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고블린 슬레이어 씨리즈는 본편인 라노벨 보다 코믹화한 만화가 더 다크 한 모습을 보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글로 된 상황 설명 보다 직접적으로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은 뇌리에 더 각인되고 맙니다. 두뇌 연산 처리에서 몇 단계를 생략하니까 와닿는 감각이 더 크다 할 수 있죠. 외전인 이어 원 또한 그러한 면을 보이는데요. '쿠로세 코우스케' 작가가 그린 본편 코믹도 제법 다크 한 모습을 보이나 '사카에다 켄토' 작가가 그린 외전인 이 작품은 정말 비위가 약한 사람은 고개를 돌릴 수도 있는 어두운 장면이 꽤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 첫 번째로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직 꼬맹일 적 마을을 습격한 고블린 떼를 표현한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막내(고블린 슬레이어)를 숨기고 어떻게든 고블린을 쫓아내려 했던 그의 누나들의 비참한 상황,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몰살하고 여자들은 겁탈하는, 사실 이런 부분은 중세 시대 국경을 맞대고 있던 마을이나 도적 떼들에게 습격을 당한 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이 작품은 고블린으로 대체를 하였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누나들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이 미끼가 되어 맞서지만 상황은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그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증오를 가슴속에 키워 갑니다. 고블린 슬레이어 탄생은 이렇게 시작된다는 비기닝에 해당하는 이야기...

 

5년 후, 본편으로부터는 5년 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모험가 등록을 하고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고블린 퇴치를 맡아 혼자서 소굴로 향하는 그는 전설을 만들어 가죠.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는 듯이 흠씬 뚜뚤겨 맞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어 갑니다. 여기서 두 번째 어두운 장면이 들어가 있죠. 마을 여자가 고블린에게 납치되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19금이라서 그런지 표현에 거침이 없습니다. 본편도 그러한 장면이 있지만 외전인 이 작품은 조금 더 적나라하다고 할까요. 아직 1권이라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이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본편이 되는 라노벨보다는 확실하게 다크 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 주변 인물에 대해 넘어가 보자면, 소치기 소녀는 운 좋게 마을을 떠나와 삼촌댁에 머무는 덕분에 화를 면했죠. 하지만 이것이 족쇄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떠나오던 날 도시에 놀러 간다고 들떠서 그와 싸웠던 일, 그로 인해 도시에 대한 거부감, 그와 다툰 이후 제대로 화해를 못한 미안함, 자신은 살았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혐오감, 그걸 감추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던 나약한 모습의 소치기 소녀의 표현은 외전 라노벨보다 더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한 그녀의 시야에 죽을 줄 만 알았던 소년의 실루엣을 발견합니다. 이제야 자신은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접수원 누님은 신참의 티를 벗지 못하고 우왕좌왕, 실수를 밥 먹듯이 하고 고블린 퇴치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것에 한탄을 내쉽니다. 그럴 때 짜잔~하고 나타난 게 이후 고블린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그였으니, 두둥 접수원 누님에게 찬란한 영광이 있으라. 여왕에게 충성을 받쳐한 몸 혹사하겠나이다. 같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 룰루랄라 가는 그에게서 처음부터 이성엔 관심 따윈 없어하는 아우라가 마구 뿜어져 나옵니다. 접수원 누님에게 나무아미타불. 그렇기에 이성이 잘 따르는 것이겠죠. 흑심을 품기보다 이(빨) 사이에 끼인 음식 찌꺼기를 빼내주듯 시원함을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는 것이죠.

 

어쨌건 간에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와 대척점이 되는 모험가도 등장합니다. 조금 스포 하자면 아마 2권에서 뼈저리게 모험이란 무엇인지, 얼마나 주제넘게 이 일을 얕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모험가의 등장은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든 걸 버리고 얼마만큼의 사도의 길을 갈려고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그래도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묵묵히 걸으며 뜻하지는 않았지만 생활 밀착형으로 고블린을 퇴치 해주며 사람들에게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면서 그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에서 그는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한 외전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달을 바라보며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이렇게 멋진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사실 멋지다는 건 어폐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의 고뇌와 아픔이 전해지기도 하니까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작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군요.(모 출판사의 다나X 코믹은 정말) 다음 권이 나와주길 고대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외전 라노벨도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는데... 작화 실력은 본편 코믹 보다 더 좋다고 자부합니다. 일단 2권이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구성도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짜놨더군요.

