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똥을 줬어.

 

이번 2권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점입니다. 리뷰 끝.

 

 

 

끝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좀 써보자면요. 사실 써보려고 해도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건질만한 이야기는 없어요. 있다면 이름보단 눈동자 색이 쇼킹 핑크여서 쇼킹 핑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 '린제리카'는 왜 주인공 '로와'에게 집착을 하는가입니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넘어온 후, 그녀는 줄곧 '로와'를 찾아다녔죠. 대륙 동부를 점령한다는 미명 아래 군을 출병 시킨 건 어쩌면 부가적인 것이고, 주 목적은 로와를 찾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로와가 환생해서 18살이 되면 그녀는 반드시 그의 앞에 나타났는데요.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를 베어버립니다. 그래서 여기라면 안 오겠지 했던, 세 번째 생에 이런 생물로도 환생하는 주인공이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줬던 리자드맨(?)일 때도 어김없이 그녀는 나타났어요. 

 

여기서 의문점은, 린제리카도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환생을 하는가입니다. 매번 주인공 로와는 모습도 다르고 이름도 다른데도 그가 18살일 때 어김없이 나타나죠. 그리고 똑같은 짓을 합니다. 눈동자 색도 쇼킹 핑크인건 변함이 없고, 무지막지한 검술 실력도 변함이 없어요. 여기서 더욱 의문인 건 주인공이 죽어서 환생할 때, 이때를 맞춰서 그녀(린제리카)의 인격을 가진 무언가가 동시에 태어나는가도 있습니다. 매번 주인공이 18살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린제리카는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를 보여주고 있죠. 필자는 주인공이 죽으면 그녀도 동시에 같이 죽나 했는데 이번 2권에서 밝혀지기론 그렇지 않다였습니다. 주인공이 죽은 이후에도 여러 활약을 해댔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도 매번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린제리카는 누구인가.

 

뭣 때문에 린제리카는 주인공 로와에게 집착을 하는가. 이쯤 되면 또 다른 의문점이 생깁니다. 주인공 로와는 왜 환생을 반복적으로 하는가. 작가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라고 쉽게 대답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진짜로 그렇다면 어이가 없겠죠. 그래도 명색이 중견 이상의 명성을 쌓고 있는 작가가 허술하게 설정을 잡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즉, 주인공의 환생에도 뭔가의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답은 좀처럼 내놓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서 기억이 상실된 사람의 기억을 단편적으로 가끔씩 보여주듯이, 이 작품도 진실이라는 설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유추하게끔 이끌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군요. 고로 주인공의 환생이 가지는 의미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렇게 장황하게 써 놓고 정작 그녀의 장체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는 게 창피하군요. 여기까지 쓰면서 문득 생각이 미친 게 있는데, 주인공 로와가 앓고 있는 두통에 관련된 것인데요. 요르문드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이후 제국군과 맞서 싸우며 로와는 줄곧 두통에 시달리고 있죠. 정신을 잃을 만큼 매우 고통스러운 두통은 어쩌면 로와가 가진 옛 기억이 봉인되어 있고, 이 봉인으로 인해 격심한 두통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두통이 없어지고 기억이라는 봉인이 풀렸을 때 린제리카의 정체도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는데요. 로와가 수많은 환생을 거치며 린제리카에게 적의를 살 만큼 뭔 짓을 했진 않을까. 어쩌면 절대종 이외엔 열등종이라며 인간 취급도 안 해주는 제국의 모토를 만든 게 주인공 로와였다든지? 물론 필자의 망상일 뿐 어디에도 답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요르문드 국경에서 린제리카가 이끄는 제국군을 맞아 주인공 로와는 있는 지략 없는 지략 다 꺼내서 겨우 제국군을 물리치고 반전의 실마리를 잡아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린제리카의 가공할 검술 실력에 안타까운 희생도 있는등, 리얼로봇계 같은 전쟁엔 희생도 따른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잃지 않고, 찌끄레기 인생뿐이었던 이제까지의 인생을 뒤로하고 조금은 최선을 다해 모두를 지키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전장에 서는, 도망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고뇌 등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제법 괜찮게 다가옵니다. 그의 지략으로 서서히 제국군을 몰아내면서 많은 나라가 동참을 하고 이대로 간다면 그는 일약 영웅이 되었을 테죠.

 

맺으며,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 이어 이세계 환생은 했지만 먼치킨에 치트는 아니라는 작가만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근력도 없고, 검 실력도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주인공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지략을 내놓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전적으로 군(軍)의 몫이니까. 민간인에 지나지 않는 주인공 로와가 이쪽으로 가라고 한다고 그렇게 할게요라며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는 전장에서 로와가 내비치는 고뇌는 정말 리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로와의 말대로 하니까 잘 풀리네 같은 느낌의 전장이었긴 합니다만. 로와 덕분에 잃지 않은 전력도 있었고, 찾은 땅도 있었기에 조금식 로와를 받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장면에서 노력의 산물이란, 노력의 보답이란 이런 건가 싶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부질없어라. 고지가 저 앞이었습니다. 재국군을 몰아내기 일보 직전에 작가의 용단은 정말 허를 찔러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작가는 주인공 로와와 린제리카 서로 관계성이 깊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던 게 아닐까 했군요. 주인공 로와가 환생하면서 맺었던 인연은 린제리카와의 인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사실 2권 결말은 주인공 로와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했군요. 이것이 현실이라면 앞으로의 인연은 어떻게 될 건가. 이야기 몰입에 방해를 줄 텐데, 작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까 이런 결말을 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허탈한 건 어쩔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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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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