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코믹(만화) 1권 리뷰
뭐랄까. 고블린 슬레이어 씨리즈는 본편인 라노벨 보다 코믹화한 만화가 더 다크 한 모습을 보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글로 된 상황 설명 보다 직접적으로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은 뇌리에 더 각인되고 맙니다. 두뇌 연산 처리에서 몇 단계를 생략하니까 와닿는 감각이 더 크다 할 수 있죠. 외전인 이어 원 또한 그러한 면을 보이는데요. '쿠로세 코우스케' 작가가 그린 본편 코믹도 제법 다크 한 모습을 보이나 '사카에다 켄토' 작가가 그린 외전인 이 작품은 정말 비위가 약한 사람은 고개를 돌릴 수도 있는 어두운 장면이 꽤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 첫 번째로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직 꼬맹일 적 마을을 습격한 고블린 떼를 표현한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막내(고블린 슬레이어)를 숨기고 어떻게든 고블린을 쫓아내려 했던 그의 누나들의 비참한 상황,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몰살하고 여자들은 겁탈하는, 사실 이런 부분은 중세 시대 국경을 맞대고 있던 마을이나 도적 떼들에게 습격을 당한 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걸 이 작품은 고블린으로 대체를 하였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누나들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들이 미끼가 되어 맞서지만 상황은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입니다. 그리고 동생은 그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증오를 가슴속에 키워 갑니다. 고블린 슬레이어 탄생은 이렇게 시작된다는 비기닝에 해당하는 이야기...
5년 후, 본편으로부터는 5년 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모험가 등록을 하고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고블린 퇴치를 맡아 혼자서 소굴로 향하는 그는 전설을 만들어 가죠.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는 듯이 흠씬 뚜뚤겨 맞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어 갑니다. 여기서 두 번째 어두운 장면이 들어가 있죠. 마을 여자가 고블린에게 납치되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19금이라서 그런지 표현에 거침이 없습니다. 본편도 그러한 장면이 있지만 외전인 이 작품은 조금 더 적나라하다고 할까요. 아직 1권이라서 흥미를 돋우기 위해 이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본편이 되는 라노벨보다는 확실하게 다크 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 주변 인물에 대해 넘어가 보자면, 소치기 소녀는 운 좋게 마을을 떠나와 삼촌댁에 머무는 덕분에 화를 면했죠. 하지만 이것이 족쇄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떠나오던 날 도시에 놀러 간다고 들떠서 그와 싸웠던 일, 그로 인해 도시에 대한 거부감, 그와 다툰 이후 제대로 화해를 못한 미안함, 자신은 살았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혐오감, 그걸 감추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던 나약한 모습의 소치기 소녀의 표현은 외전 라노벨보다 더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한 그녀의 시야에 죽을 줄 만 알았던 소년의 실루엣을 발견합니다. 이제야 자신은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접수원 누님은 신참의 티를 벗지 못하고 우왕좌왕, 실수를 밥 먹듯이 하고 고블린 퇴치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것에 한탄을 내쉽니다. 그럴 때 짜잔~하고 나타난 게 이후 고블린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그였으니, 두둥 접수원 누님에게 찬란한 영광이 있으라. 여왕에게 충성을 받쳐 이 한 몸 혹사하겠나이다. 같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 룰루랄라 가는 그에게서 처음부터 이성엔 관심 따윈 없어하는 아우라가 마구 뿜어져 나옵니다. 접수원 누님에게 나무아미타불. 그렇기에 이성이 잘 따르는 것이겠죠. 흑심을 품기보다 이(빨) 사이에 끼인 음식 찌꺼기를 빼내주듯 시원함을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는 것이죠.
어쨌건 간에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와 대척점이 되는 모험가도 등장합니다. 조금 스포 하자면 아마 2권에서 뼈저리게 모험이란 무엇인지, 얼마나 주제넘게 이 일을 얕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모험가의 등장은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든 걸 버리고 얼마만큼의 사도의 길을 갈려고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합니다. 그래도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묵묵히 걸으며 뜻하지는 않았지만 생활 밀착형으로 고블린을 퇴치 해주며 사람들에게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면서 그의 존재에 고마움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에서 그는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한 외전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달을 바라보며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이렇게 멋진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사실 멋지다는 건 어폐가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의 고뇌와 아픔이 전해지기도 하니까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작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군요.(모 출판사의 다나X 코믹은 정말) 다음 권이 나와주길 고대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외전 라노벨도 이렇게 기다리지 않았는데... 작화 실력은 본편 코믹 보다 더 좋다고 자부합니다. 일단 2권이 나와봐야 알겠지만요. 구성도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짜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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