 

지하수로에 고블린이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왜 챔피온이 있는 거냐고. 설정상 고블린은 초보 모험가가 잡는 잡몹 취급이면서 챔피온으로 진화를 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많은 모험가를 때려잡아야 가능할까 하는 모순점이 있습니다. 챔피온은 인간으로 치면 은 등급에 해당하는 산전수전 다 겪고 몇 년은 살아남아야 도달 가능한 개체. 이전 오우거도 그렇고 로드(왕)도 그러고 이렇게 강한 개체가 나오면 군이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겠건만 그놈의 체면이 뭔지 엄한 사람만 죽도록 고생 시켜요. 나중엔 성전사(팔라딘) 고블린까지 나오는데 이 정도면 중급 모험가도 제법 당했을 텐데도 길드에서는 꿈쩍을 안 하니 이에 고블린 슬레이어만 죽어납니다.

 

덩달아 여신관은 맨날 고생이고 엘프녀를 비롯해 드워프와 리자드 신관 동료들도 괜히 모험 하자며 찾아왔다가 이거 지뢰 밟은 것마냥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라니 이쪽으로 가도록 주사위를 던진 신을 욕해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지하수로에서 챔피언을 맞이하여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우리의 고블린 슬레이어와 동료들. 나아가 쫄따구 고블린 대군까지 합세하는 통에 엘프녀는 위기에 맞아가고 여신관은 살이 뜯겨 나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없다는 고통은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크지 않았을까. 고블린 슬레이어는 주마등을, 스승에게 뚜뚤겨 맞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아무튼 아는 사람만 반응한다는 리저렉션이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음행으로 이어져서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다는 술법, 잠에서 깨어나는 여신관이 하는 말이 참 인상 깊었죠. 음행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우려보다 '보셨어요'를 말하는 건 그를 배려해서 일까. 아니면 그럴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했던 말일까. 어느 쪽이든 여신관으로써는 기회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블린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한 여신관이라고 해야 할까(1). 하지만 그런 것보다 뜯겨 나갔던 상처를 걱정해주는 그에게서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는 여신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분위기 파악 못하고 쳐들어오는 엘프녀에게 저주를...

 

검의 처녀, 금등급으로 과거 마신을 쓰러트린 용사 일행 중 한 명인 그녀의 걱정거리가 밝혀집니다. 원작에서는 진즉에 밝혀지긴 했지만, 과거 신출내기 일 때 당했던 고블린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 그걸 자조하며 난 처녀가 아니니까 하는 부분에서 그녀가 얼마나 고블린을 미워하는지 그리고 두려워하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분노와 두려움, 그걸 뛰어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이용하겠다는 것마냥 '저를 구해 주시겠어요?'하는 부분은 안타깝기도 하고 소름돋기도 했었군요. 그래서 그녀는 여신관을 이용해 리저렉션의 술법을 펼친 게 아닐까. 아마 검의 처녀 자신도 리저렉션을 시도해봤으리라(2).

 

동료들, 어느새인가 인식으로 하고 보니 주위에 동료들이 있는 게 자연스러워진 일상. 늘 혼자 다니며 세상 모든 시궁창을 짊어지고 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블린만은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그에게 자기 좋을 대로 한다며 따라오는 여신관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까. 이제는 자신만이 아닌 동료들의 목숨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가는 그에게서 더 이상 시궁창의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행실이 중요하다고 했던가요. 오로지 고블린만을 찾아대서 불만이긴 한데 그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아가면서 그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가는 부분도 참 인상 깊죠.

 

맺으며, 지하 수로전은 6권으로 이어집니다. 6권에서 검의 처녀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네요.

