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 히카루가 지구에 있었을 무렵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노무라 미즈키 작가의 신작입니다. 필자는 잘 알지 못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서 놀라기도 하였군요. 그러나 미숙한 필자는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아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성에 대해 전혀 알지를 못합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조금만 더 발을 넓혔더라면 이 작품의 평가는 달라졌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여튼 주인공 우타야는 하굣길 뒷골목에서 연쇄 살인마 칼에 맞아 죽어가게 되었고 그때 시즈쿠라는 어떤 여자애에게서 불사의 몸을 부여받게 되는데요. 우타야는 죽을 만큼 농구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니 이 사건으로 좋아하는 농구를 그만두고 전학을 가야만 했는데요. 요컨대 흡혈귀라는 치트키를 얻게 되면서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던 기쁨이 월등한 신체능력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되었던 것, 이것이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월등한 신체능력과 불사의 몸을 얻었다고 해서 절대적인 기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역설하고 있는데요.


되고 싶어서 흡혈귀가 된 것도 아니고, 싫어서 농구를 그만두게 된 것도 아닌 우타야는 취미를 위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열심히 일하여 벌은 돈으로 도달했을 때의 기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것이죠. 그만큼 우타야에게 농구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년 위 히로인 아야네를 만나게 되면서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찾아오는데요. 연극부에 소속된 아야네의 손에 이끌려 연극을 시작하게 된 우타야는 농구를 하면서 느꼈던 희열을 연극에서 찾아가고 아야네를 통해 흡혈귀로서의 존재를 재정립하는 등 흡혈귀가 되고 나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아가는 게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흡혈귀가 나온다고 해서 딱히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우타야는 '사실 나는'이라는 만화나 지금은 생각 안 나는 어떤 애니메이션에서 그랬듯이 대낮에도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십자가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즉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흡혈귀가 되어서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변화된 몸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취미를 잃어버린 주인공 우타야가 길을 잃어버리고 고뇌에 찬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아야네를 만나 도저히 열리지 않을 거 같았던 뚜껑이 그녀의 도움으로 열리게 되고 이끌어준 손을 붙잡아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게 되는, 전체적으로 보면 아야네가 우타야를 향한 순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키(170이 넘음)를 비난하지 않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주인공에 호감을 느껴가게 되고 그의 고뇌를 조금식 알아가며 손을 내밀어 주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다소 허왕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것이 픽션의 묘미이기도 하죠. 이것으로 현실에서 구원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튼 이것 말고도 세계 멸망이라는 복선도 다수 존재하고 우타야 주변을 맴돌고 있는 시즈쿠에 관련한 떡밥이라던지 뒤로 흥미를 끌만한 요소도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자세히 찾지 않으면 모르는 게 대부분이지만요. 그리고 연극부에서의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트러블에 휩쓸려 학교 전체에 의도치 않게 소문이 퍼진다던지 조용히 살고 싶었던 주인공은 싫어도 무대에 설 수밖에 없는, 격랑 속에서도 정신을 동여맬려는 주인공이 애처롭기도 합니다.


어쨌건 전체적으로 보면 순애적인 남성향이 물씬 풍기는데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읽어라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주인공 우타야는 싫으면 싫다고 좀 해주면 될 텐데 주변에 굉장히 많이 휩쓸려 다닙니다. 자주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서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지기도 하는데요. 자기 편의주의식으로 주인공 우타야를 대하는 주변 학생들이라던지 그가 안고 있는 고뇌라는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후벼파는 '왜?'라는 단어는 좀 울컥하게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 우타야가 연쇄 살인마와 만나는 장면은 너무 뜬금이 없었습니다. 전조도 없이 뒤에서 푹 찌르네? 아니고 나 죽네? 철퍼덕 엎어졌더니 갑자기 어떤 여자애가 나타나서 살고 싶으냐? 이러니 필자의 머리엔 온통 ??????만 떠다녔군요. 여기서 미래에 대한 복선이 나왔지만 필자의 머리엔 그보다 얘도 이세계 환생하는 거 아닐까? 했던, 여튼 이보다 더 심했던 건 우타야가 헤까닥 뒤집혀서 3학년 여학생 카레나와 키스 후 아야네의 반응이었는데요. '혹시 첫 키스였어?'라며 걱정해주는 장면에서 네가 왜 남의 첫 키스를 걱정하고 있냐고 머리를 싸매기도 하였군요.


맺으며, 순애적인 요소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은 분명 희소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작중의 연극으로 상연했던 드라큘라 백작이 진실된 사랑과 그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고 싶어 했다는 것처럼 주인공 우타야는 갈 곳을 잃어버린 흡혈귀가 되어 떠돌다 아야네를 만나 구원받으며 이 작품의 제목처럼 영원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게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불편한 게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 우타야의 자주성 결여가 최대의 문제겠죠. 그로 인해 얻는 것도 있긴 합니다만, 여튼 시즈쿠가 떠밀긴 했지만 천연끼로 똘똘 뭉친 아야네라는 거친 강에 휩쓸려 지지할 곳도 없이 떠내려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야네에게 구원받는, 주인공 우타야가 스스로 선택해서 이룬 것은 무엇일까, 다 읽고 나서도 머리에 떠나질 않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어서 최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내용이 다소 지리멸렬합니다. 특히 연극을 준비하는 부분은 굳이 우리가 이거 알아야 돼? 같은 일이 연속적으로 나와요. 그래서 책을 몇 번이나 덮기도 하였군요. 아야네의 천연끼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좀... 필자와 맞지 않았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ex노블에서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ex노블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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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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