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표지 모델은 '미하'입니다. 그녀가 안고 있는 공포(악몽, 나이트메어)는 거미인데요. 어릴 적 친구 하나 없이 급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살아왔던 미하, 어느 날 괴롭혔던 애들이 거미를 한 움큼 주워와 미하의 몸에 풀어 놓았고 우연찮게 섞여 있었던 과부거미에게 물려 죽을뻔하였던 것까지 합쳐져서 트라우마가 되어 성장한 지금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공포는 따로 있었는데...


그 미하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2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 다리를 잃고 그토록 싫어하는 거미 다리를 얻게 된 것도 모자라 연희에게 쥐어짜져 몸이 원래라면 돌아가지 않을 방향으로 꺾어버렸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그녀의 과거도 처참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뒤로도 험하게 다뤄지는 불행한 캐릭터랄까요. 태범 일행은 혼수상태가 된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는데요. 그런데 그 의사가 하필이면 나이트메어, 인간의 의사(意思)를 가지고 인간의 감정을 가진 꼬마 숙녀의 모습으로 태범 일행을 맞이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런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태범 일행은 친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습니다. 그러다 강한 적을 만나 고전하고 각성하여 좀 더 강하게 성장하는, 그리고 인간을 해치고 잡아먹는 나이트메어라도 인간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도 있다는 것을 알아 갑니다. 이들이 병원 동의보감을 운영하는 도롱룡 나이트메어 '널시'를 만난 건 어쩌면 새로운 시대로의 길을 개척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야 나이트메어를 때려죽이라고 만들어진 이들이 나이트메어에게 치료를 받다니요.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고 클리셰라 생각하셨는지 이쪽 길로는 가지 않습니다. 무엇을? 공존의 길을, 하지만 종을 초월한 우정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했습니다. 실제로 널시에게서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그 기대는 연희에 의해 무참하고 처참하게 깨져버립니다. 작가가 이런 점에서 용서가 없더군요. 인연을 소중히 하고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아련함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기도 전에 꺾여버린 심정은 좀 먹먹했습니다.


어쨌건 널시의 치료 덕분에 살아날 가능성을 비춘 미하, 본격적인 그녀와 그녀가 품고 있는 나이트메어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이것을 이겨내고 보다 성장한 자신을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힘에 먹혀 힘이 시키는 대로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드러나는 그녀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의 진실은 그녀를 폭주로 몰아넣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슬픔,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던 어린 시절과 죽음 직전까지 몰려갔던 거미에 대한 트라우마, 갈 길을 잃고 손을 어디로 내밀어야 될지 모르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나호...


뜬금없지만 글 양을 줄이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S급 나이트메어인 월향 비호를 쓰러트려야 하는 퓨라와 그녀에게 반쯤 꼬임 당하고, 반은 자신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를 찾기 위해 태범 일행은 장장 3권에 걸쳐 언급되었던 로스트 타운에 입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인류를 보게 되는데요. 사실 여기에 오기 전에 태범 일행은 무련이라는 살아있는 인간 여성을 만났었습니다. 무련 또한 본 이야기에 복선을 안고 있지만 글이 길어지니 패스하고요.


로스트 타운에서 그동안 나이트 메어에 대한 인식을 제 정립하게 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나이트 메어, 마치 중세 시대 계급 사회를 보는 듯한 모습을 갖춰 놨습니다. 여기서 인간은 천민이고요. 널시도 그렇고 상인 나이트메어도 그렇고 인간과 나이트메어 간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작중에는 인간일 때의 습성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는 언급이 있긴 합니다만, 이것은 오래된 종은 도태되고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일까요.


어째 점점 나쁜 건 인간이라는 흐름입니다. 물론 이런 흐름이 싫은 건 아닙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복선이 엄청 흘러나왔습니다. 작가가 이것을 다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잊을만하면 나오는 것이 아닌 조금 거짓말 보태서 책장 넘길 때마다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태범의 어머니에 관련된 복선은 흥미로웠는데요. 설마 퓨.. 뭐시기양하고 남매라거나..? 석도와 무련의 관계도 좀 흥미로웠습니다. 석도와 무련에게서 옛날 애니메이션 기동전함 나데시코에 느꼈던 애절함을 엿볼 수 있나 했는데 작가가 수줍음이 많은지...


맺으며, 재미있었습니다. 적절하게 개그도 들어가 있고요. 그중에 퓨라의 서질 않는군요.는 최고였습니다. 철 지난 드립이었지만 드루와! 드루 와! 도 신선했고요. 두 명 이상이 모였을 때 보여주는 인간관계도 적절히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다만 뭐랄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고 해야 할지, 마치 두 개 이상 설치했을 때 충돌 일어나는 백신처럼 혹은 두더지 게임처럼 머리를 자꾸 때려서 위로 못 올라오게 하는 느낌이었다랄까요.


요켠대 개성 있는 캐릭터 부재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극렬 얀데레 연희의 등장으로 다소 소름 끼치는 상황이 연출되어 몰입도는 있으나 나이트 메어에게 자꾸 툇짜를 맞는 태범을 비롯해 가연과 나호의 비중에 상당히 적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나마 나호가 미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장면으로 좀 부각되긴 했습니다만... 아웃사이더 같던 석도도 뭘 하고자 하는지 모르게 되었고요. 그리고 섣부른 존댓말 캐릭터는 좀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이름은 반말로 부르고 용건은 존댓말로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마지막으로 분위기는 여전히 아포 칼립스에 맞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여러 가지 복선과 인간의 감정을 가진 나이트메어도 있다는 걸 알리며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르게 하는 등 치밀한 구성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특히 리빙 뭐시기 집단이 점점 악의 축으로 변해 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쓰고 싶지만 지면 관계상 이만..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V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V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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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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