 

 

 

  1. 1.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 성애자라고 필자는 정의 해봄...
  2. 2. 리저렉션 술법은 처녀와 동침 시킴으로서 어떤 상처든 치유 시키는 술법
 

 

레벨업의 반동일까. 어쭙잖은 실력만 믿고 기고만장해진 초보 모험가를 혼내주기 위한 신의 시련일까. 중층에 진출한 벨 일행에게 몰아치는 대규모 몬스터들에 휩싸여 버린 벨 일행의 절체절명인 순간, 지옥도에서 벨은 결단을 요구받습니다. 파티의 리더인 소년의 어깨에 사람 목숨이 맡겼졌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얹혀집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누구에게 손을 뻗어 도와 달라고 해야 하나. 마치 옛날 릴리가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손을 뻗어주는 이 하나 없는 곳에서 죽음과 삶을 강요받았던 것처럼 던전은 벨에게도 죽음과 삶이라는 선택을 똑같이 강요하기 하기 시작합니다.


벨 일행은 중충에 진출하여 순조롭게 사냥에 임하고 있었는데요. 이때 타케미카즈치 파밀리아의 오우카와 미코토가 속한 파티에게 패스 퍼레이드를 당하고 맙니다. 던전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짓, 쫓아오는 몬스터를 다른 파티에게 떠넘기고 자신들은 도망가는 아주 비열한 행동을 하고 말아요. 파티원이 다쳤다는 이유로, 자신들은 살고 싶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을 제물로 삼아버리죠.  아이러니하게도 타케미카즈치는 헤스티아와 안면이 있는 사이로 자칫 여기서부터 벨의 파밀리아 깨기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은 에피소드입니다. 벨이야 자기가 당해도 분함만 삭힐 뿐 대갚음해준다는 감정은 희미하였었죠.


그런데 릴리가 그런 꼴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벨프조차 인간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던 처지라, 사실 많이 양보해서 벨이 용서를 한다고 해도 아마 헤르메스가 또 일을 저질러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분기점이기도 하죠. 하지만 벨은 던전에서 행불이 되어 버리고 우리 '벨군'은 영웅으로써 어쩌구라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헤르메스 입장에서는 이대로 그가 사라지는 걸 원치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타케미카즈치를 못 본척한 게 아닐까 하는, 아니면 관심도 없거나. 아무튼 그런 속이 시커먼 헤르메스가 앞장서서 벨 구조대를 꾸리는데요. 본편에서 보여준 속 시커먼 행동들을 코믹에서도 여과 없이 보여 주고 있어서 꽤나 소름이 돋아요.


가령 류를 구출대에 끼워 넣기 위해 구사하는 언어 실력을 들 수가 있어요. 상대가 가지고 있는 약점(류에게 있어서 벨은)을 서슴없이 이용한다던가, 안 가면 후회할 텐데? 같은. 또 결정적으로 시르를 이용하는 부분도 알면서 당할 수밖에 없는, 타인의 감정에 개입해 의도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피해야 할 사람 0순위에 해당하는 게 헤르메스 같은 성격의 사람이죠. 그나마 헤르메스가 벨 일직선이라서(이건 무슨 고블린 성애자도 아니고) 주변에 피해가 적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실력을 엿볼 수 있죠. 사람 심리를 이용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실력, 범죄자 같은 놈에게 넘어가는 히로인을 보는 듯한 장면은 언제나 두근거리게 하거든요.


