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고블린 슬레이어 코믹 3권 리뷰
역시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림으로 접하니 많이 와닿는군요. 이번 이야기는 소치기 소녀가 살고 있는 농장 방어전입니다. 도시를 치기 위해 거점을 마련하려는 고블린 로드(왕)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는 걸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이 막는 이야기이죠. 단순히 고블린을 쓰러트린다는 이야기가 아닌, 초보 모험가 전유물로 여겨지는 고블린 퇴치에 난색을 표하고 아웃사이더 같은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못마땅했던 여타 모험가들이 그의 진심을 접하고 힘을 보태주게 돼요. 늘 혼자 다니며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안고 살아가던 그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인 모습이 참 애처롭게 합니다.
만약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모험가 특유의 안하무인식으로 나왔다면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겠죠. 그의 성품이 그렇습니다. 10년 전 고블린에 의해 누나를 잃고 방황의 끝에서 복수의 화신이 되어 돌아온 그,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서 타인의 시각은 반미치광이 그 이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일편단심 고블린만을 사냥하는 그에게 있어서 진정성을 느껴가는 사람이 늘어나게 돼요. 그렇기에 모험가들은 이번 그의 정중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죠. 그전에 길드에서 고블린 한 마리당 금화 1개라는 퀘스트를 내리긴 했지만 사실 접수원 누님이 나서지 않아도 은근슬쩍 도와주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있을 곳을 지킨다.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다. 유년기 이후 청소년기를 넘어가는 시점까지 오로지 고블린만을 잡으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서 목장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소치기 소녀는 그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 다녀왔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곳, 암흑 속을 끝없이 걷는 그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곳, 그걸 알기에 소치기 소녀는 대규모 고블린의 습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블린에게 붙잡히면 여자로서 모든 게 망가진다는 걸 알면서도(작중에서는 표현이 되어 있지 않지만 분위기상) 그가 머물고 돌아올 곳이라는 걸 알기에 떠나지 않게 되죠.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도 그걸 알기에 굳이 말리지 않습니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기에, 소치기 소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필자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대신해 그녀가 울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10년 전 악몽 같은 그날, 모든 걸 봐버린 그에게 있어서 과연 구원은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하기에 여신관이 떠나지 못하고, 소치기 소녀가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그래서 접수원 누님은 그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을 주려 하고 있고 차라도 한잔 더 주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우왕!!!!! 고작 코믹 리뷰에 너무 심도 있는 글을 써버렸군요. 이걸 두고 중2병이라고 하나요? ㅎㅎㅎㅎㅎ
그건 그렇고 '여기서부턴 베테랑의 전장이다.' 이거 피가 끓어오르더군요. 사실 이 대사 또한 중2병틱하긴 하지만 뭐 중2병스러우면 어떠한 가요. 고블린 챔피언의 등장으로 전장의 판도가 바뀌어 가자 베테랑들이 전선에 나서면서 느껴지는 포스란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아닐까 했습니다. 이래서 코믹을 끊지 못하겠더군요. 나잇살 먹고 만화나 본다고 등짝 스매시 당해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어쨌건 이번 3권의 키포인트는 신뢰와 진심으로 정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소치기 소녀의 진심, 그리고 그를 믿고 따라오는 여신관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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