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은 동명의 라이트 노벨입니다. 요즘은 웬만한 건 죄다 코믹화가 되는군요. 나쁜 뜻은 아니고 잘만 뽑아 준다면 오히려 원작을 뛰어 넘는 것도 간혹 나오는지라 환영할만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돌려 말하면 그렇지 않은 작품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군요. 어쨌거나 그렇다면 이 작품은 과연?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작까진 아니지만 평타 이상은 해주고 있다 할 수 있군요. 특히 원작에서는 3부까지는 가야 마인의 귀여움이 발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코믹은 처음부터 귀여움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귀여움은 여성분들에게 특히 어필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원작을 접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일단 이세계 전생물인데요. 전생에서 책을 좋아했던 여대생 '우라노'가 책에 깔려 죽었다 깨어나 보니 5~6살 여자애의 몸이더라입니다. 가족 관계로는 부모와 언니가 있고, 생활계층은 평민, 문맹률 99%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해서 생활 환경은 극도로 좋지가 않아요. 욕실이나 화장실 따윈 없고 떡진 머리에 언제 씻었는지도 모를 피부 상태하며 꼬질꼬질한 옷과 이불은 청결의 대명사인 일본인으로써는 참기 힘든 환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라노벨에선 글로만 표현되어 있어서 얼마나 심각한지 잘 와닿지 않았는데 코믹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으니 참 리얼하게 다가옵니다. 


극 중에 근질근질하다는 표현이 있는 걸로 보아 벼룩도 있는 듯, 그나마 바퀴벌레는 한 번도 표현되지 않고 있는데 먹을 게 없어서 바퀴벌레도 떠나 버린 것인지 표현은 안 되고 있군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전생에서 책을 억수로 좋아했던 마인(히로인, 여대생 환생체)은 책을 찾아 온 집안을 뒤지지만 있을 리 없고 그렇다면 시장에 가면 있을까 갔더니 생으로 잡는 도축장을 보고 기절해버린다던지. 서점은 눈 씻고 찾아도 없는, 책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모토 아래 살아왔던 그녀이기에 이 세계의 이러한 상황은 암담하고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만드는 수 밖에라며 그녀는 그리 멀지 않는 미래에 태풍이 되는 나비의 날갯짓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각설하고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믹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스킵과 원작 분위기를 얼마나 잘 살렸느냐겠죠. 일단 스킵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데요. 원작 111페이지까지가 코믹 1권 분량인데 마인의 독백은 많이 빠졌지만 그만큼 그림과 등장인물들 감정으로 표현을 해놔서 이질감은 거의 없었군요. 그러다 보니 원작 분위기도 거의 해치지 않은 선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필자의 주관이 들어간 것이지만 필자는 원작과 차이가 있으면 가차 없이 까고 있기도 하니까 이점에서는 신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군요. 사실 1권에서는 원작이 있든 없든 다소 허술한 면을 보여주는 게 통상적인 반면에 이 작품은 시작부터 깔끔한 이미지입니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애들을 참 귀엽게도 그려놨군요. 음흉한 미소를 지을 때, 즐거워할 때, 애교를 부릴 때, 황당해 할 때, 특히 아장아장 걷는 장면에선 입이 풀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이거 빼면 시체나 다름없긴 합니다. 여튼 인생의 반려자가 될지도 몰랐던 루츠와의 첫 만남을 가지고, 정신과 지식은 22살 성인이지만 몸은 허약해서 오늘내일하는 5~6살 여자애의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척박한 환경이라는 모습에서 이세계로 넘어가면 반드시 먼치킨이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원작 3부까지 읽은 시점에서는 결국 그렇게 가잖아라고 느끼고는 있지만요. 어쨌건 갈수록 거대 복선을 투하하는 게 이 작품의 묘미인데 코믹은 또 어떻게 표현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3부도 코믹화된다고 했으니 우리나라에서도 부디 끝까지 발매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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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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