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며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왕도에서 멋대로 살고 싶다 1권 리뷰
장르: '추방', 꿈도 희망도 없는 '다크 판타지', 사지 절단 '코즈믹 호러', 둘이 있어 행복한 '백합'.
부제목으로 적당한 단어: 상처투성이뿐인 두 소녀가 살아가는 길과 방법, 모든 것을 잃어버린 소녀와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소녀.
필자의 한 줄 평: 추방물의 신기원, 여타 작품에서 이제까지 등장했던 불쌍한 히로인들은 잊어라.
정도를 벗어나 사람이 악(惡)해지는데 한계는 없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겠죠. 마왕을 쓰러트리기 위해 신의 계시를 받아 길을 떠난 용사 일행이 있습니다. 모두가 특급 사수들이고, 용사 또한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졌어요.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죠. '플럼 애프리코트' 방년 16세 소녀, 그녀가 가진 스킬은 '반전(회전 시킨다)'.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계시를 받아 용사 일행에 합류하였으나, 그녀의 스킬이 발휘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해명조차 되지 않은 미지의 스킬이니까.
그리고 이세계 전생 치트물은 아니지만 스테이터스는 등장하는 세계에서 그녀의 스테이터스는 전부 0(제로), 즉, 무능력이 되겠습니다. 그래도 용사 일행은 그녀를 동료로서 대해줬고, 힘든 길에서 그녀를 지켜 줬죠. 그러나 이것은 가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는 건 그리 먼 미래는 아니게 됩니다. 그녀(플럼)는 자신의 무능력을 자각하고 파티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것 이외에서 보탬이 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녀를 못마땅히 여겼죠.
정신을 차려보니 플럼은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너 따위가 마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라며, 엘리트 의식에 쩔은 동료가 무능력인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겨 불법 노예상에 팔아 버리죠. 자신이 왜 팔려야 하는지 의미를 모르겠고, 동료들도 다 자신을 버리는데 동조했다는 것에 충격을 먹고, 노예상이 쓰레기를 구매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배빵을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죽어서라도 나를 기쁘게 해달라는 노예상의 끔찍한 연회에 동원되어 구울에게 몸을 뜯기는 고통을 맛봐야 되는 이유도 모르겠다. 그저 눈앞에 던져진 저주받은 칼을 쥐어 몸이 녹아 없어진다면, 그래도 내가 이제까지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아온 쥐꼬리만한 삶의 긍지라도 지킬 수 있겠다 싶어 저주받은 칼을 손에 쥔 순간.
그녀의 능력은 개화합니다.
얼굴에 찍힌 노예의 낙인. 동료와 전(前)주인에게 팔려 노예로 전락한 소녀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모든 악의와 싸워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세계에서 노예는 최하층 계급입니다. 당장 용사 파티에서 추방되어 입을 옷도, 잠 잘 곳도, 먹을 것도 없는 프럼이 입에 풀칠하기 위해 모험가가 되고자 했지만 철저히 배척하는 모험가 길드, 그리고 그녀를 함정에 빠트려 내기를 거는 모험가들. 길거리를 걸어도 플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니었고, 여관은 그녀를 재워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건, 노예상 감옥에서 만난 '밀키트'가 있었기에. 철이 들 때부터 노예로 지냈던 밀키트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불법 노예상의 벌인 구울 만찬장. 얼굴이 독으로 인해 짓물러 버린 소녀, 봉대로 감싸야 할만큼 추악해진 얼굴, 그러나 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소녀. 플럼은 노예상에서 탈출할 때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며, 살아 있는 것이 어쩌면 더 고통뿐일지도 모를 세계로 이끌고자 합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철저하게 뭉개지며 살아온 밀키트, 인간이 가져야 할 존엄을 지켜주려는 플럼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살아갈 희망을 그녀에게서 발견하고 조금식 미소를 찾아가는 포인트가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노예근성에 쩔어서 모든 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밀키트를 정상적인 사고관으로 바꾸기 위해 플럼은 무던히도 애쓰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플럼은 밀키트에게 호감을 느껴가게 되죠. 언젠가 밀키트가 보여줄 미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이 작품이 대답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반전(회전 시킨다. 반대의 방향)
자, 동료에 의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소녀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소녀가 만나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합니다.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모두가 필요 없다고 해도 내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 감옥에서 주운 저주받은 칼로 인해 그녀의 스킬이 반전합니다. 반전이란, 반대의 방향, 스텟이 0인 건 반전 스킬로 인해 스텟이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 고로 저주받아서 스탯이 마이너스가 되면 반전 스킬은 스탯을 정상적으로 돌려 버린다는 것(1). 이해되셨나요? 저주의 칼 덕분에 프럼의 능력이 개화하였습니다. 이제 저주 템을 모아 강해지고, 자신을 팔아넘긴 동료와 함정에 빠트린 놈들을 몰살 시켜야겠죠.
근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녀는 반전 스킬 때문에, 죽지 못한다는 일이 벌어져요. 여기서 코즈믹 호러가 발생합니다. 이 작품은 당장 스킬이 개화했다고 치트물처럼 주인공이 천하무적이 되는 건 아니라고 역설하죠. 즉, 엄청나게 굴러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주 같은 스킬 때문에 사지가 절단되어도 부활을 해버리니, 통증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싸울 때마다 살아있는 거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마냥, 무엇보다 적으로 나오는 마물 모양새가 코즈믹 호러 그 자체이기도 하죠. 이제까지 봐왔던 판타지 몬스터와 경계를 달리하는데요. 이토 준지 작가의 공포 만화와 유사한 호러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맺으며, 이 작품은 용사의 파티에서 추방되었으니 내 좋을 대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에 찍힌 노예의 인으로 인해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걸 보여주죠. 사람들은 그녀들을 배척하고, 못살게 굽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옳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인간도 있고, 그런 인간을 죽인다고 벌을 받진 않는다고, 그러니 구제할 길 없는 사람은 내가 구제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려 하죠. 손에 피를 묻힌다는 것. 제정신으로는 하지 못할 일을 한다는 건 그만큼 악에 받쳤기에 가능하다고 역설하죠. 정말 오랜만에 소름 돋았군요. 절제하는 복수랄까요.
그건 그렇고, 플럼과 밀키트의 백합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모든 것을 잃었으면서도 모든 것을 가지지 못한 짝에게 뭔가를 채워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플럼의 모습은 정말, 아무리 힘들어도 밀키트만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는 그녀. 무뢰배들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할뻔한 밀키트를 구하는 장면 또한 소름이 돋죠. 하지만 플럼의 정체, 왜 반전이라는 스킬을 가지게 되었을까 하는 복선이 나오면서 역시나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답게 앞 길은 순탄하지 않다는 걸 예고하고 있군요. 작가가 알기 쉬운 복선을 깔아서 답을 유추해가는 재미와 그로 인한 몰입도가 좋은 게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몇 안 되는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리뷰는 사실 내용의 반에 반도 언급하지 못했군요. 플럼의 과거를 회상하는 초반과 중반 이후 의뢰를 받아 해결하면서 맞닥트리는 마물과 실험실 등에서 앞의 내용이 떠올라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하는, 이런 복선 찾는 재미가 있더군요.
- 1, 정확히는 저주받아 마이너스된 스탯이 정상적인 스탯으로 작용, 좀 헷갈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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