그래서 늘 생각하는 게 헤르메스는 언젠가 프레이야에게 죽사발이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는 것이군요. 물론 프레이야는 벨이 강해질수록 좋아하는 성격이긴 한데 '강해진다 = 개고생한다'는 이콜이 되지 않으니... 아무튼 사실 프레이야는 벨을 계속해서 지켜보고는 있지만 미노타우로스전 이후로는 이렇다 할 행동이 없어서 벨에게 관심을 끊었나 싶기도 한 게 애매하긴 합니다만. 이슈타르 파밀리아가 죽사발나 버린 이유가 벨이 연관되어 있기도 하니까 아주 관심을 끊은 것 같지는 않다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타케미카즈치 파밀리아는 용케 무사하다 할 수 있어요. 다만 약소 파밀리아라 프레이야가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작가도 아예 염두를 안 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아무튼 현장에서 개고생 하는 건 언제나 노동자(모험가)라는 듯, 벨은 릴리와 벨프를 다독여 어디론가 향합니다. 살기 위해, 자신도 자신이지만 둘의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그러다 지쳐 걸으며, 기어서 다다른 곳에 그가 본 것은... 늘 생각하지만 작가는 벨에게 무언가의 앙심이라도 품고 있는지 정말로 개고생시킵니다. 사실 이런 개고생이라는 측면에서 주인공은 먼치킨이 아니라고 정당화하는 무언가가 있기도 하죠. 이렇게 고생해서 얻은 귀중한 경험치는 주인공을 승화 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세상은 그를 샛길로 가는 약아빠진 놈이라고 폄하하기도 하고요. 조화와 부조화의 양극성을 잘 나타낸다고 할까요.

   

맺으며, 그동안 간간이 언급했지 싶은데 사실 이 작품의 코믹은 본편 일러스트보다 월등히 좋은 그림체를 가지고 있죠. 이야기는 다소 축약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이 정도면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믹 치고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어요. 거기에 본편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코믹은 참 드물죠. 가령 미노타우로스전이라던지, 여기에 동굴 동굴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이 더해진 것도 한몫했는지 이번 8권만 해도 8쇄를 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본편의 인기를 업었다곤 해도 코믹도 그만큼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작품을 접하고 딱 생각난 게 우리나라 민화에 나오는 우렁각시였군요.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농촌 총각의 집에 들어가 밥을 해줬던 각시의 이야기, 하지만 우렁각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나 결말을 비추어볼 때 이 작품에 빗대기엔 무리가 있는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죠. 아직은 1권이라서 만남과 인연을 그려가고 있을 뿐이고 주인공과 센코에 관련해서 조금식 복선을 투하하고는 있지만, 설마 남주가 새가 되거나 그러진 않을 것입니다. 문명, 아마도, 샐러리맨 '나카노'는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이 부분에서 우렁각시의 농촌 총각을 떠올리게 하죠.


땅을 일궈도 별다른 소득이 없고 그저 하루 연명하기 바쁜 나날을 보내는 농촌 사람과 일을 하지 않으면 당연히 굶어 죽을 수밖에 없고 그 일이라는 것도 몸을 혹사 하는 회사 생활이라는 것에서 주인공 '나카노'는 농촌 총각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농촌이나 도시나 하루 벌어먹기 살기 바쁜 나날에서 삶의 목적과 행복이 동떨어진 생활은 사람을 우중충해질 수밖에 없게 만들죠. 센코는 이런 우중충한 마음이 세상을 망친다는 결론에 따라 '나카노'를 찾아 우렁각시가 되기로 합니다. 남의 집에 멋대로 쳐들어가서 요리를 하고 퇴근하는 남자에게 '오서 오시게~' 무단 침입도 유분수지...


나카노의 우중충한 마음과 기분을 전환해주기 위해 센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동물 귀와 동물 꼬리를 까진 여자애의 방문은 나카노에게 있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까 아니면 범죄자로 낙인찍혀 교도소를 갈까. 집안일을 해주고 꼬리를 만지게 해주는 등 그의 응석을 받아주는 센코에게 떨어지는 이익은 무얼까. 800년이나 살아온 여우신으로서 하계의 인간을 돕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까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합니다. 떠도는 말로는 센코가 나카노 집에 온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이번 1권에서도 그와 관련된 복선이 조금 나온 거 보면, 인연이라는 건 생각보다 질기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아무튼 동물 귀와 동물 꼬리를 자긴 여자애를 히로인으로한 작품은 잘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죠. 대부분이 남자를 메인으로 한 히로인 역으로 나올 뿐, 그래서 이 작품이 가지는 의미도 꽤 큽니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실제로 작중에는 나카노가 센코의 꼬리 홀릭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모습도 보이죠. 귀를 만질 땐 세상 다 얻은 모습이고요. 센코는 그럴 때마다 움찔움찔, 개나 고양이도 주인이 그렇게 만진다면 말은 못해도 센코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까 하는 소소한 생각도 가지게 합니다. 물론 센코를 반려동물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어쨌거나 그런 이야기입니다. 나카노의 집에 들어앉아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밥을 짓고, 어떻게 보면 현모양처의 모습이라서 지금의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에겐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죠. 아무튼 이야기를 돌려서 필자가 궁금해지는 건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입니다. 센코의 경우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이 가진 유한이라는 시간을 알고 있으니 나카노와 이별하게 된다고 해도 그렇게 감정적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나카노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요. 과연 정상적인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옆집 학생과?


