마오의 비이상적인 독 오타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왼팔 사연도 그냥 미친X 수준으로만 표현되었군요. 이것으로 인해 오해를 사버린 비취궁의 시녀들의 호들갑도 개그로써 흥미로운데 생략되었고, 리화 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에피소드는 말 못할 정도로 처참하군요. 리화 비의 애절한 대사는 이 작품의 백미였는데... 작화는 1권인데도 뒤로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기대는 되는데 스킵 부분에서는 암담하네요. 이러다 추리 부분에서도 스킵이 일어나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1권보다 작화 퀄리티가 올라갔군요. 보기 좋은 현상입니다. 덕분에 본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프란의 귀여움은 배가 되었다랄까요. 하지만 그에 비례하듯 애가 자꾸 자만의 길로 들어서는군요. 일단 스승이라는 먼치킨을 주운 것부터가 행운이었고, 스승과 스킬을 공유하다 보니 프란 자체적으로는 쪼렙이라도 중견 못지않은 실력을 얻었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겠죠. 그런데 그런 프란을 제어해줘야 될 스승이란 놈은 해마 같은 낯짝을 하고선 오냐오냐로 키우고 자빠졌으니. 일단은 뭐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모험가 등급이 있다 보니 지금 당장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의뢰를 받아 풀떼기를 뜯는데 프란의 얼굴엔 재미없어가 쓰여 있었으니 얼마나 그녀가 몸이 근질근질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가르스라는 도구점 영감에게 스승의 정체가 뽀록나버렸습니다. 신검에 비교하면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마검에 필적하는 능력치를 보유한 스승의 위기랄까요. 하지만 가르스는 욕심이 없다고 해야겠죠. 있어도 댕강 썰렸겠지만, 여기서 신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스승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느 정도까지 성장하게 되는지 복선이 투하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원작의 웹 소설에선 거의 정체가 드러난 듯하지만요. 그리고 1권에서 스승의 능력치에 대해 별로 대단치 않다고 언급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렇지 않다는 것도 밝혀져서 역시나 먼치킨이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줍니다.

 

아무튼 부성애에 눈을 뜬 스승이 프란을 위해 여러 가지를 챙겨주는 가족적인 모습에선 훈훈함이 묻어납니다. 특히 자는 프란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장면은 참 짠하게 다가오죠. 프란은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스승을 대하는 모습은 정말 생명의 은인 이상으로 가족적인 유대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스승이 자신에게 해주는 행동에서 어릴 적 돌아가신 부모님을 엿봤을 수도 있지만, 아직 12살인 그녀가 홀로 살아가기엔 많이 외로웠을 수도 있었을 테죠. 작중에서는 거의 표현이 안 되고 있지만 그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그건 그렇고 의뢰를 받아 풀떼기를 뜯으러 나오긴 했지만 프란에게 있어선 재미가 하나도 없군요. 그래서 근처에 마침 싸우는 소리가 들려 갔더니 고블린 떼에게 둘러싸여 오늘내일하는 모험가 파티를 보게 돼요. 프란은 눈이 반짝반짝하지 않을 수 없었죠.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냉큼 달려가서 끼어드는 센스. 스틸이라고 하는데 이건 프란에게 잘 설명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괜히 스틸로 여겨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게 모험가라는 직업이 건만. 그래도 다행인 게 그 모험가 파티들이 죽기 직전이었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밝혀지는 고블린 스탬피드, 개떼같이 불어나서 마을이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고블린 대량 발생이라나요.

 

일단 강해지기 위해 몬스터를 썰어야 되는 입장이었던 프란과 스승은 선행한답시고 고블린을 유린하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앞서 언급했던 자만이 고개를 들고 그 대가를 받게 됩니다. 사실 자만이라고는 했지만 %로 따지만 약 60%정도고 나머지 40%는 강해지기 위해 눈이 어두워졌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뒤를 못 보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위치라든지 실력은 생각 안 하고 닥돌하면 어떻게 되는지 공부하라고 고블린이 서식하는 던전은 가르치기 시작하죠. 원래는 스승이 해야 되는 일이 건만. 이것은 먼치킨이 되었다고 무적은 아니라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경험에서 오는 실력은 무시 못하는데 스승도 간과한 사실이죠.

 

맺으며, 역시 글자로만 읽다가 그림으로 보니 흥미는 배가되는군요. 사실 원작인 라노벨은 무미건조해서 읽다가 잠들어버리기도 했거든요. 어쩌면 필자가 단순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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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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