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쯤에서 종결 시킬 수 있었음에도 좀 팔리니까 일본 엔터테인먼트 고질병과 비슷한 이야기 늘리기가 시작되는군요.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여자들을 잡아다 정신개조해서 능욕을 일삼으며 일단 복수는 완성되었었습니다. 이제 등짝 좀 보자를 시전했던 [대포]의 용사만 남았는데요. 시골에서 순진하게 커왔던 주인공에게 있어서 등짝 좀 보자는 정말 정신을 망가트리기에 충분하였죠. 근데 이전 이야기에서 [대포]의 용사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으면서 복수가 최종 완성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복선이 나왔었습니다. 게다가 첫 번째 생에서 세계를 개악하는데 썼던 [현자의 돌]마저 [대포]의 용사에게 빼앗기자 주인공의 분노가 더욱 커져만 갔죠. 사실 이것보다 이에는 이로 대갚음해준다는 심념 아래 철저하게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주인공 케얄가는 과연 [대포]의 용사를 만나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그에게 등짝 좀 보자를 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이브'를 마왕에 추대하는데 성공한 케얄과와 정신을 개조당해 케얄가 님 만만세를 외치고 있는 히로인들은 이제 지오랄 성으로 진격의 나팔을 불게 되죠. 사실 성적으로 괴롭히고 등짝 좀 보자고 했던 각종 용사 일행도 일행이지만 주인공 케얄가가 당했던 모든 부조리의 원흉은 지오랄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발단은 그의 명령으로 시작된 것이니까요. 즉, 적의 수괴를 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전에 [대포]의 용사도 어찌해야 되겠지만, 아무튼 일단 지오랄 왕을 만나 개과천선 시키자고 의견이 모이게 되죠. 하지만 누가 최종 보스 아니랄까 봐 지오랄 왕 나름대로 뭔가에 씌어서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는데요. 그래서 이브를 마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선대 마왕과의 치렀던 전쟁보다 더욱 치열한 전투...라고 해야 하나? 온갖 비겁한 짓을 다 해놓고 정당한 전투였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못하지 그건. 아무튼 선대 마왕보다 나은 전투를 보여줄까 내심 기대를 하였군요. 하였는데...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하나 의문이 드는 게 있습니다. 과연 주인공에게 친구는 있는가 하는 것이군요. 결론은 단언컨대 없다였습니다. 왜냐, 사람을 못 믿거든요. 어떤 도시에서 한 명 사귀기는 하는데 어차피 금방 죽는 엑스트라고, 그래서 히로인들을 죄다 정신개조해서 델꼬 다닙니다. 그나마 '크레하'만은 정신 개조를 하지 않았지만 검밖에 모르는 바보를 속여서 이용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에 지나지 않았죠. 이번에 마왕이 된 '이브'는 기둥서방을 두게 되는 여자의 정석을 보여주듯이 주인공의 달콤한 말에 속아서 그의 말은 진실이 되고, 그의 부탁이라면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게 됩니다. 결국 이브는 뒷바라지 해줬더니 남자는 성공하자마자 여자를 차버리는 골동품 드라마의 히로인격이라 할 수 있어요. 이번에도 마왕이 되자마자 그의 부탁은 뭐든 들어주는 대목에서 딱 그런 이미지였군요. 이런 상황에서 진실로 주인공을 걱정해주고 사모하는 히로인 혹은 친구는 있나 하는 물음. 답은 없다죠.

 

그 예로 구렌(표지)이라는 여우 소녀가 있어요. 알 상태일 때 주변의 욕망을 먹고 자란 여우 소녀는 자신의 욕망에 매우 충실하죠. 그 욕망에 따라 도망치려다 주인공에게 붙잡혀 주인공 말을 절대적으로 듣게 되는 각인을 받고 말아요. 엄청 야비한 주인공이라고 또 한 번 인증하게 되죠. 이번에 지오랄 왕과 싸우면서 구렌은 이런 말을 합니다. '주인(주인공)이 죽으면 나도 죽으니까 절대 죽으면 안 된다(각인 때문에)'고, 이 말은 주인공을 걱정하는 것보다 구렌 자신의 목숨을 우선시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말을 듣고 뭔가 깨달은 바가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말아요. 사실 여타 작품의 주인공보다 매우 불쌍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실된 마음으로 주인공을 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죄다 조작된 마음으로 주인공을 대하고 있으니까요. 결국은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용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짓을 주인공은 해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다 죽여 버리고, 여자는 강X하고, 이번에도 그래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주인공 일행을 가로막은 여자를 잡아다 강X해버리죠. 주인공의 행동은 참으로 극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적으로 만나 싸우면서 자신의 복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건만, 자신에게 대들었다고 상대를 가차 없이 농락해버리고 목숨을 빼앗는 악의를 뿌리고 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브를 마왕으로 추대하면서 마족이라는 거대한 종족을 손에 넣었고, 지오랄 왕을 무찌르게 되면 플레어(정신 나간 히로인)을 내세워 인간족도 사실상 손에 넣게 되었을 때. 주인공은 과연 이들을 믿고 생활할 수 있을까? 작가는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읽는 내내 계속 생깁니다. 역대 사상 최악의 마왕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죠. 겁쟁이는 말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그 겁쟁이가 힘과 권력을 손에 넣었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일까. 딱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죠.

 

맺으며, 이 작품은 늘 그래왔지만 정신 조작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게 한다고 그게 진실된 삶이자 호감인가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사람에게 괴롭힘 당한 끝에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 주인공이 이렇게라도 살아가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성이 강하죠. 그로 인해 잃는 게 참 많다는 메시지도 던집니다. 아무도 곁에 오질 않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적대하거니 낌새를 보이면 목숨으로 갚으라고 하는데 무서워서 누가 곁에 있으려 할까요. 그래서 정신 조작을 해서 곁에 있게 하는, 참으로 불쌍한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항상 사람은 살아가면서 주변에 관심을 줘야 한다는,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개인주의를 비꼬는 게 아닐까도 싶었군요. 그 왜 가끔 칼부림 사건도 일어나잖아요. 따돌림은 나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야말로 이 6권을 끝으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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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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