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의 종이 만들기는 계속됩니다. 끔찍할 만큼 책을 좋아했던 이전 생의 우라노가 마인으로 전생후 종이 찾아 삼만리는 여전히 진행 중으로 고대 방식으로 나무를 깎아 글을 써서 창고에 보관했더니 엄마가 장작인 줄 알고 태워 버렸고, 진흙으로 점토판을 만들어 불에 구운답시고 아궁이 집어넣었다 폭발하는 바람에 엄마에게 혼나고 섬유질을 벗겨 깨작깨작 엮었지만 손톱 크기 만들고 앓아눕는 등 덕분에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는 다사다난한 1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겨울로 달려가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몸이 허약해 조금만 걸어도 픽픽 쓰러지던 1년 전과 달리 열심히 체력을 길러서 밖으로 다니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숲으로 나가 땔감과 버섯 등을 따오게 되었고,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절망뿐이었던 종이 만들기는 오토(1)의 소개로 만난 상인 벤노가 융통해준 도구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벤노의 상회에 예비 수습상인으로 등록하는등 자신의 앞날도 차곡차곡 준비해 나갑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일이 일어나는데요.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웃의 소꿉친구인 '루츠'에게 마인의 전생이 들통나버린 것과 그동안 마인을 앓아 눕게 했던 열병의 정체입니다. 사실 이세계 전생물에 정체가 들통 난다는 건 금기에 해당 됩니다. 특히나 배우질 못한 중세 시대를 표방한 판타지의 세계에서 마녀의 존재도 그렇고 자신의 아이가 남들보다 뛰어나고 해괴망측한 일을 벌인다면 당연히 무서워하는 게 순리일 것입니다. 버려지는 건 그나마 행복한 편일 테고 심하면 죽임도 당하겠죠. 그래서 마인은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났을 때 진심으로 자/살을 꿈꿨습니다.

이제야 정을 붙이고 살만 해졌는데 여기서 인생이 끝나게 생겼습니다. 가족에게 알려지고 모든 게 파탄 나는 미래, 허약한 마인의 몸에 들어와 고생해야 했던 지난 나날들에 울분을 토하며 죽을 수 있게 자신을 집으로 대려다 달라며 모든걸 내려놓는 마인, 하지만 마인의 걱정과는 다르게 루츠는 차츰 지금의 마인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 줍니다. 5살 꼬맹이(루츠) 주제에 어른보다 더 깊은 생각을 가진 건지 발랑 까져서(2)는 마인을 벌써 이성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아마 이대로 성장한다면 마인과 맺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건 머나먼 미래가 되겠죠. 여튼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루츠의 배려와 도움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마인은 루츠에게 마음을 많이 열어두는 편 입니다. 루츠가 마인을 업기 위해 등을 돌리면 스스럼없이 그에게 업히는 모습에서는 이런 장면은 처음이야 같은 야릇한 느낌을 받기도 하였군요. 그러면서 마인은 루츠를 마음껏 부려 먹기도 하고, 때론 선생이 되어 공부를 가르치는 등 마인도 루츠를 꽤나 생각하고 있는 듯한데 장래를 생각하는 마음은 드러내지 않아 조금 아쉬웠군요.


두 번째 이야기로는 마인이 앓고 있는 열병 관련입니다. 마음이 조금만 유약해지거나 풀어지면 여지없이 뚫고 올라와 몸을 좀먹는 열병 때문에 이번에는 진짜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요. 우라노가 깃들기 전의 마인은 이미 열병 때문에 사망한 듯 보였습니다. 마인(우라노)도 이걸 알고 있는 듯하였고, 우라노가 전생하고도 이 열병은 고쳐지지 않아 틈만 나면 마인을 괴롭히고 있는데요. 간신히 정신을 차려 억누르고 있었으나 갈수록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도 쎄지고 있어서 조만간 큰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엔 마인도 이런 열병의 원인을 몰랐으나 벤노에게서 병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고, 거래건으로 만난 길드장 손녀 프리다에게서 자신의 병의 심각성을 알아 갑니다. 그리고 고치기 위해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것도... 하지만 하루먹고 살기도 바쁜 마인의 집안 사정상 큰돈은 있을리 없어 어찌할바 몰라하며 시간을 보내다 종국엔 병세가 점점 악화되어 결국 쓰러지고 맙니다.