맺으며, 리뷰를 쓰다 보면질문받는 게 재미있나인데요. 웬만해서는 재미있나 하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습니다. 느끼는 감정이라는 게 사람마다 틀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10점 만점에 7점 정도를 주겠습니다. 동물 귀와 꼬리라는 주제를 가졌다는 의미에서 7점 대부분을 할애했군요. 사실 사회를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기다려 주는 집, 누군가가 맞이해준다는 건 참으로 근사하고 가슴 먹먹해지는 것이지만 실상은 이것도 오래되다 보면 평범해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이 작품의 미래가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반에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마인에게 있어서 분기점이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제풀에 못 이겨 열병이 도져서 사경을 헤매는, 고블린 슬레이어에 고블린 성애자가 있다면 이 작품엔 도서(종이) 성애자가 있어요. '마인' 전생에 여대생이었던 그녀는 책에 깔려 죽었다가 이세계로 전생을 하였죠. 전생에서도 책이라면 사족을 못 썼던 그녀가 이세계로 떨어졌다고 취미가 고쳐질 리 만무. 그래서 점토판부터 시작해서 파피루스인지 뭔지로 식물지를 연구하다 말아 먹고, 목각(글자 세길 수 있는 나무 쪼가리)을 만들었더니 엄마가 불쏘시개로 써버렸습니다.


아, 혈압. 뒷목 잡고 쓰려져서 며칠을 사경을 헤매죠. 삶에 낙이 없어. 이렇게 된 거 진짜 종이를 만들어 볼까? 아니 안 되니까 저 고생을 한 건데.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는 저질 체력으로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마침 옆에 건장한 꼬마가 있네? 어쩌다 마인을 돌보는 입장이 되어버린 '루츠', 앞집에 살며 같은 또래의 마인을 보다 못해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만 말이 동업자지 시다바리 확정되어 버립니다. 지혜는 마인이 내고 노동은 루츠가, 사람 잘못 만나 개고생하게 생겼습니다. 뭐 일단 마인에게서 받은 것도 있으니 내빼면 사내가 아니죠. 그보다 장래에 마인을 노리는 걸까? 아쉽지만 그럴 일은 없음...(제목에 스포주의라고)


그런데 의욕만 앞섰지 가만 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한지같이 제례식 종이를 만드는 장면을 봤다면 알겠지만 틀이라던가 다라이라던가 필요한 게 한두 개가 아니죠. 그러니 맨땅에 헤딩, 모든 장비를 손수 장만해야 되는 고난이 시작돼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마침 간이 샴푸를 노리던 '오토(문지기)'의 와이프에게 간편 샴푸를 팔게 된 인연으로 '벤노'라는 상인을 만난 시점에서 마인에게 광명을, 여기가 분기점이죠.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려 돈을 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 다른 말로는 물주라고도 합니다.


본편인 라노벨에서 루츠에 벤노에 오토까지 등장하며 이거 역하렘인가하는 추측을 하였는데 결국은 아니었군요(누차 말하지만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결과적으로 보면 마인에게 있어서 벤노의 등장은 천군만마라고 해도 될 인물입니다. 후원이라던가 매입이라던가 모든 면에서 편의를 봐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죠. 나아가 마인의 정체가 들통나지 않게 정보 조작까지 해주고 있으니(마인은 모름), 천방지축으로 일을 벌여가는 마인 때문에 늘 두통을 안고 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인과 벤노의 관계는 깊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인이 성장하면 벤노와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낳았죠. 하지만 그럴 일 없음...


