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라노벨이 꽤 청결한 이미지라면, 만화(코믹컬라이즈)는 때와 먼지가 낀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여타 판타지 라노벨의 코믹컬라이즈도 비슷하긴 할 겁니다. 요즘 만화를 끊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렇죠. 문명이 매우 발달한 현대에서도 조금만 밖에 돌아다녀도 때가 끼이는 등 지저분해지는데, 위생관념이 아무래도 떨어지는 중세 시대라면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고정관념의 문제이긴 할 테죠.. 아무튼 이 만화는 리얼리티 면에서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싸움으로 인한 상처와 상처에서 생기는 피의 응고, 바닥을 구르면서 나는 생채기 등등, 라노벨 특성상 디테일 있게 표현하는 건 아무래도 한계가 있긴 하겠죠. 텍스트로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수천 페이지가 있어도 모자랄 테니까요.

 

필자는 코믹컬라이즈된 작품은 사실 안 보는 편입니다. 이유는 대량의 스킵과 작화 등에서 라노벨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그러다보며 괴리감에 본편인 라노벨도 안 보게 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한 측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 솔직히 작품도 스킵이 심하고 일러스트도 꽤 수준급이라고는 말 못합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게 되더군요. 그 일례로 모험가 A등급 '아만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본편인 라노벨에서 사이드 스토리로 '프란'의 부모에 대해서 나와요. 참고로 이 사이드 스토리는 초판 특전으로 별도로 제공되는 책자인지라 재판에는 없을 수 있습니다. 이 특전에서 프란의 부모가 누구에게 길러지고, 그녀의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는지가 나오죠.

 

그리고 여행길에 프란을 낳고, 잠시 자신들이 자랐던 곳으로 돌아와요. 프란의 부모를 길러준 사람은 '아만다'로 프란의 부모를 잔소리 없이 받아주죠. 그리고 다시 프란과 부모는 길을 떠납니다. 자, 자신이 길러준 아이가 커서 아이를 안고 돌아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만다는 본편에서도 매우 빈도 높게 출연 중입니다. 무뚝뚝한 일러스트 답지 않게 엄청나게 활발하죠. 프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걸 낙으로 삼을 만큼 프란의 일이라면 원래는 벗어나면 안 되는 도시를 벗어나, 위기에 처한 프란을 도와줄 정도였어요. 뭣 때문에 집착하는가가 본편 특전에서 밝혀지는데 정말 코믹컬라이즈를 구매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하였죠.

 

세상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좋아 고아원을 세워 아이들을 기르고 무엇보다 이이들을 위하는 아만다, 그런 아만다가 자신이 길렀던 아이의 아이가 부모는 어디 가고 홀로 자신의 부모가 자랐던 도시로 돌아왔어요. 이보다 기쁘지 않을 수 없겠죠. 그 아련해하는 장면 장면은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가슴을 울리기엔 충분하였습니다. 아마 본편 특전을 읽지 않았다면 모를 감정이 아닐까 싶군요. 왜냐면, 끝끝내 아만다는 프란의 부모에 대해서 입도 뻥끗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애절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내막을 모른 채 아만다가 질척 거리며 들러붙으니 이게 뭣보다 싫은 프란이 되겠습니다.

 

아무튼 아만다 관련 에피소드는 후반부터로 다음권인 4권부터 상당기간 프란과 같이하는 에피소드가 나올 겁니다. 이번 이야기는 고블린 던전에서 만난 그레이터 데몬과의 혈투의 막바지와 제멋대로 나대는 귀족 혼내주기,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프란의 전설이랄까요. 흑묘족을 핍박 중인 청묘족을 만나 부모의 원수 이상으로 격노하는, 좀처럼 감정을 보이지 않는 프란의 격한 감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필자의 눈을 끌어당겼는데요. 바로 '혼자 걸어가는 길', 의뢰를 마치고 밤길을 걷고, 달을 바라보는 프란의 모습에서 뭔가 모를 아련함이 묻어났습니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는, 스승은 무기질이니 일단 빼고요.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건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군요. 이래서 코믹컬라이즈를 구입하는 또 다른 이유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느낌이 거창하게 오는 건 아니니 혹시나 혹하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번 3권은 코미컬라이즈만의 원작에서는 모르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군요.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9)
라노벨 리뷰 (901)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