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왕고 작가의 사가라 소우가 집필한 '그런 세계는 부숴버려(도쿄편)'와 데어라 작가 타치바나 코우시가 집필한 '언젠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카나가와편)'에 이어 내청코로 유명한 와타리 와타루 작가가 집필한 '아무래도 좋아 이딴 세계는(치바편)'입니다. 한때 이 작품만 정발 되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긴 하였지만 이로써 퀄리디아 코드 시리즈는 모두 국내에 정발이 되었군요.


우선 앞서 언급한 작품도 포함해서 이 작품은 작년 3분기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작중 시간대)에서 1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프리퀄에 해당된다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30년 전 지구를 침공한 언노운을 맞이하여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대항한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란 자신이 꿈꿔왔던 이야기 혹은 트라우마가 현실이 되어 힘으로 발현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이 바라는 <세계>가 강하면 강할수록 발현되는 힘도 강해지는 원리,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힘을 손에 넣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힘의 차이에서 서열이 생겨나는 건 필연적으로, 힘 있는 애들이 모여 언노운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투과]는 엘리트로써 중세 시대에 빗대면 고위 귀족이 되고, 그 이하는 상인과 농민 그리고 천민으로 나눠집니다. 그래서 힘의 서열에 따라 전투과 위주로 돌아가는 세계, 학교를 졸업(1) 하면 힘의 서열에 따라 생활권이 결정되는 불합리가 존재하는 세계가 여기입니다.


주인공 카스미는 전투과에서 생산과로 좌천되었습니다. 초엘리트 집단인 전투과에서 농민이 생활하는 생활과로 내려온 그의 앞에 사사건건 트집만 잡아대는 직장 선배 '우루시바라',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의욕적으로 신작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선배 여학생 '아사가오' 그리고 전투과에 있을 때 동료였던 덜렁이 소녀 '렌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인간은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이 4명은 생활과를 이끌며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시작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들에게 기다리는 미래는 암울함뿐이었는데요.


엘리트만이 보장받는 시스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밑바닥 인생뿐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천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양반은 될 수 없고, 노예가 아무리 노력해도 귀족이 될 수 없듯이 포기하고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불합리한 지금의 시스템을 부수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 것이냐는 '아사가오'에 의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카스미' 사실 그에겐 이런 세계 따윈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여동생 '아스하'와 떨어져 지내야 된다는 미래를 직시하기 전까지는요. 그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여동생 '아스하'가 있습니다. 아스하는 전투과에서 차기 수석에 거론될 정도로 엘리트였는데요.


하지만 오빠는 힘이 없어 좌천되고만 말단 중 말단, 둘의 미래는 벌써부터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입은 험해도 츤데레처럼 상냥한 여동생, 떨어져 지내도(2) 가족의 온기를 느끼려는 듯 매일 찾아와 곁을 지켜주는 여동생을 바라보며 카스미는 머지않아 찾아올 이별을 생각합니다. 졸업하고 후방으로 보내져도 더 이상은 만나지 못할 단 하나뿐인 여동생, 30년 전 언노운의 침공으로 콜드 슬립에 들어갈 때 괜찮다고 말해준 부모의 기억이 그의 등을 떠밀기 시작합니다.


힘이 있으면 귀족, 없으면 천민인 세상, 비단 카스미만이 아니라 생산과 선배 '아사가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미래를 결정하는 포인트 제도,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지만 30년이나 지난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언노운과 전투를 지속하며 모든 권리를 독점하는 전투과에 대항해 택시 기사도, 비행기 파일럿도, 쌀 배달 아저씨도 다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이라는 공공의 적 1-1 강철중 어머니의 말씀처럼 우리도 언노운과의 전투에 일조한다는 일념 하에 전투과 이하 부서의 봉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도 잘 살아 보겠다는 몸부림의 시작


큰 틀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고 자잘하게는 주인공 카스미가 겪는 영업사원의 비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학생이면서 벌써 사회생활과 똑같은 일을 겪어가는 카스미에게 내려지는 온갖 불합리, 하지만 내청코의 주인공 하치만이 그랬듯이 자신의 안주를 위해 속으로 욕해도 묵묵히 일을 해나가는 현대의 아버지상을 엿볼 수 있고요. 어떻게 하면 들고 가던 차(tea)를 머리에 뒤집어쓸 수 있는지 의문인 덜렁이 속성에 눈치 하나는 엄청 빨랐던 렌게에게서 유이의 그림자를 봤지만 사실은 부뚜막에 제일 먼저 올라가는 고양이였습니다.


이 작품을 표현하라면 달달함에 숨은 씁쓸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렌게가 카스미를 향한 핑크빛 달달함은 사실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어두운 검은색이었다는 결과에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후반부 렌게에 의해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클리셰이기도 했군요. 그로 인해 혜택을 본 것은 주인공 카스미였다는 것에서 아이러니했지만요.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노력했던 아사가오는 닭 쫓던 개가 되어 버렸고, 기득권을 지키려던 전투과는 통째로 수렁에 빠지는 등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세계를 맡겨 놓으면 어찌 되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줘서 씁쓸함이 묻어났습니다.


맺으며, 누가 내청코의 작가 아니랄까 봐 분위기가 매우 흡사합니다. 내청코의 하치만 일행이 졸업해서 사회에 진출하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일들이 매우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직장 상사와 선배의 눈치 보며 자신이 악역이 되면 만사 ok라는 식의 카스미, 덜렁이 속성이지만 가드가 높고 눈치가 빠른 유이 같은 렌게, 사람을 막 부려 먹지만 엄한 곳에서 면역이 없어 몸이 고생하는 유키노 같은 아사가오, 대중 앞에 같이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오빠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스하에게선 코마치의 그림자가 엿보였습니다.


내청코를 즐겨본 필자로써는 매우 반가운 분위기였지만 기대를 많이 하면서 읽은 탓인지 1권 중반부터 2권 중반까지는 사실 많이 무미건조합니다. 지리멸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요. 그냥 일상생활만이 흘러갑니다. 약간의 트러블도 있지만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하진 않았고요. 하치만처럼 세상 다 잃은 것 같은 독백도 나오지 않습니다. 유키노 같은 독설도 나오지 않고요. 전체적으로 내청코 하향 버전이랄까요. 그래도 하치만이 코마치를 챙겨주는 것처럼 소파에서 속옷 차림으로 뒹굴거리는 아스하는 바라보며 미래에 헤어지는 걸 걱정하며 챙겨주는 카스미의 구구절절한 마음은 가슴에 와닿기도 했군요. 사실 이것만 생각 나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영상출판 미디어(노블 엔진)가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영상출판 미디어에 감사를 드립니다.


 

  1. 1, 어른들은 이능력인 <세계>를 구축할 수 없다.
    일정 청소년 나이대가 아니면 <세계>가 구축되지 않아 작중에서 어른들은 후방에 머물며 아이들을 지원하는 형태
  2. 2, 아스하는 중등부라 기숙사에서 지냄, 주인공 카스미는 꼴에 전투과에 속해 있다고 개인 주택을 받아 기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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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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