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시골 청년 '티글' 구국의 영웅이 되어가는 그 결말 편이 되겠습니다. 시작은 옆 나라와 물 길을 놓고 벌인 전쟁이었지만, 거기서 만난 이웃나라 공녀(바나디스) '에렌'의 협력을 받아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나아가 내란을 일으킨 귀족을 처치하며 만천하에 영웅의 탄생을 알렸죠. 사실은 그저 자신의 영지만 지키면 되는, 남자로 태어나 원대한 꿈을 꿔볼 만도 하겠건만 그는 욕심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영지를 소중히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부모님이 그래왔던 것처럼 티글도 그렇게 소박하게 인생을 살려고 했었습니다.

 

참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사절단으로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기억 상실증에 걸리기도 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물과도 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픈 이별도 겪어야 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녀(바나디스)라는 입장이 되어 영지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히로인의 애절한 마음도 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오길 2년, 간신히 브륀을 안정화 시키고 지스터트로 넘어와 마물 우두머리와 최종전을 펼치기가 무섭게 왕위를 둘러싼 내란이 일어나고 말아요. 좋아하게 된 에렌 등 히로인들이 말려들어 힘들어하게 되자 티글은 또다시 분연히 일어서는 걸 선택하죠.

 

그리고 에렌의 스승이자 좋은 친구였던 '유젠'의 뜻을 받들어 티글은 지스터트의 새로운 왕이 되고자 합니다.

 

 

에렌은 숙적 '피그넬리아'의 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녀들은 이루고자 했던 뜻은 비슷하지만 방식이 달라 틀어지게 된 이후 앙숙으로 지내 왔었습니다. 그러다 에렌의 양부가 그녀의 손에 죽게 되면서 철천지 원수가 되어 버렸죠. 피그넬리아는 항상 극단적인 성격으로 이번엔 지스터트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발렌티나에게 붙어 자기만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움직였지만, 에렌은 분전한 끝에 그녀를 뛰어넘었습니다. 여기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가 있는데요. 작가는 용구 '발그렌'으로 하여금 전(前) 주인의 '사샤'의 유지를 받들게 하는, 일부러 새로운 주인으로 피그넬리아를 선택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피그넬리아가 있는 이상 에렌에게 있어서 평범한 삶은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뛰어 넘어라. 사샤가 원했던 자기는 못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을 위하여. 이루지 못한 염원을 에렌에게 맡기고 눈을 감은 그녀(사샤)에 대한 보상을 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하는.

 

피그넬리아는 12권 표지가 뿌렸던 사망 플래그대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용병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느닷없이 행동이 제약되는 공녀로 선택되었고, 졸지에 에렌의 대척점이 되어서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라 할 수 있죠. 작가가 지면 관계로 표현을 생략했는지 악역임에도 사람 볼 줄도 모르고 부릴 줄도 모르는,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멍청한 악역으로만 등장하다 하직하게 되어버린, 비운의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뜻을 이루지도 못하고, 어쩌면 용병인 에렌도 자신의 양부의 소원을 받들어 조금 강박증을 가지고 행동했다면 피그넬리아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반면교사 같은, 급조한 캐릭터치고는 꽤 많은 걸 시사하고 떠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걸 뛰어넘은 티글과 에렌은 최종 보스 '발렌티나'를 몰아내고 지스터트에 평화를 가져오고자 합니다. 

 

발렌티나, 그녀는 선대 왕 빅토르가 사망하고 왕좌가 공석이 되자 차기 왕을 두고 내란에 빠진 틈을 비집고 들어와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되고 싶어 했죠.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알고 보면 발렌티나도 참 안타까운 캐릭터입니다. 다른 공녀와 다르게 어릴 적부터 양호하게 성장해왔지만 음침한 성격 때문에 친구는 하나도 없고, 커서도 따돌림당하는 등(자기가 자초한 일), 현실에 대입 시키면 방구석 폐인 같은 캐릭터인데요. 그런 주제에 포부는 얼마나 심대한지, 문제는 그게 얼마나 구멍이 크고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모른다는 거고, 그로 인해 티글로 하여금 지스터트 왕이 되는 길을 깔아줘버리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죠. 자신의 야망에 방해되는 티글을 없애려 했지만 오히려 티글로 하여금 왕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게 그녀. 적어도 그녀가 다른 공녀들을 괴롭히지만 않았어도(티글 역린 건드림) 야망을 이뤘을지도 모를 일이라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티글은... 이 한마디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고생 참 많이 했습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고생을 필수불가결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하렘 왕국을 건설했으니 고생은 보답받은 거나 다름없죠. 지키고자 했던 고향도 지켰고요. 여느 인기 많은 주인공이 다 그렇듯, 타인을 존중하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본 같은 캐릭터가 바로 티글이 아닐까 합니다. 문제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지금까지 보면 에렌등 공녀들의 힘으로 전쟁을 치러 왔으니... 좀 안 좋게 평하자면 기둥서방 같은? 사실 이것도 인성이 뒷받침 해줘야 가능한 것이기에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맺으며, 뭐랄까 이번 18권은 작가의 뒷심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마지막답게 화려한 뭔가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투는 꽤 처절하게 묘사하는데 어차피 우리 군이 이길건데라는 느낌이 강하고, 몇몇 장면은 개연성이 한창 부족하더군요. 가령 왕의 보좌관 론인지 미론 인지하는 영감이 미쳐가는 과정을 들 수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를 미치게 하는가 하는 설명이 부족해요. 밀론이 어린 왕자를 인질로 잡고 뭔가에 씐 것처럼 노망난 부분도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하는 설명도 없고요(뭐 필자가 놓쳤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엔딩 부분은 일본 엔터테이먼트 답지 않게 확실히 끝을 맺는 건 좋았군요. 내란이 끝나고 다시 3년이 흐른 시점에서 지금 누구와 같이 있는가, 지금 그의 곁에는 누가 있는가, 그리고 결실은? 같은, 여운을 남길만한 엔딩을 보여주면서 후련하게 해주는 것만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95)
라노벨 리뷰 (937)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