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의 작가가 집필한 단편집입니다. '거미입니다만'이라는 작품이 국내에 13권까지 정발 되어 있고 애니화까지 되는 등 나름 잘 나가는 작가라서 이 작품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느낌에 덥석 구입은 했습니다만. 시놉시스도 유원지에 갇힌 사람들이 7일 동안 자신들을 노리는 늑대 탈을 쓴 살인자를 피해 살아남는 서바이벌 즉 데스 게임이라는 꽤나 흥미진진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불러왔었죠. 광기에 찬 표지도 그에 못지않은 시리어스를 보여주고 있고요. 그래서 흥미로웠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뭔가를 구입할 땐 정보를 제대로 알아보고 구입하자,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같은 작가가 집필했다고 꼭 흥미진진한 건 아니더라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영화 배 로얄과 유사한 흐름을 보입니다. 일정한 숫자의 사람들을 잡아다 어느 한 구역에 집어넣고 살아남으라고 하죠. 여기엔 빚에 쪼들려 팔려온 사람, 자기 발로 들어온 사람도 있고(살아남으면 상금이 나옴), 게임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무 짓도 안 했는데 타의에 떠밀려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들을 노리는 늑대를 피해 7일간 살아 남아야만 합니다. 또한 팀을 나눠 살아남은 사람이 많은 쪽이 이기게 되는데, 이 말은 상대 팀을 줄일수록 우리 쪽이 유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고로 서로 죽이는 것도 장려가 된다는 것이죠. 사회 부적응자들을 모아다 데스 게임에서 이런 설정을 들이밀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거기에 둘을 한 조로해서 파트너가 죽으면 다른 파트너도 죽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행동에 제약을 걸기도 합니다. 자신들을 노리는 늑대와 상대팀 피해 파트너를 지켜가며 7일간 생존해야 되는 서바이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몰려 주인공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인데 엄청 기대 되잖아요? 주인공 '다이고'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폭력을 먹고 자랍니다. 엄마는 이 남자 저 남자 마구 만나면서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멋진 인생(반어법)을 살아가고 있었죠. 남자들 등을 치며 돈을 쪽쪽 빨아먹다가 아이(주인공)까지 팔아가며 남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냅니다.

 

하지만 인생사 공수래라고 나이가 들어가고 아이까지 딸려 있으니 언제까지고 장밋빛 인생이 계속되지 않을 거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게 돼요. 주인공 다이고는 커갈수록 주변에 엄마의 폭력과 행위를 알리게 됩니다. 하지만 엄마의 거짓 연극에 속아 주변은 엄마를 두둔할 뿐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인간 불신에 빠집니다. 이게 이 작품의 키워드인데 쩝... 아무튼 결국 엄마는 마지막 선까지 넘게 되고, 빚을 엄청 지게 된 엄마는 자식을 서바이벌 게임에 팔아버리는 짓까지 서슴지 않게 되죠. 주인공은 엄마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듭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어쩐 일인지 저녁을 해주며 살갑게 대해주는 엄마에게 경계심을 누그러트린 게 화근이었다고 할까요.

 

엄마는 자식을 제대로 키울 마음이 없었죠. 그저 남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한 재료고, 주변에 한 부모로서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선량한 사람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식이 필요했을 뿐, 자식으로서의 정은 없었어요. 주인공은 자라면서 늘 엄마에게 맞는 게 일이었죠. 이유 없이 맞고, 일이 안 풀릴 때마다 맞고, 그런 나날을 견디며 마음을 닫아 버립니다. 그리고 지금, 주인공은 파트너 '유우(히로인)'와 함께 7일간 목숨을 건 서바이벌을 치러야 합니다. 이쯤 되면 엄마를 죽이고 나도 죽고하는 인생사 막장 테크를 탈 법도 한데 주인공은 그러지 못합니다. 결국은 폭력에 노출되었어도 자식은 용서한다는 클리셰 범주에 들어가기도 하죠.

 

그렇다면 주인공은 게임을 치르면서 인간 불신을 치료하고 닫힌 마음을 열어가는 걸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럴 경황도 없고, 그런 시간도 없어요.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없습니다.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가기엔 지면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작가는 주인공은 이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만 알릴뿐이죠. 게임에 참가한 여러 사람에게 장면들을 할애하며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이 데스 게임의 목적과 그 뒷배경 등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활약은 미약하고 결국 그도 한 사람의 참가자일 뿐이라고 역설하죠.

 

사실 필자가 최악이라고 혹평을 해도 다른 분들의 입장에서는 좋게 보는 경우가 있어서 근래에 들어와 말 조심하게 되는데요. 이 작품은 솔직히 근본이 없습니다. 가정폭력으로 삶이 망가지다시피한 주인공이 데스 게임에 참가하여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역경을 그리는 걸까 했지만 그런 건 거의 없어요. 몸부림치는 건 그의 파트너 '유우'일 뿐이죠. 그런데 유우와의 만남도 인위적이고, 주인공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다며 얀데레로 돌변해서 나대는 꼴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이쪽이 더 흥미진진할 지경입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을 투입해서 저마다 사연을 풀어 놓다 보니 이야기는 중구난방식이 되어 가죠.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맺으며: 정말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이야기는 지리멸렬하고, 하나를 놓고 설명을 2~3페이지식 하는 읽는 사람 지키게 만드는 진행 방식하며, 데스 게임 서바이벌을 모토로 했으면 비중을 높이던가 참가자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왜 풀어 놓는지 의미를 모르겠더군요. 이것도 의미 있는 풀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역설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나 본데 단권으로 끝나는 작품에서 지면을 그렇게 할애해도 되나 싶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비중은 묻혀버리게 되죠. 유우의 얀데레끼도 뜬금없이 다가오게 되고요. 데스 게임에서 사람 죽어 나가는 것도 숫자로 짤막하게 만 끝내버리는 등, 결국 근본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엄마에 대한 복수라도 시원하게 하던가.

 
블로그 이미지

현석장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059)
라노벨 리뷰 (901)
일반 소설 (5)
만화(코믹) 리뷰&감상 (129)
기타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