원작을 안 보신 분이라면 사실 코믹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마인이 앓고 있는 열병의 정체와 벤노가 읊조렸던 신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마인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그런 핑계로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작인 본편을 안 보신 분이라면 이런 의미를 헤아리는데 다소 힘들지 않을까 하는군요. 보통 라노벨이 코믹화되면 이야기가 압축되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사실 좀 많이 건너뛰고 있기도 하죠.   

 

 

 

 

대학생 우라노가 책에 깔려 죽어 이세계로 넘어와 마인의 몸에 깃든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군요. 그래서 본편인 라노벨이 4부가 나온 마당에 코믹은 이제야 1부 초반을 달리고 있으니 라노벨을 최신판까지 본 분들이라면 갭이 좀 있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뭐 텍스트로 이뤄진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으니 색다른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특히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중세 시대 서민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타 작품에서는 아무리 시궁창을 굴러도 주인공이라면 삐까번쩍 비단 옷을 입기 마련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마인은 그렇지 않죠. 꼬질꼬질하고 기운 옷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입고 나옵니다. 먹는 것에서도 그렇고요. 이런 것들은 라노벨에서는 잘 느끼지 못해 신선하게 다가와요.


이번 이야기는 전생하고 나서 책을 찾다가 없다는 것에 좌절을 한 마인이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직접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 초입을 그리고 있습니다. 식물줄기로 깨작 거리다가 늘어나지 않는 면적(?)에 좌절해선 밥상을 엎어 버리고 이어서 점토판을 만들었더니 폭발하지 않나... 벌써부터 주변에 대해 지뢰를 밟고 다닙니다.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요. 결국 제풀에 못 이겨 앓아눕기도 하는 등 참 눈물겹다 할 수 있어요. 주변에서는 그런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녀를 멀리하거나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받쳐주는 것도 눈여겨볼만하죠. 특히 엄마의 극진한 보살핌은 마인으로 하여금 더욱 애달프게 하는 장면에서는 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마인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루츠 또한 마인에게 있어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도 하죠.


맺으며, 일단 마인이 귀엽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라노벨에서의 텍스트로도 귀여웠는데 그림으로 표현되니 귀여움은 배가 되는군요. 허둥지둥 거릴 때나 얼버무릴 때 등 이런 장면 또한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귀여움이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다만 스킵이 좀 심합니다. 마인이 신식에 먹혀가는 과정이라던가 마력에 대한 복선이 미미하게나마 표현은 되어 있지만 라노벨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도 있겠더군요. 사실 신식의 복선은 이 작품과 주인공 마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죠. 이것으로 인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자기가 바랐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으니까요. 코믹은 이제 시작이지만.... 

 

 

 

 

앞에서 인용할만한 문구를 다 써버리는 통에 이번엔 별로 쓸 말이 없군요. 같은 레퍼토리도 한두 번이지, 코믹 1~3권과 라노벨 7권까지 이 작품이 어떠한지 누차 언급했는지라 이번엔 짧게 써보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물의 도시 지하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를 보여주고 있어요.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4권은 시작 편이랄까요. 본격적인 클라이맥스는 5권이 될 텐데 아직 국내엔 정발이 되어 있지 않군요. 좌우지간 검의 처녀의 부탁을 받고 고블린 슬에이어와 그의 파티원들은 물의 도시로 오죠. 그리고 그녀는 지하에 무언가가 살고 있다고, 그걸 퇴치 해달라는 의뢰를 넣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언제나 그렇듯 지하에서 지옥을 보게 되죠. 상황은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볼 레벨이 아니게 되어 버립니다.


