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8권 리뷰 -참고 견딘다. 그러면 빛을 보리라-
스포일러, 긴글 주의
무능력 주인공이 힘을 얻었다고 다 유능력이 될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아닌 거 같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힘이 있어도 휘두르길 주저하고, 위기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사람이다. 거기에 손익을 따지지 않으며, 이익을 얻고자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저 여신을 한대 후려 패고 싶고, 부모님의 발자취를 찾고 싶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장사에 수완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저 '운(럭키)'이 좋았을 뿐이다. 토모에를 주운 것부터 해서 황야의 도시 츠이게에서 대상인의 은인이 되었던 것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쥐구멍에 햇빛이었고, 이 햇빛은 씨앗을 틔우게 하여 그로 하여금 앞으로 일용할 양식이 되게 해주게 된다. 아인들하고만 살아가라는 여신의 저주는 끝끝내 떨쳐내지 못한 채 여러 아인들을 규합해 수하로 들이면서 결국 여신의 저주는 완성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건 그에게 마이너스가 아닌 기회가 되어버린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럴까 강력한 부하를 들이고 아인들을 규합하면서 두려움을 모르게 되었고, 반면에 제대로 된 이세계 상식을 얻지 못해 상당히 고생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의 상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강력한 법규 아래 타인을 해하지 않으며, 서로 도와가며 도덕이라는 울타리에서 살아온 주인공에게 자존감을 박살 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상점의 일로 상인길드에 들렸던 주인공은 길드장으로부터 뼈아픈 말들을 듣게 된다. 한마디로 장사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는 놈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다른 상인을 능멸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쏟아진다. 주인공은 아공에서 아인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당연히 원가는 없다시피 해서 아주 저렴하게 물건들을 팔다 보니 주변의 경계를 사게 된 것이다. 사실 주변에서 같은 제품을 100원에 팔고 있는데 저놈이 50원에 더 좋은 품질로 팔고 있으면 나라도 울화통이 치솟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이 롯츠갈드에서 딱 그렇게 팔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자기가 왜 욕먹는지 이해를 못하게 된다. 그저 좋은 품질의 물건을 저렴하게 팔아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봤으면 해서 팔기 시작한 것인데, 길드장으로부터 상도덕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부조리한 말까지 들었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싶다. 그래서 주인공의 자존감은 박살이 나버린다. 사실 주인공도 어느 정도 눈치를 봐가면서 장사를 해야 되는 건 맞다. 상업계에서도 질서라는 게 있고, 질서가 붕괴된다면 피해를 보는 건 구매자가 되는 건 자명하다. 독과점 문제도 있고.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자존감이 박살 나서 장사를 접어야 되나 하는 시점에서 롯츠갈드에 마족이 뿌려놓은 괴생명체가 출현하고 이 괴생명체를 물리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좋은 말로 하면 순진하고 나쁜 말로 하면 돌대가리인 주인공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부딪혀도 운빨 하나는 좋아 기사회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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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에 눈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나 믿었다간 코 베인다는 소리다. 주인공은 너무나 순진했던 것이다. 주인공의 코는 남아나지 않게 된다. 사실 길드장이 주인공에게 험한 말을 한 것도 그를 이용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쪼렙 상인이 돈을 많이 버니 배 아프고, 뜯어먹기 좋게 순진해 보이니 으름장을 놓으면 알아서 갖다 바치겠거니 했을 것이다. 실제로 벌이의 90%를 상납하라는 불합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보통은 이쯤 되면 토모에든 미오를 시켜 암살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러지 않는다. 그래봐야 변하는 건 없고, 의심만 받을 뿐이다. 즉, 주인공은 되받아 칠만한 지식과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부분은 사실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리얼리티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존감이 박살 난 채로 더 이상 휴만(인간)과의 장사는 글렀다 싶어 마족과 접촉하게 되는데 마족이라고 그를 따뜻하게 맞아줄리 없다.
