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대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1~2권만 더 나오면 결판날 거 같다. 대미궁 [빙설 동굴]을 끝으로 모든 신대 마법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 주인공 일행은 이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들뜬 마음은 곧 절망으로 바뀌게 된다. 마족 '프리드'가 사도 500마리를 이끌고 이들 앞을 가로막는다. 프리드는 신대 마법을 손에 넣은 강자다. 주인공과 대립하며 결전을 치렀지만 무승부로 끝날 만큼 강한 존재다. 한때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 주인공 편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았으나 결국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캐릭터다. 그는 마왕이 주인공 일행을 초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들을 구속하려 하나 한 성격하는 주인공이 들을 리가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게 '인질'이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주인공의 실력을 봐온 프리드로서는 그를 구속하기 위해 왕성에 남아 있던 선생님과 떨거지 용사들을 인질로 잡고 어떻게 할 거냐는 협박을 해온다. 하지만 그들(선생님 빼고)의 지난날의 과오를 알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뜨끈 미지근하다. 그래서 또 하나 준비했다. 바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뮤'와 뮤의 어머니다. 뮤와 뮤의 어머니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역린이다. 이렇게 인질이 등장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그동안 간과했던 점들에 대한 벌을 받게 된다고 할까.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무능력자라고 놀림을 당하고, 질투에 사로잡힌 남학생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반 아이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게 되었다.

 

게다가 반 아이들은 반란을 일으켜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했으니까. 이런 애들이 뭐가 이뻐서 인질이 되었다고 구해줘야 하는가. 이 점은 마왕성에 연행되고 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너희들을 우선시해야 되는데'라는 말에서 주인공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서 주인공이 간과했던 점이 바로, 마족이 대규모로 침공해오고 사도가 나타난 시점, 그리고 아이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나마 선량한 아이들을 골라서 제대로 된 무장이나 도망갈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두지 않았느냐다. 반란을 일으킨 무리 중에 '에리'가 도주한 시점에서 뮤와 뮤의 어머니를 숨겼더라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이쯤 오면 마왕은 왜 주인공 일행에게 집착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없앨 뿐이라면 사도를 이용해 물량전으로 밀고 가면 이 작품이 아무리 주인공빨로 먹고 산다지만 없앨 수는 있을 것이다. 이전에 사도 한 마리에게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거의 패배나 다름없는 굴욕을 주인공에게 안겨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도가 500마리를 동원하고도 사로잡는데 집착하는 이유. 뮤가 인질로 잡힌 시점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 마왕성으로 강제 연행된 주인공 일행 앞에 나타난 건 죽은 줄만 알았던 '유에'의 숙부다. 유에에게 있어선 나라를 배신하고 자신을 나락에 봉인한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다. 그런 숙부가 마왕이 되어 이들 앞에 나타난다.

 

 

경고: 스포일러 주의

 

 

주인공이 그동안 했던 행동의 결과가 총집합된다. 히로인 중 한 명인 카오리가 자신의 주변의 공기를 살피지 않는 우둔함에서 시작된 나비 날개는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거기서 봉인된 유에를 해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지상으로 올라와 반 아이들을 몰살해버렸다면, 지금의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은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 일행이 마왕성에서 초대된 이유, 그들 앞에 나타난 유에의 숙부가 가지는 의미는 무얼까. 자신을 권속신(神)으로 소개하는 숙부의 말에 나비 날개는 태풍이 되어 되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주신(神) 에히트의 강림은 절망이 무엇인지 이들, 주인공 일행에게 똑똑히 각인시킨다. 에히트의 목적은, 마왕성에 초대된 목적은 '유에'의 납치였다. 이유? 이건 진짜 스포일러인지라 12권 리뷰에서 언급해보겠다. 아무튼 주인공 일행은 그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패배의 쓰라림을 겪게 된다.