1년 동안 다사다난하게 쫓아왔습니다. 그동안 체력은 길렀다지만 여전히 걸핏하면 픽픽 쓰러집니다. 얘가 하도 픽픽 쓰러져서 벤노와 그의 직원 마르크에 이어 길드장까지 어딜 갈때마다 그녀를 냅다 안고 걸어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야 눈 앞에서 픽 쓰러져서 꿈쩍하지 않으면 심장이 몇개 있어도 모자르겠죠. 그래서 마인이 움직일때마다 주변 어른들은 늘 긴장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머리가 간지러워 미칠뻔해서 샴푸를 개발 했더니 모두가 놀라고, 손재주가 좋아 만든 비녀로 길드장 손녀이자 경영 오타구 기질을 숨기지 않는 프리다와 친구가 되었습니다(3). 마인은 그리 생각 안하는 거 같지만요. 여튼 벤노에게 샴푸 제조법을 팔고 간간이 비녀를 만들어 돈을 벌고, 그러면서 종이 제작에 열을 올리는 등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필사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는 열병을 고치기엔 택도 없었던지라 오열하고마는 루츠에게서 인간미를 엿보기도 하였습니다.

5살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머리 회전이 좋고 돈을 왕창 벌어오는데도 부모는 의심조차 안 합니다. 아니 엄마는 딸이 아빠 닮아서 저돌맹진중이라고 오해나 하고 있질 않나, 아빠는 자신보다 많이 벌면 곤란해 이러질 않나, 벤노는 돈만 벌 수 있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며 그녀의 비밀엔 관심이 없는 게 그나마 마인으로써는 다행으로 다가옵니다.  


루츠는 마인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라도 들어가주지 태세이고, 엄마와 언니는 돈에 눈이 어두워서 마인이 하는 일의 의심보다 마인이 가져오는 돈이 되는 일감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대는 게 여간 웃기지도 않습니다. 남편의 박봉에 항상 쪼달리는 살림에 마인이 벌어오는 돈은 매우 중요하여 어느 작품처럼 딸의 가치를 몰라주고 냅다 팔아버리는 우는 범하지 않습니다. 그전에 딸 바보 아빠가 있는 이상... 입을 줄인답시고 딸을 내다 파는 행위는 있을 수 없겠죠.


그런데 이 작품의 특징이라면 이세계물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할 수 있는 아이 같지 않은 언행과 사고능력으로인해 전생만하면 다 천재가 되느냐를 정면으로 비꼬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지혜를 짜내 뭔가를 이뤄 낼려고 하지만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마치 이게 전생물의 모법답안이라는 것마냥, 종이 만들기는 1년전부터 시도하고 있지만 내년(전생후 1년하고도 몇개월)에 가서야 겨우 빛을 보고, 그나마 샴푸나 비녀로 좀 먹고 살만 해진걸로 먼치킨이라고 부르기엔 매우 민망한 수준인데 오히려 엄마와 언니의 실력이 더 좋아서 마인에게 있어서 현실은 시궁창 입니다.

여튼 결국 이런 뻘짓으로 인해 마인이 앓고 있는 특징적인 열병의 악화로 아이러니하게 루츠 다음으로 벤노나 길드장은 마인의 정체를 어렴풋이 예상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애써 표현하지 않는 복선을 투하하는 지경까지 오게 됩니다. 필자의 느낌일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생각해도 평범한 꼬맹이 루츠가 간파한 걸 머리로 먹고사는 대상인과 길드장이 모를 리는 없을 겁니다.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뭐 상인 입장에서 돈이 되는 마인이 죽으면 큰 손해이니 보살펴주는게 먼저겠지만요. 이러니 저러니해도 드라마적인 흐름은 꽤 마음에 들었군요.

 

그 흔한 마물과의 싸움보다 쑥쑥 자라는 나무와 싸우는 것에서 포복절도하고, 책이 뭐라고 종이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걸고 나무껍질 벗기며 개고생하는 마인과 루츠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면서 조금식 자신의 꿈을 위해 일보 전진 해나가는 마인과 루츠가 상당히 눈부시게 다가옵니다. 어른들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이를 기죽이기 보다 응원해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고생하는 만큼 보답은 돌아온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간간이 개그도 들어가 있는 게 자칫 상인 이야기로 식상해질 수 있는 부분은 잘 커버하고 있기도 하군요.


  1. 1, 아빠의 부하, 남문에서 행정으로 도맡아하고 있지만 일이 치어 죽을뻔한걸 마인이 구해준 일이 있습니다.
  2. 2, 은근하고 어수룩한 데가 하나도 안 남고 빤하게 드러나다.
    비속어 아닙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3. 3, 좀 틀리지만 쉽게 말해서 귀족과 평민 사이랄까요.
    마인에게 있어서 프리다는 처다볼 수조차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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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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