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2권 리뷰
필자는 처음에 주인공 마리엘라가 남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야 중성적인 외모에 머리도 짧지 여성으로 특징적인 모습은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마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열에 아홉은 가던 길에서 멈추고 되돌아볼 정도로 뛰어난 외모가 아닌 열에 아홉은 그냥 지나친다는 평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주인공이자 히로인이 바로 마리엘라입니다. 그래도 그 사람만의 좋은 점이라던가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요. 마리엘라가 미궁 도시로 와서 처음으로 구매한 노예 지크와 흑철 수송대의 링크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엔 주종 관계였던 전자와 거래 관계였던 후자의 위치는 어느덧 역 하렘의 포지션을 잡아가고 있어요.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고기 방패로 운명을 다할 예정이었던 지크는 그녀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이제는 완전히 회복하여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어 있는데요. 범죄자 노예였던 자신을 그저 평범하게 바라봐 주는 그녀의 성품에 이끌려 지금은 보호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근데 나날이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서 조금 얀데레 같은 성향을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링크스와의 관계에서 지금은 연적 비슷하게 대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기도 하죠. 거기에 더블어 가사를 도맡아 하면서 메이드 역을 자처하고 있기도 하고요. 조금 오글 거려요. 과묵하면서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음흉한 것이 아닌 주종 관계를 뛰어넘어 이성으로써의 사모...
링크스는 그녀와 처음 만난 날 아무렇지 않게 포션을 써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상사의 명령에 보호 목적으로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시대는 포션을 만드는 연금술사가 멸종해버려서 포션이 금값 그 이상이거든요. 옆 나라 가면 살아있는 연금술사가 있긴 한데 그 지방을 벗어나서는 포션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마리엘라가 있는 지방은 그녀 외엔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연금술사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보시면 돼요. 그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위기감이 없는 그녀를 보호 할려고 지크와 흑철 수송대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책벌레의 하극상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돈이 될만한 걸 만드는 존재를 감추고 보호하는, 그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쓰러 내리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하는데요. 마인에게 벤노와 페르디난드가 있다면 마리엘라는 흑철 수송대의 사람들과 지크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공통점은 두 히로인들을 외부의 검은 마수로부터 지켜준다는 것,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만히 내버려 둘 세상은 어디에도 없는 것입니다. 종막엔 배를 갈라 해부하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마인이나 마리엘라나 위기감은 코딱지만큼이나 없어요.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 줄 아냐며 매일을 구박받지만 붕어 3초 머리인지 곧 그런 건 안중에도 없게 되죠.
이번에도 그래요. 마리엘라는 지크의 우려를 가볍게 무시하고 미궁 토벌대에 대량의 포션을 납품하면서 결국 그녀의 존재가 발각되고 말아요. '아그위너스 가(家)' 200년 전 연금술사의 맥이 끊긴 이 지방에서 유일하게 포션을 공급하는 그 귀족은 그녀의 존재를 어렴풋이 특정하게 되면서 마리엘라에게 위기가 찾아오죠. 단순히 그녀를 포섭해서 알만 낳는 기계로 만드는 거라면 그나마 나은데 그 이면엔 추악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마인에게 영주가 있다면 여기도 영주 비슷한 존재가 있어요. 점점 더 책벌레의 하극상과 유사한 관계를 보여줘서 흥미가 돋더군요.
결국은 마인이나 마리엘라나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의 뒤치다꺼리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연명한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주인공이 이끄는 이야기기 보다 이런 작품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도 미궁 토벌과 아그위너스 가(家)에서 일어난 아포칼립스적 이야기들은 마리엘라와 동떨어져 진행이 돼요. 그 중심엔 포션이 자리 잡고 있어서 마리엘라도 관여될 듯하면서도 어디까지나 관찰자 입장에서 그녀는 이런 일들을 지켜볼 뿐이죠. 요컨대 이 작품의 제목처럼 살아남은 그녀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면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히 관찰해간다 할 수 있어요.
맺으며, 그녀의 스승에 대한 복선이 풀리나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작가가 배신을 때립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을 들어 주려는 작가의 배려가 아니었나 했습니다. 여기서 그녀의 정체가 까발려진다면 진짜로 배가 갈라질지도 모르거든요. 스승이 발견된다면 더욱, 물론 몇몇 사람은 그녀가 진짜배기 연금술사라는 걸 알아 버리긴 했지만 그녀를 보호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서 배가 갈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하더군요. 그러니까 히로인 모르게 마을 단위로 역하렘이 형성 중이랄까요. 그녀는 그럴 리 없다고 하고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리뷰를 건선 건성 써서 재미없나 하실 텐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6.5점을 주겠습니다. 전생물 치트는 아닌데 이세계 사람으로 치트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 점수가 많이 깎였습니다. 분명 200년 전의 그녀는 별 볼일 없는 연금술사였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포도알이 양분을 다 빨아먹어서 커진 듯한 괴리감 때문에 읽는데 좀 고역스러웠군요. 물론 스승에게서 지옥훈련받았다고 서술되곤 하는데 즉석에서 갖다 붙이는 설정같이 느껴져서 더욱 점수를 깎고 있어요. 그래도 3권이 나온다면 구매는 해볼렵니다. 스승에 관련된 복선이 아직 풀리지 않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진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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