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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에 실피(쿼드 엘프)를 덮치려다 아빠에게 들통나서 멍석말이 당해버린 주인공 루데우스, 현실에서 이런 적극성(행동력)으로 살았다면 괜히 뚜둘겨 맞고 쫓겨나진 않았을 텐데 인간은 꼭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야 후회를 한단 말이죠. 이번엔 실수하지 말라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삶, 이쪽 세계에선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야지라고 다짐하며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영재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만. 하지만 전생의 방구석 폐인 기질이 남아 있었던 건지 아니면 몹쓸 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받아서 그런지 여체의 신비를 갈구하기 시작하죠. 겸사겸사 공부와 수련도 하지만, 그 첫 번째 희생양이 실피였군요. 파울로는 자꾸만 아들 루데우스에게 의존해가는 실피를 보다 못해 아들을 멍석말이해서 큰아버지 댁 가정교사로 보내버립니다.

 

5년이라는 유예 시간이 루데우스에게 주어지죠. 그런데 실피를 몹쓸 몸으로 만들어 놓고 훗날 아수라장을 연출하려는지(그런 일 없음) 또다시 실피의 전철을 밟기 위해 희생양을 찾습니다. 사실 희생양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습니다만. 그의 노골적인 성x활을 비춰보면 희생양이라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파울로의 큰아버지 '사울로스'의 손녀 '에리스'와의 만남은 그에게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까. 자, 연애 시뮬 게임처럼 에리스도 공략해서 나만 바라보게 할 것인가. 실피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이 왜 여기에 좌천(?) 되었는지도 모른 채 일단 눈앞에 닥친 일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념에 따라 에리스의 가정교사가 되어 5년 동안 분골쇄신하겠노라고 다짐은 합니다. 그런 그에게 신은 천벌을 내리죠. 살면서 이렇게 뚜뚤겨 맞은 적이 있었던가 싶었을 겁니다.

 

흉포하니 먹이를 주지 마시오. 에리스의 첫인상을 딱 그렇습니다. 우리에서 풀려난 맹견이라면 애교스럽고 한창때의 맹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싸가지 없다며 말보다 주먹이 나가고 남자 위에 올라타서 양손을 무릎으로 눌러 찍고 안면을 마구 줘패는 히로인이란.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기가 세다고 하면 그건 칭찬이겠죠. 그래도 그녀는 검술엔 일가견이 있어서 제법 실력은 되는데 어쭙잖게 배운 무술(검술)이 더 흉악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뭔가를 부탁할 때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묶고 냥냥~ 거리는 모습에서 오는 이 괴리감은 무엇? 이런 머리에 꽃 꽂은 여자애를 무슨 수로 가르친단 말인가. 아버지(파울로)와 한때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검왕 길레느(수인족)에게 조차 야밤에 습격할 정도로 당찬 여자가 바로 에리스란 말입니다.

 

그녀(에리스) 나이 9살, 루데우스 7살, 한 자릿수 밖에 되지 않는 애들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슨 일은요. 할애비(파울로 큰아버지)가 다 교육을 말아먹은 덕분이고, 아빠(필립)의 방임주의가 불러온 재앙일 뿐...

 

하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니까. 산이 높으니까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죠. 연애 시뮬 게임도 다 초반엔 저런 흐름입니다.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이번 에리스 에피소드는 흉포한 히로인을 갱생 시키는 걸 골자로 하고 있어요. 괜히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마냥 지식을 이용해 그녀에게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 하죠. 근데 이런 전생물을 보다 보면 늘 궁금했던 게 전생의 IQ와 전생후의 IQ는 합쳐지는 것인가이군요. 평준화된다면 딱히 이세계 전생도 좋지만은 않은 듯. 아무튼 너무 예리해서 철도 뚫어버릴 바늘 같은 에리스의 기를 어떻게 꺾을 것인가. 이건 뭐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연애시뮬 게임처럼 엔딩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 과정이 어떤가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죠. 사실 과정을 거치지만 큰 이야기는 없어요. 있는 건 성추행뿐...

 

아무튼 그렇게 3년이 흐른 어느 날, 올 것이 오고야 맙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고 아시겠지만 '전이 사건'이 터집니다. 그동안은 가족과 유대 그리고 가정이라는 틀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면 이제부터는 세계를, 그리고 슬픔을 주제로 이어지죠. 그걸 위해서 이번 2권은 에리스 에피소드 이외에도 세계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이 사건은 주인공이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련이겠죠. 그리고 이걸 읽은 독자는 가슴 먹먹함과 답답함 그리고 초조함이 찾아올 것이고요. 이런 감정을 가지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입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감정이입 시키는 능력이란, 몇 번 안 나온 에리스의 엄마 힐다조차 전이 사건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불러올 정도니까요.

 

맺으며, 남자는 일단 잘생기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다나카('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얼굴보단 내면일까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되는 빌어먹을 세상이 이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데우스가 부럽다면 다나카는 불쌍하죠. 마구 만져도 호감도가 올라가는 이 작품과 마구 만지면 범죄자 신세가 되는 다나카, 그래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 성에 관련된 것에서 거침이 없다는 것이죠. 숨기고 빼고 그런 것보다 대놓고 표현하니까 시원시원한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에 '필요할 때만 신을 찾는 일본인'같이 개그성 표현도 두 작품 다 거침이 없죠. 근데 10살에 벌써 발정 오는 건 좀 참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동정이라서 실패했지만 다나카같이 지식이 있었다면 누군가는 아청법으로 잡혀갔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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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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