필자는 이번 에피소드를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검의 처녀가 벌이는 잔혹한 복수극이라고, 그녀는 10년 전 마신왕중 하나를 쓰러트리고 모험가 등급으로는 위에서 두 번째인 금등급까지 올라갔죠. 지금은 지고신을 모시는 신전의 대주교이고요. 이 정도면 뭐 세상 무서울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딱 하나 무서운 게 있어요. 정말로 미치도록 뼈에 사무칠 정도로 무서워하는 것, 그것은... 그녀는 물의 도시를 구해 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받고 온 그에게 우리의 도시를 구해 달라고 하죠. 이 대목에서 본편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사가 무얼 의미하는지 잘 아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신관과 목욕탕 토크에서도 그녀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늘어놓죠. 사실 코믹에서 이런 복선 넣기도 참 힘든데 작가의 능력이 수준급이라는 걸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무얼 무서워하고 복선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5권에서 밝혀질 테니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요. 좌우지간 검의 처녀의 부탁을 받아 물의 도시 지하에 내려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체계적인 고블린 떼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멍청하지만 바보는 아닌 고블린, 그깟 고블린으로는 군대가 움직이지 않는 이 갭 사이에서 고블린 슬에이어 파티가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뭐긴, 죽자 살자 때리고 부수고 머리를 쓰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뿐이죠. 하지만 상황은 점점 녹록지 않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고블린들의 지략에 밀려 죽어가는 상황에서 나타난 고블린 챔피언, 이미 목장전에서도 그 모습을 들어낸 고블린에게 있어서 영웅인 그 개체가 또다시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챔피언은 인간으로 치면 거의 금등급에 해당한다죠.


맺으며, 이번 에피소드는 5권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합니다. 그래서 검의 처녀가 내비치는 의미심장한 복선이 크게 와닿기도 하죠. 음... 뭐 또 쓸 거 없나, 이렇게 짧게 써본 게 대체 몇 년 만인지... 조금 더 써보자면, 여신관은 여전히 지금의 상황을 두고 갈등 중입니다. 진짜 자신은 세상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고 지금 보이는 풍경은 꿈이 아닐까 하는, 그의 등을 쫓으며 겪은 비현실의 연속 속에서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톱니가 마모되어 가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게 하죠. 그래서 엘프궁수가 보여주는 모험 다운 모험을 하자는 그녀의 행동은 이 작품에서 유일한 이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역시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림으로 접하니 많이 와닿는군요. 이번 이야기는 소치기 소녀가 살고 있는 농장 방어전입니다. 도시를 치기 위해 거점을 마련하려는 고블린 로드(왕)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는 걸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이 막는 이야기이죠. 단순히 고블린을 쓰러트린다는 이야기가 아닌, 초보 모험가 전유물로 여겨지는 고블린 퇴치에 난색을 표하고 아웃사이더 같은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못마땅했던 여타 모험가들이 그의 진심을 접하고 힘을 보태주게 돼요. 늘 혼자 다니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안고 살아가던 그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인 모습이 참 애처롭게 합니다.


만약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험가 특유의 안하무인식으로 나왔다면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겠죠. 그의 성품이 그렇습니다. 10년 전 고블린에 의해 누나를 잃고 방황의 끝에서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 그,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서 타인의 시각은 반미치광이 그 이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일편단심 고블린만을 사냥하는 그에게 있어서 진정성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요. 그렇기에 모험가들은 이번 그의 정중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죠. 그전에 길드에서 고블린 한 마리당 금화 1개라는 퀘스트를 내리긴 했지만 사실 접수원 누님이 나서지 않아도 은근슬쩍 도와주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있을 곳을 지킨다.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다. 유년기 이후 청소년기를 넘어가는 시점까지 오로지 고블린만을 잡으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목장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소치기 소녀는 그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암흑 속을 끝없이 걷는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곳, 그걸 알기에 소치기 소녀는 대규모 고블린의 습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블린에게 붙잡히면 여자로서 모든 게 망가진다는 걸 알면서도(작중에서는 표현이 되어 있지 않지만 분위기상) 그가 머물고 돌아올 곳이라는 걸 알기에 떠나지 않게 되죠.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도 그걸 알기에 굳이 말리지 않습니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기에, 소치기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필자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대신해 그녀가 울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10년 전 악몽 같은 그날, 모든 걸 봐버린 그에게 있어서 과연 구원은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하기에 여신관이 떠나지 못하고, 소치기 소녀가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그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을 주려 하고 있고 차라도 한잔 더 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우왕!!!!! 고작 코믹 리뷰에 너무 심도 있는 글을 써버렸군요. 이걸 두고 중2병이라고 하나요? ㅎㅎㅎㅎㅎ


