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이 작품은 '페리'라는 소녀가 박쥐 '토로'와 어둠의 왕 '크슈나'와 함께 세상을 떠돌며 환수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여타 라노벨이나 판타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유니콘이나 인어같이 환상 속의 생물 혹은 사람보다 격이 높은 존재를 이 작품에서는 환수라고 하는데요. 페리는 조사원이라는 신분을 부여받아 환수와 인간 사이를 조정하고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환수를 잡아다 가두는 일을 하고 있죠. 그런데 원작인 라노벨을 읽으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건 그녀(페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있다면 어디선가 꺼내는 환수를 기록한 책,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가 어째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가.

 

이 작품의 원작가 '아야사토 케이시'의 특징이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는 걸 특징으로 하고 있죠. 가령 피가 낭자하고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막히고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널 살리면 어떤 의미가 부여되나 하는 것, 이건 이세계 고문 공주라는 작품에서 잘 표현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페리는 힘이 없습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어둠의 왕 '크슈나'가 그녀를 보살펴주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목숨을 잃을 판이죠. 그럼에도 그녀는 개의치 않습니다. 왜?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니까요. 환수와 인간 사이를 조정하고, 때론 상처받은 환수를 보살펴 주는 것.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세계는 환수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환수는 때론 인간과 같이 살기도 하고, 때론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서로가 부딪혀 살아가는 이상 트러블이 일어 날 수밖에 없죠. 페리는 와이번의 습격을 받고 있는 어떤 마을에 들립니다. 사람들은 와이번 퇴치를 의뢰하지만 페리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알아가죠.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인간이란 왜 이리 추잡한 생물인가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다친 와이번과 자기들만 살겠다고 죄를 저질러 놓고 오히려 큰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없어져야 될 건 환수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역설하죠.

 

사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 중에 작화는 물론이고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위화감 없이 풀어내는 작품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필자가 누차 언급하는 늑향이라던가, SAO 프로그레시브, 던만추등 주관적이지만 원작보다 더 나은 작품이 더러 있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 출판사에겐 죄송하지만 라노벨보다 더 낫다고 평가하겠습니다. 위화감이 전혀 없어요. 보통은 스킵으로 인한 갭은 생기기 마련인데 눈에, 뇌리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코믹을 그리는 작가의 표현력이 좋습니다. 사실 라노벨과 달리 만화는 리뷰할 때 본문을 인용하며 해야 읽는 쪽에서 좀 더 와닿겠는데 저작권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깝군요.

 

그래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페리와 토로 그리고 크슈나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잘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페리를 지키려는 크슈나의 살가운 정도를 넘어 밥맛인 모습이라던지 그런 크슈나가 못마땅해서 머리로 들이박는 게 일인 토로라든지, 페리가 크슈나의 머리를 쓰담쓰담 하자 뭘 잘못 먹었냐느식으로 흥분하는 모습은 원작에서는 느끼기 힘들 정도죠. 하지만 천진난만하고 살가운 장면 이면엔 어두운 진실도 숨어 있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첫 장 크슈나가 욾조렸던 '설마 농치는 것이겠지?' 다음 장에 이어지는 대사에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렸을 거라 봅니다. 필자가 원작을 설렁설렁 읽다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장면과 연결이 되어 엄청 씁쓸했군요.

 

이게 원작가의 또 다른 특징이죠. 허를 찌르는 것,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 그렇기에 덧없는 아름다움이랄까요. 이세계 고문공주도 그렇고, 이 작품의 페리의 귀여운 겉모습은 그걸 감추기 위한 연극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질이 나쁜 게 중간중간 복선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몇 번을 되풀이 하더라도'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이 대사에서 소름이 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래서 원작보다 만화에 더 큰 점수를 주고자 합니다.

 

맺으며, 필자는 원작가(정확히는 작가가 집필하는 작품)와 상성이 맞지 않나 봅니다. B.A.D는 그나마 나았는데 이세게 고문공주는 상성이 최악이었고, 이 작품의 원작도 사실 잘 읽긴 했는데 리뷰 쓸려니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었군요. 그나마 만화는 원작보다 뛰어나서 이만큼을 썼습니다만. 내용과는 하등 관계없는 말만 주절주절 늘어놓기나 하고... 역시 어쩔 수 없는 상성의 문제인 듯합니다. 그래도 만화만큼은 계속 구매할 거지만요. 노파심에서 쓰지만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필자와의 상성 문제입니다. 아무튼 원작은 몰라도 만화만큼은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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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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