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현실 세계에서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다른 종으로의 환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법과 마물이 있고 마족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신화시대부터 풍미해왔던 최강의 고신룡은 지금 그 수명을 다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낡은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처럼 낡은 것이 도태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하여 눈을 감는 것이 아닌, 자신을 토벌하러 온 용사 일행을 바라보며 이런 죽음도 괜찮을 거라 여기며,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안도감에 젖어 기꺼이 용사 일행에게 토벌을 당합니다.


그런데 명부 깊숙한 곳에서 언제까지고 잠이 들 거라 여겼던 고신룡이 눈을 뜬 곳은 인간 어머니의 뱃속, 신화시대부터 천하를 호령해왔던 고신룡이 인간으로 환생했습니다. 여기엔 복선이 조금 존재하는데요. 그깟 용사에게 좀 맞았다고 죽을 고신룡이 아니었고 아무리 깊은 상처가 있다고 해도 치유가 가능한 고신룡의 부활이 두려웠던 어떤 존재에 의해 인간으로 환생된 것입니다. 고신룡의 힘이 약체화되길 바라며, 이 존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으로 환생한 고신룡이 이 존재를 밝히기 위해 목표로 할 복선이 아닐까 했습니다.


그렇게 인간으로 태어난 고신룡의 이름은 드란, 평범한 촌락의 부모에게서 둘째로 태어나 나름 축복  받으며 자라 지금 16세가 되었습니다. 이제 고신룡때의 기억과 힘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던 드란의 모험이 시작되는데요. 인간으로 태어나 접했던 경험과 접촉, 그리고 감정 등은 그에게 매번 새로운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16년, 고신룡일때는 느끼지 못했던 모든 것이 여전히 그에겐 신선하고 흥미로웠던 것이죠. 그리고 지금 새로운 인연을 만나러 갑니다.


리자드 마을의 이변을 조사하러 갔던 드란은 반인 반사(半人半蛇) 라미아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의 이름은 '세리나' 그녀는 일정 나이가 들면 남편을 찾아 마을을 떠나야 된다는 규율에 따라 여행 중이었습니다. 머나먼 옛날 저주받은 왕녀가 변한 게 라미아의 시초라는 것에서 그녀를 인간으로 봐야 될지 몬스터로 봐야 될지 애매한 부분이지만 이런 이종족이 히로인으로 나오는 작품은 그리 흔한 게 아니어서 필자는 본 작품을 접하기 전부터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여튼 세리나는 어리바리합니다. 몬스터 특성처럼 영악하고 사람을 잡아먹으려 기회를 엿보는 것이 아닌 허둥대고 약간은 둔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덜렁이 속성에 가까운데요. 리자드 마을을 몰락시킨 이변을 조사하던 드란을 만나 처음부터 단숨에 가까워져 이제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립니다. 뭔가 야시꾸리한 이야기지만 뭐 전혀 다른 말은 아니라는 걸 이 작품을 읽어 보시면 알 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다가 타락한 정령을 맞이하여 드란과 싸우며 호흡을 맞추고, 그의 성품에 차츰 이끌려 갑니다.


그리고 세리나는 드란이 살고 있는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 그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수인족과 공존하는 세계지만 인간과 몬스터의 경계가 애매한 라미아가 받아들여질 것인가, 꼬리 한방에 인간의 목뼈를 부러트릴 수 있다는 라미아의 무서운 전투력과 사람을 홀리는 마안을 가지고 있는 세리나가 마을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지극정성 활약하는 모습은 매력 포인트로 다가옵니다. 


보다 남쪽으로 내려가 남편감을 찾으려 했던 세리나, 하지만 드란없인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그녀는 그와 헤어지고도 리자드 마을 근처를 배회하였습니다. 운이 좋으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리고 다시 만나는 장면은... 애틋함과는 거리가 먼 목석같은 드란 때문에 분위기는 똥이 되어 버리고요. 드란은 망할 고신룡때의 감각으로 인간... 아니 여자를 대하다 보니 망신살과 창피함은 히로인 몫으로 남습니다.


그렇게 일상이 흘러가고 어느 날 크리스티나라는 여검사가 마을에 찾아오면서 마족과의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데요. 이거 완전 뜬금없었습니다. 히로인 라미아 소녀 세리나와 좀 더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연출할까, 세리나는 어떻게 드란의 마음속으로 파고들까 연신 기대를 하였던 필자의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겨주었습니다. 물론 평소엔 보이지 않던 마물이 마을 근처에 나타나며 전조를 보이긴 했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게 세리나 말고도 여럿 히로인들이 나와요. 그런데 그녀들이 드란에게 대시를 해도 드란은 뭐 어쩌라고 같은 반응뿐이니..


그런데 상황은 단숨에 다크 한 시리어스로 넘어가 드래곤볼을 찍기 시작합니다. 숲의 이변을 조사하다 위기에 처한 엘프 마을을 도와주며 고신룡때의 힘을 해방하며 전력투구해가는 드란, 그리고 당당히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세리나, 괜히 눈치 없이 드란과 세리나가 숲의 이변을 조사하러 가는데 꼽사리 껴서 보의 아니게 시누이 같은 포지션이 되어버린 크리스티나의 활약으로 드란 일행의 우세로 이어지지만 본격적인 전투는 2권을 기대 하라네요.


맺으며, 유유자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마을 소년이 모험을 떠나 성장하여 마왕을 쓰러트리는 성장 모험물이 아닌 처음부터 막강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마을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감각을 지키기 위해 마족과 싸워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넓게 보면 그런 느낌이고 클로즈업해서 보면 라미아 소녀 세리나와 달달한 러브 스토리 같기도 하지만 초반뿐이고 중반 이후는 주워와 놓고 방치하는 플레이로 일관하는 게 영 못마땅한 일의 연속입니다.


히로인은 많이 나오지만 섞이지 않는 모래처럼 주인공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따로 논다고 할까요. 가끔 16세 소년의 왕성한 식욕(?)으로 아랫도리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거기까지고요. 그럴수록 작가의 필력은 엄한 곳으로 향합니다. 네가 이래도 반응 안 해?라는 듯 열심히 벗기지만 주인공은 '흠'으로 일관, 이 녀석 고자가 틀림없습니다.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필력은 그렇게 높이 살만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뭐랄까 조금만 더 힘내면 언덕을 넘어갈 것도 같은데 퍼져버린 버스처럼 갤갤 거리다 뿡뿡 방귀만 낄뿐 좀처럼 언덕을 넘지 못하는 게 아쉬운 구절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이쪽으로 가면 조금 더 흥미로워질 텐데 작가는 직진보다 돌아가길 원하는 거 같더군요. 분위기를 극적으로 끌고 가는 능력 부제랄까요. 특히 주워와 놓고 방치 플레이 당하고 있는 세리나가 엄청 불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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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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