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작품은 감상이나 리뷰 쓰기가 매우 힘든 작품에 속합니다. 이 작품은 마녀가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일반인에 섞여 살아 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마녀라 함은 숲 속에서 집을 지어놓고 요상한 약을 조제하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부터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사람을 도와주는 발랄한 소녀까지 참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래서 마녀를 주제로 하는 작품을 접하게 되면 얼핏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동반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데요.


이 작품은 어둡고 발랄한 요소 그런 거 없습니다. 마녀라는 이름을 이으는 소녀가 연수를 목적으로 친척 집에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고 평범하게 농촌 일손을 거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소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멍한 구석으로 일을 저지르기도 하는 약간은 어딘가 모자라는 듯한 마코토의 마녀 연수는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는데요.


이젠 연애에 눈을 뜬다거나 마녀답게 뭔가의 일에 연루되어 사건이 터진다 같은 에피소드가 일어날 만도 한데 이누카이의 개 사건(1) 이후로 임팩트 있는 사건이나 배꼽 잡는 장면 같은 게 전혀 없다 보니 한 권 읽는데 몇 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처절한 상황입니다. 그 나이대(15세)에 감수성 예민한 사건이나 관련 트러블도 없다는 게 작가는 상업적으로는 신경을 거의 안 쓰는 느낌이랄까요.


어쨌건 이번 4권은 매회 옴니버스식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군요. 치토(사역마)가 긁어서 구멍 나버린 망토를 새로 맞추고, 만드는 김에 치나츠의 망토도 만들어 주면서 약간의 복선을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가정실습을 하면서 부들 부들 떠는 나오(마코토 친구)의 의외의 귀염성을 엿봤고, 밥을 안치지 않아 반찬만 있는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군요. 언제 왔는지 아카네와 같이 모두 농번기 근처 사과밭에 일손을 거들러 갔습니다. 우리는 적과(2)를 하는 반면에 일본은 꽃을 솎아낸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군요. 그리고 눈여겨본 바로는 우리나 일본이나 농촌의 고령화는 씁쓸함을 느끼게 하였군요.


여담으로 사과밭 에피소드는 그나마 볼게 많았습니다. 나뭇가지에 머리를 박는다거나 사과나무 꼭대기에서 넓은 세상을 접한다거나 같은 조금은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드물게 치나츠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는 장면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마녀 고위 관리가 양아치라는 게 밝혀지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심야 길거리에서 댄스를 추는 마코토가 상당히 귀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번 4권의 특징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시내를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컴퓨터로 작업해서 그리 힘들지는 않은 듯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는 듯한 디테일은 눈을 사로잡는군요.


소소하지만 마녀로서의 일상을 살기도 하고 때로는 일반인과 같은 세계에서 살기도 하는 장면에서 확실하게 시간은 흐른다는 걸 느끼게 해줬습니다. 조금만 더 이런 시간이 흐르는 일상을 보여 줬더라면, 조금만 더 마녀와 일반인간의 차이를 느끼게 해줬더라면 가슴 짠한 장면이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안타깝기도 하였군요. 


 

  1. 1, 마코토의 언니인 아카네가 만든 초콜릿 먹고 낮에는 개로 변함
  2. 2, 摘果, 쉽게 말해서 열매 솎기 입니다. 손톱만한 사과 열매를 조금 튼실한 거 하나만 남기고 나머진 솎아내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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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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