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멸망의 세계에서 희망을 보는 아포칼립스, 사나이의 우정을 논한다. 열혈물의 결정판.

 

표지: 가끔 생각한다. 미로가 여자였으면 하고.

 

3권 줄거리: 오랜만에 들린 아보카시 비스코의 고향이 유린 당한다. 300년 전, 대량의 녹 발생으로 전멸 코스를 탔던 인류(일본 한정)는 또다시 비스코 고향을 시작으로 미증유의 전멸 위기에 놓인다. 아폴로라는 미친 과학자의 습격자에 의한 <도시화 현상> 공격은 대처 불가능할 정도로 인류를 위기에 몰아넣는데...

 

포인트: 생명존중,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 느닷없이 원숭이라 부르며 필요 없는 인간으로 취급해도 말이지...

 

특징: 구른다. 열심히. 그리고 뛰어넘는다. 태양이 떠오르는 게 보이는가?

 

3권 필자의 한 줄 평: 열혈물의 신기원이다. 천 원 돌파 그렌라간 이후로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열혈물이 또 있었던가.

 

 

스포주의

 

 

 

아무리 야생 원숭이라도, 천둥벌거숭이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의 주워 길러주고, 버섯지기로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을 위해 목숨을 걸고 치료약을 구하고, 악정에 고통받는 사람들도 구했다. 미친 사이비 종교 수장하고도 싸웠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 인연의 끈을 참 많이도 넓혔다. 뭣보다 '미로'라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료도 만났다. 미로에게는 안심하고 등을 맡길 수 있다. 이거저거 참견하며 피곤하게 만들지만 미로가 없었다면 비스코는 진작에 객사했을 것이다. 그 미로가 정식으로 버섯지기가 되던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아이를 보는 심정이 이런 거겠지.

 

미친 과학자가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300년 전, 전멸 코스에서 겨우 살아남은 일본인들을 또다시 전멸 코스로 몰아넣는 미친 과학자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그리고 있다. 이런 열혈물이 다 그렇듯, 여행을 하며 성장을 했던 주인공 일행이 강대한 적을 만나 또다시 위기에 몰리고 타파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다. 사실 이 작품은 꿈도 희망도 없는 아포칼립스를 테마로 하고 있다. 녹병이라는 치료제가 없는 질병으로 사람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문명은 300년 전을 기점으로 쇠락하였고, 일본은 전국시대처럼 뿔뿔이 갈라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는 그런 이야기다.

 

아무리 짓밟힌다고 잡초는 멸종되지 않듯이, 사람들 또한 극한의 상황에 몰려도 끈질기게 삶을 연명해간다. 문명은 쇠퇴하고 새로운 문명으로 진화해 저마다 각자의 능력을 키워 살아간다. 비스코도 그중 한무리에 속해 있다. 버섯지기라는, 버섯을 피우는 능력으로 녹을 제거하며 전국을 떠돈다. 이제는 녹도 하나의 문명으로 받아들인 이 시대에서 녹을 제거하는 능력은 기득권자들에겐 눈에 가시다. 그래서 버섯지기들은 현상금이 걸려 늘 쫓긴다. 비스코는 그런 그들을 농락하며 거물로서 성장을 해간다. 그러다 미로를 만나 동료로 들이고, 티롤이라는 속물 장사치 소녀도 만나 이젠 죽고 못 사는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런 이들을 노리는 미친 과학자가 등장했다. 비단 비스코의 동료만이 아니라 고향을 유린하고 그동안 인연의 끈이 닿았던 사람들을 몰살해가는 미친 과학자는 300년 전 녹이 발생하기 이전의 시대로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 단순히 살기 좋은 세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 현시대의 모든 것을 부정하겠단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아 간다. 이에 가만히 있을 비스코가 아니다. 버섯에 내성을 가진 미친 과학자를 상대로 결연한 의지를 쏟아붓기 시작하지만 사태는 녹록지가 않다. 여타 열혈물을 보면 '생명을 불살라라.' 이런 대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도 생명을 불태운다.

 

비단 주인공만이 아니다. 내 가족과 있을 곳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어선다. 미친 과학자가 흩뿌리는 <도시화 현상> 공격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노련한 역전의 용사들도 사람들을 지키다 산화해간다. 노구를 이끌고 전선에 서는 승려들도 있다. 비스코에게 도움을 받았던 어떤 소녀도 전선에 선다. 그럼에도 절망만이 지금을 지배하고 있다. 자, 사나이로 태어나 두 번 죽나. 언제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비스코와 미로는 길을 떠난다. 아마 두 번 다시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다.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있기에 망설임은 없다. 그저 화살을 매기고 쏠 뿐.

 

사실 중2병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에 걸맞은 설정이라던지 상황 설명이라든지, 능력 이름 등... 그렇기에 불타는 것이지 않나 싶다. 분명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대성하지 싶을 정도로 짜임새가 좋다. 다만 현실만 보는 사람들에겐 오글거려서 책을 냅다 던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록도 몇 가지 있다. '네가 다친다면 그곳(친구들)으로 돌아가고, 친구가 싸우다 다친다면 너의 품에서 쉬게 해주고' 해파리 분홍 머리 속물 장사치 '티롤'의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다. 사실은 손녀가 저런 천둥벌거숭이들과 같이 지내는 게 못마땅해서 한 말이지만 뭐 어떠랴. 이런 시국에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한 비스코와 미로이기에.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손녀를 위해 전선에 선다. 정말 눈물 콧물 쏘옥 빼는 장면이 여럿 있다. 특히나 후반부 티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비스코와 미로는 정말 눈부시기까지 한다.

 

맺으며: 300년 전 일본을 전멸 시켰던 녹의 정체가 밝혀진다. 과학의 진보가 아닌 개인의 사욕에 시작된 비극은 300년 후에 재림된다. 사실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다가 초가산간 다 태워먹는 그런 시추에이션이 이번 3권의 이야기다. 정의란 하늘의 별만큼이나,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많다. 그게 나에게 있어서 악이 되고, 악은 멸해야 되는 게 이치일 뿐이다. 미친 과학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였고, 비스코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인 것뿐이다. 사실 미친 과학자가 인류를 존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물음을 던진다. 분명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3권은 그런 이야기다.

 

여담으로 비스코, 미로, 티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흐뭇함이 배어난다. 그래도 한솥밥 먹었다고 먹을 거라든지에서 챙겨주는 모습이 여간 낯간지러운게 아니다. 특히나 티롤을 챙겨주고 지키려는 비스코와 미로의 행동이 참 따스하게 다가온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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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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