한때 주인공 제자였던 마족 장군과의 접촉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남아 있던 코도 도려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어리숙해 보이거나 호구를 보면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한때 제자였다는 정으로 마족 장군과 접촉해 장사를 위해 마왕을 만날 계획을 세우나 주인공은 마족에게 보기 좋게 이용당하게 된다. 어째서 주인공은 이쪽 요구를 들어줬다고 마족을 아군이라고 판단했을까? 답은 주인공이 미숙하니까. 롯츠갈드에서 괴생명체들이 날뛰면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조사해보니 괴생명체는 마족이 뿌려놓은 덫이다. 타깃은 축제를 즐기려 많은 나라에서 주요 인사들이고. 휴만(인간)들과 전쟁 중인 마족은 이때를 노리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주인공은 길드장으로부터 '저리 꺼져'라는 소리를 들은 터라 휴만을 버리고 마족과 장사를 해볼 참이었다. 그래서 마족 장군하고 연을 트게 되었는데 뒤통수 맞게 된다. 나아가 괴생명체가 마족의 짓이라는 걸 들통나지 않게 알아서 잘 처리해 달라는 주문도 도착한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이 순진하니까 빤스까지 벗겨 먹으려 하네. 주인공은 휴만에게서 겉옷 벗겨지고 마족은 그의 속옷까지 벗기려 든다. 근데 이 둔탱이는 이 상황이 와서도 꿈꾸는 소리를 한다. 토모에와 미오, 시키가 마치 어린애에게 세상 상식을 알려주듯 조곤조곤 알려주게 되면서 자신이 이용당하고 배신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머저리. 그래서 주인공은 괴생명체가 날뛰는 것을 바로 제압하러 가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의 시종들이 나서면 금방 해결된다. 하지만 그랬다간 우둔한 휴만들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주인공을 인정하기는커녕 호구 취급할 것이다. 차라리 호구 당할 바엔 이참에 이걸 이용해서 주인공은 자신의 인지도를 올릴 계획을 짠다. 사실 이 계획도 그의 시종들이 짜줬다. 이점이 용사와 다른 점이다. 누가 되었든 앞뒤 가리지 않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는 용사가 있다면, 이렇게 호구 잡히고 나서야 세상의 무서움 알게 되고, 우선순위가 뭔지 알게 된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렇게 롯츠갈드 주민들이 마구 죽어 나가도 주인공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시종들과 아공 주민들을 동원해 롯츠갈드 주민들을 대피 시키기도 한다. 뒤통수 맞았다고 해도 주인공은 냉혈한은 아니다. 사실 주민들을 지켜야 될 사람들은 이 구역을 다스리는 위정자의 몫이기도 하다. 그 위정자들은 뭘 하나? 하나같이 힘도 못 쓰고 괴생명체에 의해 썰려 나간다. 학원장은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주인공 보고 나가 싸우라며 닥달한다. 사실 주인공이 싸우든 안 싸우든 안전한 곳에서 입만 나불대는 학원장이 뭐라 할 입장이 아니다. 학원장의 모습에서 이세계 휴만들이 주인공을 얼마나 깔보고 얕보는지 잘 나타나 있다. 그저 이용만 하려 든다. 그러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굳이 나서서 올가미로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롯츠갈드는 막대한 피해를 내게 되고, 주인공의 상점도 폐허로 변했다.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파탄이 되어버린 휴만은 물론이고 마족과의 관계를 역전 시킨다는 분기점이다. 적절하게 힘을 과시해 인지도를 올리고 부서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전략을 세운다. 사실 이쯤 되면 주인공이 참으로 음습하다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알아야 될 건 이런 플랜을 짜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토모에 같은 시종들이다. 주인공은 시종들이 없었다면 힘이 있다고 해도 객사했거나 누군가에게 쪽쪽 빨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롯츠갈드 자체가 괴멸 수순으로 들어가자 주인공은 이제야 길드장 엿 먹일 겸 상점을 다시 열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뛰어든다. 사실 사람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꼭 주인공이 구해주라는 법은 없다. 이점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지 싶은데, 어차피 주민을 구하고 지키는 일은 위정자의 몫이다. 주인공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맺으며: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말이 있다. 주인공은 생김새부터 해서 온갖 설음을 다 받으며 마치 콩쥐처럼 온갖 험한 꼴을 다 당했다. 힘이 있는데 지위가 낮으니 주인공을 이용하려 들고 얕본다. 그런 안하무인들을 힘으로 밀어 붙는 건 쉽다. 토모에 한 사람만으로도 이세계를 멸망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남는 건 없다. 한 번쯤 받아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어서 좀 아쉽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틴 결과 여라 나라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 그동안은 한낯 상인 나부랭이였던 게 지금은 시대를 변화 시키는 영웅급으로 바뀌어 간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분기점이다. 이 세상은 힘보다는 인맥이다. 하나의 힘은 여러 인맥 앞에선 무용지물이다.라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
그건 그렇고 이번 에피소드는 소름이 조금 돋는다. 눈뜨고 코베이는건 둘째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주인공은 자신의 인지도를 위해 계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건 두 번째의 일이고 첫 번째는 자신의 인지도 올리기라는 것에서 조금은 섬뜩함을 느꼈다고 할까. 모든 사람이 길드장처럼 안하무인은 아닐 것이고, 주인공을 이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언급 자체가 없다는 것에서도 소름이 돋았다. 물론 아인들을 동원해서 주민들 대피를 도왔다곤 해도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과 동급인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라는 복선이 투하되고, 마족의 총공세가 이어지는 등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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