 

사실 주인공 일행이 어디에 처박혀 있던 신의 눈길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늦든 빠르든 유에의 납치는 예정되어 있었고, 뮤와 뮤의 어머니를 어디에 숨기든, 신대 마법을 넘어서 개념 마법까지 만들어낸 주인공이 손한 번 못 쓰고 당하는 시점에서 반 아이들을 강화 시킨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렇게 당하고 나서 더욱 파워업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건데, 진작에 좀 머리 썼으면 어땠을까. 새로운 적이 나타나 싸우며 강해지는 것이 아닌 주인공이 간과했던 점에서 아이러니하게 강해진다고 할까. 즉, 에히트를 얼마나 간과했는지 잘 나타내기도 한다. 요컨대 에히트를 간과한 참사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런 점을 작가는 표현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점들이 소년 영웅물의 클리셰이기도 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반 아이들은 주인공을 무능력자라고 비웃는다. 히로인 카오리가 주인공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은 질투심에 주인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려 버린다. 이세계 소환되었다고 다 강해지는 건 아니라지만 끝끝내 싸우길 포기하고 방구석 폐인처럼 왕성에서 처박혀 있다가 잡혀왔다. 인질이 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카오리는 결사의 마음으로 사도를 막는다. 티오는 죽음을 불사한다. 주인공은 에히트와의 싸움에서 힘 한번 못 쓰고 만신창이가 되어 간다. 이렇게 주인공 일행들이 자신들 때문에 마왕성에 잡혀와 고초를 겪고 있음에도 구해준 주인공에게 고마운 마음은커녕 여전히 자신들만 우선시 해달라는 것에서 사죄의 마음을 가지는 건 아무나 못한다는 걸 알게 해준다. 용사 코우키는 결국 곁에서 그렇게 바로잡으려 노력했음에도 비웃듯 타락해버리는 장면에서는 씁쓸한 감정을 들게 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왕성에서 대량의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에리'가 신(神) 에히트의 편에 서서 돌아오게 되는데, '스즈라'는 여학생이 친구라는 이유로 그녀(에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에리는 용사 코우키에 빠져 미치광이가 되어 있다. 오로지 용사만을 사로잡아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었던 에리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고통을 받았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아닌 어쩌면 마왕보다도 더 잔혹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에 따른 사죄를 시킨다거나 죄를 묻는 게 없다. 작가의 윤리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픽션은 픽션으로 대해야 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픽션의 파급효과를 생각해보면 마냥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기도 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건 세상 이치라는 걸 메시지로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맺으며: 12권은 유에 탈환이 되겠다. 이번 이야기는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소중함이 더욱 부각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는 주인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역시 남자는 능력빨인가 보다. 신(神) 에히트와 1차전이 끝난 후 새로운 히로인들 반응이 장난 아니다. 모두가 주인공을 바라보며 홍조를 띤다. 물론 그만큼 주인공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유 있는 반응들이라 하겠다. 흡혈귀, 토끼, 왕녀에 이어 선생님도 하렘으로 들어온다. 베리에이션이 참으로 풍부하다. 용사가 멋대로 생각하는 것뿐이라지만 용사가 짝사랑하는 시즈쿠까지 합류하고(사실 용사가 삐뚤어진 원인 중 하나), 엑스트라로 활약 중인 반 여자애들도 꺅꺅~. 뮤의 어머니는 벌써부터 부인 행세에다 목욕탕에서 등까지 밀어주는 지경인데 동인지에서도 이렇게 막 나가지 않는다. 그에 따라 소소한 이야기까지 마구 집어넣어놔서 솔직히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나?라는 의문도 마구 생긴다. 앞에서 에히트와 싸울 때 잡아놨던 무거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필자가 한번 이 작품에서 하차한 이유가 불판 위에 올라간 오징어같이 사람 몸을 배배 꼬게 만드는 글씨체 때문인데 또 넣어놨다. 그것도 거의 200페이지 이상으로. 이번 리뷰가 늦어진 원인이 이거다. 오글거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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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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