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레알리아 2권 리뷰

라노벨 리뷰 | 2017. 5. 6. 21:32
Posted by 현석장군

 

옆 나라 왕조와 5년간 체결했던 휴전의 기한은 내년 7월로 만기가 도래합니다. 그전에 휴전을 연장하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강화(講和)파인 마녀 오렌디아에 의해 수도로 보내졌던 밀레디아(이하 미아), 마녀가(家)가 후원하는 아릴 황자와 결혼이 예정되었던 미아는 권모술수가 판치는 성에서 죽음을 뛰어넘고 간신히 아릴 황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때 미아의 나이 17세, 남편인 아릴 황자는 12세, 그리고 개전파인 교황가에서 후원하는 람자 황자(12세)도 모습을 들어내면서 아릴과 미아에게 암운이 드리웁니다.


권모술수가 판치고 환상을 깨부수는 이야기


이 작품은 왕자나 공주가 가진 환상을 단박에 부숴 버립니다.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희희낙락하는 걸 용서하지 않습니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형이 아우를, 아우가 형을, 가족을, 친족을 아무렇지 않게 죽입니다. 그런 곳에서 황제의 그림자로 키워진 아릴이 등장합니다. 5년 전 눈을 떴을 때부터 지하 수로에서 약간의 교육을 받으며 내팽개치다시피 길러진 황자 아릴, 희로애락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그저 광대가 되어 지상으로 나와 황제 선거에 출마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아와 결혼하였습니다. 


노력은 물거품으로, 그리고 미아의 선택


어떻게든 전쟁을 피하고 싶었던 마녀 오렌디아와 미아의 노력은 허무하게도 황제 유아디스가 휴전의 연장은 없다고 못을 박아 버림으로써 막을 내립니다. 그도 그럴게 휴전 연장의 조건으로 황제의 목과 제국 전토(全土)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될 리가 없죠. 하지만 협상에 따라 실마리를 풀 수 있었으나 유아디스는 그럴 마음이 없었고, 설사 있었다고 해도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더라도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차기 황제 선거는 개전 15일 전, 개전이 공식화된 지금 사실상 미아와 아릴의 결혼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미아는 아릴과 같이 살아가는 걸 선택합니다. 이로써 그녀의 고생의 시작되었습니다. 반듯한 직장은 구하지도 못한 채 태풍이 부는 먼 바다로 나가 미역을 따다가 팔기도 하고, 약초를 캐다 팔기도 하고, 묘지를 파서 시체를 묻는 일을 하고, 학원에서 걸레질(청소부)을 하고 때론 람자 황자의 개인교사가 되어 글도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아의 마음


미아는 결혼하지 않아도 되었음에도 호적상 유부녀가 되어 버렸습니다. 내년 7월 개전이 되면 자신도 전장에 서야 합니다. 하지만 아릴을 만나 그의 성품에 감화되어 가면서 지금은 한정된 시간일지라도 그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껴 가게 되는데요. 그녀는 뒷골목에서 실신하였을 때도, 자객이 찾아왔을 때도, 지하 수로에 떨어져 죽을뻔하였을 때도 아릴이 내밀어 준 손이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으리라... 그런 그에게 자신은 해준 것이 없어 마음 아파했던 미아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릴 곁에서 살기 위해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원은...?


이렇게 애들이 고생하며 살아가는데 지원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공평성 때문이겠죠. 왕족의 사생아는 넘치고 넘친다는 언급이 있는 걸로 보아 하나를 보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사생아가 넘치니 너 정도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이 아니었나 합니다. 마녀가에서 지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이런 이유 때문에 미아의 삶은 참 많이 비참합니다. 미아는 교황가의 비상식을 털어 버리기도 하고 아릴은 도둑질도 자연스레 할 때는 좀 웃기기도 하였지만요.


복선에 복선을 더하며 페인트질을 더욱 진하게...


이게 상당히 치밀 합니다. 모든 것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국에서 일어났던 황족 몰살 사건에서 시작된 악의가 성장하여 지금 파탄이라는 열매가 맺힌 게 아닐까 하는 복선이 많이 나옵니다. 그 중심에 미아가 사랑했던 아키가 등장하며 모든 복선에 그와 관련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13년 전 그 숲에서 미아를 만났던 시간조차 아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는 것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데 자칫 정신 차리지 않으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되겠더군요.


이 작품은 여성향입니다.


엑스트라는 좀 나오지만 젊은 여자는 미아 혼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남편 아릴, 또 다른 황위 계승자 람자, 첫사랑이자 죽여만 하는 남자 아키, 미아의 부대원 중 유일한 생존자 레나토, 미아의 경제적 주머니 역할인 기이, 미아가 12살 때 포로로 잡혔던 옆 나라 왕조의 아이젠 황자, 모두 미아와 연관이 있고 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 중에 아키와 상당한 연을 맺고 있는데요. 4살 때의 미아의 입술을 빼앗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 첫사랑으로 각인시켰던 아키, 13살 때 미아의 부대를 전멸 시켰던 남자 아키, 그 아키가 제국의 교황가 추기경이 되어 또다시 미아의 곁을 맴돕니다.


이야기 구성은 치밀한데...


너무 치밀해서 쉽게 지칩니다. 일러스트 하나 없는 500페이지나 되는 장황한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시간적으로는 두 달 밖에 지나지 않는 정체되는 시간과 하나의 이야기를 많이 써먹다 보니 머리가 멍해집니다. 특히 미아가 4년 전 치렀던 전쟁 관련해서는 그녀가 안고 있는 심적 부담을 표현하기 위해 필수였다고 해도 길어요. 거기다 꽤 높은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자칫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앞으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순결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 남자 저 남자와 허물없이 만나는 건 좀 자중해야 되지 않나 했습니다. 뭐 이건 여성향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역 하렘일 수도 있고요.


맺으며...


요약하면 히로인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황자와 정략결혼을 하였지만 몇 개월 뒤 파탄은 정해져버렸고, 왕위 자리를 놓고 자객이 쳐들어 오고, 신랑과 첫날밤은 파토 나버렸고, 시댁이든 친정이든 지원을 해주지 않아 살아가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개고생 하고, 남편은 벌이가 하나도 없지, 집에도 잘 안 들어 오지, 과거에 있었던 전투는 트라우마가 되어 날 괴롭히지, 다 죽어가는 부하(레나토) 간호하랴, 마녀가와 경쟁 관계인 교황가에 의해 집은 다 부서졌지, 아이고 내 팔자야... 그래도 주위에 핸섬가이가 많아서 행복합니다?


작가의 글 실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나마 일러스트 하나 없는 500페이지를 참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군요. 좀 지루하다 싶으면 간간이 개그를 섞어 놓아서 나름대로 꽤 빠른 시간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내용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야기가 정체되다 보니 멍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군요.


첫사랑 아키를 잊지 못하면서도 아릴을 향한 미아의 연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아릴도 처음 느끼는 감정으로 조금식 미아를 의식하는 등 파탄이 예정된 세계에서 이들의 시간은 과연 어디까지이고 끝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새롭게 미아의 곁에서 맴돌기 시작하는 람자 황자, 그리고 이번에 드러나는 옆 나라 왕조 아이젠 황자와 미아의 관계 등 갈수록 인간관계도 복잡해지는 게 조금은 흥미로워지는 2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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