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로 대전투도 막바지에 접어듭니다. 단순히 고블린만 있는 줄 알았더니 왜 앨리게이터(악어)가 있고, 고블린 챔피언(맞나 가물하네)이 있냐고요. 고블린 개떼 러시로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면서도 타개책을 찾아내는 고블린 슬레이어. 이 타개책이라고 내놓은 방법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게, 그와 같이 다니면 목숨이 몇 개나 있어도 모자랄 판입니다. 그동안 그의 전적은 화려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동굴에서 고블린들을 질식사(내지는 너구리 몰이) 시킨다며 불을 놓는데 이게 팀킬도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질 않나. 그래서 엘프녀는 금지 시키죠. 할 수 없이 수몰 시키는데 이것도 팀킬, 엘프녀 이마에 실핏줄이 생깁니다. 이것도 안 되나? 그러면 이번엔 폭파 시킵니다. 엘프녀 이마에 생긴 실핏줄은 터져 버립니다. 뭐, 어쩌라는 건지. 그는 이번엔 새로운 타개책을 내놓아요.

 

물, 불, 폭파가 안 되면 생매장은 어떤가?

 

왜? 이번엔 네가 바라는 물, 불, 독, 폭파를 안 썼다만?

 

너, 웃는 얼굴로 맞아본 적 없지?

 

 

스포일러 주의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도시 지하수로에 이만큼이나 되는 고블린 떼가 있는 게 수상쩍습니다. 마신의 수하로 보이는 뭔가(다크엘프)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이 정도 되면 모험가가 아니라 군을 파견해야 함에도 어째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게 누가 손을 썼나? 그래서 검의 처녀에게 따지죠. 애초에 검의 처녀의 의뢰였고, 고블린 몇 마리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거 저승 갈뻔한 대사건이었던 말이지요. 엘프녀와 여신관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박살 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고. 근데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었죠. 이전에 검의 처녀가 자신의 과거를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눈이 망가진 이유도. 그리고 밤만 되면 도시에서 여자들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났으니 단순한 고블린 몇 마리의 소행으로 치부하기엔 뭔가가 있었더랬죠.

 

밝혀지길, 결국은 검의 처녀는 자기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아무것도 알리지 않은 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를 지하수로에 밀어 넣은 것. 사실 검의 처녀는 이 작품에 있어서 안타까운 악녀의 포지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전에서 보면 사람들에게 갈굼 당하고, 여차여차해서 파티를 짜고 모험가를 하다가 고블린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되어 버렸죠. 이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고블린의 고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되었고, 이번에는 자신이 해야 될 일(검의 처녀는 마신을 쓰러트린 실력자이자 금등급)임에도 너라면 날 구해줄 수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고블린 슬레이어를 냅다 발로 뻥 차버리곤 시치미를 뚝. 살아돌아온 그에게 고블린을 없애도 나의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하소연. 정말 세상 피곤하게 만드는 능력 하난 뛰어난 게 검의 처녀란 말이죠.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고통을 모를 테니까.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런 그녀를 다독여주지 않습니다. 상냥한 말을 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고블린이 나온다면 없애주겠다고 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검의 처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겠지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무뚝뚝하고 건성건성이었던 고블린 슬레이어가 조금식 변해갑니다. 타인을 칭찬할 줄 알게 되었고,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게 되었고, 남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축제에 같이 가자고 하는 접수원 누님의 말에 예전 같으면 마다했을 그가 긍정의 말을 내놓은 것에서 그의 성격이 많이 둥글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군요. 

 

맺으며, 여신관의 놀라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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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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