그건 그렇고 '여기서부턴 베테랑의 전장이다.' 이거 피가 끓어오르더군요. 사실 이 대사 또한 중2병틱하긴 하지만 뭐 중2병스러우면 어떠한 가요. 고블린 챔피언의 등장으로 전장의 판도가 바뀌어 가자 베테랑들이 전선에 나서면서 느껴지는 포스란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아닐까 했습니다. 이래서 코믹을 끊지 못하겠더군요. 나잇살 먹고 만화나 본다고 등짝 스매시 당해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어쨌건 이번 3권의 키포인트는 신뢰와 진심으로 정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소치기 소녀의 진심, 그리고 그를 믿고 따라오는 여신관의 신뢰... 

 

 

 

 

그냥 싫으면 왔던 길 되돌아가면 될 것을 괜히 고집 피웠다가 똥물 뒤집어쓰고 온갖 고초를 겪게 되는 엘프 궁수의 첫 출연입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다니면 여자로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되죠. 이미 여신관은 달관하였고요. 이번엔 엘프 궁수가 그 전철을 밟게 돼요. 만인 평등하게 여자라고 봐주는 것도 없고 남자라면 더 시켜 먹는,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고,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 게 그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고블린은 오는 것도 막고 가는 것도 막아요. 그가 같은 동족보다 얼마나 고블린 사랑에 빠져 있냐면요. 엘프 궁수가 마신이 부활해서 세계가 위기이니 이참에 영웅놀이 좀 하자 했더니 돌아오는 건 그건 먹는 건가? 이러는 것에서 말 다했죠. 빠직, 이마에 핏대 세운 엘프 궁수는 이참에 고블린 사냥에 따라나서요.


그리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는 동족을 보게 되죠.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알게 돼요. 그깟 고블린이라고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무얼 보았을까. 누군가에겐 그까짓이라고 했던 몬스터에게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고통에서 해방 시켜주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미숙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고블린 슬레이어는 결코 배려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려란 강요가 아니라 타인이 가지 않는 길에서 비롯된다는걸, 그와 고블린의 싸움에서 알게 되죠. 여기서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세간의 고블린의 인식이 그래요. 초보 모험가라면 쉽게 물릴 칠 수 있고, 농민도 두어명이서 농기구로 쫓아낼 수 있는 허접쓰레기 같은 몬스터가 고블린이라는 종족이죠.


그래서 고블린의 퇴치 퀘스트는 언제나 외면을 받고 있어요. 타인이 가지 않는 길이란 이런 것입니다. 그 길을 가는 것이 고블린 슬레이어이고요. 분명 이런 일에도 생명을 건지고 구원받는 사람이 있음에도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언제나 고블린 슬레이어를 눈으로 좇으며 그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제일 먼저 처리해주기도 하죠. 그로 인해 구원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여기서 보다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본 게 여신관이 되겠고요. 여신관은 이번에도 여전히 쌀쌀맞기 그지없는 그에게서 이 길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지 갈등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모시는 지모신의 교리인 생명존중에 반하는 그를 따라 이대로 계속 가야 될 것인가. 그걸 정하는 것은 자신...


맺으며, 분명 엘프 궁수의 에피소드인데 여신관이 많이 활약합니다. 죽을 둥 살 둥, 그와 함께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죠.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 때론 개똥밭에 뒹굴어야 되는 모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여튼 은등급 몇 명이 붙어도 이길지 말지 의심스러운 오우거를 만나 네놈은 뭐냐?라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단연 압권인 에피소드였습니다. 분명 엘프 궁수 에피소드였는데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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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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