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VR 게임하다가 도둑에게 죽은 주인공의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그 두 번째 이야기다. 기억을 찾고 보니 자신이 하던 게임 세계관이란다. 주인공은 기억을 되찾기 전, 귀족가에서 서자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다 받았고, 5살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의지할 곳 없이 종자 흡혈귀 하프 소녀 '그레이스'와 둘이서 삶을 꾸려왔다. 그러던 그의 나이 13살이 되던 날, 본처의 자식이 죽으라고 떠민 결과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때, 그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바로 집구석과는 의절하고 그레이스와 길을 떠나 미궁(던전)이 있는 경계의 도시 탐윌즈로 향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 어머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진다. 세상은 그의 어머니를 마인(魔人)들에게서 사람들을 지킨 성녀로 받들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 본가에서는 어머니를 첩으로 취급하고 아들을 서자 취급 중이다. 전형적인 이세계인들은 똥 멍청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인공 과거의 삶은, 콩쥐와 팥쥐처럼 불행과 차별과 학대로 점철되어 있다는 전재를 깔고 간다. 이런 설정들은 사실 엔터테인먼트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 중 하나라고 할까. 현실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나와 빗대어 성공하는 미래를 꿈꾸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좋은 소재거리가 된다. 즉,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하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이런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하렘도 빼놓을 수 없으며, 능력적인 면에서도 이세계 똥 멍청이들보다 강하다는 측면을 보인다. 이는 현실에서 노력하지 않는 자들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능력적으로 우수하고 여자들도 줄을 선다는 허왕 찬란한 마음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어째 어그로성이 짙긴 한데,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노력해서 성장하는 타입의 주인공은 논외다.

 

아무튼 주인공 테오도르와 그레이스는 탐윌즈에서 모험가 등록을 하고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간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받아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애슐리'도 그의 하렘 2호로서 주인공과 함께하게 된다. 주인공 나이 13살이다. 벌써 다 같이 목욕도 하고 같은 침대를 이용한다. 이렇게 대놓고 염장 지르는 작품도 또 없을 것이다. 물론 일선을 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테니까. 그리고 하렘은 끝이 아니다. 이번 이야기는 '실라'라는 이름의 고양이 수인이 주인공에게 친구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을 업신 여기는 귀족이 등장하고, 그 귀족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할까. 문제는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주인공 손에 걸리면 해결되지 않는 사건이 없다. 

 

사건을 캐다 보니까 마인(魔人)이 관련돼 있고, 전투가 일어나는데 마인은 그냥 찌부러진다. 정의의 주인공이 있고, 악당이 있다. 그 어떤 작품이고 간에 악당이 주인공을 이긴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활약을 펼치느냐이고,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기대하는 건 좋지 않다. 실패 없이 성공하는 작품은 많아도 실패에서 배우는 작품은 정말 드물다. 사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비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흐름을 그냥 따라가는 것뿐이니까. 아무튼 뭔가 하지도 않았는데 사건은 해결된다. 주인공을 업신여기던 귀족을 어떻게 찌부려트려 줄까 내심 기대했는데 작가가 이런 부분에서는 좀 허술한 편이다. 그렇게 고양이 수인 실라는 친구를 찾는다. 또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이건 엔딩이 아니다. 주인공은 사건을 해결하고 '실라'라는 새로운 하렘 3호를 영입하게 된다.

 

근데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마인을 처치했더니 기사단에서 시기와 질투를 내보인다. 자기들은 못하는데 주인공이 해냈다는 것에서 오는 추잡한 마음을 내비친다는 거다. 이런 점도 사실 독자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요컨대 주인공이 그런 옹졸한 놈들을 밟아줄 때 느끼는 쾌감을 느껴보라는 거다. 국왕은 국왕 나름대로 주인공을 불러다 치하의 한 말씀을 내리는 등 주인공의 인맥이 날로 늘어간다. 그리고 멍청한 기사단이 모험가 등 다른 사람과 공조를 하지 않은 채 공적을 원했는지 마인(魔人)에게 덤비다 몰살 당해놓고 그걸 칭송하는 꼬라지는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제4왕자도 주인공과 친구 먹고 주인공을 이용해 뭔가를 하려는 등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는 점차 커져만 간다.

 

그 외의 이야기는 사실 별다른 건 없다. 이세계 지침서마냥 던전에서 어떻게 사냥해야 되는지, 마력을 다루는 것등 장황한 설명이 가득하다. 그러다 위기에 빠진 모험가들을 구출도 하고, 약초도 뜯고, 겸사겸사 마인(魔人)이 던전에서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알기 쉬운 복선도 던진다. 주인공은 그런 마인들을 막아서며 세계의 위기를 해결하게 될 테고. 지금은 히로인들과 던전에 들어가 마물을 사냥하면서 능력을 키우고 있다. 위기는 없으며, 실패도 없다. 이래서 배움의 효과가 있긴 하나 의심이 들지만 뭐 어떠랴 싶다. 이쯤 하렘 4호를 영입하게 되는데 무려 여성형 마물이다. 이제 하다 하다 마물에게까지 손을 뻩친다.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리미아'라는 마물이다. 주인공을 업신여기던 귀족이 일으킨 사건의 피해자다. 주인공이 구해주게 되면서 같이하게 된다.

 

이렇게 자꾸만 늘어나는 주변인들을 챙기며 주인공은 바쁜 나날을 보낸다. 

 

맺으며: 결국 이 작품은 게임 지식으로 이세계를 살아가는 먼치킨이다.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떤 인물인지 알고서 시작하는 튜토리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실패는 있을 수 없다. 나오는 적(에너미)도 별로 강하지도 않고. 솔직히 이번 마인(魔人)과의 전투는 싱겁기 짝이 없다. 주된 요점은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긴장감도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도도 사실 없다. 그저 가족으로 들인 사람과 인연이 닿은 사람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마치 어릴 적 학대를 받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주변을 과보호하는 그런 성향을 보인다고 할까. 이 과정에서 감동적인 장면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솔직히 그런 것도 없다. 근데 그런 것치고는 꾸준히 발매되어(현 8권) 걸로 보아 필자의 감성이 어딘가 메말랐을 수도 있겠다.

 

그건 그렇고 원작이 그런지 모르겠는데 번역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내레이션으로 거론할 때 바로 위에서 성으로 표기했다가 바로 밑에서 이름으로 표기하는 통에 헷갈리게 하기도 하고, 차남을 동생으로 번역하질 않나. 말에 두서도 없다. 분명 앞 페이지에서 매듭을 지은 거 같은데 뒤 페이지에서 끝난 줄 알았던 대사가 이어지니까 내가 페이지를 띄워 읽었나 싶어 앞으로 다시 가보게 하는 등 글의 배치가 자기 멋대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42페이지에서 위에선 스카우트라고 해놓고 아래에서 납치라고 언급해버리니까 헷갈리게 된다는 거다. 

 

이런 것도 있다. 103페이지, "미궁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다시 가지고 돌아갔을 때 붉은 전계석을 써도 잃어버리지 않는 걸 고려하면" -> "미궁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다시 가지고 '들어갔을 때' 붉은 전계석을 써도 '없어지지' 않는 걸 고려하면"이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미궁은 돌아가는 것이 아닌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다는 표현도 맞지 않는 게 아이템이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없어지지 않는 표현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은 둘째 치고라도 표현 자체가 변해버리는 번역은 정말 극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원작 자체가 이렇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유연하게 고쳤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필자가 잘못 알고 있고, 잘못 이해했다면 정중히 사과한다. 그게 아니라면 출판사는 일 좀 제대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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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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